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다행스럽게도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을 마주하지 않고 거대한 산맥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내 펫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캬아아악!
선두에는 캭이, 그 뒤를 야수돌격대1이 달려오고 있었고, 캥과 멍들은 헉헉거리며 겨우 쫓아오고 있는 것 같다.
박쥐들도 배트맨과 함께 달빛을 가리는 그림자가 되어 날아오고 있다.
“이, 이빨호랑이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기겁할 상황이 분명했다.
목책을 두고도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과 대치할 마음조차 가지지 못했던 미약한 심정을 가진 거북 씨족 전사들은 그대로 무기를 놓고 주저앉아 덜덜 떨기만 했다.
“마, 맙소사, 이제 다 끝났어…… 어째서 이빨호랑이가…….”
돌창을 내팽개치고 주저앉은 남자들은 덜덜 떨고 있고, 개중에는 오줌까지 지리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도망칠 생각도 못 하고 굳어진 것 같다.
“도…… 도망쳐야 합니다!”
도망을 쳐야 한다는 말을 거북 씨족은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어서 도망칩시다!”
“어디로 도망칠 건데? 이빨호랑이 부족이 너희들 찾느라 온 산을 뒤지고 있을 텐데 어디로 도망쳐?”
나는 질책을 하듯 소리를 질렀다.
“이게 다…….”
남자 하나가 나를 째려봤다.
“이게 다 뭐?”
“이게 다 네가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를 죽여서 일어난 일이야!”
토끼처럼 겁만 많은 줄 알았는데 쥐새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거북 씨족의 족장이 소리친 남자를 주먹으로 갈겼다.
“족장님! 왜 때립니까?”
“언제까지 쥐새끼처럼 끝까지 도망만 칠 거야? 하늘 부족 족장님이 아니셨다면 그날 밤에 다 죽었다!”
“그게…… 그게…….”
바닥에 쓰러진 남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죄송합니다. 맹수들이 달려오는 것 때문에 제가 눈깔이 뒤집혔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순한 씨족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사실 내가 아가리를 갈겨 버리려고 했는데 선수를 빼앗겼다. 내가 때렸으면 저렇게 바로 일어나지도 못했겠지.
“죄송합니다. 하늘 부족 족장님! 저희들이 워낙 약한 씨족이고, 계속해서 억눌려 있어서 이렇습니다.”
거북 씨족의 족장이 내게 말하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거북 씨족은 없어. 하늘 부족으로 가면 모두가 하늘 부족이다.”
내 말에 거북 씨족 족장이 나를 봤다.
“그전에 저 맹수들을 피해서 살아서 가야 하늘 부족이 되든 뭐가 되든 될 것 같습니다.”
거북 씨족 족장의 눈빛에는 절망감이 감돌고 있었다.
‘배트맨!’
-예, 주인님!
‘모두 돌아가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요.
이윽고 바로 배트맨이 방향을 틀었고, 캭이 방향을 바꾸어 선회하는 배트맨을 보고 알았다는 듯 방향을 틀고 어디론가 뛰어갔다.
마치 부족에서 나온 김에 파티 사냥이라도 가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맹수들이 파티 사냥을 한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그만큼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하루하루가 정말이지 파란만장하네…….’
* * *
“여기가 하늘 부족이다.”
하늘 부족으로 온 거북 씨족 사람들도, 내가 예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끌고 온 것을 보고 늑대발톱과 내 부족 사람들도 모두 놀라 나만을 보고 있었다.
물론 거북 씨족들이 기겁한 것은 동굴사람들이라고 불리는 이달투들이 내게로 몰려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캭을 보면 더 난리가 나겠네…….’
물론 저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곧 적응하게 될 것이다.
“족장…… 님, 어떻게 된 것입니까? 이 사람들은 누구고요?”
늑대발톱이 내게 반말로 물으려다가 주변에 부족의 모든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존댓말로 물었다.
“앞으로 같이 지낼 부족민입니다.”
