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34
334화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늑대발톱이 내게 말했다. 아르메의 절벽 고을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고 우린 팽창하는 광역필드에 대항하기 위한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오늘 레드와 합류할 출정 준비를 끝낸 상태다.
100대의 날개틀에 실린 화염병들.
그리고 500대의 전차.
전차에도 원시 수류탄과 화염병을 실었고 궁수들이 탔다. 물론 궁수들은 아르메의 절벽 고을에서 보충했다.
‘역사시대가 아니니…….’
역사에 기록될만한 순간이지만 기록해줄 사람이 아직 없다.
“잘 지켜주십시오.”
“예, 폐하!”
나는 늑대발톱에게 내 왕국의 임시 수도성의 수비를 맡겼다. 그리고 떠나려고 한다.
“여와와 아이를 데리고 가시면…….”
늑대발톱이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서로를 믿어야 할 때 같습니다.”
“여와를 돌려준다고 왕비님을 돌려줄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와 레드의 관계를 인질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이제부터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테니까.
“몸조심하셔야 합니다.”
나는 늑대발톱에게 말하고 사초를 봤다.
“사초. 만들어지는 그대로 반은 이곳에 남기고 또 반은 용성으로 보내라.”
“예, 알겠나이다.”
“날개틀 20대를 이용해서 최대한 많이 빠르게 보내야 한다.”
“예, 알겠나이다.”
100대의 날개틀은 공격선, 20대의 날개틀을 수송선으로 쓸 생각이다.
“이제 출전이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팽창하는 광역필드를 클리어하기 위해 용성에 있는 레드와 합류할 때다.
“출정이다. 성문을 열어라!”
그때 가만히 있던 거산이 소리쳤다. 그리고 이 순간 할머니와 제비꽃이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셨지만, 저번처럼 조심하라는 말씀을 하시지는 않았다.
“폐하께서 출정하신다!”
다시 한 번 거산이 소리쳤고 나는 백색 늑대에 올라탔다. 내 뒤에는 20여 명의 이달투드워프들이 나를 호위하기 위해서 백색 늑대를 탔다.
“모두 나를 따르라!”
나는 외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내 뒤로 500대의 전차와 전랑대가 따라 달렸고 하늘에서는 100기의 날개틀이 따라 날았다.
‘꼭 클리어한다.’
앞으로 나와 레드에게 무슨 일이 닥칠까?
* * *
늑대발톱과 사초 그리고 단단히가 멀어지는 땅속에서일어서를 바라보았다.
“단단히! 폐하께서 따로 지시하신 것이 있나?”
“예, 바퀴 단 투석기를 더 만들어서 배치하라고 하셨습니다.”
“으음…….”
늑대발톱이 신음을 토해냈다.
“왜 그러십니까?”
사초가 늑대발톱에게 물었다.
“폐하께서도 레드를 완벽히 믿지 못하시는 것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시면서 왜 인질을 데리고 가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게. 그게 다인가?”
“높은 곳에서 화살을 쏠 수 있게 망루라는 것을 세우라고 하셨습니다.”
단단히의 말에 늑대발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구덩이도 길게 파야겠지?”
“예, 그렇습니다. 설인 10명한테 더 많은 나무를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석탄이라는 검은 돌도 최대한 많이 모아서 뭉쳐놓으라고 하셨습니다.”
“만반의 대비를 하시겠다는 거군.”
“예, 그리고…….”
“그리고?”
“아닙니다. 나중에 때가 되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단단히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알겠네, 지시하신 그대로 움직이세.”
단단히는 그렇게 말하고 이제 보이지도 않는 땅속에서일어서를 떠올렸다.
‘얼음이 몰려오면 떠나라고 하셨어.’
단단히가 지그시 입술이 깨물었다. 이곳까지 얼음이 몰려온다는 것은 레드와 땅속에서일어서가 광역필드를 끝내 클리어하지 못하고 죽었다는 의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 *
두두두! 두두두!
전차 500대의 이동속도가 느려서 일주일 만에 용성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용성은 아직 건재해 보였다.
“성문을 열어라. 땅속에서일어서 폐하가 도착하셨다.”
내가 도착한 것을 보고 용벽 위에서 소리쳤고 바로 성문이 열렸다.
“저, 저건 뭐야?”
“야크가 끄는 수레잖아.”
레드의 전사들은 야크가 끄는 수레를 많이 봤지만 일반 수레보다 더 날렵하고 단단한 전차는 처음 봐서 수군거렸다.
“드디어 왔군.”
레드가 성문 앞에서 나를 맞이했다.
“잘 버텨줘서 고맙다.”
“내 가족을 지키는 일이니까.”
레드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너의 혈족들을 데리고 왔다.”
내 말에 레드가 나를 뚫어지게 봤다.
“나를 믿는다는 건가?”
“이제는 믿고 싶다.”
“나 역시.”
레드가 짧게 말하고 자신의 옆에 서 있는 하얀말을 봤다.
“하얀말. 출정 준비는?”
“끝난 상태입니다.”
“우리도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럼 내일 바로 공격하자.”
“그렇게 하지.”
레드가 다시 하얀말에게 지시했다.
“연꽃과 왕검이 내일 돌아갈 것이다.”
“예, 그리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처음에 우린 서로를 의심했기에 인질을 교환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를 믿으려고 교환한 인질을 다시 돌려줄 것이다.
