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8
38화
“네안데르탈인…….”
그들의 약탈은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다.
결국 할머니가 말한 신탁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었다.
“뭐?”
내 말에 제비꽃이 놀란 듯 되물었다.
‘네안데르탈인들을 모르나?’
교류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 것이 있어요.”
“…….”
그저 부락이 불바다가 되는 모습을 본 제비꽃은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고, 나는 유심히 놈들을 모습을 살폈다.
‘확실해, 놈들은 네안데르탈인이다.’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사, 살려 줘! 뭐든 할게! 으아악!!”
끔찍한 비명이 다시 나와 제비꽃이 있는 쪽까지 울려 퍼졌다.
그리고 펼쳐지는 광경에 흐읍, 내쉬려는 숨을 집어삼켰다.
“암컷들은 묶고, 수컷들은 다 죽여라!”
“모두 죽여라!”
네안데르탈인의 외침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악! 살…… 살려 줘!”
“수컷 새끼의 목은 다 잘라서 가지고 간다!”
“아빠아아아!”
아이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참담한 모습에 몸이 떨렸지만 소리를 죽여 가며 조금씩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도와줄 의리도, 힘도 없다. 저들은 의리도 인정도 모르는 배반자였다.
‘네놈들은 천벌을 받은 거다.’
어떤 면에서는 이건 이이제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 적을 누군가 죽여주면 고마운 거니까.
제비꽃의 반응을 보면 네안데르탈인의 습격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천우신조다.’
우리 가족도 여기 그대로 머물렀다면 저 꼴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들은 분명 나중에 적이 될 놈들이니 정보를 습득해 둔 것도 이득이었다.
‘이 시대는 현생인류만 생존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건가…….’
어쩌면 멸종하기 직전의 네안데르탈인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다행히도 아무도 우리를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럼 이제 돌아가면 될 것 같고 나는 제비꽃을 봤다.
“지금부터는 일어서지 말고 기어서 뒤로 갈 거예요.”
“왜?”
“일어섰다가는 저것들이 우리를 볼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구나, 알았어.”
그렇게 나와 제비꽃은 엎드린 상태에서 2백 미터 가량을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그들의 시야에 완전히 벗어났을 무렵, 달음박질해 대나무 숲 속 동굴로 돌아왔다.
* * *
“땅…… 땅속에서일어서!”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르시고 할머니는 나를 부둥켜안고 우셨다.
“저는 괜찮아요.”
결국 우리 혈족들이 다 이 동굴에 모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늑대발톱이 제비꽃에게 물었다.
“땅속에서일어서가 절 구해 줬어요.”
“흐음, 그럼 내일 놈들이 우릴 찾아 나서겠군.”
“그건 괜찮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비꽃이 늑대발톱에게 말했다.
“꽁꽁 숨어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나는 그 이유를 말하려는 제비꽃의 입을 막기 위해서 그녀의 말을 끊었고, 늑대발톱이 나를 봤다.
“여기에 숨으면…….”
늑대발톱이 동굴 안을 둘러봤다.
“저희도 이 대나무 숲에 이런 동굴이 있었는지도 몰랐잖아요.”
“그렇지. 놈들은 아마 우리가 강 아래로 내려갔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조만간은 들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요.”
당장 걱정을 안겨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들! 너, 이리 와!”
그런데 큰바위의 표정이 험악했다.
“하여튼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다! 거기가 어디라고 어린 네가 간 거야?”
아마 잠에서 깬 할머니가 내가 없는 것을 보고 걱정하신 모양이다. 그리고 큰바위도 잠에서 깨서 걱정했던 것 같고.
‘오늘 좀 맞겠네.’
딱 봐도 큰바위는 나를 때릴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이 담겨 있는 매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무섭지는 않았다.
“땅속에서일어서! 너, 이리 와!”
큰바위가 다시 소리 질렀다.
“……네.”
