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조심히 내려가라, 중요한 타이밍이다. 쪽팔리지 않게.”
까아악!
펄럭! 펄럭!
공군들이 날갯짓하며 착륙을 시도했고, 그래도 제법 안정적으로 3미터 높이까지 내려갔다.
‘드디어 약을 팔 시간이군.’
이미 내가 하늘에서 하강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넋이 나간 상태다.
“멈춰!”
땅에서 쇼하는 것보다 약간이나마 땅에서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 쇼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을 것이다.
까아악!
날개틀이 멈췄다.
“보았느냐!”
내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하늘 부족 사람들에게 소리치자 모두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봤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늘 부족이다!”
“우우우! 우우우!”
엎드린 사람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광신도처럼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계속 내게 절을 했다.
“저희도 엎드려야 해요.”
그때 늑대발톱에게 속삭이는 빛의 목소리가 들렸고 아마도 빛은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아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늑대발톱과 빛이 주변을 살피고는 옆에 있는 사람들처럼 땅에 엎드리더니 머리를 조아리며 내게 경배를 하듯 연거푸 절을 했다.
주술사 할머니와 제비꽃, 연꽃 역시 수레에서 내려와서 바닥에 엎드려 내게 절을 했다.
“족장님은 하늘님이다!”
“아니, 하늘님이 족장님이시다!”
이번에 하늘 부족이 된 사람들은 흥분한 것 같다. 자신들이 하늘 부족이 된 것에 대해 감격하는 눈빛을 보였다.
“하늘이 우리를 선택했다!”
-인류 최초로 선민사상을 도입했습니다. 그에 따른 보상으로 명성 수치가 1,00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명성 수치가 1,000포인트!’
놀라운 순간이다. 아니, 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비한다면 보상으로 받은 명성 수치가 적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하늘님이 우리 족장님이시다!”
늑대발톱이 다시 한 번 의도적으로 소리쳤다.
“하늘이 우리를 선택했기에 우리 하늘 부족은 그 어떤 부족보다 커질 것이다! 하늘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너희들에게 보내 주신 것이다!”
“하늘님!”
“흑흑흑! 하늘님, 만세!”
개중에는 감격에 겨워 울며 절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바로 악어머리 부락으로 가야겠네.’
그렇게 한다면 악어머리 부락에서도 여기와 똑같은 상황이 만들어질 것 같다.
“천천히 착륙해!”
까아악!
공군 우두머리가 힘차게 한 번 울었고, 이제는 사람들은 까마귀까지 우러러보기 시작했다.
‘이것 참, 까마귀가 하늘의 사자처럼 보이겠어.’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그대로 상상하니까.
“하, 하늘님 족장님과 함께 온 까마귀의 다리가 3개다.”
그때 씨족 출신 남자 하나가 소리쳤다.
‘어? 이건 또 뭔 소리래?’
나는 곁눈질로 날개를 퍼덕이는 까마귀들을 올려다봤다.
‘아하, 발에 묶인 밧줄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서 저 밧줄이 다리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삼족오?’
내 머리에 단어 하나가 떠올랐고, 그 생각에 나 역시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하늘 부족에서는 저 까마귀들을 신성시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끼끼! 끼끼!
그때 수백 마리가 넘는 원숭이들이 하늘에 떠 있는 나를 보더니 지랄 발광을 하듯 소리를 지르며 땅과 가슴을 두드리더니 마구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개틀에 있는 나를 보고 손오공 역시 반갑게 요란을 떨고 있었다.
‘쟤들은 아무리 무거워도…….’
내 펫인 손오공을 비롯해 놈들의 몸무게가 아무리 많이 나가 봐야 9~10킬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저들이 바로 날개틀의 투척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조종사 하나에 전투 원숭이 셋이면 충분하다.’
추진체인 공군들의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적재중량은 더욱더 늘어날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20~30킬로그램은 더 늘어날 것이고, 그것은 1킬로그램짜리 원시 수류탄이나 소형 화염병을 더 적재할 수 있었다.
* * *
쇼 타임은 내가 의도한 것을 완벽하게 이루고 끝이 났다.
저들의 눈빛이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선민사상이 이런 효과가 있군.’
나쁠 것은 없다. 그리고 나는 쇼 타임이 끝났기에 모두 쉬라고 말했다.
“저, 저기, 족장님!”
그때, 연꽃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연꽃은 떨리는 목소리처럼 몸까지 살짝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는 할머니의 눈빛은 나에 대한 믿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놀랐지?”
“……예.”
연꽃의 말투와 눈빛까지 변해 있었다.
‘이런 부작용이 있었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 내게 가진 경외심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내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쉬라고 했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나를 우러러보며 존경스럽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똥도 숨어서 싸야겠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내 백성들이 눈동자를 돌려 나를 우러러본다. 이러다가는 사소한 걸 하더라도 나를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나중에 다 설명해 줄게.”
“알겠사옵니다.”
연꽃이 내게 극존칭을 써서 말했다.
“평상시대로 해.”
“제, 제가 어떻게 하늘에서 내려오신…….”
“하늘에서 내려온 네 짝이잖아.”
그제야 연꽃이 딱딱하게 굳은 몸을 풀고 미소를 보였다.
끼끼! 끼끼!
그때 눈치를 보고 있던 손오공이 소리를 내며 내게로 빠르게 달려와 내 어깨에 올라앉았다.
“잘하고 있었지?”
“끼끼!”
손오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오공의 부하 중 일부를 선발대의 역할을 시키고, 나머지는 갑자기 적이 나타날 것을 대비하였다. 박쥐들은 하늘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물론 원숭이들은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앙증맞은 과일바구니를 매고 이동하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고, 백지장도 맞들면 나은 법이니까.
