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64
64화
“뛴다.”
“최대한 멀리 뛰세요.”
“이얍!”
늑대발톱은 한 번 꾹 눈을 감았다 뜨고는 힘껏 아래로 뛰어내렸다.
‘저기네.’
순간 내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이 넓이로 쭉 파세요.”
마치 띠를 두르듯 방책 앞에 땅을 팔 생각이다.
“여,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큰바위도 입이 쩍 벌어졌다.
“삽은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왜 파?”
“파세요.”
“알았다. 족장! 아들 족장이 파라면 판다.”
족장인 내가 명령하니 큰바위는 삽을 들었다.
“캭! 놀면 뭐하냐? 너도 파.”
캬옹?
캭은 마치 ‘나에게는 팔과 삽이 없는데?’라고 말하듯이 앞다리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팔 수 있게 해 줄게.”
나는 바로 대나무를 쪼개서 앞을 날카롭게 해서 캭의 앞발에 묶었다. 이제 캭이 땅을 찍으면 쉽게 팔 수가 있다.
‘이건…… 동물 노동 착취인가? 신개념이네.’
문득 뜬금없는 생각을 하다가 늑대발톱을 봤다.
“삼촌은 계단 아래를 파세요.”
“계단 아래? 알았다.”
그렇게 1시간 정도가 지났고, 늑대발톱은 계단 앞에 꽤 넓은 구덩이를 팠다.
‘깊이가 70센티미터 정도 되겠네.’
딱히 높이를 정해 주지는 않았지만 늑대발톱은 바닥과의 높이를 70센티미터 정도로 균등하게 팠고, 나는 바로 미리 준비해 놓은 대나무 죽창을 구덩이에 날카로운 부분이 하늘로 오르게 박았다.
“이러면 못 지나가잖아.”
“대신 여기서 생각 없이 뛰어내려 오는 적은 발이 찔리게 되는 거죠.”
“오~ 그렇구나.”
“발에 찔린 놈은 캭이 물어뜯으면 되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맞다. 함정이다.”
“그러니까요.”
나는 늑대발톱을 보고 씩 웃었다. 물론 우리도 지나다니기가 쉽지 않다. 뚜껑이 없다면 말이다. 그리고 나는 바로 대나무를 엮어 단단한 함정 뚜껑을 만들었다. 평상시에는 이 뚜껑 위로 다니면 된다.
캭캭캭! 캭캭캭!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은 만화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일 것 같다.
검치호가 앞발에 삽자루를 묶고 미친 듯 땅을 파고 있으니까.
그리고 큰바위 역시 마찬가지다.
‘속도 참 대단하네, 후후.’
이 속도라면 이틀이면 다 팔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하는 일이지만 이 정도 효율이 나온다면 동물 착취도 할 만하다.
* * *
대나무 목책 앞에서 큰바위와 늑대발톱, 캭은 죽을힘을 다해서 땅을 팠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활의 거치대를 만들고 있다.
“큰 대나무 속에 작은 대나무를 넣으면 회전할 수 있지.”
사람의 머리는 쓰면 쓸수록 발전한다.
처음에는 고정식으로 활을 올려다 놓기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한 방향으로밖에는 쏘지 못한다.
그래서 골똘히 생각해 고안해 냈다.
아마도 지혜 수치가 높아서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석궁처럼!”
아주 잘 만들어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활을 쏴 본 적 없는 초보자도 쏠 수 있어야 하기에 석궁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빠르게 방어용 석궁을 만들었다.
물론 활은 내가 쓰는 형태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활 아래에 장착대로 쓰는 막대기 하나를 달아 석궁처럼 보였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손재주 스킬이 8성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대나무 못을 만드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기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서인지 연속적으로 스킬 숙련도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리고 대나무 못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메시지도 떴다.
이건 산업 혁명에서 너트와 볼트를 만들어 낸 것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성과가 분명할 것이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못을 만들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내 예상대로 이틀 동안 셋이서 죽어라 땅을 파서 침입자의 발바닥을 아작 낼 함정을 완성했다.
