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46
46화
거대한 목책이 세워져 있는 대부락이 있다.
이 원시시대에 이 정도 규모의 부락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고, 또 이런 대형 목책이 건설되어 있다는 것도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큰얼굴 전사들이 돌아왔다!”
더 놀라운 것은 목책 위에서 네안데르탈인 무리를 보고 소리친 존재는 현생인류라는 거였다.
그리고 황인종보다는 백인종에 가까웠다.
“문을 열어라! 큰얼굴 전사들이 돌아왔다.”
끼이익, 굳게 닫혀 있던 목책의 문이 열렸다.
이 목책의 규모만 봐도 강가에 사는 황인족보다 몇 배는 더 발전한 부족이 분명해 보였다.
“우리가 하얀 얼굴처럼 생긴 누런 얼굴들을 잡아먹었다는 것은 말하면 안 된다.”
네안데르탈인 전사 무리의 두목이 열린 목책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그런데 이 두목 네안데르탈인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다른 네안데르탈인이 풍기는 기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네안데르탈인의 탈을 쓴 몬스터의 느낌이 났다.
“응.”
“알았다.”
이 거대한 부족에서 식인은 금지된 사항이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 대부분은 식인의 습성이 없었지만 붉은개 부족을 습격한 무리는 이상할 정도로 식인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했다.
“레드 님이 알면 우리는 우리가 들고 있는 머리처럼 된다.”
“알았다.”
레드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나머지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름만 들었는데도 두려워하듯 부르르 떤다는 것은 네안데르탈인들은 레드라는 자에게 본능에 가까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였다.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의 손에는 황인종 아이들의 썩은 머리가 몇 개씩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반쯤 썩은 팔뚝털의 머리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썩어 가는 머리에 비교하듯 여자들은 다 살아 있었다. 기다란 대나무에 달린 줄에 목이 묶여 여기까지 끌려 왔다.
“들어가자. 우리가 입만 싹 닦으면 된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알았다.”
당당하게 열린 문으로 스무 명가량의 네안데르탈인 전사가 목책 안으로 들어섰다.
분명한 것은 붉은개 부족 부락을 습격할 때는 쉰 명이 넘었다는 것이다.
이건 다시 말해 그들은 붉은개 부족 말고도 다른 부족들을 공격했다는 의미였다.
두고 왔는지 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거대한 부락 안에는 종족의 용광로라도 되는 듯 각기 다른 모습의 원시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각각 다른 골격과 외형을 가졌지만 단 하나, 같은 행동을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는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을 보고 인상을 찡그린 것이다. 더 이상한 것은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들 중에서 그들과 같은 네안데르탈인들도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그 두 종류의 네안데르탈인은 눈빛부터 풍기는 분위기까지 사뭇 달랐다. 또한,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은 다른 네안데르탈인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뭘 그렇게 봐!”
퉁명스럽게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의 우두머리가 소리를 치자 그제야 시선들이 다른 쪽으로 돌려졌다.
* * *
아프리카 원주민의 집처럼 생긴 큰 초막으로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이 들어섰다.
초막 안에는 백인 한 명이 그 전사들을 담담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은 백인 앞에 잘라 온 아이들의 목을 내려놓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의 두목만이 남아 백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준수한 외모에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였다.
마치 눈으로 만든 것처럼 하얀 피부는 그의 냉혈한 성격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와 대조적으로 머리카락은 화염처럼 붉었는데, 빛을 받은 그의 머리는 마치 일렁이는 불덩이를 보는 것 같았다.
“즐거웠나?”
“명령하신 그대로 했습니다. 가라고 하신 강가로 가서 누런 얼굴의 새끼들의 목을 다 잘라 왔습니다.”
“와탕카!”
백인남자가 네안데르탈인을 불렀다. 그의 이름이 와탕카인 모양이다.
“네, 네, 레드 님!”
와탕카는 붉은 머릿결의 남자를 족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레드라고 불렀다.
