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70
369. 왕좌의 부름 7
드워프들의 왕 마나위단이 위치한 왕좌의 홀에서는 근위대원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폐하. 근위대장 이아크가 흉적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전신의 피가 빨려있고, 이빨 흔적이 있는 걸 보니 그리셀다가 죽인 것 같습니다만.”
드워프들의 근위대들은 후방에서 그리셀다를 부르러 간 이아크가 시체로 발견되었으니, 그리셀다에게 혐의를 씌우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위단은 눈을 감고 주위를 감지하더니 혀를 찼다.
“그 그리셀다도 방금 죽었다.”
“예?”
“야에가스의 왕좌를 차지한 나의 말이다. 믿어라. 진실이니.”
“하오나….”
“흥. 감히 내 말에 토를 다는 게냐?!”
드워프의 왕 마나위단은 눈을 떴다.
창백한 힘이 그에게서 뻗어나가 무심코 불신의 말을 입에 올린 근위대원을 직격했다.
“끼아아악!”
근위대원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몸이 불타오른다. 놀란 근위대원이 바닥을 뒹굴며 불을 끄려 했지만 꺼지지 않고 타오른다.
“아우렐리아 던이 뱀파이어를 영원히 불태운다고 하지? 이것은 어떠하냐?”
“폐, 폐하!”
“나를 믿어라. 내가 야에가스의 왕좌를 장악하고 있으니 나야말로 진정한 왕이다. 지금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한 힘과 지혜가 내게 있으니 저 밖의 전장은 아무것도 아니다.”
감히 마나위단에게 토를 달았던 근위대원의 몸이 타들어가 이내 재로 변해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근위대원들은 난처해했다. 왕의 말에 감히 토를 달았으니 죽임을 당해도 싸다 싶지만 본래 마나위단은 이렇게 까다로운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마나위단은 오만하고 포악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리셀다와 그 딸들이 제공하던 밤의 향락이 아쉽군. 그러나 이제 곧 세계 전부가 내 발밑에 머리를 조아릴 것이다.”
-쿠르르릉!
폭음과 함께 요새가 흔들린다. 마나위단의 자신만만한 말과 다르게 구난기사단을 막고자 하는 드워프의 방어선들은 계속해서 폭약과 마석들을 터뜨리며 격렬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었다.
불길이 점점 왕좌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근위대원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저 셀레스티얼 기사들과 네더의 권속들이 장난이 아닌데.’
‘하지만 토를 달면 방금처럼 죽을지 모르니.’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모두 난처해할 때였다.
“꽤 고전하시는 것 같습니다. 폐하.”
마나위단이 앉아있는 옥좌의 뒤, 왕이 탈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통로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의 가면을 쓴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주어 스틸을 섞어서 만든 푸른 철사 갑옷을 걸친 전령일족의 남자였다.
“왔는가. 전령일족. 기다리다 목이 빠질 뻔했다. 시킨 일은 했겠지?”
“예. 명령하신 대로 반릉의 주민들 대다수를 죽여서 가져왔습니다. 이거 참. 한때 케림 산맥에 거주하던 이웃이었는데 그들을 죽이자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아주어스틸 철사 갑옷을 입은 자 말고도 다른 전령일족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나위단의 근위병들이 흠칫 놀랐다.
보아하니 이들은 마나위단 왕과 거래한 전령일족인 것 같은데, 신왕살해자라 불리는 이들이 왕의 지척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왕인 마나위단은 이들이 접근해 오건 말건 신경 쓰지 않았다.
“흥.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아무리 내가 너희들에게 요청했다 해도 무고한 백성들을 죽여 고기로 만들어 가져오는 일이다. 너희들이 케림의 주민들을 조금이라도 중히 여겼다면 어찌 내 계약에 응하겠느냐?”
마나위단은 그리 말하고 옥좌의 얽혀있는 혈관들을 움켜쥐었다.
