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73
272.세라마이트 2
아자딘이 셀림을 격파하고 차드라 용천지마저 손에 넣었다는 소문은 곧 차드라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차샨과 셀림을 격파하고 세드린은 동맹으로서 합류해 차드라 오걸의 셋의 세력을 흡수해 버린 아자딘은 이제 명실상부한 차드라의 패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제는 아자딘이 딱히 먼저 손대지 않아도, 차드라 고원의 다른 기사들, 소영주라고 할 이들이 먼저 아자딘에게 복종하고 나섰다.
어디까지나 파이어글리프의 챕터마스터 대행에 대한 복종이지만 현재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제 남은 것은 언데드 기사 소크 경과 하프 뱀파이어 니셀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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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아자딘 경! 당신과 함께하기로 했으니 이걸 함께 체험하도록 하지.”
셀림은 자신의 히포그리프를 불렀다.
두 마리의 히포그리프가 날아왔다.
“이걸 타자고?”
“그렇지. 타는 김에 그 비아르 늪지를 가보도록 하지.”
“비아르 늪지라면 소크 경의 영지 말인가?”
“하늘로 날아서 정찰을 해보자는 거지. 어떤가? 아자딘 경. 당신도 하늘을 날아보면 히포그리프가 얼마나 재밌고 우아한 생물인지 알게 될 거야.”
아마도 셀림은 아자딘에게 충성을 맹세한 김에 그에게도 히포그리프의 아름다움,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싶은 모양이었다.
“정찰을 겸해서라… 좋아. 타보지.”
아자딘은 셀림의 뜻에 응해서 히포그리프에 올라타 보았다.
“와!”
아자딘이 히포그리프에 올라타자 히포그리프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아무리 아자딘이라고 해도 이렇게 하늘을 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절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가? 근사하지 않나?! 아자딘 경! 세드린이 돕는다면 이제 우리는 히포그리프를 마음껏….”
셀림 경은 아자딘에게 계속 히포그리프를 키우자고 주장했지만 아자딘은 손을 내저었다.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어디 그럼 비아르 늪지로 가보도록 하지!”
“알겠소. 따라오시오!”
셀림도 히포그리프에 올라타서 앞장서서 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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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르 늪지는 차드라 용천지의 서쪽이자, 세드린의 영지인 검은 숲 남쪽에 위치한 습지 지대로 늪과 습지, 그리고 험준한 산맥을 끼고 있는 음습한 지역이었다.
그 근처로 날아가자 아자딘의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끔찍한 검은 마력이 느껴졌다.
“으음.”
아자딘은 아라엘의 목소리로 주위를 정찰시켜 보았지만, 아라엘의 목소리에 혼선이 빚어진다.
이곳의 검은 마력이 너무나 강력해서 아라엘의 목소리와의 정신적 연결이 끊어지는 것이다.
“여기선 아라엘의 목소리를 못 쓰겠군. 대단한데….”
아자딘은 상공에서 비아르 늪지를 바라보며 그 늪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힘에 당황했다.
이 정도로 농밀한 마력이 현실화한 것은 코랄 사하르나 브투마를 나가들이 공격해 올 때, 아니면 웬디고가 실체화하기 시작할 때 정도뿐이었다.
네더의 사신이 강림하기 직전 같은 상태가 상시 유지되는 곳이라니.
“이런 곳에 사는 언데드라니. 왜 다들 소크 경을 두려워하는지 알겠군. 응?”
아자딘이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내두를 때였다.
소크 경의 히포그리프가 갑자기 휘청거린다.
상공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서 히포그리프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 저건….”
아자딘은 아우렐리아 던을 빼 들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소크 경은 자신의 영지 상공에 그림자 날개라는 언데드 망령 괴물들을 풀어놓아서 상공을 지키게 한 것이었다.
그림자 날개들 각각의 크기는 커다란 독수리만 한 것이어서 히포그리프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문제는 셀림의 히포그리프였다.