“즐거웠나?”
“예?”
와탕카가 겁먹은 듯 조심스럽게 붉은 기운이 감도는 레드를 올려다봤다.
“누가 나를 똑바로 보라고 했지? 네놈의 기억에 나를 그렇게 똑바로 보고 숨이 붙어 있던 놈들이 있었나?”
“잘, 잘못했습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레드 님!”
와탕카가 레드의 말 한마디에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었다.
“즐거웠냐고 물었다.”
“명령하신 일을 했습니다.”
“네 이빨에 사람의 살점이 보이는구나.”
“으음…… 그, 그것은…….”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한다. 하지만 내 발아래에 엎드리는 것에게 이빨을 보인다면!”
“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네놈은 부활한 것을 후회하면서 네놈의 살로 주린 배를 채우며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살…… 살려 주십시오. 절……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절대!”
“언어 능력이 많이 늘었군.”
“그, 그 모든 것이 레드 님의 은혜이십니다.”
“이번만큼은 이해한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레드 님!”
두려움에 떨던 와탕카가 레드의 앞에서 이마로 땅을 찍으며 연거푸 절을 했다.
“보자…….”
앉아 있던 레드는 마치 와탕카가 없다는 듯이 신경도 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와탕카가 잘라 온 아이들의 머리를 들었다가 놨다. 그것이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없군.”
평온했던 얼굴이 찡그려졌다.
“예?”
“없다.”
“저, 저는 레드 님께서 시키는 그대로 했습니다.”
“없다.”
낮은 어투지만 살기가 감도는 순간이었다.
“살…… 살려 주십시오.”
“네가 잡아 온 암컷들을 직접 봐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끌고 오겠습니다. 바로!”
와탕카는 뒷걸음질을 치며 초막에서 나갔고 레드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잘린 목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꼭 찾아낼 테다…… 꼭!”
순간 레드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이번에는 내가 너에게 발악에 대한 경의를 표해 주겠노라.”
* * *
총 열두 마리.
그중에서 대부분이 우리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일부는 또 우리를 신선한 고기 정도로 여기는 것 같고.
싸움은 언제나 둘 중 하나다.
이기거나 지거나.
그 싸움에 목적을 더하면 죽이거나 죽거나로 변한다.
그리고 그 싸움이 사냥으로 변한다면 사냥꾼이 되거나 사냥감이 된다.
지금 상황은 우리에게 객관적으로는 불리했다.
“등을 보호해야 해요.”
소수의 인원이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의 원칙은 후방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자고?”
“천천히, 조금씩 물러나요. 시선은 저들에게 떼지 말고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발을 끌듯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작전상 후퇴도 다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짐승들하고 싸울 때에는 놈들의 눈빛을 피하면 안 된다. 그리고 짐승들은 인간에 비해 훨씬 더 민감하다. 만약 겁을 먹었다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바로 달려들 것이다.
지금은 일종의 기 싸움이 펼쳐지고 있었다.
놈들은 하이에나.
우리가 약하다고 느껴질 때 거침없이 덤벼든다.
“뒤로? 도망치자는 거야?”
“울타리 쪽으로 물러나서 싸울 겁니다.”
불타 버려서 성한 움막은 없다. 그러니 엉성하지만 울타리를 등지고 싸워야 했다.
크아아아!
하이에나 하나가 우리를 위협했다. 놈들이 바로 덤벼들지 못하는 것은 캭 때문이다.
캬아악!
반격하듯 캭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하이에나에게 보이며 포효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캭의 송곳니는 몹시 서늘하게 보였다.
아프리카 밀림의 약육강식이 현실로 구현되는 순간이다.
절대 강자인 사자도 새끼일 때는 하이에나의 먹잇감이 된다.
강하면 먹고, 약하면 먹히는 것이 바로 생존이다. 그리고 나는 철저하게 생존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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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짐승들은 시체를 뜯어 먹고 배를 불렸는지 생명력 수치가 풀 카운트였다.
