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은 노숙하려는 듯 강가 모래사장에 불을 피우고 사방으로 경계병을 배치한 후 쉬고 있었다.
그리고 악어머리 족장이 중년의 전사와 마주 보고 있었다.
호위하던 젊은 전사는 이미 좀 떨어진 곳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왜 그러셨습니까? 족장님!”
온몸에 상처가 많은 전사가 악어머리 족장에게 물었다.
“뭐가?”
“아까 그 아이에게 칼을 주신 것 말입니다.”
“시기심이라도 생기라고.”
“예?”
“어금니가 많을수록 빨리 죽는다. 나도 죽고, 이빨, 너도 죽는다.”
“그렇죠.”
“내가 죽으면 저 녀석이 족장이다. 그런데 입이 크지 않아.”
악어머리 부족에게 입이란 굉장히 중의적인 단어다.
그리고 이번에 말한 입이라는 단어는 강함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큰눈은 아직 어립니다.”
젊은 전사의 이름이 큰눈이었다. 아마도 악어처럼 눈이 커서 지어진 이름 같다.
“새끼 악어머리는 하나고 어리다. 거기다가 입도 작고 어리석기까지 하다.”
“족장님께 칼을 받은 두 전사가 큰눈의 다리가 되어 줄 겁니다.”
“그럴까?”
“네, 큰눈에 대한 충성심이 강합니다.”
“아니야, 그것도 내가 아직 살아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악어머리 족장의 말에 이빨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같이 살던 붉은개도 늑대발톱을 배신했다. 큰눈은 강해져야 한다. 강해야만 내게 받은 족장의 자리를 지킨다. 요즘 강바닥으로 들어갈 때가 됐는지 생각이 별처럼 많아지고 있다.”
“아직 악어 이빨처럼 강하십니다.”
“말만 들어도 기분 좋구나.”
악어머리 족장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그게 다이십니까?”
“땅속에서일어서가 큰눈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줬으면 해서. 내 손자니까 삼촌인 큰눈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그제야 이빨이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늑대발톱처럼 생각하시는군요.”
“늑대발톱? 그 이상이야. 땅속에서일어서는 더 대단한 전사가 될 것 같다. 그래도 짝으로 연결되면 다른 피보다는 더 끈끈할 테지. 늑대발톱에게 제비꽃을 준 이유도 그랬으니까.”
혼인 동맹의 개념을 잡은 악어머리 족장이었다.
“걱정하지 마시고 오래 사시면 됩니다.”
“나도 오래 살고 싶다. 가죽이 두꺼워서 입을 못 벌리는 악어처럼 오래 살고 싶다. 저 녀석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악어머리 족장은 좀 떨어져 있는 곳에서 잠이 든 큰눈의 등을 보며 중얼거렸다.
“강한 악어는 새끼 때부터 다른데 말이야…….”
악어머리 족장은 수없이 많은 별을 올려다보면서 땅속에서일어서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런데 족장님, 그 망할 것들이 또 공격해 올까요?”
이빨이 말한 것은 와탕카가 이끄는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이었다.
“반 이상이 죽었으니 당분간은 못 오겠지. 하지만…….”
“네.”
“겨울이 되면 모르는 일이다. 놈들은 우리를 먹잇감으로 생각하니까.”
“제가 들은 이야기로는 놈들은 큰얼굴들인 것 같습니다.”
“큰얼굴?”
“네, 할아버지에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늑대발톱이 말한 것으로 보아 큰얼굴인 것 같지만 할아버지는 큰얼굴들도 사람을 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틀린 거다. 우리 눈으로 봤다.”
“그래서 이상합니다. 큰얼굴들은 다친 할아버지를 구해 주기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배가 안 고팠던 모양이지.”
악어머리 족장이 심각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앞으로는 보이는 족족 죽인다.”
“네, 족장님!”
* * *
지글지글, 보글보글.
고기 끓는 소리와 누린내가 동굴을 가득 메웠다.
‘정말 누린내만 제거해도 소원이 없겠어.’
