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내가 물어보면 안 되나?”
“아닙니다.”
“경계나 잘 서라.”
“…….예.”
묘한 눈으로 뚜따를 바라보는 어린 전사들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뚜따도 느끼고 있었다.
‘명성수치 때문이겠지.’
어느 순간 뚜따도 자신의 성장 시스템에 대해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왜 들어가시는 겁니까?”
뚜따가 입술이달다가 있는 움막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부하가 물었다.
“몰라도 된다. 큰눈이 오는 지나 잘 살펴.”
“예, 그러죠.”
뚜따의 부하가 내키지 않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저 새끼를 그냥, 아니 저놈을 죽이면 얼마나 레벨 업을 더 할까?’
그는 점점 악에 물들고 있었다. 뚜따가 눈치를 보며 입술이달다의 움막으로 들어가자 입술이달다는 묘한 눈빛으로 뚜따를 봤다.
“이제 결심이 섰나?”
입술이달다의 말을 듣고 뚜따는 겁도 없이 입술이달다에게 바짝 다가와 앉았다.
“내가 주술에 걸려 있다는 소리가 뭐지?”
“알면서 왜 묻지? 너는 주인이 있는 존재가 아닌가?”
그 말에 뚜따가 인상을 찡그리며 땅속에서일어서를 떠올렸다. 뚜따는 테이밍을 당했지만 인간처럼 생각했다.
자신에게 걸린 땅속에서일어서의 주술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풀어줄 수 있나?”
뚜따의 말에 입술이달다가 묘한 미소를 보였다.
“그럼 나와 손을 잡을까?”
“네가 내 여자가 된다면…….”
“어렵지 않지, 조만간 악어머리 부족의 혈족들이 서로를 죽고 죽인다. 그 후에 네가 큰눈을 죽인다면 네가 족장이다.”
“먼저 주술이 풀려야 해. 그렇지 않고서는 나는…….”
“너를 옭아맨 존재가 누구지?”
입술이달다의 물음에 뚜따는 답하지 못하고 인상만 찡그렸다.
“아직은 그것도 말하지 못하지.”
“으음…….”
“내가 네가 걸린 주술을 풀어주지.”
입술이달다가 들고 있던 소라방울을 흔들기 시작했다.
딸그락! 딸그락!
“깊은 바다 밑의 힘이시여, 엄청난 주술에 걸려 있는 자의 주술을 풀어주소서. 으으으으!”
그 순간 입술이달다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검은자위가 사라지고 흰자위만 남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사방으로 뻗어졌고 소라껍데기 방울이 요란하게 흔들리며 빛을 뿜어냈다.
“으으윽!”
그 순간 뚜따는 온몸에 밀려드는 처참한 고통 때문에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고통을 참아내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참아내야지, 그래야 온전한 네가 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소라껍데기방울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강렬한 빛이 소라껍데기방울에서 뚜따에게로 뿜어졌다.
“으으윽, 그, 그만, 그마아아안…….”
마치 사지가 비틀리는 것처럼 뚜따의 몸이 비틀리기 시작했고 엄청난 고통이 뚜따에게 파고들었다.
-테이밍 해제!
-성장시스템 재발동.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 이건…….’
뚜따는 자신에게 밀려드는 처참한 고통이 사라지는 그 순간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을 보고 경악했다. 사나운 눈빛으로 자신에게 일어난 이 모든 일이 입술이달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죽이겠다는 듯 그녀의 목을 힘껏 움켜쥐었다.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커, 컥…….”
입술이달다는 고통에 겨워 파르르 떨었다. 조금이라도 뚜따가 더 손아귀에 힘을 준다면 그 상태로 죽을 수도 있었다.
뚜따는 흐릿해지는 입술이달다의 눈빛을 보며 움켜준 목을 잡은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어, 어떻게…….”
“모,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됐으니까.”
“내, 내가 다시…….”
“다시 강해지면 된다. 강해지는 방법은 알잖아. 눈앞에 뭔가가 보이겠지?”
입술이달다의 말에 뚜따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뚜따
종족 : 헌터(현생인류)
직업 : 깊은 어둠의 전사.
특성 : 파괴하는 자.
레벨 : 1
생명력 : 200
근력 : 10
민첩 : 10
마력 : 10
지혜 : 100
명성 : 1(+10)
공격력 : 10(+500)
방어력 : 45
뚜따의 눈앞에 뜬 것은 새롭게 변한 자신의 홀로그램 창이었다.
“내, 내가…….”
“온전히 네가 된 것이지.”
“하지만 내 레벨이…….”
“레벨?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강해지면 되잖아. 어떻게 하면 강해지는지 잘 알잖아.”
입술이달다의 말에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뚜따였다.
“알지. 알고말고…….”
뚜따의 눈빛이 사악하게 변했다. 땅속에서일어서의 펫이 아닌, 진정한 뚜따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헌터를 죽이면 강해지지!”
“주술에 걸린 존재들을 헌터라고 부르는 모양이군. 밖에 많이 있지 않나? 호호호!”
입술이달다의 말에 뚜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큰눈에게서 받은 용의 뼈로 만든 검을 들고 일어섰다.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이 누구냐고 물었지?”
눈빛부터 달라진 뚜따였다.
“그랬었나? 후후.”
“땅속에서일어서다.”
“강한 자겠지?”
“아주 강하지. 많은 부하가 있고.”
자신도 땅속에서일어서의 부하 중 하나였다는 생각에, 자신을 속박에 빠트린 땅속에서일어서에게 분노가 솟았다.
“호호, 너는 외톨이라고 생각을 하나?”
“그래. 나는 혼자다. 밖에 있는 것들을 죽이고 나면 말이지…….”
