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연꽃이 머리에 꽂고 다니는 것과 똑같은 거요.”
“그렇구나, 제비꽃에게 주렴.”
“제비꽃에게 드릴 것도 만들었어요.”
“우리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은 자상하구나.”
할머니의 말씀에 빛이 물끄러미 나를 봤다.
“하하하!”
이럴 때는 웃으면 된다.
“제비꽃이 참 좋아하겠구나.”
“예, 할머니.”
“할머니, 제가 꽂아 드릴게요.”
그때 점수를 좀 따겠다는 듯 연꽃이 할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머리를 틀어 올리고는 상아 비녀를 꽂아 줬다.
“제비꽃, 이거 받으세요.”
“어머, 연꽃이 하는 것과 똑같은 거네? 내게 주는 거니?”
겨우 상아 비녀 하나에 제비꽃의 눈이 울 것처럼 먹먹해졌다.
“네, 다음에는 더 좋은 거 만들어 드릴게요.”
“응, 고마워.”
제비꽃은 아들에게 처음 받은 선물에 감격한 것 같다.
‘이제 바퀴를 만들어 보자.’
원시인들에게 비가 오는 날이란 쉬는 날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자신의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빗물을 받아 놓는 것이 하는 일의 전부지만, 나는 한 부족을 책임지는 족장이다. 그러니 내일 채집을 위해서 바퀴가 달린 수레를 만들어야겠다.
‘바퀴만 만들면 수레는 쉽지.’
바퀴의 발명.
그건 또 하나의 혁신이 분명했다. 현생인류의 조상인 원숭이가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 두 발로 선 것이 최초의 혁신일 것이다. 그다음 인류가 이루어 낸 혁신은 불의 발견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인류가 만든 100대 발명품 중 최상위에 있는 물건을 만들어 혁신을 꾀하고 있었다.
“어디 보자…….”
나는 이달투드워프5가 베어 온 대나무 원통을 유심히 봤다.
‘바퀴의 모형도!’
만들려는 것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켠 듯 반투명한 모형도나 설계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큰 원통 안에 작은 원통을 넣고 살대를 끼우면 되지.”
말은 쉽다.
사실 처음에는 대나무 원통을 생각하지 않고 나무를 그냥 잘라서 중앙에 홈을 파서 쓸 생각을 했다.
아마 처음 바퀴가 만들어졌을 때는 그런 형태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면 무겁다. 그리고 무거운 만큼 경사진 곳을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대나무 바퀴다.
‘두께가 7센티는 되는 것 같네.’
내 앞에 놓인 대나무 원통의 지름은 80센티미터가 되는 것 같고 두께는 7센티미터다.
이 정도의 두께라 해도 마차의 무게를 견딜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나무 원통에 살대를 끼우면 더 많은 무게를 버틸 수 있다.
슥슥! 슥슥!
나는 대나무 원통을 흑요석 칼로 다듬기 시작했다.
‘살대는 대나무가 아닌 일반 나무로 쓰는 것이 좋겠지.’
대나무는 속이 비었다. 그만큼 가볍고, 다른 나무에 비해 외부에서 가하는 압력에 약하다.
그래서 이달투드워프들에게 산으로 가서 나뭇가지를 꺾어 오라고 지시했다.
다듬은 나무 살대를 끼워 넣기 위해 대나무 원통에 홈을 팠다.
“비도 오는데 뭘 만들어?”
내 옆에 연꽃이 착 달라붙어 앉았다. 보통 원시인들은 비가 오면 할 일이 없어서 짝짓기를 한다.
“아아아~ 아아아~.”
그리고 벌써 시작한 원시인도 있다.
‘역시 잘 박으시네.’
요즘 큰바위는 하루하루를 먹고 일하고 짝짓기하는 것으로 보낸다.
현대인의 감성을 가진 내가 듣고 있기에는 좀 민망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바퀴.”
“바퀴가 뭔데?”
“굴러다니게 하는 거.”