이 순간 소금이나 후추가 간절할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하이에나의 살을 꽤 많이 남기는 식으로 발골 작업을 끝냈다. 그리고 살점이 붙은 뼈를 캭에게 던져 줬다.
캭!
사냥에 대한 보상이다.
“오늘 제대로 수고했다.”
캭!
물론 내가 던져 준 것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갈 것이다.
그러니 오늘 밤에 슬쩍 동굴을 나가 자기 사냥을 하고 레벨을 올릴 것이 분명했다.
‘이러다가 레벨이 역전하겠지.’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알아서 구해 먹는 놈이니까. 개가 아니라 고양잇과 동물이라서 그런지 약삭빠른 부분이 많다.
물론 나에 대한 충성심은 한결같다.
“먹자! 익었을 거다.”
큰바위가 참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아직이거든요.”
“다 익은 것처럼 보인다.”
“아직 이라니까.”
“그냥 먹어도 된다. 그래도 맛있다.”
이럴 때 보면 큰바위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애 같은 부분이 있다.
“삶으면 금방 익는다고 했다.”
구워 먹기만 했던 가족들이 이제는 나 때문에 삶아 먹는 방법도 터득했다.
하여튼 하이에나 고기가 푹 삶기는 동안 나는 밖으로 나가 대나무 잎을 따서 익고 있는 고기에 넣었다.
‘그건 그렇고 잡내를 조금이라도 제거해야지.’
물론 향신료라 할 수 없는 대나무 잎을 넣어서 잡내를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식구들은 이런 고기를 먹는 데 아무런 거부감이 없지만 전 어비스를 겪은 나는 좀 다르다. 냄새가 생각보다 더 심해서 꺼려졌다.
물론 배가 고프기 때문에 먹기는 하지만 음식이라는 것이 먹을 때 즐거워야 하는 법인데 이 원시 세상으로 떨어진 다음부터는 마지못해 먹는 그런 기분이다.
‘나도 참, 살 만해지니 냄새 타령을 다 하네…….’
어이없어 실소가 터졌다.
“그걸 왜 넣어?”
내가 요리를 할 때마다 제비꽃은 내 옆에 앉아서 요리하는 방법을 눈여겨보고 똑같이 만들어 줬다.
“이럼 이상한 냄새가 안 날 것 같아서요.”
“안 나는 것이 아니라 안 날 것 같다고?”
제비꽃 역시 다른 원시인 여자보다는 똑똑한 것 같다.
“예, 고기에서 역한 냄새가 나잖아요. 이렇게 하면 대나무 향이 고기에 스며들어서 고기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고 더 맛있어질 것 같네요.”
“그래? 그러면 나도 다음에는 이렇게 만들어 줄게. 그리고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아!”
“예.”
“앞으로는 사냥을 나가도 조심해야 한다.”
“예.”
“멍청한 전사는 사냥하다가 죽어.”
“알았어요.”
모두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다.
“다 됐어요. 이제 먹자고요.”
뭐니 뭐니 해도 고기는 갈비다. 할머니께 갈비 한 대를 뜯어 드렸다.
‘뜯고 맛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
갈비를 뜯으려면 이가 튼튼해야 하니까.
“족장 덕분에 배곯을 일이 없네.”
할머니는 주름진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원시인의 삶은 굶주림의 연속이다. 냉장고 같은 음식을 길게 저장할 방도를 가지지 못한 그들은 훈제나 염장 등의 조리 방식도 없다.
이 말은 사냥하거나 채집을 하거나 그날 얻은 식량을 그날 처리해야 한다는 것인데, 채집은 몰라도 사냥에 실패하면 그날은 굶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럭저럭 잘 먹고 산다.
그렇게 한 마리를 푹 삶았다. 그리고 남은 놈들은 비축할 생각이다.
‘말릴까? 훈연할까?’
물론 그 둘도 그렇게 오래 먹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동굴 안에 서늘하다 보니 이전 부락에 있었던 것보다 오래갈 것이다.
‘반반이지.’
고민 따위는 없다. 지금은 고민보다는 행동해야 할 때니까. 그리고 내 스텟에 대해서도 요즘 예전과 다르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지혜 부분 스텟이 과연 지혜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니까.
