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71
71화
‘이걸로는 약해! 다 약하다.’
큰짐승을 잡을 때 화살에 바른 말벌 독은 크게 효과가 없다는 것을 붉은 사자와 싸우고 나서야 때 알았다.
말벌 독보다 더욱 강력한 독이 필요했다.
‘악어머리 부족을 향해 가는 동안 찾아보자.’
가는 길에 독사 몇 마리만 잡아도 말벌 독보다 더 강력한 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갈이나 거미, 두꺼비 등 독을 가진 동물은 많다.
분명 하나쯤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작은 대나무 통에 말벌을 통째로 넣은 후 뭉개고, 따뜻한 물을 살짝 부었다.
물은 대나무 통에 쑤셔 넣어 둔 토끼털 때문에 빠르게 흡수가 됐다.
그리고 독침을 토끼털에 쑤셔 넣고 뚜껑을 닫았다.
다시 화살촉을 깎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대나무의 끝부분을 날카롭게 베어 화살촉을 만들었다.
이번 원정에서 내가 가진 무기를 모두 드러낼 필요는 없었고, 화살을 다운그레이드하는 것으로 그쳤다.
이것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사선으로 잘라 내기만 하면 되니까.
20개 정도 휴대용 화살촉을 만들고 그 역시 작은 대나무 통에 넣었다.
“싸움이라도 나가는 것 같다.”
아무 말도 없이 죽창의 끝부분을 다듬고 있던 늑대발톱이 내게 말했다.
“악어머리 부족까지는 아주 멀다면서요?”
“아주 멀지. 일주일은 걸어가야 한다.”
“그러니까요. 그동안 뭐가 우릴 공격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내 말에 늑대발톱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비꽃이 내게 말해 줬다.
강을 중심으로 수많은 부족들이 살고 있고, 강 옆 벌판에도, 또 산에도 많은 부족들이 산다. 그리고 그들은 때로는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다른 부족과 물물교환을 하고, 힘을 합쳐 다른 부족을 습격한단다.
그러니 최대한 완벽하게 준비를 해서 미션 클리어를 위한 결혼 원정대를 꾸려야 한다.
‘준비를 많이 해서 나쁠 것은 없지.’
무기를 챙기고 식량 창고에 가서 말린 육포를 쭉 봤다.
처음에 만든 것은 소금 없이 만든 것이라 맛이 없다. 하지만 나중에 만든 것들은 소금을 발견하고 염장을 한 후에 만든 육포로, 짭조름하게 간이 되어서 맛있다.
“비상식량도 챙겨야지.”
이런저런 것을 다 챙기니 시간이 꽤 많이 흘렸다.
식량 창고에서 돌아와서 이것저것을 챙겨 시간이 제법 지났지만 늑대발톱은 자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도 챙겨 보자.’
나는 지금 망해 버린 부족 울타리에서 따 온 담뱃잎도 챙겼다.
며칠 전에 바짝 말린 담뱃잎을 잘라서 가루로 만들어 담뱃잎 위에 올려놓고 감쌌다.
‘……딱 시가네.’
내 눈에 보기에도 엉성하게는 보이지만 시가다.
물론 내가 피울 것은 아니다. 아이의 몸에 해로운 거니까. 하지만 이것도 소금이랑 같이 물물교환용으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를 피우는 원시인은 없을 테니까.’
툭툭! 툭툭!
나는 잘 말린 시가를 툭툭 털어서 대나무 통에 조심히 넣었다. 내가 만든 시가는 불만 붙이면 피울 수 있다.
“그건 뭐야?”
늑대발톱이 내가 뭔가를 만들 때마다 궁금해서 물었다.
“담배요.”
사실 담배는 나중에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피우려고 만들어 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물물교환 물품으로 준비하고 있다.
담배를 만들 때도 최초의 담배 제작자로 메시지가 떴다.
-담배(최상급)
중독성 기호 식품
폐 손상의 원인
어이가 없는 것은 이 담배가 내가 이 원시시대에 와서 만든 최초의 최상급이라는 거였다.
-인류에게 해악인 담배의 최초 발명자가 됐습니다.
-명성 수치가 500포인트 하락합니다.
뇌리에 뜨는 메시지를 듣고 순간 멍해졌다.
‘내 피 같은 명성 수치가……!’
하지만 이미 명성 수치는 다운된 후였다. 미리 알았으면 담배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먹는 거냐?”
