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9
19화
“스물다섯!”
스물다섯 번을 휘두르고 나서야 대나무 막대기가 주는 무게감과 미묘한 타격감이 점차 손에 익기 시작했다. 사실 레벨 5 정도가 되면 무엇인가를 사냥해 빠르게 레벨 업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된다.
지난 어비스 때에는 대부분의 헌터들이 그랬다. 하지만 나는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허수아비만 쳤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헌팅을 나갔던 헌터들이 대부분이 다시 안전지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허수아비만 쳤다.
그 망할 놈의 신은 계속해서 헌터들을 자신이 만든 어비스로 소환했다. 물론 그 헌터들 대부분도 남들보다 강해져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레벨 5가 되자마자 안전지대 밖으로 뛰어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두 달 이상은 이 짓을 해야겠네.”
아니, 더 걸릴 수도 있다. 그 지랄을 할 때의 내 레벨은 1이었지만 지금은 5에서 시작했으니 말이다.
지지직! 지지직! 타탁! 타탁!
모닥불에서 대나무가 요란하게 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고, 그 모습을 힐끗 보고는 다시 대나무 몽둥이가 죽도라고 생각하고 내 앞에 있는 장죽을 쳤다.
탁! 탁! 탁!
여전히 손바닥이 아프다. 이 아픔이 울림 정도로 변해야 손에 굳은살이 박인다.
“그때는 멍청한 독종 소리 좀 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 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 만약 붉은개의 부하들이 내 모습을 본다면 미쳤다고 할 거다. 지난 어비스에도 다들 그렇게 나를 미쳤다는 눈으로 봤으니까.
* * *
꼬르륵! 꼬르륵!
한참이나 장죽을 치자 배만 더 고파졌다.
“이제는 익었겠지. 휴우!”
아마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곳은 내 수련장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누가 내게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면 당분간 내 주식은 죽순이 될 것 같다.
“내가 판다 새끼도 아니고…….”
그렇게 투덜거리며 모닥불 앞에 앉았다. 죽순은 노릇하게 잘 구워진 것 같다.
물론 향신료가 없기에 맛은 기대할 수 없을 테지만 주린 배는 채워야 한다.
뭐든 먹고 버텨야 하니까.
“먹고 버틴다.”
그렇게 나는 죽순으로 이틀 만에 배를 채웠다. 아삭한 식감이 꽤 괜찮았지만 맛은 없었다. 원래 죽순은 돼지고기처럼 기름진 음식과 같이 먹어야 제맛인데.
죽순 한 뿌리를 먹고 배를 채운 나는 다시 장죽 앞에 섰다. 그러고는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장죽을 두드렸다. 거의 해가 질 때까지 대나무를 두드린 것 같다.
그러나 레벨이 5여서 그런지, 아니면 내 육체가 빈약해서인지 쉬지 않고 대나무를 두드렸음에도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너! 내일 또 보자.”
나는 저 장죽이 말라 뒈질 때까지 두드릴 생각이다.
해가 지고 있으니 이 대나무밭도 위험해질 수 있을 거다. 신을 죽이기도 전 몬스터들은커녕 야생동물에 의해 죽으면 말 그대로 개죽음일 뿐이다. 그러니 부족으로 돌아가야 했다.
* * *
“땅속에서일어서는 무엇을 하고 있더냐?”
주술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늑대발톱에게 물었다.
“붉은개가 땅속에서일어서에게 먹을 것을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쯔쯔쯔, 가여운 것.”
“그리고 이상한 것은 땅속에서일어서는 며칠째 대나무 숲으로 가서 대나무만 두드리고 있습니다.”
늑대발톱이 말한 것처럼 하늘 부족, 아니, 붉은개 부족에서 땅속에서일어서가 대나무밭으로 가서 대나무 막대기로 대나무만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부족민들은 이제 없었다.
그리고 꽤 많은 부족 사람들이 땅속에서일어서가 바보가 됐다고 수군거렸고 또 어떤 사람은 큰바위의 아들이라서 똑같이 변했다고 말하는 원시인도 있었다.
“왜, 왜 대나무를 두드리는 거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루 종일 대나무를 두드리고, 대나무 싹만 잘라 먹고 있습니다.”
늑대발톱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걸 먹을 수 있다고? 대나무는 질긴데 그 싹을 잘라서 먹고 있다고?”
주술사도 놀란 듯 되물었다.
“캐서 먹어 봤는데 별로 맛은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미친 것 같다고 말하는 부족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늘님이 보낸 아이다. 이유가 있겠지.”
주술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떤 면에서는 이것은 맹신에 가까웠다.