그래도 연꽃은 내 짝이라 내 딴에는 자상하게 설명을 해 줬다.
그러면서도 내 손은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나무 큰 원통과 작은 원통 사이에 나무 살대를 끼워 넣었다. 완성하면 마차 바퀴처럼 보일 것 같다.
‘흐음, 어디 보자…… 그럭저럭 모형도대로 만들고 있네.’
모형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만드는 방법을 안다고 해도 상상하며 만들어야 하니 어려웠을 것 같다.
-바퀴 제작이 55% 진행되었습니다.
-바퀴 제작 성공률이 89%로 향상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떴다.
겨우 큰 원통과 작은 원통에 살대 하나를 박은 것뿐인데 성공확률이 89퍼센트나 된다니 살대를 끼워 넣는 공정만 반복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4시간 넘게 작업을 해서 끝내 바퀴를 만들어 냈다. 이제 살대를 대나무 못으로 대나무 원통에 고정시키면 된다.
쾅쾅! 쾅쾅!
“제법 근사하네?”
완성된 바퀴를 이리저리 돌리며 구석구석 살폈다.
내가 만든 거지만 꽤나 잘 만든 것 같다.
“이게 바퀴라는 거야?”
연꽃은 지루하지도 않은 듯 바퀴를 만드는 것을 보며 내게 물었다.
“그래, 이게 바퀴지.”
-대나무 바퀴(최상급)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바퀴.
수레의 부속품이다.
“최상급이네. 하하하!”
바퀴 하나를 만들었는데 최상급 등급이 떴다. 이 만큼 바퀴는 인류에게 엄청난 발견이 분명할 것이다.
-최초의 바퀴 발명가가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명성 수치가 30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무기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어 8성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최상품 하나를 탄생시켰는데 무기 제작 스킬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어라? 왜 이게 무기지?’
마지막 메시지에 의문이 들었다.
‘무기…… 무기? 아!’
나는 바퀴를 만들고 수레를 달아 더 많은 물건을 옮길 생각만 했다.
하지만 수레에 거기에 병사를 태우기만 하면 전차가 된다. 물론 수레를 끌 말이 필요하지만 야생마를 잡아 테이밍을 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전차를 못 만들 것도 없다.
‘훗, 그리고 말은 없어도 되지.’
전차를 끌 놈만 있으면 되니까.
동굴 입구에서 졸고 있는 캭이 보였다. 그리고 거대한 산에 있을 야수돌격대1도 있다.
“왜 웃어?”
연꽃이 내가 크게 웃자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좋아서!”
“뭐가 좋은데?”
“내가 바퀴를 만들었잖아!”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연꽃은 아직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바퀴는 내 하늘 부족이 발전하는데 엄청난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식량 확보부터 시작해서 전투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테니까.
“좋은 거야?”
연꽃은 바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이지. 나중에 꽃가마, 아니지 꽃마차를 태워 줄게.”
빛 때문에라도 연꽃에게 더 잘해 주고 싶다.
“그게 뭐야?”
“우리 하늘 부족에서 너만 탈 수 있는 거.”
“나만?”
“응.”
내 말에 연꽃이 미소를 보였다.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아!”
그때 할머니가 나를 부르셨다.
“예, 할머니.”
“배고프진 않니? 많이 먹어야 쑥쑥 자란단다. 꿀차 줄까?”
“예.”
원시인의 삶치고는 참 호화롭고 여유롭다.
‘원시시대도 나름 괜찮네.’
아마 레드가 없다면, 그리고 망할 놈의 신을 죽이겠다는 다짐이 없다면 이 원시시대에서 안빈낙도하며 살았을 것이다.
‘이곳에 내 첫 번째 어비스였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어디에 사는 것보다 누구와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빛도 마시고, 연꽃도 같이 마시렴.”
빛은 자신의 이름을 할머니에게 말해 준 모양이다.
“예, 할머니!”
그런데 빛을 보는 할머니의 눈빛이 참 묘했다.