“……피우는 거죠.”
“피워? 모닥불처럼 피워?”
그래도 늑대발톱은 말이 좀 통한다.
“네.”
“어떻게 피워?”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 주는 것이 빠르다.
“이렇게 입에 물고 불을 붙이고 숨을 들이마시듯 마시는 거죠.”
“연기를 먹는다고?”
원시인의 생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네.”
“하나 줘 봐라.”
“안 돼요.”
“왜?”
내가 안 된다고 말하자 늑대발톱이 이해가 안 된다는 투로 나를 봤다.
“몸에 나빠요.”
“나빠?”
“네.”
“그럼 왜 만들었어?”
“물물교환하려고요. 이게 몸에 나쁘기는 하지만 근심 걱정을 떨쳐 버리는 특효거든요.”
내 말에 늑대발톱이 손에 들고 있는 시가를 물끄러미 봤다.
“그럼 하나 줘 봐라.”
우울한 모양이다.
아마도 현모양처인 제비꽃을 두고 새장가를 가려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기에 나중에 제비꽃에게 잔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갑갑한 모양이다.
‘어쩌지?’
분명 담배는 몸에 해롭다.
“마시면 죽는 거냐?”
“그건 아니지만…….”
“그럼 하나 줘 봐라.”
“……네.”
심란할 때는 담배가 직방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마음속으로만 한숨을 쉬고 늑대발톱에게 하나를 건넸다.
사실 나는 담배를 즐겨 피웠다. 그 망할 놈의 신에게 어비스로 소환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거의 반강제로 금연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는 최상급 담배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내 육체는 아직 어리고, 어린 나이부터 담배를 피웠다가는 성장에 지장이 있어 애써 참고 있었다.
“여기요.”
“고맙다.”
늑대발톱은 입에 시가를 물었다. 그리고 내가 알려 준 그대로 모닥불에서 불이 붙은 작은 나뭇가지를 꺼내 시가에 불을 붙이고 숨을 몰아쉬듯 힘껏 빨았다.
“켁! 켁켁 쿨럭! 컥컥!”
처음 담배를 피우면 다 저렇다.
“독하죠?”
“으…… 으으으…… 목이 아파서 걱정이 날아갈 수밖에 없겠어.”
“그러니까요. 천천히 빠세요.”
“알았다.”
늑대발톱이 조심스럽게 연기를 다시 흡입했다.
“쿨럭! 쿨럭!”
인류 최초로 흡연자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내가 만든 담배가 인류 최초의 담배다 보니 늑대발톱은 얼떨결에 인류 최초의 흡연자가 되었고, 인류 최초의 흡연충으로 등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내 흡연이네.’
내가 살던 곳에서는 이러면 얄짤 없이 벌금이다. 하지만 원시시대이니 꺼릴 것이 없다.
서민들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법도 없고 목을 조르는 세금도 없으니 말이다. 심지어 무허가 담배 재배 같은 것으로 은팔찌를 차지 않아도 된다.
“으음…….”
한참을 기침을 뱉던 늑대발톱은 이제야 연기에 조금 적응하는 모양이다.
꿀꺽!
늑대발톱은 먹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담배 연기를 삼켰다.
“삼키지 말고 다시 입에서 뿜어내요.”
“먹는 거라면서?”
“마시는 거죠.”
지금 내가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알았다.”
다시 늑대발톱이 연기를 마시고 뿜어냈다.
휴우우!
아마 이제는 머리가 띵할 것 같다.
“……잠시 밖에 나갔다가 올게.”
늑대발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휘청해서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머리가 아프다.”
“몸에 나쁜 거라고 했잖아요.”
“그래도 그럭저럭 연기처럼 날아간다.”
원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연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담배를 피운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은 담배를 안 피운다는 소리도 있고.
“이거…… 좋구나.”
확실히 시가에 적응한 것 같다.
‘이것도 내가 만든 레어 템이겠지.’
내가 만든 시가도 악어머리 부족에 팔 생각이다. 그리고 여자를 받을 생각이다.
“하여튼 준비가 다 끝났네요.”
“짐이 한가득이다.”
물론 대부분은 큰바위가 메고 갈 짐이다.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나쁠 것은 없죠.”
그렇게 말하고 목탄을 들고 동굴 벽으로 걸어갔다.
오늘 잡은 붉은 사자를 동굴 벽에 기록할 참이다.
