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꿇을 다리가 없다고?”
그때 뚜따의 표정이 변했고 바로 검은고래 부족 전사에게 다가가 힘껏 무릎을 찼다.
퍽!
“윽!”
무릎 바로 아랫부분을 찼기에 검은고래 부족 전사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고통에 무심코 비명을 흘렸다.
“역시 뚜따야! 마음에 드는군. 하하하!”
뚜따의 행동이 마음에 드는 큰눈이었다.
“그건 그렇고 부리는 것으로 쓰기에는 눈깔이 너무 더럽네.”
“예, 맞습니다.”
“뚜따, 저 새끼를 죽여라.”
“예, 알겠습니다!”
뚜따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허리에 차고 있는 돌도끼를 꺼내들었다.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는 뚜따였다.
“음, 잠시 멈춰라.”
“예, 큰눈 님!”
큰눈의 부름에 뚜따가 급하게 돌아섰고, 공손한 눈빛으로 큰눈을 봤다.
“내 이빨이 들기에는 돌도끼가 형편없군.”
“저도 좋은 무기를 가지고 싶습니다.”
뚜따는 큰눈 옆에서 경호원처럼 서 있는 두 전사를 봤다.
그 전사들의 허리에는 용의 뼈로 만든 검을 매여 있었다.
“빠르다!”
그때 큰눈이 곁에 있던 전사 하나를 불렀다.
“예, 큰눈 님!”
“뚜따에게 칼을 줘라.”
“예?”
순간 빠르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뚜따에게 네가 차고 있는 칼을 줘.”
“큰눈 님, 이 칼은…….”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
순간 큰눈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알겠습니다.”
족장에게 직접 칼을 하사받은 빠르다는 치욕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악어머리 부족 안에서 족장 다음으로 신분이 높은 큰눈의 명령이기에 어쩔 수 없이 뚜따에게 용의 뼈로 만든 칼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뚜따!”
“예, 큰눈 님!”
크게 소리친 큰눈을 따라 덩달아 뚜따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제부터 네가 내 이빨이다. 그러니 그 칼은 네 것이다.”
큰눈의 말에 뚜따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큰눈 님!”
“우리 전사머리가 큰눈 님께 용의 뼈로 만든 검을 받았다!”
“대단하다!”
“전사머리 뚜따는 이제 큰눈 님의 이빨이다!”
뚜따가 거느린 어린 전사들이 선동을 하듯 환호성을 질렀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빠르다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전사들의 표정 또한 굳어 있었다.
“빠르다.”
“……예.”
“검을 준 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아, 아닙니다.”
“싫은 모양이네. 내 명령이 싫다는 거네.”
큰눈이 빠르다를 매섭게 노려봤다.
“아닙니다.”
“내 아버지께서 주신 칼이다. 아버지가 땅에 들어가면 악어머리 족장은 나다. 그러니 내 것이고, 내가 그 칼의 주인인데 네가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되지.”
“……죄송합니다.”
전사 빠르다는 그냥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수염도 없는 망할 새끼!’
전사 빠르다에게 큰눈에 대한 앙금이 쌓였다. 그는 찰나지만 뚜따를 죽일 듯 노려봤다. 뚜따에 대한 울분 역시 함께 쌓여갔다.
* * *
이빨호랑이 부족 아콘의 움막.
“아콘 님, 이틀째 산을 다 뒤졌는데도 도저히 찾을 수 없습니다.”
아콘의 부하 전사가 아콘의 눈치를 보며 보고했고, 아콘은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또 내일 죽어라 얻어터지겠군.”
“그래도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인데, 족장님께서 아콘 님께 너무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날 족장님이 아콘 님을 죽이는 줄 알았습니다.”
“형제는 무슨 얼어 죽을 형제야?”
“예?”
“맞을 때 알았다. 형제고 뭐고 없다는 것을, 힘이 없으면 개처럼 맞아도 꼬리를 흔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맞지 않으려면 힘을 키워야 하는데…… 그건 그렇고 망할 놈들! 땅으로 꺼진 거야, 하늘로 쏟은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눈을 씻고 찾고 있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뒤졌는데 찾지 못했다는 것은 산에 없다는 거겠지?”
“예,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몰라서 저희에게 엎드린 씨족 놈들에게도 놈들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놈들을 숨겨줬다가는 여자와 아이들까지 빠짐없이 목을 자른다고 소리쳐 놨습니다. 그런데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숲에는 숨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말 없을까? 북쪽으로는 가 봤어?”
아콘의 말에 전사들이 기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더 놀라운 것은 북쪽으로 가 봤냐는 묻는 아콘 역시 표정이 어둡기만 했다.
“북, 북쪽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북쪽!”
아콘 역시 인상을 찡그렸다.
“거북 씨족 놈들은 멍청한 놈들이니까 우리가 무서워서 얼음절벽 너머로 갔을 수도 있다.”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아시다시피…….”
“말이 안 된다고?”
아콘이 전사를 노려봤다.
“내가 한 말이 말이 안 돼?”
“죄송합니다. 아콘 님! 얼음절벽 이야기가 나와서 저도 모르게…….”
전사의 말에 아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만도 하지. 으음…….”