“앞으로 같이 지낸다고요, 족장님?”
연꽃도 내게 반말을 하지 않았다. 분위기 파악을 할 줄 안다.
‘똑똑하다니까. 기특해.’
그러면서도 연꽃은 엉덩이를 찾는 것 같다.
“그런데……엉덩이 언니는…….”
“……묻어 주고 왔다.”
“서, 설마…… 죽었다고요?”
“잘 묻어 주고 왔어요, 연꽃 님! 그리고 족장님이 복수도 했어요.”
빛 역시 어느 순간부터 연꽃에게 반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족장이다. 연꽃과 빛은 내 짝이지만 연꽃은 공식적인 족장의 짝이고, 큰어미가 된다.
원시시대에서 족장이 남자들과 전사들을 통제한다면 족장의 짝인 큰어미는 여자들을 통제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어, 어떡하죠? 너무 가여워요…….”
“큰어미님, 울지 마세요.”
“그런데 언니는 왜 저한테…….”
“그야 네가 큰어미라서 그런 것이다.”
그때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동굴에서 나오시며 넋이 나간 사람들을 봤다.
“산에 사는 사람들이구나, 족장!”
“예, 저를 따라왔어요.”
“하늘 부족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잘 왔소이다.”
할머니가 넋이 나가 있는 거북 씨족의 족장에게 말했다.
“달갑지 않으실 텐데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오, 오히려 오느라 고생도 많았을 건데 좀 쉬고 있으면 우리가 먹을 것을 준비하겠소.”
“감사합니다. 그런데…….”
거북 씨족 족장이 이달투드워프들을 봤다.
“이달투드워프들이야 신경 쓸 것 없어.”
“……예.”
동굴사람은 비좁은 동굴 속에서 살아가며 여자들을 납치해 가기에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해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턱이 없지만, 그래도 거북 씨족 족장은 알았다고 대답했다.
마냥 어리석은 사람은 아닌 듯했다.
* * *
“족장, 사람이 늘어나면 식량이 더욱더 부족해진다.”
동굴 안에 들어온 늑대발톱이 내게 말했다. 어느 순간 부족 안에서 처리해야 하는 사소한 일들은 늑대발톱의 몫이 되어 있었다.
“그러네요.”
부족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기에 식량이 더 필요해진 상황이다.
“부족민의 수가…… 많이 아주 많이 늘었다. 여태까지의 우리 부족민만큼 더, 아니, 그보다 더 많아졌다.”
“먹을 것을 더 마련해야겠죠.”
“하지만 사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쉬운 일이 어디 있었나요? 이 문제는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거북 씨족 출신들은 할머니와 여자들이 내어 준 음식을 먹고 나자 지천에 깔려 있는 대나무를 베어 와서 초막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데려온 거지? 전사들이 모두 약해 보인다.”
역시 늑대발톱은 보는 눈이 출중했다.
“맞아요. 훈련도 시켜야 하고, 할 일이 많을 거예요.”
“식량이 제일 문제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식량이야 앞으로 부지런히 모으면 된다.
숲 속에는 과일이 넘쳐 나고, 강에는 피라냐도 넘쳐 난다. 이달투드워프들과 하늘 부족으로 왔을 때 했던 방식대로 하면 셀 수도 없이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이고, 잡은 피라냐들을 말리면 어느 정도 식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여자들이 늘어난 만큼 토끼가 먹을 풀들도 많이 캐 올 수 있을 것이고, 토끼 사육도 빠르게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오리도 잡고, 닭도 잡아서 키우면 된다.’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계획을 하고 준비하면 된다.
‘덫을 더 만들어야겠네.’
이제는 통발이 아닌 덫이 필요할 것 같다.
끼끼! 끼끼!
그때 동굴에서 내가 테이밍한 손오공이 쪼르르 달려와 내 앞에 사람처럼 엎드려서 절을 했다.
“어? 너도 왔네?”
손오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과일은 손오공이 따 오면 될 것 같고…….’