혈관과 심장들로 변이한 이들, 본래 반릉의 야에가스 신족이던 이들은 이런 상황이 되어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사물을 볼 수 있고 그로 인해서 고통과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몸을 떨고 있는 야에가스 신족들의 감정을 대변하듯 옥좌에 엉겨 붙은 심장들이 격하게 뛰며 쿵쾅거리는 진동이 산 전체로 퍼져나간다.
마나위단은 입을 벌려서 그 혈관을 깨물고 피를 내어 벌컥벌컥 마셨다.
옥좌가 빛을 발하며 창백한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드워프의 수염이 피로 물들고, 신발을 적신다.
왕좌에 오르기 쉽게 만들어진 계단 위로 피의 강이 만들어지며 그와 동시에 옥좌가 요동친다.
옥좌로부터 강렬한 마력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간다.
“정당한 왕이 왕좌를 차지하면 왕화의 빛이 이 세상을 수호한다….”
그 모습을 보던 푸른 철사 갑옷의 전령일족이 쓴웃음을 지었다.
“시온 님. 사령술이 풀렸습니다. 시체들이 아샤지트의 권속으로… 그리고 지금 셀레스철 파이어들의 후미를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이 요새 안의 드워프와 바깥의 아샤지트 권속들에게 협공당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그의 부하가 놀라워하며 보고했다. 사령술을 걸어둔 시체들이 전부다 아샤지트의 권속으로 변하면서 사령술 제어에서 풀려버린 것이다.
“뭐 그러라고 가져온 시체니까요. 시체들을 옮기기 편하게 사령술을 쓴 거니까 풀린다고 해서 놀랄 건 없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자리에서 그 많은 이들을 아샤지트의 권속으로 바꾼 마나위단 왕의 힘이지요.”
그렇게 말한 푸른 철사 갑옷의 전령일족, 시온 에타르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약속한 보수를 주시겠습니까?”
“…약속은 지키겠다. 나는 왕이니 말이다.”
마나위단은 그리 말하고 자신의 품에 손을 넣었다.
“받도록 해라. 이것이 선우의 태양으로 인도할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순도 높은 마석으로 이루어진 투명하고 영롱한 사람의 손이었다.
엘리멘탈 웨일링 환자들이 죽을 때 마석으로 변화하는데, 대부분 폭발하듯 산산조각이 나곤 했다.
하지만 때로는 완벽한 순응을 보이는 자들이 있는데 그렇게 마석으로 변이한 이들은 영롱하고 투명한 보석처럼 변해버린다.
이 손은 바로 그렇게 보석으로 변이한 손이었다.
“흐음. 이것이 선우의 태양으로 인도한단 말입니까? 처음의 계약에서는 선우의 태양을 넘겨주신다고 들었는데요.”
“사실상 넘겨주는 것이지. 설마 너희 전령일족들이 이것을 가지고도 선우의 태양을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령일족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들 그들의 장로, 시온 에타르를 바라보았다.
이걸 과연 거래를 완수했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전령일족의 장로, 시온 에타르는 미소를 지으며 마나위단에게 예를 표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저희가 찾아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폐하. 부디 원하시는바 뜻을 이루시길.”
“그때가 되면 너희들 역시 내 발밑에 머리를 조아리게 될 것이다. 선우의 태양을 찾아와라. 너희들, 영혼 없는 불경자의 충성서약을 받아주려면 그 정도 공은 세워야지?”
마나위단은 어이없게도 전령일족에게 선우의 태양을 찾아오면 그 공로로 부하로 받아주겠다는 망발을 퍼부었다.
“물론 그렇겠지요. 그때가 기대되는군요. 그럼 이만. 저희는 선우의 태양을 찾기 위해 떠나겠습니다.”
시온 에타르는 그리 말하고 부하들과 함께 물러났다.
*********
아자딘에게 화살을 발사한 이는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조심하시오. 백작. 저자는 상당한 실력자요.”
버나드는 드워프들의 비밀통로를 이동하면서 적들을 피하고자 피의 거미를 작게 만들어 경계를 세워두고 있었다.
그 경계를 뚫고 들어온 저 인물은 엄청난 실력자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자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는 사이다.”
“하지만….”
