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56
56화
“무지막지한 새끼! 캭! 너, 당장 이리 와!”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캭은 죽을죄를 지었다는 듯 주인의 눈치를 보는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마지못해 내 쪽으로 왔다.
“손들어, 이 새끼야!”
캬아오옹…….
“그렇게 힘 조절이 안 되냐? 왜 발톱은 빼고 지랄이야? 네가 그렇게 후려치면 그냥 웬만한 것은 다 저렇게 뒈진다고! 몇 번이나 말해? 생선 대가리야? 왜 말귀를 못 알아먹어?”
캬아악……!
마치 따발총처럼 투다다다 나오는 내 말에 캭은 푹 고개를 숙이고는 벌을 서는 아이처럼 앞발을 번쩍 들었다.
“내가 말했잖아. 너는 몰이만 하라고. 네가 몰이를 해서 오면 내가 잡는다고!”
……캬오옹.
“사실대로 말해. 너, 일부러 그랬지?”
내 추궁에 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좀 귀엽기는 하네.’
캭을 혼을 내고 있는데 웃음이 터질 뻔해서 혀를 꽉 깨물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캭을 노려봤다.
아무리 봐도 실수가 아닌 것 같다. 캭도 이제 자신의 눈앞에 떠 있는 홀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대략 짐작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수치들이 올라갈수록 자신이 강해진다는 것도 아는 것 같다.
그러니 놈도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서 실수를 가장해서 저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바로 불어라. 너, 일부러 그런 거지?”
크이이약!
“다음에 또 이러면 너 그냥 안 둔다. 진짜 혼쭐이 날 줄 알아!”
캬아옹! 캬오옹!
캭은 겁먹은 듯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일부러 그랬어. 망할 새끼!’
하지만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다.
캭이 사냥감을 죽이면 캭의 경험치가 올라가고, 내가 죽이면 내 경험치가 올라간다. 그리고 경험치가 오르는 비율은 사냥하는 비율이나 공헌이 아니라 오로지 숨통을 끊는, 시쳇말로 막 타를 친 사람이 가져간다.
“손 내려!”
캬아아옹!
손을 내리고 바로 내 얼굴을 핥았다. 한 번은 참기로 했다.
그리고 사냥은 원래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가 더 많다.
인내심 강한 헌터가 성공할 확률을 높인다.
-땅속에서일어서
종족 : 헌터(현생인류)
특성 : 이끄는 자
직업 : 하늘 씨족의 우두머리
레벨 : 35
생명력 : 1,850
근력 : 35(+117)
민첩 : 35(+105)
마력 : 70(+10)
지혜 : 137(+32)
명성 : 1,055(+10)
공격력 :
94(+45+12(8)+124+1,000)
방어력 : 24(+50+9+5)
며칠 동안의 몰이사냥으로 내 레벨이 꽤 올랐다.
이제 강한 전사 둘 정도는 혼자서도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헌팅과 지난 어비스의 헌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 어비스에서는 몬스터를 한 대만 툭 치면 죽자고 덤비는데 여기서는 한 대 툭 치면 바로 도망을 친다는 것이다.
아니, 툭 치기도 전에 눈만 마주쳐도 도망을 친다.
확실히 지난 어비스가 헌팅을 하기에는 더 편했다.
지난 어비스의 헌팅은 노가다라면 지금 헌팅은 말 그대로 사냥이다.
* * *
“배고프지? 먹어.”
당근과 채찍을 잘 써야 한다. 난 모처럼 캭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캬옹!
염소를 주니 캭은 마냥 좋다는 듯 꼬리를 흔들었다.
캭은 하루가 지날수록 덩치가 부풀듯이 커졌는데, 이제는 혼자서 죽은 염소 한 마리를 다 먹어도 요깃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토끼 가죽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질겅질겅 씹으며 홀로그램 창을 봤다.
그래도 캭 때문에 레벨을 꽤 많이 올릴 수 있었다.