원숭이인 손오공을 테이밍한 목적은 경계용으로 쓸 목적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과일 채집을 위해서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손오공에게 무술(?) 비슷한 것을 가르쳐서 원숭이들의 왕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럼 손오공이 원숭이들을 이끌고 과일을 따서 내게 바치면 자연스럽게 식량 걱정은 줄어들 것이다. 원숭이들의 왕, 손오공이라니 뭔가 로망도 있고 말이다.
“우리 잘해 보자.”
끼끼! 끼끼!
손오공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무엇부터 할까?’
당장 토끼나 다름없이 보이는 거북 씨족 출신 남자들을 훈련시킬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적응 기간이니 그냥 두기로 했다.
지금 그들은 낮선 환경에 불안해하고,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바쁠 것이다.
“주인님! 십장입니다.”
이달투드워프1이 동굴 밖에서 나를 불렀다.
“들어와.”
“예, 주인님!”
이달투드워프1의 곪은 상처를 치료한 후 치유의 손길 스킬을 잔뜩 사용했으니 지금쯤 아마 아물었을 것 같다.
게다가 이달투드워프1은 우직한 성격으로 쉬라고 해도 쉬지 않으니 내가 부락으로 오기 전에 무언가는 했을 것이다.
“좀 괜찮아 보이는데 몸은 어때?”
“아주 좋아졌습니다, 주인님!”
“그런데 무슨 일이야?”
“주인님이 예전에 말씀하셨던 대로 호박돌을 엄청나게 모아 놨는데, 얼마나 더 모아야 할지 몰라서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 정도면 됐어.”
내가 오기 전까지 호박돌을 모아 두었는지 과일을 따러 산으로 가기 전보다 더 많이 쌓여 있었다. 저 정도면 가마를 만들고도 남을 것이 분명했다.
“예, 주인님! 그리고…….”
“또 뭐?”
“빛 님께서 가지고 온 돌 중에서 따로 모아 놓으라는 돌이 있습니다.”
“따로?”
“예, 그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왔습니다.”
내 말은 무조건 복종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은 잘 듣지 않는 이달투드워프들이다.
“빛과 할머니, 그리고 늑대발톱의 명령은 내가 내린 명령이랑 똑같다고 생각하고 따라라.”
내 말에 이달투드워프1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또 연꽃을 의심하고 말았다. 한 번 고개를 젓고 나는 다시 말했다.
“그리고!”
“예, 주인님!”
“연꽃의 말도 내 명령이다.”
그녀를 온전히 믿을 생각이다. 내가 그녀를 믿어 주지 않는다면 누구도 그녀를 믿어 주지 않을 테니까.
‘아버지도 나처럼 했겠지.’
그러니 어머니도 악어머리 부족이 아닌 온전한 하늘 부족이 되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빛이 따로 돌을 모아 두라고 했지?”
“예, 그런데 빛 님께서는 그 돌을 만지지 말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뭐?”
이상했다. 빛은 내가 강의 중류에서 가지고 온 돌을 보고 은광석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냈다.
그러니 이달투드워프들이 주워 온 돌에서 특이한 것을 발견한 것 같다.
“예, 특히 아이들보고 못 만지게 합니다.”
“알았다. 내가 봐야겠다.”
“예, 주인님!”
“뭔데?”
늑대발톱이 내게 물었다.
“모르겠어요. 봐야 알죠.”
* * *
“빛!”
호박돌이 산처럼 쌓여 있는 곳에 빛이 차분한 눈빛으로 돌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예, 족장님!”
“뭐 하고 있어?”
빛은 호박돌에서 뭔가를 발견한 것 같다.
“이 돌 좀 봐요, 이상해 보이죠?”
해박한 지식을 가진 빛이다.
“어? 그러네.”
빛이 내게 보인 돌은 회색을 띠고 있었다.
“이건 납석이에요.”
“납이라고?”
“예, 이달투드워프들이 납석을 주워 온 것 같아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하지만 곧 쾌재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