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57
57화
거대 불곰의 입장에서는 우리보다 산양이 더 먹음직스러운 놈들이다.
천만다행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말일 거다.
거대 불곰도 뇌라는 것이 있을 테니 우리보다야 살점이 많은 사냥을 노릴 확률이 높다. 검치호를 먹고 싶은 특이 식성 불곰은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지금 산양들은 두 맹수의 출현 때문에 공황에 빠진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앞뒤로 퇴로가 막힌 상태기도 했다.
만약 거대 불곰이 산양 사냥에 실패하고 산양들이 모두 도망을 친다면 다음에는 우리를 노릴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닌 것 같다.
캬아아악!
다시 한 번 캭이 울부짖었다. 캭 역시 본능적으로 놈이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모든 동물은 두려움을 느낄 때 목소리가 커지니까.
“아가리 좀 닥치고 있어. 겁나냐?”
거대 불곰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은 아직 사냥감을 정하지 않았으니까.
크아아악!
잠시 후, 거대 불곰이 우렁차게 포효를 내지르더니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겁에 질려 가만히 있던 염소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놈이 날렵하기까지 하다.’
본능적으로 캭과 내가 힘을 합쳐 놈과 싸워도 절대 이기지 못할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놈은 딱 봐도 성체고, 캭은 이제야 겨우 새끼의 티를 벗었다. 그리고 놈은 사냥을 선택한 것 같다.
‘제발 성공해라. 제발!’
남의 사냥에 성공하라고 간절히 기원을 해 본 적은 처음이다.
음에에에엑!
그래도 다행인지 거대 불곰은 제법 쉽게 큰 산양 사냥에 성공했다.
캬아악!
순간 캭의 눈동자가 번득였다. 자신의 먹잇감을 빼앗겼다는 그런 눈빛으로 변해 당장에라도 거대 불곰에게 달려들 것 같다.
주제도 모르고 말이다.
물론 캭이 성체가 된다면 거대 불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놈이 이 숲의 절대 강자다.
“가만히 좀 있어. 까불 때가 아니다.”
크으응!
강한 자는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한다. 그러니 강하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인간과 다르게 맹수는 먹기 위해서나 보호하기 위해서 뭔가를 죽인다.
그리고 거대 불곰은 죽은 산양을 물고 있다.
‘가라! 가서 먹어야지.’
그때 나와 거대 불곰의 눈이 마주쳤다.
크으으응!
“가라! 깡마른 내가 뭐가 맛있겠어?”
애써 웃으면서 싸울 의사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물론 오른손으로는 바람총을 허리춤에 숨기고 바람총에 벌의 독을 바른 독침을 장전하고 있었다.
‘덤비면 눈깔부터 노린다!’
만약의 순간이 온다면 독침으로 쏘고 사생결단을 하고 싸워야 한다.
‘죽기밖에 더하겠어.’
이미 한 번 죽어 봤다.
더 이상 죽음에 대한 공포 같은 감정은 느끼지 않는다.
놈의 눈이 번뜩였다.
하지만 놈은 앞으로 나서지 않고 나와 캭만 노려보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거대 불곰은 목줄을 물어뜯은 산양을 물고 울창한 숲으로 사라졌다.
하늘이 날 도운 것이 분명했다.
“휴우우우!”
안도의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언젠가는 놈을 꼭 헌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거대 불곰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니 이제야 소금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우선 확인해 보자.”
난 조금 전 산양이 혀로 핥고 있던 바윗덩이로 다가가서 산양이 그랬던 것처럼 바윗덩이를 핥았다.
“짜, 짜다! 짜!!!”
드디어 진짜 소금을 발견했다.
-최초의 암염 발견자가 되었습니다.
-암염의 발견을 통해 명성 수치가 상승합니다.
이건 천운일 거다. 아니, 필요하다면 하늘에, 그 망할 신 놈에게까지 감사할 일이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있고, 소금을 이용한 염장법으로 식량을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캬오오옹?
