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이게 정말 납석이란 말이지?”
납은 녹는점이 아주 낮다. 물론 납중독 때문에 생필품을 만들어 쓸 수는 없다. 하지만 무기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예, 납석이에요.”
“무기잖아.”
“그렇죠, 납으로 화살촉을 만들면 치명적인 무기가 되죠.”
납은 단단하지 않다. 하지만 살에 박히면 썩는다. 정말 잘된 것 같다.
현대에서 사용하는 무기인 총알의 탄두 안에는 납이 들어 있다. 나도 그렇게 만들 생각이었다. 이 납으로 화살촉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개미의 독침이 너무 가벼웠는데 잘됐다.’
화살촉은 일정한 무게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중심을 잡고,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날아간다.
하지만 거대 불개미의 부산물에서 얻은 30개 정도의 독침은 날카롭기는 하지만 그 속에 든 물컹한 속살을 파내니 너무 가벼웠다.
그래서 화살촉으로 쓰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납을 발견했으니 납으로 불개미의 독침 속을 채우면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거대 병정 불개미 한 마리에 화살촉이 하나 생기는 거지…….’
물론 거대 병정개미 한 마리면 불개미 방어구 풀세트 한 벌이 나온다.
다시 말해 날을 잡아서 불개미 던전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다.
‘괘씸한 놈들이 있으니까.’
이빨호랑이 부족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마도 조만간 크게 한판 붙게 될 것 같다. 나는 충분한 양의 식량을 확보할 때마다 거대한 산으로 가서 이빨호랑이 부족에게 지배를 받고 있는 씨족들을 데리고 올 생각이다.
그럼 결국에는 나와 하늘 부족의 존재를 알게 될 것이고,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우선 무기부터 만들어야 해.’
그러고 보니 악어머리 부족에서 가지고 온 물소 뿔도 저렇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저 물소 뿔이면 각궁 스무 장은 만든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이 말을 하기에, 늑대발톱에게 돌아가는 길에 물소의 뿔을 최대한 많이 챙겨 가라고 말했었다.
“그럼 이제부터 각궁도 만들고 납 화살도 만들어야겠네?”
“예, 족장님!”
길을 찾아 준 빛이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부터 또 바빠질 것 같다. 하지만 나만 바쁠 수는 없다.
‘빛도 각궁을 만들 수 있으니까.’
물론 내가 제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각궁의 최초 발명자가 될 테니 말이다.
“우선 각궁부터 만들어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재료는 제가 준비할게요.”
역시 빛이다. 척하면 척이었다.
각궁을 만드는 데는 많은 재료가 필요하다. 그 재료들까지 내가 준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래, 준비해 줘. 그동안 나는 틀을 만들어야겠네.”
납을 녹이는 데에는 가마고 용광로고 나발이고 필요 없다. 다른 금속에 비해 녹는점이 현저하게 낮아 모닥불만 크게 피워 놓아도 녹으니 말이다.
“바로 화살촉을 만드시게요?”
“만들어야지. 자꾸 이빨호랑이 부족이 떠올라서…….”
“그러네요.”
빛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빨호랑이 부족과의 전쟁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내 판단으로 이빨호랑이 부족은 우리 하늘 부족과 이틀 정도 걸어야 하는 곳에 있다.
이빨호랑이 부족의 주 활동 무대가 거대한 산맥이기에 아직 이곳까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언제 강가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미리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바로바로 만들자고.”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이제 아이들이 제법 활을 쏜다.
‘이달투드워프들에게 백병전을 시키고, 궁수들로 전투를 펼치면…….’
수가 적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신체적으로 이달투드워프들이 작기 때문에 충분하게 무장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불개미의 껍데기가 아깝기는 하지만…….’
아끼면 똥이 될 것 같다.
“이달투드워프1!”
“예, 주인님!”
“쉴 만큼 쉬었지?”
“예, 주인님!”
“가서 붉은 흙을 가지고 와라.”
이 대나무 숲에는 황토와 황토 비슷한 흙이 있다. 황토로 화살촉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겠다. 이달투드워프1은 신나서 다른 이달투들에게 달려갔다.
“삽을 들어라! 붉은 흙을 구하러 가자!”
일을 하는 것에 저렇게 신이 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사람?
그래, 이달투드워프들도 사람이고, 내 부족민이다. 나는 자연스레 그들을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거북 씨족은 여자가 남자보다 배는 많으니까.’
어쩌면 여자들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다른 이달투드워프들에게도 짝이 생길 것 같다.
* * *
“제대로 가지고 왔군.”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럼 이제 만들어 볼까…….”
나는 바로 황토에 물을 붓고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힘껏 밟아!”
“예, 주인님!”
이달투드워프2가 신나게 황토와 물을 섞은 덩어리를 밟으며 반죽을 하고 있다.
팍팍! 팍팍!
이제 나는 머리를 쓰고, 이달투드워프가 몸을 쓴다. 화살촉의 틀도 만들고, 질그릇도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가마도 바로바로 만들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거의 다 됐군.”
이달투드워프2의 발에 힘이 팍팍 실린 만큼 제대로 황토 반죽이 나온 것 같다.
탁탁! 탁탁!
나는 바로 황토 반죽을 직육면체 모양으로 만들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납 화살촉은 대나무 화살대에 끼워서 쏘는 형태로 만들 생각이다. 그게 제일 쉽고 빠르다.
그리고 나는 바로 미리 나무로 깎아 놓은 화살촉을 황토 반죽 중앙에 놓고 찍었다.
화살촉의 끝은 살에 박히면 빠지지 않게 제작했다.
-화살촉 제작 틀의 제작을 완료하였습니다.