셀림이 워낙 무거워서 히포그리프가 균형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그냥 일직선으로 비행할 때는 최대한 체력을 아끼며 날 수 있었겠지만 눈앞에서 검은 그림자가 오락가락하자 균형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으아아아!”
셀림이 저 아래로 점점 처지더니 추락하기 시작한다.
“…젠장. 어째 이럴 것 같더라니.”
아자딘도 마지못해서 셀림을 따라 비아르 늪지로 하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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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어어어.”
“으어어억!”
언데드들이 괴로운 신음을 내며 삽을 들어 늪지대의 역청층을 찍어 자르고 있었다.
우유처럼 짙은 안개가 낀 비아르 늪지, 그곳은 소크 경의 영지이자 가장 거대한 역청탄 생산지이기도 했다.
역청탄을 캐낸 그들은 수레에 스스로 역청을 쌓아 올린다.
그러다 팔이 부러져 떨어지자 언데드는 붕대로 스스로 팔을 조여 부러진 팔을 싸매고 다시 작업에 들어간다.
언데드 기사 소크 경의 영지, 비아르 늪지대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으음. 끔찍하군. 이거.”
아자딘은 그 모습을 보며 신음했다.
셀림은 타고 온 히포그리프를 하늘로 날려보내며 아자딘에게 물어보았다.
“왜 그러시오. 아자딘 경.”
“아니 기사단이 잘도 이런 걸 허용했다 싶어서.”
아자딘도 언데드를 이용해 진사 채취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혼을 잡아두지 않고 오로지 육체의 기억만을 이용한 일종의 자동기계였다.
그런데 여기 언데드들에게는 확실한 영혼의 속박이 느껴진다.
영혼이 있으면 명령을 해석해서 주어진 업무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만큼 안식에 들어야 할 영혼을 괴롭히는 것이다.
이것은 죽음 너머에서까지 한 존재를 착취하는 끔찍한 사술이다.
이런데도 소크가 구난기사단의 일원으로서 여겨지고 있다니.
“예상치 못하게 소크 경의 영지에 들어와버리다니. 우리 이쁜둥이가 왜 그랬지?”
“무거워서지. 뭐.”
“평소엔 잘 날았단 말이요.”
“평소 비행이 아니잖아?”
아자딘은 그리 말하며 주위를 경계해 보았다.
언데드들이 여럿 보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어서 아무도 아자딘과 셀림에게 반응하지 않는다.
소크 경의 악명이 드높은 만큼 상공에서 날아서 접근해 오는 이들에게는 그만큼 무방비로 방치된 것이었다.
“일단 히포그리프가 체력을 회복하면 탈출하자. 셀림 경. 지금 올 곳이 아니다.”
“알겠소. 거 참 이상하네.”
셀림은 여전히 왜 히포그리프가 자신을 버티지 못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그때 아자딘 일행을 향해 마차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마차의 마부는 반투명한 유령이었고 말들 역시 뼈에 영기가 들러붙은 유령 말이었다.
그 마차에서 그나마 한 명의 귀부인이 내려섰는데 그녀는 몸에 와일드 드루이드의 문신이 새겨진 엘프 여성이었다.
다른 언데드들과 달리 생전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영기가 그녀가 죽은 존재라는 걸 알게 해주었다.
“어서 오시지요. 아자딘 경. 셀림 경.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당신이, 세드린의 자매인가?”
“예. 달리아라고 합니다. 후후. 세드린이 안부를 묻던가요?”
“안부를 묻기는 했지. 그나저나 여긴 정말 놀라운 곳이군.”
“황제의 전령으로서 황금도시 브투마나 아름다운 코랄 사하르를 다녀오신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감격스럽군요. 자, 마차에 오르시지요. 이야기는 가면서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히포그리프를 타고 왔는데 그대로 날아가도 되지 않을까?”
“후후. 그럼 왜 도중에 내리셨습니까.”
“잠깐 쉬어가려고.”
“그렇다면 저희 마차에서 쉬시면서 이야기하지요?”
달리아는 계속 아자딘을 권유했다.