방금 화살에는 살기가 담겨있었다. 인사치레로 쏜 게 아니라 정말 죽이겠다는 살기가 담겨있는 화살을 날렸는데, 지인이라고 해도 살의는 명확하지 않은가?
그때 상대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직 젊은 냉막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출세했군요. 아자딘. 무안의 아자딘이라 불리던 당신이 이제는 나이산도카르의 변경백이라니.”
“오래간만이군. 이스마일. 성장기라 그런지 잠깐 안 본 사이에 많이 컸는데? 무사한 걸 보니 반갑구나.”
“반갑다고요? 지금 어느 입으로 말하는 겁니까? 우리를 버려두고 백작 지위를 얻은 분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군요.”
“미디암은? 잘 지내고 있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째서 당신은 그녀를 방치한 겁니까? 당신의 목표는 귀족이 되는 겁니까?”
이스마일은 분개했다.
그러자 지벡이 앞에 나섰다.
“이스마일 군. 아자딘 백작은 단 한시도 사욕을 채우지 않고 살아왔네. 게다가 전령일족 측의 연락책을 통해서 자네와 미디암의 소식을 어떻게든 입수하려고 노력했지.”
“뻔한 변호를 하시는군요. 지벡 경.”
이스마일은 지벡을 노려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알고는 있었다.
아자딘은 결코 놀면서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핌불베르트가 다가온 지금, 아자딘은 아자딘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그것을 성사시키기 위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활동했을 것이다.
아자딘이 미디암에게 관심을 보이면 보일수록 오히려 미디암이나 이스마일의 신변이 위험해진다.
하지만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달랐다.
“시온 에타르도 와 있나? 설마 의뢰인은 드워프들인가?”
아자딘은 이 상황에서도 이스마일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 했다.
이스마일은 화가 났지만, 그가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에 아자딘의 질문에 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드워프 왕 마나위단이 부탁해서 일족은 사람들을 죽여서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를 만들어서 가져왔습니다. 본래는 그걸로 뱀파이어들을 치고 어찌할 모양이었던 것 같은데….”
“셀레스철 파이어가 뒤통수를 맞았겠군. 좋아. 이스마일. 질문하는 것에 제대로 대답해 줘. 너와 미디암에게 중요한 일이니까.”
“……….”
“지금 시온 에타르를 죽이면 너와 미디암의 행보가 나아질까?”
“네?”
이스마일은 아자딘의 말을 듣고 놀랐다.
시온 에타르는 대두령 하티르가 죽은 후 사실상 원로원의 중추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실력과 자질은 대두령 하티르 이상.
그런데 아자딘은 시온 에타르의 목숨을 언제든지 취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무리 아자딘이 미디암을 구출해주길 바라는 이스마일이지만 전령일족 출신으로서 아자딘의 발언은 뭐랄까, 전령일족 전체를 우습게 보고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졌다.
정작 아자딘도 전령일족인데 말이다.
‘하여튼 건방진 사람이야. 그러나….’
이스마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디암은 여기에 없습니다. 시온 에타르를 여기서 죽인다면 그녀의 목숨이 위험할 겁니다.”
“그렇군. 감금해 두고 있나?”
“네.”
“일족은 거래의 대가로 드워프들에게 뭘 받기로 했지?”
“저도 잘은 모릅니다. 하지만 굉장한 마법유물로 알고 있습니다.”
“으음. 안 좋은데. 그거.”
그때 저 멀리서 휘슬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거래가 끝난 모양이군요. 물러나야겠습니다.”
“…….”
“미리 말해두지만 지금 당장 제가 가지 않으면 미디암을 고문할지도 모릅니다.”
“아. 그런 말로 네 고삐를 쥐고 있는 건가? 이스마일. 미안하지만 그건 헛소리일 거다. 고작 하인 출신 한 명 고삐 채우자고 에타르 혈족을 고문할 리가 없잖아?”
“…당신의 그런 점이 진짜 마음에 안 들거든요.”
이스마일은 그 말을 남기고 뒤로 물러나 비밀통로 밖으로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