또 이빨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원피스를 입고 있기에 +방어력도 높아졌다.
“캭, 삽을 줘.”
염소를 물어뜯고 있던 캭이 바로 내 쪽으로 와서 옆구리를 보였다.
이것저것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캭의 옆구리에 이것저것을 달았다. 이제는 덩치가 커진 만큼 이렇게 달아도 캭은 평소와 다름없이 움직였다.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파 보자.”
미션 완료를 위해서는 생강부터 찾아야 한다.
퍽퍽, 30센티미터 정도의 구덩이를 여기저기 팠지만, 예상대로 생강은 없었다.
“에이 씨…… 이건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꼴이라니까.”
지금까지 땀을 삘삘 흘리며 구덩이만 3천 개는 판 것 같다.
그 3천 개도 내가 판 것만 그 정도다.
큰바위와 늑대발톱까지 하면 만 개가 넘게 구덩이를 팠을 것이다.
그러나 얻은 것은 마와 복령 정도가 전부다.
물론 심심찮게 나오는 두더지도 한 스무 마리 정도 잡았었다.
그리고 뭐든 잡으면 먹는다. 하지만 두더지 고기는 별로 맛은 없었다.
스스스, 그때 수풀이 움직이는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음메에에에!
캬옹!
캭이 귀를 쫑긋거렸다. 멀리서 염소 소리가 들린 것 같다. 물론 내게도 희미하지만 확실히 들렸다.
“캭, 쉿!”
캬옹…….
“이번에는 실수 없이 하자.”
캬옹!
이제 내 레벨은 35다. 그 반면에 캭의 레벨은 103이다.
나와 캭은 빠르게 염소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렸다.
‘혹시…….’
문득 머리에 ‘소금’이라는 단어가 스쳤다.
‘혹시 몰라, 혹시 모르는 일이야!’
염소는 산양과 함께 소금을 잘 찾는 동물로 유명하다.
초식동물은 육식 동물과 다르게 먹이를 통해 염분을 거의 섭취하지 못한다.
하지만 염분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다. 그러니 찾아서라도 먹어야 했다.
캬오오오옹!
캭이 이번에는 조금 전의 실수를 꼭 만회하겠다는 눈빛으로 한 번 울었다.
“너, 이번에는 잘해라.”
캬옹.
“우선은 잡지 말고 그냥 쫓아만 가자.”
소금만 찾을 수 있다면 헌팅은 잠시 미뤄도 된다.
캬옹?
캭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굴리며 나를 봤다.
“따라와, 그냥! 저 염소 무리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간다. 아마 운이 좋으면 거기에 있을지도 몰라.”
캬옹?
“있다고! 내가 뭐가 있는지 말하면 알아는 듣냐? 그냥 따라와.”
캬옹!
염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이 급해졌다.
“뛰어!”
나는 정신없이 뛰었다. 원래 이렇게 마구잡이로 뛸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라도 모를 소금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위험을 잊는 순간 위험은 닥치는 법인데 말이다.
캬오옹!
음메에에!
멀어졌던 염소 울음소리가 다시 들렸고 나는 자세를 낮췄다.
캬옹!
캭이 자신의 앞발로 염소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가리켰다.
“가자!”
천천히 염소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기어서 접근했다.
* * *
바위 뒤에 몸을 숨긴 나는 고개만 빠끔히 내밀었다.
울창한 숲에 이런 넓은 공터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놀랍게도 공터 주변에는 풀 한 포기도 없었다.
풀이 자라지 못한다는 것은 흙 속에 염분이 많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그렇지!”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염소들을 보았다.
물론 캭도 대가리를 숙이고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캭의 눈동자는 사냥에 대한 충동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염소가 아니라 산양이었네.”
염소인 줄 알았는데 뿔이 달랐다.
염소 뿔보다 더 날카롭게 보였고 염소가 아니라 산양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핥고 있어.’