마치 두 번째 손자며느리처럼 지켜보는 눈빛이다. 그리고 특히 빛의 엉덩이에 관심을 보이셨다.
‘애는 잘 낳을 겁니다.’
사이네, 아니, 빛은 아주 건강한 여자고, 그러면서도 아주 강력한 전사이니까.
원시인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족장은 더 많은 여자와 짝이 되어 더 많은 혈족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강해지고 혈족이 단단해진다.
‘할머니가 기회를 만들어주시겠군.’
그럼 난 기다리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참 다행스러운 것은 연꽃도 빛과 무척이나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 * *
-수레(상급)
대나무 바퀴가 달린 사륜 수레.
짐을 나를 수 있는 도구다.
바퀴는 최상급인데 수레는 상급이다. 그래도 만족할 만한 것이 나온 것 같다.
-최초의 수레 발명가가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명성 수치가 10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무기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또 최초라서 기분이 좋다. 최소한 레드는 이런 것을 안 만들었다는 증거일 테니 말이다.
‘자기가 필요한 것만 만들겠지.’
아니, 자기가 필요해도 스스로 만들진 않을 것이다.
그놈의 부족은 크고, 그놈이 부리는 놈은 많다. 다른 놈들을 시킬 것 같다.
장신구가 필요하면 드워프들을 족쳐서 만들게 하는 놈들이 드래곤이니 말이다.
그러니 성장이 없을 것 같다. 그저 죽자고 헌팅만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극이 좁혀지고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만든 수레를 보고 부족민들과 이달투드워프들이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게 수레입니다.”
“여기에 물건을 올려서 끌면 좋겠구나.”
수레의 목적을 이해하는 사람은 늑대발톱뿐이다.
“돌을 나를 때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만들어 준 거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이달투드워프1이 내게 말했고 늑대발톱이 힐끗 이달투드워프1을 보고 나를 봤다.
“지금 말한 거, 족장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건가?”
역시 늑대발톱은 똑똑했다. 아마 이달투드워프들이 말하는 것을 꽤나 관찰한 것 같다.
“예.”
“나도 시간이 지나면 이달투드워프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겠구나. 와르티아투아 앙카(항상 그렇게 족장에게 감사해라)!”
늑대발톱이 이달투의 언어로 이달투드워프1에게 말했고, 이달투드워프1이 놀란 눈이 됐다. 그리고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허둥지둥하며 늑대발톱에게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오호, 말도 조금 하시네? 역시 머리가 좋아.’
나는 그 뒤로 세 대의 수레를 더 만들었다.
‘앞에서 두 명이 끌고 뒤에서 한 명이 밀면 된다.’
그럼 이제 호박돌을 줍는 작업에는 이달투드워프 아홉 명만 있으면 된다. 그럼 다른 스물한 명의 이달투드워프들은 식량 확보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이달투드워프1!”
“예, 주인님!”
작업에 이달투드워프를 많이 붙이면 능률이 떨어지는 법이다. 가장 적정한 인원을 붙여서 작업을 시켜야 하고, 그 역시 족장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달투의 말을 익히고 있는 늑대발톱이 하게 될 것이다.
“너는 이달투드워프 몇을 데리고 화살촉을 만들어.”
흑요석이 많으면 흑요석으로 화살촉을 만들면 좋겠지만 흑요석은 넉넉한 편이 아니다. 전멸한 붉은개 부족 마을에서 주워 온 돌도끼들이 전부였다.
‘돌도끼를 쓸 일은 이제 별로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붉은개 부족의 전사들은 흑요석으로 만든 돌도끼를 쓰고 있었다.
‘으음, 그 말은 이 근처에 흑요석이 있다는 건데…….’
힐끗 늑대발톱을 봤다.
“족장, 화살은 무기다.”
그때 늑대발톱이 놀란 눈빛을 하며 말했다.
아직도 이달투드워프들을 이달투라고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가 분명했다.
“네, 무기 맞아요.”
“저것들의 손에 무기를 쥐여 주자는 거냐? 그건 아직…….”
늑대발톱의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부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