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꽤 오래 걸은 것 같은데 내 앞을 막아서는 몬스터들이 없었다.
“얼마나 걸었지?”
-꽤 걸으셨습니다요.
“왜 없지?”
-그러게 말입니다요.
던전인데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신경이 쓰였다. 불안감이 밀려들어 나도 그렇지만 경계를 맡은 배트맨의 눈동자도 번뜩였다.
“꼭 이러다 엄청난 놈이 나타나는데…….”
태풍의 눈에 있는 기분이지만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넓은 공터입니다요. 이런 곳에 이렇게 넓은 공터가 있을 줄 몰랐습니다요.
내 눈에도 보인다.
마치 지하 세계에 온 것 같다.
‘도대체 뭐지?’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무슨 삼류 B급 영화도 아니고…….’
빛이 존재하지 않던 곳이었는데 동굴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넓은 공터가 나오더니 제법 밝아졌다.
그 공터를 지나 또 다른 긴 통로를 빠져나오니 믿을 수 없는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나, 나무입니다요.
내가 본 것을 배트맨도 봤기에 저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 나는 바로 배트맨이 본 것을 터치했다.
-원시고사리
-백악기 시대 고사리.
‘뭐야 이거?’
상상을 넘어서는 것들은 보통 위험일 수밖에 없다. 이 순간 내 앞에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게 하니까.
마치 쥬라기 공원에라도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쿵!
그때 지축이 울렸다.
‘태풍의 눈을 빠져나온 건가?’
그럼 이제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게 될 것 같다.
-족, 족장님!
그때 배트맨이 두려운 듯 떨리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왜?’
-도, 도망쳐야 합니다요.
지금 배트맨은 마치 원시시대에 가까운 대자연의 하늘을 날고 있다. 그래서 나보다 더 많은 시야를 확보한 상태다.
-괴, 괴물입니다요. 괴물!
쿵!
지축을 울릴 정도이기에 괴물의 크기일 거라는 생각은 이미 했다. 그런데 배트맨이 저렇게 겁을 집어먹었다는 것이 살짝 신경이 쓰였다.
크아아악!
그리고 지축을 울린 놈의 실체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젠장…….”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티라노사우루스
-종족 : 살아남은 공룡.
-생명력 : 170,000/170,000
-공격력 : 25,000.
-방어력 : 5,000.
-일부 현생인류에게 용이라고 불림.
놈을 보고 떠오르는 것은 악어머리 족장이다. 그리고 용의 뼈로 만든 검의 재료가 저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시 말해 악어머리 족장은 공룡의 뼈를 물려받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악어머리부족의 영역 어딘 가에도 이와 비슷한 던전이 존재한다는 소리다. 그게 아니라면 뼈가 화석이 되어 딱딱하게 굳은 것을 무기로 쓴 것인데, 그래도 강도가 지금보다 약했을 것이다.
그냥 봐도 광폭하고,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가졌지만, 저 티라노사우루스는 검의 재료를 품고 있다.
“저것만 죽여서 뼈를 얻으면…….”
강력한 무기를 하늘 부족이 보유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거 혼자 잡을 수 있을까?”
-절대 못 잡습니다요. 도망쳐야 합니다요.
“그래, 혼자는 못 잡지.”
하지만 든든한 지원군이 내게는 있다.
크아악!
티라노사우루스가 나를 찾아냈는지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 놈은 내가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졌다고 생각을 했는지 바로 공격을 하지 않고 입맛을 다셨다.
“또 마셔야겠군.”
나는 바로 체력 회복제를 하나 뜯어 들이켰다.
“크읏, 진짜 못 먹을 맛이다.”
정말 이 비린 맞은 적응이 안 된다. 나는 입을 닦고 바로 외쳤다.
“악령출격-!”
내 외침에 악령의 깃든 방패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사람의 형체로 변했다. 이내 치우가 내 앞에 섰다.
-주인! 또 무엇을 베어주면 되는 건가?