이미 그의 손에는 대나무 막대기가 들려 있었다. 원시시대 버전 훈육이 시작될 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전 어비스에서 흔히 봐 왔던 것과 별반 다르진 않은 것 같았다.
“밤이다. 너 혼자 돌아다니는 거, 안 된다. 내 아들이 죽으면 나는 슬프다.”
큰바위의 목소리가 먹먹했다. 그리고 큰바위는 한 번 훌쩍이고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들고 있는 대나무 막대기로 내 엉덩이를 때렸다.
“아야!”
살살 때리려는 것을 알겠지만 워낙 완력이 좋아서 그런지, 그게 아니면 회초리가 대나무라서 착착 감겨서 그런지 생각보다 훨씬 아팠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꽉 깨물어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받는 데미지의 10%가 감소합니다.
복수도 했고, 살아남았고, 이렇게 가족의 정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다섯 대는 맞은 것 같다. 물론 사랑의 매라고 느껴지지만 여린 몸이기에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고 큰바위에게 맞고 있는 나를 제비꽃이 가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서 주시겠네.’
아무리 봐도 큰바위를 말릴 사람은 제비꽃 없을 것 같다.
“그만해요! 애를 잡겠어요.”
그때 제비꽃이 고맙게도 큰바위를 말렸다.
“그만하려고 했어! 내 아들을 내가 어떻게 더 때려!”
큰바위의 말에 나를 보고 있던 제비꽃이 찰나지만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할머니가 제비꽃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는 모습도 내 눈에 보였다.
‘……뭐지, 저 행동들은?’
하여튼 늑대발톱과 제비꽃의 눈빛은 묘했다. 저들과 같이 지낸지 며칠 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저 두 사람의 눈빛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 마음대로 다닐 거냐?”
큰바위는 나를 보며 무서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물었다.
“절대 혼자 안다닐게요.”
“또 그러면…….”
“안 그런다니까요. 절대 안 그럴게요.”
최대한 가여운 표정을 지어보였고 내가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네안데르탈인에 관한 이야기는 할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제비꽃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눈치를 줬고, 제비꽃도 알았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다행이다, 다행이야.”
“저 졸려요.”
“그래, 자자. 자야지 쑥쑥 크지.”
드디어 험난했던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제비꽃은 늑대발톱 옆으로 가서 앉아 늑대발톱의 손을 꼭 잡았다.
“……미안해.”
“뭐가요?”
“너를 거기에 혼자 두고 가서…….”
“괜찮아요, 다시 데리러 올 생각이었잖아요?”
“그래도…….”
“그리고 이렇게 다시 만났잖아요. 그런데 이제 우리 어떻게 해요? 여기서 이대로 살 수는 없잖아요. 악어머리 부족으로 가요.”
“아니, 우린 어디로도 가지 않아요. 여기서 살 거예요.”
내 말에 가족들이 모두 놀란 눈이 되어 나를 봤다.
“여기서?”
“네, 최소한 당분간 여기서 살 겁니다.”
명성 수치가 상당히 올랐으니 가족들은 별말 없이 동의할 것이다.
“……그래, 땅속에서일어서는 하늘님이 보낸 아이다. 땅속에서일어서가 한 말은 하늘님이 한 말과 똑같다.”
내 말에 고민하던 가족 중 할머니가 제일 먼저 내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어머니, 이곳은 위험합니다.”
“일단 당분간은 여기서 숨어 지내요. 늑대발톱, 당신도 몸을 추슬러야 하잖아요.”
제비꽃은 이해한 듯 내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녀는 현명한 여자인 것 같지만 내 말에 담긴 진의까지 알아차리진 못한 것 같았다.
“……그렇기는 하지.”
“이제 자요.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고요.”
“그러자꾸나.”
결국 늑대발톱과 큰바위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여기에 있기로 동의했고, 잠자리를 만들고는 하나둘 눕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밤에 깊이 잠들 수 없다.
혹시라도 붉은개 씨족 놈들을 공격한 놈들이 이쪽으로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넉넉하게 챙겼으니까…….’