그리고 주술사는 땅속에서일어서가 자신들에게 신이 보내 준 아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지 않았다.
“그렇기는 하지만 모두가 미쳤다고 수군거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내 아들은 안 미쳤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병상에 누워 있던 큰바위가 깨어나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형!”
그리고 놀란 늑대발톱이 스스로 일어난 큰바위를 불렀다.
“안 미쳤어!”
“형, 형이…….”
“이제 안 아파!”
큰바위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결국 큰바위가 살아난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아들인 땅속에서일어서를 지켜주겠다는 큰바위의 의지 때문이지만 땅속에서일어서의 응급처치 스킬도 크게 한 몫을 했다.
“아들한테 먹일 것을 구하러 가야겠다.”
의식을 차린 큰바위는 땅속에서일어서에 대한 걱정에 일어났지만, 바로 어지러움을 느꼈는지 휘청거리다가 다시 주저앉아 버렸다.
“지금은 안 된다.”
주술사가 바로 말렸다.
“엄마!”
“지금은 안 돼, 지금 너는 밖에 나가서는 안 된다.”
“왜?”
큰바위는 영문을 몰라 주술사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주술사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큰바위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아는 듯 담담히 큰바위를 바라봤다.
“다시 튼튼해져야 네가 땅속에서일어서를 지킬 수 있다.”
“…….”
“그러니 이것부터 먹어.”
주술사가 내민 것은 고기였다.
“아들은 고기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네가 먹고 튼튼해져야 한다. 그래야 땅속에서일어서를 지킬 수 있어.”
“……으응.”
큰바위는 말하는 투가 애 같다.
“형이 깨어났으니…….”
늑대발톱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고 눈에는 붉은개를 죽이겠다는 살기가 번뜩이기 시작했다.
“족장의 자리를 다시 찾고 싶으냐?”
“예, 힘이 없어서 빼앗긴 족장입니다. 하지만 형이 살아났으니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비록 저한테 엎드린 도끼의 수가 훨씬 적지만 형이 튼튼해지면 붉은개를 이길 수 있습니다. 전사들은 강한 족장에게 엎드리게 되어 있습니다.”
“안 된다.”
주술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예?”
“하늘님의 뜻이다. 하늘 부족의 족장은 붉은개다.”
늑대발톱은 주술사가 하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어서 하신 말씀이 아니었습니까?”
“하늘님의 고리가 되어 그 말씀을 전할 때는 거짓이 없다. 하늘 부족의 족장은 이제 늑대발톱 네가 아니라 붉은개라고 하셨다.”
“으음…….”
주술사의 말을 듣고 늑대발톱이 신음을 토해 냈다.
“……예, 알겠습니다. 원래 붉은개가 족장이 됐어야 했죠.”
* * *
“퉤! 이걸 어떻게 먹어!”
붉은개의 움막 속, 무언가를 입 안에 넣은 붉은개는 인상을 찡그리며 뱉어 냈다.
지금 붉은개는 땅속에서일어서가 최근 주식으로 삼은 죽순을 캐서 먹고 있었다. 이건 땅속에서일어서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퉤, 퉤! 쓰기만 하고 아무 맛도 없잖아!”
“그러니 미친놈입니다. 온종일 대나무만 두드리고 있습니다. 정신이 나간 것 같습니다.”
전사 하나가 땅속에서일어서를 조롱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런 것 같다. 신경을 쓸 것이 없겠군. 하늘님? 역시 그런 건 없다.”
붉은개가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땅속에서일어서가 일주일 이상 대나무만 두드리고 아무 맛도 없는 죽순만 캐 먹자 붉은개는 그제야 경계의 눈초리를 풀었다.
“저대로 그냥 두라는 말씀이십니까?”
“내일 물고기를 잡으러 갈 때 데리고 간다. 운이 좋으면 다 끝낼 수 있다.”
붉은개가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때 움막 안으로 전사 하나가 들어섰다. 전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왜?”
“……큰바위가 깨어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붉은개 역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그때 죽여야 한다고 했잖습니까. 이제 늑대발톱이 전사들을 모아서 우리를 공격할 겁니다!”
누런개가 붉은개를 보며 따지듯 물었고 붉은개는 누런개를 노려봤고 그 차가운 시선 때문에 누런개는 바로 꼬리를 마는 개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족장이다. 걱정할 것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누런개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하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내가 족장이라고 했어.”
붉은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알겠습니다.”
“큰바위도 깨어났으니 이제 놈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겠다.”
“예?”
“내가 계속해서 땅속에서일어서에게 모질게 굴면 놈들이 어떻게 나올까? 큰바위는 깨어난 거지, 튼튼해진 것이 아니다.”
붉은개가 사악한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