“내일 출정을 위해 오늘 잔치를 벌일 것이다.”
“예, 폐하!”
하얀말이 바로 대답했다.
“잔치 준비를 해라.”
“예, 알겠습니다.”
* * *
달이 떴다.
여전히 춥지만 여기저기 엄청나게 큰 모닥불을 피워놨기에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레드와 마주 보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정말 독하군.”
레드는 옥수수로 만든 소주를 마시며 내게 말했다.
“너무 독해서 물을 탔지.”
“이런 술 한 잔에 목이 따가울 정도로 휴먼은 약하다.”
레드는 잔을 들이키며 내게 말했다.
“휴먼이 된 것이 후회스럽나?”
“축복이지.”
레드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다시 만나 친구가 된 여명과 왕검을 봤다.
“저 아이들에게 따뜻한 봄을 주자.”
“나도 그러고 싶다.”
왕검과 여와는 고기를 서로 먹여주기도 하고 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여와와 연꽃은 자신들의 아이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땅속에서일어서!”
그때 레드가 나를 불렀다.
“왜?”
“우리가 계속 이렇게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
“언젠가는 다시 적이 되겠지.”
강한 존재는 언젠가는 싸울 수밖에 없다.
“저 아이들이 다 자랄 때까지는 싸우지 말았으면 한다.”
“사돈이라도 되자는 건가?”
“내 딸 여명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짝은 네 아들밖에 없을 테니까.”
나도 레드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럼 너는 서쪽으로 나는 동쪽으로 가면 되지.”
나는 레드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처음부터 세계 정복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레드가 자신이 건설해 놓은 용성을 봤다.
“충분하지, 하지만 휴먼은 끝도 없이 욕심을 부리는 존재다.”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만족스럽다.”
“그럼 된 거지.”
나는 술잔에 술을 따라서 레드에게 권했다.
“오늘은 그냥 마시자.”
“그래야지.”
그렇게 나와 레드는 술을 마시며 두 아이가 장난을 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저 아이들에게 봄을 줄 것이다.’
나는 술을 들이켜며 맹세했다.
* * *
통나무 집.
이곳은 광역필드의 핵심인 얼음계곡으로 출전하기 위해 작전을 수립하는 곳이다. 지금 이곳에 내 신하들과 레드의 신하들까지 모두 모였다.
“적이 누군지 밝혀졌다.”
“누군데?”
“안타라고스.”
레드의 말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안타라고스라면…….”
“빙룡이지.”
“너만큼 강한…….”
광역필드의 최종 보스 몬스터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왜 거대한 얼음들이 팽창하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
“어떻게 알았지?”
“나와 손을 잡고 이 세계를 얼려 버리고 귀환하자고 속삭이더군.”
“귀환이라…….”
“달콤한 유혹이 분명했어.”
“그래서?”
“거절했지. 얼음은 곧 물. 나는 불의 특성을 가졌지. 내가 드래곤이었을 때도 별로 달갑지 않았으니까.”
“이곳에 남겠다는 거군.”
“아주 오래 사는 것은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니지. 휴먼에게는 축복처럼 들리지만 드래곤에게는 저주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됐다. 나 역시 젊음을 유지하면서 내 혈족들이 늙어 죽어가는 것을 보며 가슴 아파해야 할 테니까.
“헌터도 비슷해.”
“그렇지.”
신하들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레드가 나를 보며 말했다.
‘레벨 업만 하지 않으면…….’
나와 레드 역시 인간이기에 천천히 늙어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레벨 업을 하고 싶은 욕망을 멈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간이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레드를 힐끗 봤다.
아마도 레드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여튼 땅속에서일어서 네 도움 때문에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레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공격을 해야지.”
여기까지 팽창한 얼음들을 뒤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겠지.”
“그럼 이곳부터 봄을 만들자.”
내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휘리릭! 휘리릭!
서쪽에서 빠르게 동쪽으로 이동해 오고 있는 곤의 군단은 이제 그 전사의 수가 10,000명에 육박했다. 보이는 대로 부족들을 점령하며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제 곤의 전사들은 성난 야수와 다를 바 없었다.
“여기는 좀 이상합니다. 엄청나게 춥습니다.”
곤의 족장 하나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털로 된 가죽옷을 만들어 입으면 된다. 털이 있는 건 뭐든 잡아서 털옷을 만들라고 해라.”
“예, 알겠습니다.”
족장들이 곤에게 대답했다.
“정말 춥군.”
곤이 인상을 찡그렸다.
다다닥! 다다닥!
그때 정찰을 나간 돌멩이로 만든 전사 하나가 곤에게 뛰어왔다.
“곤!”
전사가 곤에게 무릎을 꿇었다.
“부족을 발견했나?”
“이 근방에는 부족이 없습니다.”
“없다?”
“예, 그렇습니다.”
“그럼 동쪽으로 더 멀리 가서 보고 와라. 나는 땅끝까지 갈 것이다. 그리고 내 발아래에 모두 무릎 꿇릴 것이다!”
전사가 대답을 하고 다른 전사들을 이끌고 동쪽으로 뛰어갔다.
지금 곤이 있는 곳은 레드의 용성에서 30일 정도 떨어진 지역이다.
동쪽으로 끝도 없이 진격한다면 곤과 10,000여 명의 전사가 곧 레드의 용성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