내 행동에 캭은 신기하다는 듯 울었다.
“먹어 볼래?”
캭!
내가 먹는 것은 다 먹으려는 캭이다.
그리고 나는 캭의 주둥이에 소금 덩이를 손으로 뜯어내 넣어 줬다.
캬아아오오옹!
캭이 짠맛에 혀가 아리는지 혀를 쭉 내밀고 오만상을 짓고는 팔짝팔짝 뛰었다.
캬옹!
“하하하! 하하하! 이게 소금이다.”
그리고 나는 조약돌을 넣어 둔 토끼털 주머니를 뒤집어 안에 있던 조약돌을 다 털어 내고 바위에서 소금을 떼어 내 가득 담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 정도면 며칠…… 아니, 한 달은 먹는다.”
물론 내일 다시 이곳에 와서 1년 치 이상 먹을 소금을 채취할 생각이다.
‘소금은 무기가 된다.’
인류의 생존에 소금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게다가 암염을 발견한 최초 발견자라는 메시지가 떴다. 아마도 원시인들은 바다에서 나는 소금은 알아도 암염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것이고, 이 소금으로 다른 부족들과 충분히 물물교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만간 홀아비가 홀아비 신세를 면하겠네.”
다시 한 번 악어머리 족장이 떠올랐다.
물론 나도 장가가기가 수월해질 것 같다.
* * *
땅속에서일어서가 소금을 발견하고 숲을 떠난 지 한참 후, 그 반대 방향에서는 레드에게서 도망친 사이네가 야생 염소 떼를 발견하고는 뒤를 따르고 있었다.
“염소 떼가 가는 곳에는…….”
소금 바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넝쿨 바구니에는 꽤 많은 열매들과 뿌리 식물들이 담겨 있었다. 물론 지난번에 잡은 사슴의 뒷다리도 담겨 있다.
사이네의 모습은 원시 여전사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모습 속에서도 섹시함이 뿜어졌다. 사슴 가죽으로 감싼 가슴은 터질 듯 부풀어 있었고, 미끈하면서도 광택이 흐르는 듯한 다리는 원시인 여자들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특히 하얀 피부 때문에 찰랑거리는 금발이 더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저기다!”
사이네는 염소들이 멈추고 바위에 혀를 내밀고 핥고 있는 염소들을 봤다.
만약 땅속에서일어서가 조금만 더 늦게 소금 바위가 있는 이 공터에서 떠났거나 사이네가 조금만 더 빠르게 이곳으로 왔다면 만났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건 운명인 만남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운명적인 만남은 대부분 빗나가는 법이다.
“거리를 많이 좁힌 것 같다.”
더 놀라운 것은 사이네를 쫓는 네안데르탈인도 강을 넘어 이 숲까지 왔다는 것이다.
“확실할까? 아닐 수도 있다.”
“우린 쫓기만 하면 된다.”
“빈손으로 돌아가면…….”
네안데르탈인 전사 하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와탕카가 죽겠지. 크큭!”
네안데르탈인 전사는 의리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맞다. 후후! 그리고 숲을 나가면 강이다.”
“거기 가면!”
“맛있는 것이 있다. 아마 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가자! 가서 어슬렁거리는 놈들을 잡아먹자.”
“저기 염소 떼다!”
네안데르탈인 전사 하나가 염소 떼를 발견했다.
“오늘은 염소라도 먹을 수 있겠군. 흐흐흐!”
네안데르탈인 전사 우두머리의 말에 전사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사냥이다!”
“염소 고기다. 냄새가 나지만 예전에는 맛있게 먹었다.”
벌써 더러운 침을 흘리는 놈들도 있었다.
“휴먼은 별로 좋은 것이 없다. 아프기만 하고 고기를 먹을 때 냄새 때문에 찡그려야 하고 별로다.”
“맞다.”
“어서 가자! 염소가 도망치면 네놈 중에 아무나 잡아먹을 테다.”