자신의 형인 이빨호랑이 부족의 족장에게 개처럼 맞은 후 아콘은 자신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 옆에서 자신을 따르고 있는 전사들이기에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성질을 낸다면 자신을 떠나 족장에게 엎드린 전사들처럼 저들까지 자신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는 하지. 거북 씨족 놈들이 미치지 않고서는 얼음절벽으로 갈 턱이 없지.”
“마, 맞습니다. 아콘 님!”
“그래도 모르는 일이다. 당장 잡혀 죽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얼음계곡 너머는 땅에 묻힌 것들이 다시 일어나는 요상한 곳입니다. 전대 족장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절대 가면 안 되는 곳입니다. 거북 씨족 놈들이 멍청하게 얼음절벽으로 갔다고 해도 쫓으면 안 됩니다. 거기에 들어가서 죽기라도 하면…….”
전사 하나가 아콘에게 말하다가 앞일을 상상했는지 말꼬리를 흐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은 산맥 북쪽에 위치한 얼음절벽이라는 곳에 엄청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나도 알고 있다.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아콘이 인상을 찡그렸다.
“알고 있습니다.”
“하여튼 족장님이 꼭 찾으라고 했다. 하지만 못 찾으면 정말 내가 맞아서 죽을지도 모른다. 그럼 너희들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이미 아콘과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의 형제애는 아콘이 족장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았던 그날 새벽에 깨졌다.
“그럼 내일부터는 산을 내려가 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산을 내려가자고?”
“예, 아쿤 님! 족장님께서도 발견하지 못하면 산에서 내려가 벌판 쪽으로도 가보고, 강 쪽으로 가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그것도 방법이지. 거북 씨족 놈들이 아무리 멍청해도 얼음절벽으로 가지는 않았을 테니까. 좋아, 내일부터는 산을 내려가서 찾아보자.”
문제는 어느 쪽으로 먼저 가냐는 것이다.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가 말한 벌판 쪽은 산을 넘어가야 했고, 강 쪽이면 땅속에서일어서가 움막을 짓고 있는 쪽이었다.
“찾아내면 그냥 다 죽인다. 다 죽여야 해!”
“물론입니다, 아콘 님!”
“못 찾으면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족장한테 맞아 죽을 수도 있다.”
아콘의 눈동자가 공포로 떨렸다.
이빨호랑이 부족은 목표를 잡으면 반드시 끝장을 낼 정도로 집요했다.
그리고 그 집요한 집념은 산맥에 터를 잡은 소수 씨족과 부족들을 지배할 힘을 주었다.
“그건 그렇고 아콘님!”
“왜?”
“좀 으스스 하지 않습니까?”
“뭐가?”
“춥지 않으시냐고 여쭈는 겁니다.”
전사의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한 아콘이었다.
“그런 것 같기도 하군.”
“얼음절벽에 얼음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전사의 말에 아콘이 인상을 찡그렸다.
“겨울은 아직 멀었다. 낮에 더워 죽겠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냥 밤이라서 그런 거야. 밤이라서.”
“……예.”
* * *
얼음절벽 그 너머.
거대한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얼음이 뒤덮여 있었고 거대한 산봉우리에서 멀어질수록 그 두꺼운 얼음들이 적어졌고 어느 순간 눈과 흙이 뒤섞여 있는 평지가 펼쳐졌다.
휘이익,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만년설이 덮여 있는 거대한 산봉우리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평범한 바람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바람에 서늘할 정도의 푸른빛이 감돈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바람이 부는 곳에서는 얼음과 눈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얼지 않은 땅을 얼리는 듯 그렇게 빠르게 대지가 얼어들어가고 있었다.
* * *
악어머리 부족이 노숙을 하고 있는 강 중류 모래사장에는 여기저기 모닥불이 피워져 있고, 몇 명의 전사가 돌창과 돌도끼를 들고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강가 모래사장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배트맨과 박쥐들이 악어머리 전사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상하네…… 여긴 동굴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날개쥐들이 많아?”
전사가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박쥐들을 보고 옆에서 경계를 같이 서고 있는 전사에게 말했다.
“저것들을 잡아서 구워 먹을까?”
“그럴까? 저것들이 크기는 작지만 아주 맛있는데…….”
“주변을 똑바로 살펴라! 주변에 큰얼굴들이 있을 수도 있다!”
악어머리 부족 전사 하나가 군침을 삼키며 바닥에서 돌멩이 하나를 주웠을 때 모닥불 옆에 앉아 있던 이빨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전사머리들은 모여라!”
“예, 이빨님!”
악어머리 부족에서 전사들을 이끄는 조장들을 전사머리라고 불렀다.
“날개쥐는 나중에 잡아먹자.”
경계를 서는 전사가 이빨의 눈치를 보면서 옆에 있는 다른 전사에게 말했다.
“그러자고.”
“히히히! 날개쥐는 구워 먹으면 아주 맛있지. 쩝쩝!”
전사가 모래사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에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는 박쥐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우릴 구워먹겠다고? 젠장!’
배트맨은 땅속에서일어서의 명령을 받고 저들을 한순간도 쉬지 않고 감시하고 있었고,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이 하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런데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거야? 하나도 안 들리네.’
전사들을 이끌고 있는 이빨은 따로 전사들의 조장격인 전사머리들을 불러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배트맨이 펫이 되어 평범한 박쥐들보다는 훨씬 강하다 해도 인간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힘을 가졌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들에게 가까운 곳으로 함부로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이빨의 말에 모인 전사 셋이 기겁한 눈빛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