하여튼 나타날 때마다 말투가 거만하다.
-이번에는 진정 달빛을 베었으면 하는데!
크아아악!
그때 티라노사우루스가 치우의 출현을 보고 거칠게 울부짖었다. 치우도 생존 본능이 있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저, 저건가?
한없이 거만한 치우가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보니 치우도 좀 겁을 먹은 것 같다. 나는 천부의 검을 고쳐 잡았다.
-쉽게 베어지지는 않겠군.
치우 역시 거대한 납으로 된 몽둥이를 뽑아들었다.
“저것만 잡으면 치우 너의 무기도 바뀔 거야.”
-잡아야 그렇게 되겠지.
치우가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매섭게 티라노사우루스를 노려봤다.
“너 겁먹었지?”
-달빛을 베는 나다. 절대 겁먹지 않는다.
“그럼 혼자서도 가능하겠네. 공격해.”
-혼자서?
“너 불러내느라 내가 지쳤거든, 체력을 회복하면 돕든지 할게.”
치우를 보며 씩 웃었다.
-더 쉬운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나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방법도 여차하면 써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달빛을 벨 수 있다며 베어 봐라.”
-으음. 못 벨 것은 없지.
치우가 나를 한 번 째려보고 티라노사우루스에게 힘차게 달려들었다.
-이야야얍!
힘껏 도약한 치우가 몽둥이를 힘껏 티라노사우루스의 대가리를 향해 휘둘렀다.
퍼어억!
크아아악!
티라노사우루스의 거친 비명이 울렸다.
‘첫 공격에 생명력이 500 정도 떨어졌네.’
나는 지금 치우의 싸움을 살피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티라노사우루스의 공격 패턴을 살피고 있다.
휘이익! 퍼어억!
순간 티라노사우루스가 힘차게 대가리를 이용해 치우에게 충격 공격을 감행했고 치우는 그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크윽! 대가리가 커서 피하기도 쉽지 않군.
바닥에 떨어진 치우가 인상을 쓰며 일어났다.
‘생명력이 10퍼센트 하락했군.’
정말 티라노사우루스의 공격력은 엄청났다. 둘이서도 쉽게 잡을 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외쳤다.
“타임 브레이크-!”
히든 스킬인 타임브레이크 스킬을 발동시켰다. 동시에 몸 안의 피가 빠져나가며 극심한 현기증이 찾아왔다. 그 순간 티라노사우루스는 돌처럼 굳어졌다.
“두드려! 시간 없다.”
체력 회복제를 마실 틈도 없이 나는 천부의 검을 뽑아들고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달려들었고 치우도 가세했다.
서걱! 쾅쾅! 쾅쾅!
-저도 돕겠습니다요.
배트맨까지 돕겠다고 형편없는 발톱과 이빨을 이용해 티라노사우루스를 물고 할퀴고 난리가 났다.
-110,000/170,000
놈의 생명력이 1/3 정도 하락했고 나는 놈의 시야부터 차단해야겠다는 생각에 힘껏 놈의 대가리로 뛰어올라 놈의 눈깔에 천부의 검을 쑤셔 박았다.
-타임 브레이크 종료 5초 전.
“뒤로 물러나라.”
내 말에 치우와 배트맨이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5, 4, 3, 2, 1.
-타임 브레이크 종료!
“크아아악!”
타임브레이크가 종료되면서 멈췄던 티라노사우루스가 고통에 겨운 듯 발광을 시작했지만 이미 두 눈을 잃었기에 우리를 식별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요동을 쳤다.
쿠우웅! 쾅쾅!
옆에 있는 거대한 나무들을 후려쳤지만 우린 이미 뒤로 물러난 상태다.
“이제는 생명력만 떨어트리면 된다.”
-그건 어렵지 않다. 주인!