보아하니 아자딘을 저택으로 끌어들이려고 작정한 모양이었다.
‘으음. 준비 좀 하고 올걸.’
아자딘은 별다른 준비 없이 셀림 경과 함께 히포그리프를 타고 날아온 걸 후회했다.
적어도 강적을 상대하려면 반다이크 상회와 거래해서 흑강전이라도 몇 발 얻어뒀어야 했는데.
현재 아자딘은 청강전 화살 다섯발과 일반화살 다섯 발, 열발 만 전통에 꽂아 넣은 상태다.
“어떻게 할까요? 아자딘 경?”
셀림은 마차에 탈지 말지 아자딘에게 물어보았다.
“준비가 좀 부족하지만 시간이 아깝군. 타지.”
아자딘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차에 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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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말이 끌고 가는 마차는 마치 지면에 떠다니는 것처럼 조용했다.
실제로 마차는 지면에서 살짝 떠서 지형의 울퉁불퉁함에 상관없이 쾌적하게 이동했다. 이게 이 영지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가능한 일이라면 그야말로 교통의 혁명이라 할 수 있으리라.
“흐음. 미남이시군요. 아자딘 경. 이야기는 들었는데 상상 이상의… 매력적이신데요. 세드린이 아주 좋아할 것 같군요.”
소크 경의 하인인 엘프 여성 달리아는 그리 말하고 입맛을 다셨다.
창백한 얼굴에 유달리 붉은 혀, 그리고 그 아래 죽음 이후 변이된 날카로운 이빨들이 드러나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식인 풍습이 있는 엘프다. 죽어서 언데드가 된 달리아는 아름다운 생전의 모습으로 본색을 감추고 있지만, 그 한 꺼풀 아래에는 인육을 탐하는 괴물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 괴물의 마각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이는 모습에 아자딘은 눈살을 찌푸렸다.
“세드린이 좋아한다라. 그녀와 사별한 지 얼마나 되었지? 그렇게 그녀의 취향을 단언할 수 있나?”
“아 물론이지요. 그 아이는 저와 취향이 같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후후. 실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에게 강렬한 열망을 느끼고 있답니다.”
“그래서 당신은 소크 경의 밑에서 일하는 게 만족스러운가?”
“저 말인가요? 물론 만족스럽지요. 죽음이 안식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아직 죽음을 체험하지 않은 자들뿐이지요. 실제로 죽어보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놈의 안식을 걷어차고 싶어진답니다.”
“글쎄. 지금 저기 노동자들은 달리 생각할 것 같은데?”
아자딘은 길가에서 철광석을 나르고 있는 노동자들을 가리켰다.
언데드 노동자들이 힘겹게 철광석을 나르며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한다. 이미 죽어서 호흡이 필요 없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생전의 기억 그대로 호흡을 헐떡이며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단순 노동자들의 영혼까지 붙잡아 둘 필요는 없지 않나?”
“하지만 영혼을 잡아두지 않으면 복잡한 일을 할 수 없답니다. 단순한 작업만 반복하게 되는 데 영지를 경영하자면 그보다 더 많은 창의력이 필요한 법이지요. 게다가… 아.”
아자딘은 달리아의 말을 무시하고 마차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에는 여러 개의 고로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얼핏 보아도 8개. 단순한 대장간이 아니라 순철을 생성하기 위한 도가니들이다.
“철광석도 나나 보군.”
“네. 광산이 있지요. 광산과 역청탄, 그것에서 강철을 만들어 내는 작업 때문에 구난기사단은 소크 경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답니다.”
“…….”
언데드를 이용해 진사를 채굴하고 있기에 아자딘은 알 수 있었다.
소크 경이 언데드를 이용해 철광석을 캐고 자체적으로 정련해 철제 제품들, 무기나 기구들을 만들어 낸다면 그 경제적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마약을 만들어 팔던 차샨의 동남바위 요새에 못지않은 실익을 거두고 있으리라.
게다가 이 언데드들의 숫자를 보면 소크 경이야말로 차드라의 최강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