놀랍게도 뚜따는 다른 어린 전사들을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땅속에서일어서에 대한 완벽한 배신이었다.
“바다 끝 그 밑바닥 아래에는 나의 부름을 기다리는 전사들이 많다.”
“뭐라고?”
“강해지세요. 그래야 내게 더 많은 죽음을 선사할 것 아닙니까.”
“도, 도대체 무슨 소리야?”
“살짝 보여드릴까?”
입술이달다가 묘한 눈빛으로 뚜따를 봤다. 그 순간 입술이달다의 눈동자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 빛은 뚜따의 눈동자로 옮는 순간 뚜따는 지금까지 자신의 검과 큰눈의 돌도끼에 죽어간 수많은 사람의 영혼이 절규하는 모습을 보았다.
“도, 도대체, 도대체 너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저 깊은 바다 밑바닥의 어둠이지. 더 많은 죽음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 네게 힘이 되어줄 어둠의 전사들을 끄집어낼 수 있다.”
입술이달다의 말에 뚜따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너, 너 같은 존재가 얼마나 더 있지?”
“얼음 깊숙한 곳에 하나 정도는 더 있는 것이 느껴지네. 후훗.”
* * *
체감상 두어 시간 정도의 전투가 이어졌다. 전투가 끝날 때까지 도저히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물량이 쏟아졌었다.
수십, 아니 수백 마리의 육식 공룡들처럼 보이는 몬스터들과의 전투가 이어지면서 치우와 내 몸에는 상처가 났고, 뒤로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여기가 헬 필드 던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광활한 평지는 헬 필드 던전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사냥을 통해 나는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빠르게 레벨 업을 했다.
‘힘들어 죽겠지만…….’
드디어 내 레벨이 400을 찍었다. 그만큼 많이 죽였다는 의미다.
‘검을 들 힘조차 없다.’
어쩔 수 없이 체력 회복제를 또 하나 마셔야 했고 그와 동시에 몸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힘이 끓어 올랐다.
“이제 전진이다. 전진!”
-알겠소, 주인!
내 외침에 치우도 소리를 쳤다. 내가 강해지는 것만큼 치우는 공룡들을 죽이며 약해지고 있었다.
‘저렇게 악의 수치가 하락하면…….’
치우는 끝내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전히 치우는 압도적으로 강했다.
학살이 끝난 지금, 주변에는 처참한 모양을 한 사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상하네. 왜 여기에 이런 놈들이 있지?’
나는 이 시대를 빠삭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최초의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등장했을 시기에는 공룡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걸까…….’
영장류가 있었다 해도 고작 나무 위에서 포식자를 피해 살아가던 시대다. 절대 인류와 공룡은 살아가는 시기가 겹치지 않는데 겹쳐버렸다.
‘저놈들은 안쪽에서 튀어나왔다. 이놈들의 수를 보면 넓은 공간이 있는 게 틀림없어.’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렸다. 지금을 내가 아는 원시시대라고 정의했었지만, 다시 그 망할 놈의 신이 만들어낸 두 번째 어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뭘 그렇게 고민하나? 적은 더 이상 없다.
치우가 한동안 죽은 공룡의 사체들을 보며 고민에 빠진 내게 물었다.
“이 세상이 과연 진짜일까?”
-그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주인은 숨을 쉬고 있다. 그리고 나는 주인을 막아서는 것을 베고 있다. 그것이 진실이다. 피와 땀이 흐르는 전투를 겪었지 않나? 주인과 나는 진실이다.
정말 다른 것은 몰라도 말투 하나는 겉멋만 든 것 같다.
“흐음, 그런가?”
-고민은 쓸데없는 것이다. 그 끝에 가서는 결국 미치게 마련이지. 주인은 미치고 싶나?
“아니.”
-그렇다면 된 거 아닌가? 불필요한 걱정은 그만해라. 그보다 안으로 들어가서 남아 있는 놈들을 도륙하며 피의 향연을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붉은 안광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사체에서 뼈들을 추려내면 될 것 같다.
“아니, 지금은 들어가지 않아.”
-그럼 뭐 하나? 이제는 쉬면 되나?
“아니.”
-쉬지도 말고 싸우지도 않을 거면 뭘 하란 말인가?
치우는 내가 자꾸 아니라고 말하니 짜증을 냈다.
“저놈들의 시체에서 살을 발라내라.”
-살을 바르라고? 고기가 필요한가?
“고기가 아니라 뼈가 필요하지.”
나는 이미 현란한 난도질이라는 발골 스킬을 12성까지 완성했다. 그러니 무기로 쓸 재료를 발라내면서 땀을 뺄 필요는 없었다.
내가 할 필요 없는 일은 이제 안 할 생각이다. 내 몸은 하나고, 지시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하나하나 일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도통 이유를 모르겠군.
“저것들을 용이라고 부르는데, 내가 쓰고 있는 이 검의 재료다.”
그제야 내 말에 치우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흐음, 저렇게나 많으니 나도 하나 만들어줄 건가?
“물론이다.”
-좋다. 놈들의 뼈를 싹싹 긁어오지.
치우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큼성큼 사체들을 향해 걸어갔다. 납 몽둥이로 후려쳐 시체의 다리를 꺾어내더니 뼈를 깨뜨려 금방 뾰족하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바로 난도질을 시작했다.
“그럼 나는 주위를 한번 둘러볼까?”
나는 바로 동굴 끝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쥐처럼 생긴 아주 작은 포유류들이 그늘 뒤에 숨어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과연 동굴 밖은 어떤 곳일까?”
다다닥! 다다닥!
나는 주변을 살피며 정신없이 뛰었다. 그 끝에서 환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한층 더 속도를 올려 동굴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