그와 동시에 치우가 달려나갔고 마치 바람처럼 티라노사우루스의 공격을 피해 놈의 생명력을 하락시켰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기에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3시간 정도 함께 베고 또 두드려서 끝내 티라노사우루스를 쓰러뜨렸다.
레벨 업을 알리는 메시지가 줄기차게 울렸다.
‘이제 내 레벨이 350이다.’
물론 아직도 레드와는 꽤 차이가 날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더 많은 공룡을 헌팅한다면 내 레벨은 쉽사리 올라갈 것 같다.
-죽였다. 하하하! 역시 내가 못 벨 것은 없다.
치우의 거만함은 천성인 것 같다.
“휴우, 끝났군. 그럼 해체 작업에 돌입해 볼까.”
-해체?
“용의 뼈를 확보해야지.”
그것만 확보하면 내 전사들은 최강이 되고 내가 비록 레벨이 더 낮아도 레드와 그의 전사들을 끝장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정복이다.’
레드만 끝내 버릴 수 있다면 내 앞을 막을 놈은 없다. 그때가 되면 여유를 가지고 레벨 1,000을 찍고 망할 놈의 신을 부름을 기다리면 될 것이다.
-그럼 이제 나는 돌아가도 되는 건가?
치우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아니지. 누구 마음대로, 가서 넝쿨이나 주워 와라.”
-넝, 넝쿨?
“어서~.”
-크응…….
치우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마지못해 한다는 표정으로 움직였다. 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해체 작업에 돌입해 2시간 이상을 몰두하다가 겨우 허리를 폈다.
“진짜 개 많네.”
최소한 200명 이상은 무장시킬 수 있는 재료를 확보한 것 같다.
“좋았어, 하하하!”
정말 모처럼 호탕하게 웃었다.
“아, 이 던전…… 여기도 어비스 아닌가?”
배트맨이 발견한 헬 필드는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게이트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쩔 건가? 다른 놈을 찾을 건가?
“이미 찾고 있다.”
눈치 빠른 배트맨이 다음 헌팅 목표를 찾기 위해 창공을 날고 있었다.
-또 옵니다요. 이번에는 좀 작습니다요.
작아도 공룡이다. 그럼 내게는 꽤 많은 전투 경험치를 줄 놈들이다. 다시 한 번 천부의 검을 고쳐 잡았다.
“준비해. 온다!”
-알았다.
치우도 티라노사우루스의 뼈 중 하나를 뽑아들고 섰다.
“피 냄새를 맡고 오는 놈들이니 육식 공룡이겠지.”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 * *
큰눈의 움막 앞.
뚜따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입술이달다를 호위하듯 움막을 지키고 있었다. 뚜따는 매서운 눈으로 떠올리며 움막을 노려봤다.
‘내가 엄청난 주술에 걸렸다고…….’
뚜따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자신을 테이밍한 땅속에서일어서의 얼굴을 떠올렸다.
‘더 강해질 수 있다.’
놀랍게도 땅속에서일어서가 테이밍한 모든 존재와 다르게 뚜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면 더 많은 전투 경험치를 확보한다는 것을 알고 인간사냥을 나갈 때가 되면 그 어떤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보다 더욱 난폭해졌다. 뚜따는 이제 사람 잡아먹는 악어라고 불렸다.
‘내가 진짜 주술에 걸린 건가?’
떠올리지 않으려고 할 때마다 입술이달다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더 강해진다면…….”
뚜따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예?”
뚜따의 부하가 뚜따의 혼잣말을 듣고 되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넌 레벨이 얼마나 됐지?”
“저는 50입니다.”
부하의 말에 뚜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벌써 350대인데…….’
놀라운 것은 뚜따의 레벨이 어느 순간 땅속에서일어서를 넘어서고 있다는 거였다.
땅속에서일어서는 살인을 극도로 자제했지만 뚜따는 살인마처럼 변해 살인을 즐겼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얻어지는 전투 경험치를 탐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명성 수치는 하락하고 레벨은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물으십니까?”
뚜따의 부하가 뚜따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