그동안 나는 장착대를 붙인 대나무 활 10개를 만들었고, 이전에 만들어 목책 위에 올려놓은 5개의 거치대에 장착했다. 그리고 남은 5개의 활은 동굴 입구에 2개를 설치하고, 동굴 안에 다시 1개를 설치했다.
나머지 2개는 늑대발톱과 큰바위가 쓸 활이다.
“할머니!”
“오냐.”
“제비꽃도 이리 좀 오세요.”
“응.”
할머니와 제비꽃이 만들어 놓은 방어용 석궁 앞에 섰다.
“잘 보세요. 화살을 여기다가 끼우시고요.”
“그래.”
“당기시면 돼요.”
할머니가 쉽게 화살을 활에 놓고 쏠 수 있게 석궁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거치대는 큰 대나무 속에 작은 대나무 대를 넣는 형식으로 제작했기에 방향 전환이 가능했다.
“이렇게?”
“캭, 움직여!”
목책 밖에서는 캭이 있다.
“캭을 쏘라고?”
할머니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보셨다.
“앞이 화살촉이 없어서 이 정도로는 다치지도 않아요.”
화살촉이 있어도 날렵한 놈이기에 할머니는 캭을 명중시킬 수가 없다.
“그래도…….”
캬옥!
캭은 괜찮다는 듯 소리를 냈다. 아마 캭은 노는 줄 아는 것 같다.
실제로도 놀이라고 속였다.
할머니와 제비꽃에게는 연습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말?”
“네.”
“알았다.”
할머니는 목책 위에 거치댄 석궁 형태의 활의 시위를 당겼다.
“제비꽃도 해 보세요.”
“나도?”
“저희가 없을 때 적이 올지 모르잖아요.”
내 말에 제비꽃이 나를 잠시 빤히 바라보더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치해 놓은 석궁으로 가서 내가 알려 준 그대로 시위를 당기고 캭을 조준했다.
그리고 나름 조준을 하시는 것처럼 허리를 굽히고 활 거치대와 같은 높이로 눈을 대며 가늠하시다가 시위를 놨다.
슉-.
할머니가 쏜 화살에 바로 맞으면 캭은 호랑이 명함 반납해야 한다.
틱!
그리고 약간의 차이를 두고 제비꽃도 시위를 놨다.
캭은 마치 텀블링을 하듯 뒤로 재주를 넘어 화살을 피했다.
물론 캭이 검치호라서 가능한 일이다. 아마 그 자리에 인간이 서 있었다면 화살을 맞고 고꾸라졌을 것이다.
퍽! 팍!
할머니가 쏜 화살은 바닥에 맞고 튕겼는데, 놀랍게도 제비꽃이 쏜 화살은 캭의 배 부분에 명중했다.
캬악!
살짝 아픈 듯 캭이 울었다.
‘혹시?’
나는 놀라 제비꽃을 봤다.
“맞혔어! 호호호! 내가 맞혔어.”
설마 캭의 행동을 예상하고 거리를 가늠한 후에 시간을 두고 시위를 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비꽃이 저 정도면…….’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은 최소한 제비꽃보다는 강할 것이다. 제비꽃의 행동은 그들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혹시 이런 거 써 보셨어요?”
“뭐?”
“이런 활요.”
“악어머리 부족에 이런 무기는 없어.”
내가 무슨 의도로 질문을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제비꽃이다.
‘정말 대단해.’
생각이 확고해졌다. 나 다음으로 머리가 좋은 원시인은 늑대발톱이 아니라 제비꽃이다.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아.”
“예, 제비꽃!”
“악어머리 부족에 가도 이…… 맞다, 활은 절대 보여 주면 안 된다.”
“왜요?”
제비꽃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 있지만 마치 시험을 하듯 한번 물어봤다.
“우리 부족의 무기를 다른 부족에게 알려 줄 필요는 없잖니?”
“다른 부족이라고요?”
제비꽃은 원래 악어머리 부족 출신이다.
그것도 악어머리 부족의 우두머리인 족장의 딸이다. 그런 제비꽃이 악어머리 부족을 다른 부족이라고 했다.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이 거느리지 않는 부족은 다른 부족이지. 호호호!”