‘지식보다는 지혜로운 자가 되는 게 유리할 것 같네. 뭐, 짐작이지만 말이야.’
생각할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참 많다. 그리고 제비꽃에게 훈연하는 방법과 육포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고 계속 만들게 할 생각이다.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줄게 된다.
‘겨울 준비도 지금부터 차곡차곡해야겠다.’
* * *
거대한 초막 안, 레드가 거만하게 한쪽 다리를 꼬고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었고, 그 옆에서 키가크다는 한결 깨끗해진 얼굴로 레드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더 가지고 와라!”
레드의 말에 앞에 머리를 조아리던 하얀 얼굴 남자의 더 납작 엎드렸고, 그의 앞에는 노랗게 반짝이는 것이 붙은 돌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네, 레드 님! 더 많이 모아 오겠습니다.”
하얀 얼굴을 가진 남자는 레드가 왜 먹지도 못하는 돌들을 저렇게 모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자인 레드의 명령이기에 어쩔 수 없이 먹을 것을 구하는 사람들을 일부 빼내서 레드가 구해오라는 돌들을 구해왔고 와탕카의 옆에 있는 타크는 레드를 보고 있었다.
‘특성은 어쩔 수가 없군.’
타크는 그런 생각을 하며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하하하! 그래, 더 많이 가지고 와라! 나는 반짝이는 것이 좋다!”
와탕카를 볼 때와는 다르게 눈꼬리를 휘며 부드럽게 웃는 레드였다. 그리고 와탕카와 또 다른 남자 하나가 레드의 눈치를 보며 엎드린 상태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네, 레드 님!”
“물러가라.”
그렇게 반짝이는 것이 붙어 있는 돌들을 주워 온 남자는 초막을 나갔다.
“알아보라는 것은 어떻게 됐지?”
그리고 즉시 레드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와탕카의 전사들을 반 이상 죽인 놈들은 악어머리 부족입니다.”
와탕카 옆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남자의 말에 와탕카의 표정이 굳어졌다.
“악어머리 부족?”
“네, 레드 님! 엄청난 규모를 가진 거대한 부족입니다. 살펴보니 전사의 수만 3백이 넘어 보였습니다.”
“그 안에 있을까?”
레드가 말할 때 키가크다는 찰나지만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수컷의 새끼들은 더 많습니다.”
와탕카의 옆에 있는 남자도 아이라는 표현 대신에 수컷의 새끼라고 말했다.
“타크!”
“네, 레드 님!”
“우리가 당장 그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까?”
“와탕카가 어리석기는 하지만 저희 중에서 가장 강한 전사입니다. 그런 와탕카의 전사들이 반 이상 죽었습니다.”
“흠…… 어렵다는 건가?”
그렇게 말하고 묘한 미소를 보이는 레드였다.
마치 자기가 말해 놓고 자기 스스로 어이가 없어 하는 그런 미소였다.
“명령하신다면 공격하겠습니다. 하지만 피해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복수는 늦어질수록 더 간절해지지. 그건 그렇고 와탕카!”
“네, 레드 님!”
“도망친 사이네는 어떻게 됐지?”
“쪼…… 쫓고 있습니다.”
“쯧……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군.”
“죄, 죄송합니다. 레드 님!”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는 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나.”
“반……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찾아내서 레드 님 앞에 무릎을 꿇리겠습니다!”
“네 얼굴을 계속 보고 있으니 네놈을 죽이고 싶어진다. 나가라!”
레드의 호통에 와탕카가 기겁해 뒷걸음질을 치며 황급하게 초막을 벗어났다.
“물러가겠습니다.”
타크가 조심히 물러났다.
“마지막 소환을 사이네가 아니라 드르크로 해야 했어! 이 반짝이는 것을 뽑아내지 못하다니! 이런 미개한 곳으로 내가 오다니, 망할!”
레드가 거칠게 화를 내며 인상을 찡그렸다.
레드?
그는 헌터 최강욱이 죽인 레드 드래곤이었고, 그건 최강욱에게 엄청난 위협이 분명했다.
“반드시 최강욱 그놈을 죽이고 내 고향으로 귀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