아마 내 걱정은 기우가 될 것 같다. 우린 아주 오래 이 동굴에서 살 생각이다.
최소한 내가 강해질 때까지. 그게 아니면 캭이 성체가 될 때까지는 이곳에 쥐 죽은 듯이 숨어 지낼 생각이다.
이 동굴이 있는 대나무 숲은 캭의 어미 때문에 위험한 야생동물도 없고, 숲 밖에서, 아니, 숲 안에서 보더라도 동굴을 찾기가 어려워서 우리 같은 작은 집단이 숨어 지내기에는 완벽한 환경이 조성된 곳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방비는 해야지.’
나는 동굴 입구에서 햇볕을 쬐던 캭을 불렀다.
캭!
녀석은 나를 보더니 작은 송곳니를 내보이며 캭 하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대나무 숲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창가에 앉아 잠이 들려는 고양이처럼 나른해 보였다.
“이제부터 네 임무는 듣는 거야.”
캭?
원시인도 임무의 의미를 모르는데 펫이라 해도 사람도 아닌 동물이 단번에 알아듣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나는 손가락으로 캭의 귀를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잘 들으라고.”
캭!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캭에게 나는 예시로 위협적인 소리를 몇 가지 들려주었다.
“이런 소리가 들리면 바로 짖어. 아니, 울어.”
캭은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소리를 냈다.
캭! 캭!
그리고 아양을 떨듯 살짝 돋아난 송곳니 사이로 혀를 내밀어 내 손을 핥았다.
“냄새도 잘 맡고.”
손가락으로 촉촉한 코를 툭툭 치니 살짝 기분이 나빠졌는지 봉제 인형처럼 몰랑한 앞발로 내 손가락을 툭 쳤다.
* * *
“너도 성질이 있다. 이거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새끼라고 해도 캭은 이빨호랑이, 인간인 우리에 비해 수배, 아니, 수십 배는 더 발달한 코로 보초 역으로는 충분하다.
믿음직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캭을 내려다본 나는 동굴 주변에 설치할 발성 장애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내 주먹 정도 굵기의 대나무의 마디를 가로로 반을 잘라 내어 양옆에 구멍을 뚫고 안에 조약돌을 넣었다.
그리고 큰바위의 머리를 칭칭 감고 있던 삼베를 풀어내어 깨끗하게 씻어냈다. 그리고 씻어낸 삼베를 할머니와 제비꽃이 가늘게 잘라 다시 한 번 꼬아서 줄을 만들어서 내게 줬다.
“여기 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그런데 뭘 만들려고 이러니?”
제비꽃이 내게 물었다.
“소리 나는 대나무 통요.”
“그런 걸 왜 만들어?”
난생처음 보는 물건에 제비꽃은 톡톡 건드리거나 흔드는 등 호기심을 표했다.
“누가 오는지 들으려고요.”
“아~ 그렇구나. 정말 너는 하늘님이 보내 준 아이인 모양이다.”
제비꽃이 따뜻한 미소로 나를 보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싫지 않네.’
이게 정인 것 같다.
그렇게 삼베 줄이 만들어지면 그걸 조약돌을 넣은 대나무 통의 양옆에 난 구멍에 통과시키고는 동굴로부터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여기저기 설치했다.
발성 장애물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3성이 됐다.
이전 어비스에서도 손재주 스킬은 이곳저곳에 사용되다 보니 쉽게 숙련도가 오르는 스킬인 만큼 이곳에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 장애물에 뭔가 걸리면 우리는 못 들어도 캭은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나에게 알려 줄 것이다.
만들고 있는 대나무 통만 벌써 50개째였다.
정말 이 대나무 숲은 아낌없이 주는 터전이었다. 단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삼베 줄을 만들 삼베였다.
‘부락에는 있을 텐데…….’
하지만 거기는 가기 싫었다. 어떤 참상이 펼쳐져 있을지 안 봐도 훤하니까. 그리고 언제 놈들이 다시 올지 모른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