역시 내게는 출생의 비밀 하나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조카에게 이 정도의 마음을 가지는 여자는 없을 테니 말이다.
“아~ 그렇군요.”
“이건 정말 좋은 무기 같아. 아무리 강한 전사도 돌창을 던져도 이렇게 멀리까지는 던지지 못하잖아.”
“맞아요.”
“그러니까 싸우기 전에는 누구도 보여 주면 안 된다.”
“예.”
사실 나도 그럴 생각이다.
그리고 할머니는 나와 제비꽃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웃고 계셨다.
“할머니, 계속 연습하세요.”
“오냐!”
캭! 캬옥~.
“너, 똑바로 안 할래? 이빨호랑이가 화살에 맞고 그러냐? 쪽팔리게.”
캬오오악!
캭은 내 도발에 이제는 다시 맞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는 듯 크게 울부짖었다.
“시끄럽고, 너는 계속 할머니랑 놀아 드려!”
제비꽃은 단 한 번 활을 쏘았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더 이상 훈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캬오옹!
그리고 할머니는 계속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쏘셨고, 캭은 자신에게 화살이 닿지 않자 다시 놀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리저리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으음, 좀 사악한가? 아냐, 철두철미하다고 해 두자. 이게 모두 할머니를 위한 것이니까.’
그럼 이제 할머니와 제비꽃을 지켜 드릴 병사들만 훈련시키면 된다.
“아빠하고 삼촌도 활쏘기 연습을 하셔야 해요.”
“우리도?”
“네, 열 발 중에 다섯 발을 못 맞히시면 오늘부터 식사는 죽순뿐일 줄 아세요.”
“주, 죽순뿐…….”
큰바위가 절망한 눈빛을 보였다.
“뭘 그렇게 좌절하세요? 맞히면 되죠.”
역시 나는 사악하다.
* * *
늑대발톱과 큰바위는 고기를 먹기 위해 혼심을 다해 활쏘기 연습에 몰두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연습했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됐다.
“땅, 땅속에서일어서야…….”
열 발 중 고작 두 발만을 맞힌 큰바위의 목소리가 거의 기어들어 갔다.
척!
“오늘은 약속대로!”
오늘 큰바위의 저녁은 죽순이다.
“하, 하지만 나는 죽순은 싫다…….”
“이미 약속했잖아요.”
척!
그리고 늑대발톱의 접시에도 죽순밖에는 없었다.
“……잘 먹으마.”
애원하는 큰바위에게 단호하게 죽순만 내민 모습을 봐서인지, 아니면 그전부터 아무리 내게 사정을 해도 내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늑대발톱은 순순히 죽순이 담긴 접시를 받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체념했다고 해도 감정을 숨길 수는 없었는지 태도에서 그가 시무룩해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일은 꼭 고기를 드시는 겁니다.”
“하지만 너무 어렵다.”
“노오오오려어억! 하면 안 되는 일 없어요. 저도 맞히잖아요.”
“그래도…… 너는 족장이잖아.”
큰바위는 당장에라도 울 것처럼 눈동자를 글썽였지만 마음 단단하게 먹어야 한다.
그래야 활쏘기 실력이 향상될 테니까.
“저도 밤에 횃불을 켜고 했거든요.”
물론 헌터여서 실력이 빠르게 향상된 것도 있다.
“알았다. 나도…… 아니, 우리도 그렇게 하마.”
늑대발톱은 죽순밖에 없는 식사를 내려다보며 우울해했지만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활이 얼마나 강한 무기인지 잘 아는 것 같다.
“그러세요. 모닥불은 제가 피워 드릴게요.”
“하지만 어렵다!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은 나쁘다!”
큰바위가 죽순에게 울분을 쏟아붓듯 죽순을 우걱우걱 씹으며 말했다.
‘모질게 굴 때는 모질게 굴어야 한단 말입니다.’
그래야 가족을 지킬 수 있다.
할머니와 제비꽃은 큰바위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으며 보고 있었다. 하루 이틀 정도는 죽순만 먹어도 문제없다는 표정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