물소 사냥법에 대한 강의를 하려고 벽에 그림을 그리자 메시지가 떴다.
벽화를 그릴 때에는 마치 화가가 된 기분이 들었고, 마음속에서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제법 그럴싸하게 그렸다 해도 낙서에 불과했다.
동굴 벽에 낙서만 그려도 벽화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분명 계속 그리다 보면 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붉은 사자를 벽에 그렸다.
-동굴벽화에 역사를 기록하였습니다.
-미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나무공예가 가능해졌습니다.
‘나무공예라…….’
도구만 충분하다면 못 할 것도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대나무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들었다.
물론 메시지를 보면 내가 지금까지 만든 것은 공예품이 아니라 그냥 도구들이라는 의미였지만 말이다.
“네가 잡은 놈이구나.”
“네, 붉은 사자예요.”
“……넌 확실히 강해. 그리고 너는 하늘님이 보내신 족장이다.”
늑대발톱이 물끄러미 나를 봤다.
늑대발톱의 눈빛에는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다음이 담겨 있었다.
‘내 아빠가 정말 큰바위일까?’
역시 그런 의구심이 치솟았다.
-내 아들이다.
악어머리 족장을 만났을 때 악어머리 족장에게 했던 늑대발톱의 말이 떠올랐다.
자꾸 요즘 그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에게 잘해 주는 제비꽃을 힐끗 봤다.
이 둘은 보면 내가 늑대발톱과 제비꽃의 아들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나랑 큰바위는 전혀 닮지 않았다.
근골이 거대하고 한눈에 봐도 강해 보이는 큰바위와 날렵해 보이는 늑대발톱.
그 둘 중에서 나는 늑대발톱과 닮았다.
“……저, 이제 자요.”
물어볼 필요는 없다.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을 테니까.
목책 앞에서 할머니와 제비꽃이 한없이 걱정하는 눈빛으로 우리를 보고 있다.
“걱정 마세요.”
“조심해라. 땅속에서일어서야!”
“물론이죠. 아빠랑 삼촌이랑 같이 가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오냐.”
내가 가겠다고 하니 할머니는 말리지 않으셨다. 그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조심하라고만 하셨고, 제비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비꽃의 눈에 안도감도 섞여 있었다.
이전에 홀로 떠나는 헌팅 때와는 달리 큰바위와 늑대발톱이라는 동행자가 있어 그럭저럭 안심하는 것 같다.
“……족장을 잘 지켜야 해요.”
그제야 늑대발톱에게 말하는 제비꽃이다.
“알았어.”
“반드시 목숨을 걸고 지켜요. 당신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해요.”
“나도 알고 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꼭요, 꼭!”
서로의 눈빛에 애잔함이 담겨 있었다.
누가 보면 전쟁터라도 끌려 나가는 줄 알겠다.
‘참, 걱정이 너무 많으시다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캭을 봤다.
카옹!
“캭! 내가 없는 동안 할머니랑 제비꽃이랑 잘 지켜 드려.”
카옹!
“깽과 멍들! 깽이 너희의 두목이다. 멍들, 깽 말 잘 듣고, 너희들 임무는 파수꾼이라는 것을 명심해.”
컹!
깽이 걱정 말라는 눈빛으로 크게 짖었다. 개들도 깽을 따라 찢었다.
멍멍! 멍멍!
“가요.”
드디어 결혼 원정대의 출발이다.
끼옥은 데리고 가기로 했다. 내 펫 중에서 가장 날렵하고 후각이 민감한 캭이 없는 만큼 끼옥은 반드시 데려가야 했다. 끼옥은 하늘에서 내 주위를 주시하다가 위험한 것이 있으면 알려 줄 것이다.
“잘 다녀들 와라.”
“네, 어머니!”
“예쁜 짝들을 구해 오고.”
제비꽃이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말씀을 하셨다.
제비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부족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전사들이 밤낮으로 노력해야 할 테니까.
“……네.”
늑대발톱이 제비꽃의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나, 간다. 엄마!”
큰바위는 싱글벙글했다.
“그래, 조심히 다녀오거라. 울지 말고, 잊을 것은 잊어야 해.”
할머니도 어제 큰바위가 우는 모습을 본 모양이다.
“응, 알았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 원정대가 출발했다.
‘다다익선이다.’
소금과 담뱃잎으로 만든 시가를 이용해 최대한 많은 여자와 바꿔서 데리고 올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