-화살촉 제작 틀의 최초 발명가가 되었습니다.
바로 메시지가 떴다.
-화살촉 제작틀(최상급)
녹인 광물을 부어 화살촉을 만드는 틀.
내가 보기에는 영 엉성해 보이는데 최상급이 떴다. 아마도 용도가 광석을 녹인 것을 부어 똑같은 화살촉을 만드는 도구이기 때문에 등급이 높게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사실 화살촉은 이렇게 주물을 떠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조鍛造로 쇳덩이를 두드려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와 내 부족 말고는 단단한 갑옷을 입은 부족은 없다. 그러니 주물로 만든 화살촉이라 해도 충분히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좋았어!”
명성 수치가 또 상당히 상승했다.
“그럼 이제 녹여 보자…….”
나는 빛이 말한 납석 몇 개를 주워 와서 모닥불 속에 던졌다.
납은 녹는점이 낮다.
“이러면 녹겠지.”
사실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납석에 들어 있는 납을 녹이기 위해 용광로를 만들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납석을 모닥불에 넣고 기다리면 납이 녹아서 흘러내릴 것이고, 불을 끄고 식어 굳은 납덩이를 떼어 내서 따로 녹이는 게 제일 빠를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제 기다리면 될 것 같다.
* * *
이빨호랑이 부족은 악어머리 부족만큼 큰 부족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숲에서 터를 잡고 사는 부족이기에 부락의 방비도 철저했다.
나무로 만든 목책의 높이는 3미터를 훌쩍 넘고, 전사들의 수도 2백 명이 넘었다. 또한 거북 씨족처럼 노예처럼 부리는 소수의 씨족과 부족들이 꽤 있었고, 그 씨족들에게 식량을 상납받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거북 씨족 놈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쿤이 족장의 눈치를 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못 찾았다고?”
“예, 하지만 계속 찾고는 있습니다.”
“다른 씨족 놈들이 숨겨 주는 건 아니냐?”
“다른 씨족들 부락도 다 뒤졌습니다. 하지만 거북 씨족 놈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동굴이란 동굴도 다 뒤졌고?”
“예, 다 뒤졌습니다.”
“그래서?”
족장이 전사를 노려봤다.
“또 맞고 싶은 거냐?”
“아, 아닙니다. 형님!”
“이 산에 없으면 산을 넘어서라도 찾아내라! 내게 반항하는 놈들은 다 죽여야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버러지들이 덤벼들 생각을 못 한다.”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은 약한 존재들 위에 군림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강 쪽으로도 가 봐라. 그쪽으로도 도망쳤을 수도 있다.”
“예, 알겠습니다. 족장님!”
이건 땅속에서일어서의 하늘 부족의 위기라면 위기일 것 같다.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면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직은 전사의 수가 적은 땅속에서일어서의 하늘 부족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무조건 찾아. 무조건!”
“저도 찾아서 잡아 죽이고 싶습니다.”
“그렇지. 그렇게 독사처럼 독기를 품어야지! 역시 내 동생 아콘이다.”
“예, 형님!”
아콘은 이 순간 자신을 보며 웃던 땅속에서일어서의 얼굴을 떠올렸다.
‘망할 새끼, 찾으면 반드시 사지를 자르고 죽여 버릴 것이다!’
* * *
예상대로 납석에서 분리된 납이 흘러내렸다. 투박하지만 납덩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렇지. 좋았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이렇게 짜릿한 일인 줄 미처 몰랐다. 헌터로 살아갈 때는 몬스터를 죽이고 또 죽이는 일만 생각했으니까.
꽤 많은 양이다. 지금 녹고 있는 납만으로도 화살촉을 2백 개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우리 부족의 최고의 무기는 각궁과 이 납으로 만든 화살촉이 될 것이다.
그리고 청동을 녹이고, 쇠를 녹일 수 있는 용광로를 만들고 금속제 무기로 무장해 점차로 발전할 생각이다.
“이 납석을 대나무 막대기에 부으면?”
순간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주인님!”
이달투드워프1이 내게 물었다.
“빨리 몽둥이로 쓸 대나무 하나를 잘라 와.”
“예. 알겠습니다.”
내가 명령을 하면 질문 따위는 없다. 물론 이달투드워프1은 가끔 내게 질문을 하긴 하지만 지금은 내가 빨리 가지고 오라고 했기에 두말없이 뛰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달투드워프1이 몽둥이로 딱 쓰기 좋은 대나무를 잘라 왔다.
“여기 있습니다.”
“수고했어.”
나는 바로 대나무 속에 들어 있는 마디에 구멍을 뚫고 나서 바로 흘러내리고 있는 납으로 대나무 속을 채웠다.
“성공이다.”
이제 그 어떤 무기보다 단단한 대나무 몽둥이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무게가 엄청나네.”
손에 느껴지는 묵직함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마 이 정도의 무게라면 평범한 전사들을 들고 휘두르지도 못할 것 같다.
아마도 큰바위나 나 정도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량생산 할 필요는 없겠네.”
만들어도 쓸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냥 근력 강화용 지팡이 정도로 쓰자.’
나는 바로 대량생산을 포기했다. 그리고 대나무 속에 채워진 것이 납이고 또 대나무가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죽끈을 이용해 납이 채워진 대나무 지팡이를 단단하게 감았다.
-타격용 대나무 둔기(중급)
둔기로 강력한 근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사용하기 어렵다.
바로 무기에 관한 설명 메시지가 떴다.
-인류 최초로 납을 제련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 보상으로 명성 수치가 300포인트 상승합니다.
듣기 좋은 메시지가 떴다.
‘그런데 왜 중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