끼끼! 끼끼!
손오공은 보란 듯 나를 올려다보며 울었다.
칭찬이 듣고 싶은 모양이다. 그럼 칭찬해 주면 된다. 칭찬에는 돈이 들지 않으니까.
“잘하고 있네.”
내가 손오공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손오공은 장난스럽게 땅바닥에 나뒹굴며 내 손길을 즐겼다.
하늘 부족은 원숭이 한 마리까지도 자기 몫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엄청난 생각을 해 내셨네요.”
그때 빛이 다가와 내게 물었다. 아마 이곳에 있는 사람 중에 유일하게 빛만이 내가 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알 것이다.
“쇼 타임이 제대로 흥행을 했네.”
그리고 나는 빛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를 써서 말해줬다.
“알겠어요. 원하시는 것을 이끌어 내셨네요.”
“그러게, 효과가 아주 좋네. 그래서 바로 가 봐야겠어.”
“예?”
“이빨한테 가야겠어, 악어머리 부락에 가서 2부를 해야겠어.”
나와 빛의 대화를 듣고 있는 내 혈족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바로 가신다고요?”
“그래, 이제는 이것 때문에 이동 중에 종종 올 거야.”
“그러고 보니 이동속도가 아주 빠른 것 같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공격력은 더 대단할 거야.”
내 말에 빛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화살을 쏴도 하늘 끝까지는 쏠 수 없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고 검은얼굴들은…….”
빛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내게 물었다.
“물론 찾았지, 아마 지금쯤 미치고 팔짝 뛰고 있을 거야. 하하하!”
신흥 공군들이 계속해서 약탈을 이어가고 있으니까.
“예?”
“하여튼 그런 것이 있어. 그럼 나중에 또 보자고.”
“어? 족장님, 어디 가시게요?”
연꽃이 내게 물었다.
“2부가 있거든.”
연꽃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되물었다.
“그건 나중에 설명해 줄게.”
“다녀오세요.”
나는 연꽃과 빛에게 웃어 보이며 다시 날개틀에 올라탔다.
“상승!”
내 명령에 추진체 공군들이 날개를 펴고 퍼덕이기 시작했고, 날개틀이 다시 빠른 속도로 하늘 위로 올라갔다.
“하늘님이신 족장님께서 다시 하늘로 오르신다!”
내 모습을 보고 있던 백성들이 소리쳤다. 그리고 다시 엎드려 절하기 시작했다.
“족장님께서 다리 3개인 까마귀를 타고 하늘로 오르신다!”
저들을 내려다보자 자연스럽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땅 아래에는 내 혈족들이 나보고 무사히 다녀오라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효과 정말 좋군.’
그저 웃을 뿐이다.
* * *
검은얼굴의 본거지 앞에 있는 옥수수 밭에는 지속적으로 날아드는 까마귀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또, 또 나타났습니다! 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활을 든 여전사가 전사 조장에게 소리쳤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처음 옥수수를 강탈당했을 때는 상부에 보고하지 말고 까마귀를 잡아 고기나 구워 먹자고 여유를 부렸던 전사 조장도 어느 순간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까아악! 까아악!
신흥 공군인 까마귀들은 요란하게 울부짖으며 옥수수자루를 향해 날아들었고, 노예들은 까마귀를 쫓느라 정신이 없었다.
“계속 이러면 표가 날 겁니다.”
“으음…….”
“조장님, 지금이라도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화살이나 쏴. 저 망할 새대가리들을 다 죽이란 말이다!”
여전사들은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는 급히 고개를 숙이고 까마귀들을 향해 뛰어나갔다.
“쏴라-!”
어느 순간 빼앗으려는 것과 뺏기지 않으려는 자의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슈슈슈!
신흥 공군들을 향해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았다.
하지만 신흥 공군들은 처음과 다르게 공중제비를 돌듯 유유히 날아드는 화살을 피했다.
까아악!
화살로는 자신들을 쫓아낼 수 없다고 조롱하듯 크게 한 번 울고 땅속에서일어서의 명령을 수행했다.
“젠장!”
“왜 안 맞는 거야?”
“저, 저것들이 재주까지 부립니다!”
“까마귀가 영리한 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쯔쯔쯔!”
전사조장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어떻게든 쏴서 다 죽여! 이 멍청한 놈들아, 넋을 놓고 보고 있지 말고 쫓으란 말이야.”
철썩!
“으악!”
“어서 움직여! 또 저것들에게 옥수수를 빼앗기면 오늘 밤 네놈들 밥은 없다!”
밥을 굶기겠다는 전사의 말에 노예들은 겁을 집어먹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까마귀를 쫓느라 정신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쫓아라, 죽여라!”
“워이~ 워이-!”
“더 크게 소리를 지르란 말이야.”
철썩!
“으악!”
아무리 화살을 쏘아도 까마귀들이 떨어지지 않자 여전사들은 괜히 노예들에게 거친 채찍질을 가했다.
그것은 누가 봐도 분풀이가 분명했다.
“아무래도…….”
전사 조장은 옥수수 밭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까마귀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보고하러 가야겠다.”
“저희는 그동안 어떻게든 쫓아보겠습니다.”
“지금이 처음이다.”
“예?”
“지금 처음 저 망할 것들이 날아들었다고.”
어떻게든 지금까지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사 조장이었다. 여전사들도 여왕을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 물론입니다.”
“어서 쫓아내라. 벌써 하루치 식량이 강탈당한 것 같다.”
이제야 전사 조장은 강탈을 당했다는 말을 사용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