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63
63화
“머지않아 물소 사냥을 할 겁니다.”
식구들이 진정한 후에 이야기를 계속했고 나는 캭을 봤다.
-땅속에서일어서의 캭
종족 : 몬스터(검치호)
특성 : 절대 복종
레벨 : 120
생명력 : 12,820
근력 : 1,750
민첩 : 2,350
지혜 : 127
명성 : 125
공격력 : 1,920
방어력 : 620
고작 한 달밖에 안 지났지만 캭은 엄청나게 강해졌다. 원래 강한 짐승이고, 사람처럼 다 자라는 데 십몇 년이 걸리지 않으니 자랄수록 빠르게 강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헌터의 펫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다른 검치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강해지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매일 놈과 대련을 하고 있지만 쪽팔리게 매번 지는 것은 나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캭은 현재 큰바위보다 더 강한 놈이다.
그리고 그사이에 식구가 하나 늘었다.
끼이오옥!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매가 하늘에서 수직으로 하강하다가 가볍게 내 어깨에 앉았다.
푸드득! 푸드득! 척.
“이상한 놈 없지?”
끼옥!
끼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두 번째 펫은 보라매다. 헌팅을 위해서 다시 산에 갔다가 둥지에서 떨어졌는지 다친 날개를 퍼덕이는 놈을 발견했고, 응급처치 스킬로 치료를 해 주고 내 피를 먹여서 펫으로 만들었다.
처음 내가 놈을 구할 때 끼옥거려서 이름을 끼옥으로 지었다. 그리고 창공에서 우리 터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쓰고 있다.
헌팅을 할 때는 사냥용 레이더로 쓰인다.
창공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서 나와 캭을 사냥감이 많은 곳으로 안내하는 역할이다.
-땅속에서일어서의 끼옥
종족 : 몬스터(보라매)
레벨 : 87
생명력 : 1,820
근력 : 120
민첩 : 12,350
지혜 : 327
명성 : 35
공격력 : 120
방어력 : 70
끼옥도 캭처럼 나와 캭에게 헌팅 대상의 위치를 알려 주고는 스스로 쥐와 토끼 같은 것을 사냥하는 방식으로 컸다 보니 레벨이 높았다.
“캭이 도와주면 가능할 수도 있겠어.”
늑대발톱이 캭을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알았지? 땅속에서일어서 족장!”
자나 깨나 할머니와 제비꽃은 내 걱정이시다.
“네, 그리고 아빠랑…… 삼촌도 장가들 가셔야죠.”
이어지는 내 말에 늑대발톱과 큰바위는 묘한 눈빛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늑대발톱은 눈치를 보듯 제비꽃을 힐끔거렸고, 제비꽃은 결심을 한 듯 굳은 표정으로 부족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이해심이 많으시네.’
원시시대의 여자에게도 질투는 있을 텐데 애써 참으시는 것 같다.
“장가?”
“네, 그래서 준비해서 악어머리 부족으로 가려고요.”
“누가 남는데? 또 내가 남아?”
큰바위가 이번만큼은 절대 집에 남아서 할머니를 지키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물었다.
“다 같이 가려고요.”
“다?”
“땅속에서일어서야! 이 할미는 다리가 아파서 그 먼 곳까지는 못 가.”
할머니가 자신의 손으로 무릎을 두드리셨다.
“또 비가 오려나…….”
할머니가 인상을 찡그리셨다. 저 소리는 원시시대부터 나이가 드신 분들이 일기예보처럼 말씀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곧 나아지실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구나. 무릎이 아파서 요즘에는 잠도 잘 안 와. 네가 주물러 주지 않으면 못 잔다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할머니는 응급처치 스킬의 효능을 톡톡히 보고 계신다.
물론 그때마다 나도 응급처치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어 서로 이득을 보고 있지만 하루에 쓸 수 있는 응급처치 스킬은 부족한 마력 때문에 총 여섯 번이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빨리 치유의 손길이 떠야 하는데…….’
말 그대로 응급처치 스킬은 응급처치다. 그러니 치료라기보다는 임시방편적인 면이 많다. 응급처치 스킬이 6성이 되면 치유의 손길 스킬이 생성이 되는데, 그때가 되면 정말 제대로 된 마력 치료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근본적이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어떻게든 할머니의 무릎 통증을 완화시켜 드려야 할 테니 말이다.
‘봉침?’
그때 번뜩 머리에 벌의 독침이 떠올랐다.
‘할머니한테 쓰면…….’
무릎 통증은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할머니가 약하시다는 거다. 벌 독을 견뎌 내지 못하고 이대로 돌아가실 수도 있었다.
그리고 특수한 경우기는 하지만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벌의 침은 치명적인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침의 약성을 완화시킨다면…….’
충분히 통증 완화제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또 벌을 잡아야겠다. 물론 벌을 잡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다. 연기를 가득 피우고 연기에 취한 벌만 주우면 된다.
“하여튼 계속 드셔 보세요. 제가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요.”
방법은 이미 찾았다.
“알았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호랑이 뼈가 관절염에 즉효라는 것은 다 거짓말이라니까.’
캭 몰래 캭의 죽은 어미의 뼈를 갈아서 할머니의 관절염 약으로 썼다.
그런데 특별히 효과는 없었다. 다시 말해 내가 살던 현대에서는 괜한 사람들의 상상력으로 애꿎은 동물들만 약이 되어서 죽어 나가는 거다.
“할머니하고 제비꽃은 집에 계세요. 캭이 지켜 드릴 겁니다.”
캭이 있기에 떠날 수 있는 결혼 원정대다.
“캭이?”
할머니가 캭을 봤다.
“네.”
캬옹~.
캭이 나 다음으로 좋아하는 식구가 할머니다.