놈들도 틈을 노리고 있고, 나는 거리를 가늠하고 있다.
저들 중 최대한 많은 수를 바람총으로 죽여 놓고 싸워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
달려드는 동안 동료가 죽는다면 기선을 제압할 수 있고, 그렇게만 된다면 하이에나들이 물러날 수도 있다.
원래 저렇게 무리 지어 생활하는 습성이 있는 것들은 약한 것에게는 집요하고 강한 존재에게는 바로 꼬리를 내린다.
‘눈깔을 노려야 한다.’
두꺼운 털을 가진 놈들이니, 바람총의 공격력이 대나무 칼이나 돌칼에 비해 높다고 해도 대나무로 만든 침이다 보니 놈들의 두꺼운 가죽을 뚫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노려야 하는 것은 그나마 연약한 곳인 주둥이 부분이나 눈깔이다.
저런 무리는 항상 두목이 있다. 무리 사냥을 하는 놈들이니까.
이 순간 가장 좋은 방법은 두목을 노리는 거다. 짐승이든 사람이든 지휘를 하는 우두머리만 잡는다면 나머지는 지휘 계통에 혼란이 와 오합지졸이 된다.
하지만 나는 누가 저놈들의 두목인지 모르기에 신중해야 했다.
“컹!”
우리가 울타리 쪽으로 다행스럽게 물러났을 때 하이에나 한 마리가 크게 짖었다. 그리고 놈들은 우리의 퇴로를 차단하겠다는 듯이 빠르게 우리를 에워쌌다.
이제는 경쟁자가 아니라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거다.
캬아악!
놀라운 것은 이 순간에도 캭의 눈동자는 번뜩이는 살기로 가득해 보인다는 거다.
야생의 본능이 이 상황에서 발현되는 순간이다. 또 그 야생의 본능 속에는 나를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크아앙!
그 순간 하이에나 하나가 나를 향해 뛰어들었다. 놈들은 아이인 내가 제일 약해 보이는 모양이다.
이것이 하이에나들의 첫 오판이다.
캬아악!
놈들의 의도를 간파한 캭이 내 앞으로 나서며 나를 보호하겠다는 듯 하이에나를 향해 달려 나갔다.
야수와 야수의 대결이다. 만약 캭이 성체였다면 하이에나 따위는 결코 덤벼들 생각을 못 했겠지만 캭은 아직 성체가 아니기에 놈들이 이렇게 겁도 없이 덤벼들고 있다.
‘야수는 아무리 새끼라도 야수지.’
그리고 캭은 다른 이빨호랑이의 새끼와는 다르다. 헌터의 펫이 되면 그 능력치가 레벨에 따라 몇 배는 상승한다.
타타탁! 타타탁!
캭의 몸놀림은 민첩했다.
덩치는 하이에나의 반이지만 전투 감각은 분명 그 이상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것은 몰라도 민첩함은 캭이 우위인 것이 확실해졌다.
직선으로 돌진하던 캭이 뛰어올랐고 그것을 보며 고개를 들어 올린 하이에나의 콧등을 강하게 물어뜯고 등에 올라탔다.
-870/1,300
캭의 공격으로 하이에나의 생명력이 4분의 1이 빠졌다.
그리고 한 번도 내게는 보여 주지 않은 이빨호랑이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하이에나의 등을 찍었다.
매달려서 버티겠다는 거다.
-570/1,300
-565/1,300
-555/1,300
그리고 캭은 본능적으로 놈의 등에 올라탄 상태에서 뒷목을 물었고, 그 순간 하이에나의 피가 캭의 목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한 번도 캭에게 싸우는 방법을 가르친 적이 없었는데도 캭은 야생의 전투 본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크으으윽!
캭에게 물린 하이에나는 비명을 토해 내면서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다른 하이에나는 놀란 듯 캭에게 덤벼들지 못하고 주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