산양들이 지면에 돌출해 있는 거대한 바위를 혀로 신나게 핥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 돌덩이를 보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기쁘다.
정말 미치도록 기뻤다.
이 원시시대에 와서 지금처럼 뭔가를 찾고 이렇게 기쁜 적은 없었다.
이제 냄새나는 간 안 된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환희에 가까운 기쁨을 느꼈다.
“소금이 확실해…….”
난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캬옹?
“소금이라고, 소금!”
좋아 죽을 것 같다.
‘저 소금을 잘만 이용하면…….’
엄청난 무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악어머리 족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물물교환을 하면…….’
독수공방하는 홀아비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 짧은 순간에 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산양들은 소금을 핥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그런지, 아니면 소금 냄새에 캭의 냄새가 가려진 건지 캭과 내 접근을 감지하지 못한 것 같다.
‘헌팅부터 하고 확인해 보자.’
아직 내가 저 바윗덩이에 혀를 대 보지 않았기에 확신할 수는 없다.
초식동물들은 미네랄이 부족하면 저렇게 흙을 핥는 경우도 있다.
‘뿔이 날카롭겠는데…….’
난 텔레비전에서 산양들이 돌진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산양의 뿔은 생각보다 단단한데, 저런 날카로운 뿔에 찔리는 것이 아니라 부딪히기만 해도 즉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내가 잡았던 염소와는 다르다.
염소도 성질이 더럽지만, 산양도 한 성질 한다. 그러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사자도 사냥감인 물소의 뿔에 받혀서 죽을 때도 있다.
캬아아악!
그때 캭이 거칠게 포효했다.
“야, 인마!”
거리를 좁혀야 하는 순간인데 캭이 정신을 못 차리고 울부짖었다.
산통이 깨지는 순간이다.
산양들이 놀란 듯 고개를 번쩍 들더니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우리가 있는 쪽을 봤다.
산양들은 찰나지만 얼음처럼 굳어진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느낀 두려움 때문이다.
캬아악!
평소 캭은 조용히 하라고 명령하면 바로 조용해졌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그리고 마치 나를 보호하겠다는 듯 내 앞으로 섰다.
크으으으아앙!
다시 한번 캭은 크게 포효를 내질렀고, 나는 곧바로 캭이 울부짖은 이유를 알게 됐다.
반대편에서, 우리가 볼 때 산양의 뒤쪽에서부터 맹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소금 바위 공터에 울려 퍼졌고, 산양들은 고개를 돌려 울부짖는 놈을 봤다.
“……불곰이다.”
덩치가 족히 캭의 3배는 되는 거대한 불곰이었다.
곰은 호랑이나 사자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맹수다.
놈을 보자 자연스레 몸이 굳었다.
등에는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고,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뭔가에 홀렸을 때 위험한 법이다. 아니, 정신없이 뛸 때부터 위험했다. 조심히 움직였다면 캭의 청각과 후각을 통해 불곰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위험을 자초했고 절체절명의 순간이 분명했다.
캬아악!
쿠어어엉!
산양들은 캭과 불곰의 중간에 끼어서 넋이 나간 것 같다.
“……젠장!”
주먹을 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불곰의 행동에 따라 모든 상황이 달라진다.
-거대 불곰
종족 : 불곰
생명력 : 19,800/22,000
공격력 : 2,700
방어력 : 800
헌터가 레벨 10이 되면 나뿐만이 아니라 내가 보고 있는 것처럼 상대의 정보도 홀로그램 창이 떠서 정보를 제공한다.
‘생명력이…….’
캭의 2배가 훌쩍 넘었다. 그리고 저 거대한 덩치에서 나오는 파워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거기다가 날카로운 발톱까지 나 있다. 놈의 후려치기 한 방에 등뼈가 부러지지 않을 존재는 이 숲에 없을 것이다.
놈이 우리를 먹잇감으로 정한다면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와 놈의 사이에는 산양들이 있다.
이게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