할머니는 캭에게 항상 먹을 것을 주면서 땅속에서일어서를 잘 지켜 달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인지 주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유대감이 형성이 된 상태다.
그리고 캭 역시 할머니의 말씀을 잘 따른다.
“그래, 혼자 자는 것도 불쌍하고 열매와 과일도 따야 하니까 여자들은 있어야겠지.”
할머니도 내 계획에 동의하셨다.
“그러니까요. 혼자 자는 모습이 좀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하하하!”
“그리고 우리 땅속에서일어서도 일찌감치 짝을 찾아야 하고.”
걱정만 많으시던 할머니가 흐뭇하게 웃으셨다.
“그러니까요.”
나 역시 웃어 보였다. 아이의 모습이지만 내 속에는 이미 어른 늑대가 들어 있으니까.
‘후후, 빨리 장가를 가는 것도 좋지.’
여자들이 생기면 이것저것 잡다한 일에서 해방될 것이다. 그리고 아주 긴 밤에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둡고 긴 밤에는 나쁜 손이 될 수밖에 없는 나도 남자다.
또 미션 클리어 두 번째 조건이 짝짓기에 성공하라는 거였다. 그러니 미션 클리어를 위해서도 짝짓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 떠날 거니?”
다소 음흉한 상상을 하고 있을 때, 할머니가 내게 물으셨다.
“목책만 다 지어지면 출발할 생각이에요.”
“다 만들었다.”
큰바위가 내게 말했다. 큰바위와 식구들의 눈에는 목책은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방어 준비가 없는 목책은 단언컨대 완성됐다고 할 수가 없다.
“제가 마무리를 해야 다 만들어진 거죠.”
“마무리?”
“네.”
방어 준비는 내가 해야 한다. 지식이 없는 그들이 설명만을 듣고 이렇게 저렇게 설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식이 있는 내가 한번 확인하고 마무리를 하는 게 확실하다.
‘병사들도 좀 만들어야 하고.’
우리가 없을 때 내 본진이 털리면 할머니는 그 어떤 것에게 죽임을 당하실 수도 있고, 그럼 내가 어떻게 변할지는 나도 모른다.
* * *
높이 3미터, 넓이 2미터.
완성된 목책은 밖에서 봤을 때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목책 안에서 보면 고작 2미터 정도다.
동굴에서 목책까지의 직선거리는 25미터 정도다.
대나무와 넝쿨, 그리고 온전히 큰바위의 힘으로 만들어진 목책은 이 시대에서는 성과 다름이 없는 건축물이다.
그리고 그런 목책은 동굴을 중심으로 절벽을 앞을 막듯 만들었다.
목책과 동굴 사이에 있는 공터의 넓이는 동굴에서 가로가 40보(步)니까 30미터 정도의 폭이고, 세로로 32보니까 대략 25미터이니 꽤나 넓었다.
네 식구가 살려고 만든 곳은 아니었다.
“엄청나게 크네.”
이 정도로 크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커졌다.
“봐라! 다 만들었다.”
큰바위가 자랑을 하듯 가슴을 편 채 말했다.
사실 온전히 큰바위의 힘으로 만든 목책이다.
“거의 다 만들어졌네요.”
“거의?”
“네. 거의요. 이제부터는 침입자를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설치해야겠어요.”
성처럼 보이는 대나무 목책이지만 작정하고 넘는다면 못 넘어올 것은 아니다. 그러니 추가로 방어 준비는 필수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부터 뻗어 나갈 생각이다.
내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적은 늘어나게 된다.
지금은 야생 육식동물이 우리의 적이지만 앞으로는 똑같이 걷고, 말을 하며, 무리를 짓는 사람이 적이 될 수밖에 없다.
‘네안데르탈인 놈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검은얼굴보다 그놈들이었다. 한 번은 우연히 일어날 수 있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똑같이 세 번, 네 번 일어난다. 이미 놈들과는 두 번 마주하게 되었다. 한 번은 서로 살아서, 한 번은 한쪽이 죽어서.
그리고 분명 그들과 나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 대나무 숲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리고 또 제비꽃이 내게 말해 줬다. 많은 부족들이 서로를 죽이고 죽는다고.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그 부족들의 공격을 피한 것 같다. 물론 그 네안데르탈인들이 강가 근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서 우리가 그 부족들의 공격을 받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족장!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늑대발톱이 달라진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어느 순간부터 늑대발톱의 눈빛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학생이 된 것처럼 내 옆에서 모든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가치관이 확고하게 굳은 어른이 아이에게 하나하나 배우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마 이런 행동 때문에 붉은개를 제치고 족장이 되었을 것이다.
“저 위에 활을 설치하려고요.”
“활을 어떻게 설치해?”
식구들도 이제는 내가 며칠 동안 활쏘기만 해서 안다.
“지지대를 설치하면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없을 때 누가 공격을 하면 캭 혼자서 할머니와 제비꽃을 지켜야 한다.
그러니 만약을 대비해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올라가 보죠.”
내 말에 큰바위와 늑대발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따라 목책 위로 올라섰다.
“여기서 얼마 정도 뛸 수 있겠어요?”
나는 늑대발톱을 보며 물었다.
“여기서 뛰라고?”
“공격하는 놈들이 뛰어내릴 수 있잖아요.”
“계단이 있는데 왜 뛰어?”
큰바위가 말했다. 큰바위의 머리에도 계단이 있는데 뛰어내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계단으로 못 내려오면 뛰어내리겠죠?”
“뭐?”
둘 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나를 봤다.
“삼촌이 한번 뛰어 보세요.”
“내가?”
“뛰세요.”
내 명령에 의아해하는 눈빛을 짓던 늑대발톱은 살짝 놀란 듯 움찔하고는 나를 봤다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목책 아래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