우두머리의 말에 수다를 떨던 놈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절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알았다. 간다!”
“한곳으로 몰아서 다 잡아먹는다.”
욕심이 많은 그들은 우두머리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바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소금 바위 공터에 도착한 사이네는 염소 떼가 충분히 염분을 섭취하고 바위에서 떨어지자 그제야 소금 바위로 가서 소금을 떼어 내고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금 바위에서 떨어진 염소들은 그런 사이네를 한번 힐끗 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신기하게도 사이네가 근처에 있는데도 도망치거나 경계하지 않던 산양들의 귀가 갑자기 쫑긋거리더니 급하게 도망치듯 후다닥 달리기 시작했다.
“어서 잡아!”
그때 산양을 쫓아온 네안데르탈인들이 뛰어들었고, 사이네는 갑작스러운 놈들의 출현에 놀라 바로 활에 화살을 끼워 시위를 당겼다.
“사, 사이네다! 저기 사이네다.”
네안데르탈인 전사 하나가 사이네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방향을 바꿔 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이네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어서 잡아! 저 망할 년은 빠르다! 도망치기 전에 잡아야 한다!”
우두머리가 뒤이어 외쳤다. 그와 동시에 사이네가 활시위를 놨고, 화살은 빠르게 날아가 한 네안데르탈인의 머리에 박혔다.
“컥!”
활을 맞은 네안데르탈인 전사가 그 자리에서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눈을 부릅뜨고 단번에 죽어 버린 동료를 본 네안데르탈인들은 격분해서 외쳤다.
“망할 년! 또 우리 전사를 죽였다.”
“오크는 강하다! 돌격이다!”
놀랍게도 네안데르탈인 전사는 스스로를 오크라고 소리치며 사이네를 향해 달려들었다.
“망할 것들!”
그 모습을 보고 사이네가 뒤로 물러서며 다시 활의 시위를 힘껏 당겼다.
‘절대 잡힐 수 없어! 알려 드려야 해. 어떻게든 알려 드려야 해……!’
사이네는 입을 굳게 앙다물고는 뒤로 돌았다.
그 순간에도 네안데르탈인이 사이네를 잡기 위해 돌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사이네 또한 염소 떼가 도망친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이네가 도망친다! 돌도끼를 던져서라도 잡아!”
흥분한 우두머리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고, 그제야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이 힘차게 돌도끼를 던졌다.
휘리릭! 휘릭!
팍! 파팍!
하지만 돌도끼는 허망하게 사이네의 옆으로 날아갔고, 허공을 가른 돌도끼들은 나무와 땅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망할 년이 안 맞았다!”
“그럼 이 병신아, 쫓아! 도망치면 또 찾기 힘들다!”
“알았다. 헉헉헉!”
이 거대한 숲에서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이 시작됐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들에 비해 사이네는 마치 평지를 달리듯 빠른 속도로 달려갔고, 쫓기는 사이네와 쫓는 네안데르탈인들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지치지도 않는지 사이네는 쉬지도 않고 달려갔고, 곧 거대한 숲에서 빠져나와 울창하게 나 있는 대나무 숲을 지나 강 아래쪽으로 사라졌다.
어쩌면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사이네와 땅속에서일어서는 운명적으로 마주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운명은 아직 그 둘을 만나게 허락지 않았다.
“헉헉헉! 헉헉헉!”
좀처럼 사이네와 거리를 좁히지 못하던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이 더는 못 뛰겠다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멈췄다.
“헉헉! 저…… 저 망할 년은 지, 지치지도…… 헉헉헉!”
풀썩!
결국 다리에 힘이 풀린 한 네안데르탈인 전사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고, 우두머리는 멀어지는 사이네를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저렇게 빠른 년을 어떻게 잡으라는 거야? 와탕카는 멍청하다.”
사이네를 잡지 못한 것에 대해 우두머리는 자신의 두목인 와탕카를 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