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66
65. 암살 영업인 2
“예. 하지만 제 입장 아시잖습니까. 마침 지벡 경은 그 문제도 있으니까 공을 세울 곳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남작 부인 사저를 습격한 불한당들을 격퇴한다면 참회기사가 되지 않아도 죄 사함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럼 자네가 돈을 주고 고용한 친구들은?”
“공자님은 셀 소드 조합이나 다른 모험가들을 고용하라고 했지만 남작 부인 집을 쳐들어가자고 하는데 제정신 박힌 놈들이 호응할 리가 없지요. 그래서 난민 중에 팔팔한 놈들을 골라서 고용하니 다들 좋다고 나섰습니다.”
“…….”
“뭐 무기는 입혀줘야 해서 돈이 좀 더 들긴 했습니다만. 이런 난민 청년들은 어딜 가나 많지요. 좀 줄어도 아무도 모를 겁니다.”
공자의 서동, 벨돈은 들리지 않게 조용히 말했다.
“나 보고 난민 청년들을 죽이라는 건가?”
벨돈은 지벡에게 공을 세우라고, 자신이 불한당들을 고용할 테니 그들의 뒤통수를 쳐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벡 경은 그것을 내켜 하지 않았다. 참회기사가 되어야 할 판이라지만 그건 너무 비열하지 않은가?
‘전령일족의 전령조차 명예를 아는데 내가 그럴 수는 없지.’
그러나 옆에서 듣고 있던 주무관 메이야는 기뻐했다.
“아주 좋은 기회군요, 지벡 경. 이건 받아들이셔야 해요.”
“그렇지요?”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군. 벨돈, 당장 저들에게 약속한 보수를 주고 해산시키게. 공자께는 내가 말하도록 하겠네.”
“네? 아이고 큰일납니다요. 그러면 제가 경을 칩니다요. 지벡 경도 아시잖습니까? 공자님 상태가….”
“지벡 경. 참… 그게.”
메이야도 지벡 경의 고지식함에 당혹스러워할 때였다.
“어? 잠깐 당신들은?”
메이야가 행인들 사이에서 한 남자와 소년 소녀를 발견했다.
“당신들도 살라스마에 오셨군요?”
“아, 주무관님?”
아자딘과 미디암, 이스마일을 만난 것이었다.
“음? 메이야 경, 아는 사이인가?”
“아 네. 그 흑마법 재해 때 봤던 순례자분입니다. 실력이 상당히 좋다고 하더군요.”
“그야 그렇겠지.”
지벡 경은 쓴웃음을 지었다. 보아하니 메이야는 아자딘이 전령일족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간만에 뵙네.”
“아, 지벡 경. 당신도 여기 왔군요.”
“지벡 경과도 아시는 사이인가요?”
메이야는 그저 신기해했다.
“네, 어쩌다 보니까. 주무관님은 아버님을 찾으셨습니까?”
아자딘은 자신이 그녀의 아버지를 죽여놓고서도 천연덕스럽게 물어보았다.
“아니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일단 근무지로 돌아왔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아버님은, 가즈렉 경은 기사단의 모범, 틀림없이 임무를 수행 중이실 겁니다. 무사하겠지요.”
“…….”
팔이 안으로 굽어도 정도가 있지,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민간인 학살도 마다하지 않던 가즈렉 경이 기사단의 모범이라니, 듣고 있던 아자딘은 표정 관리를 위해 애써야 했다.
“저런,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그게 말이네.”
지벡 경은 솔직히 말했다.
“코젤 공자가 노르트 남작 부인의 집을 습격하겠다고 가난한 난민 청년들을 고용했네. 성공해도 교수형이고 실패해도 죽을 일인데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원하다니, 그만큼 난민들의 처지가 어려운 거겠지.”
“아….”
벨돈은 당황했다.
“그, 그걸 남에게 말씀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이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네. 충분히 입이 무겁거든.”
지벡 경은 그리 말하고 스스로도 놀랐다. 왕의 교회의 성기사인 그가 황제의 전령인 아자딘을 믿을 수 있다고 보증해 버린 것이다. 아자딘은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 이분이 고용을 맡는 분입니까?”
“그렇네.”
“아, 어 음.”
벨돈은 갑작스레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에 당혹스러워했다. 그때 아자딘이 말했다.
“죄송하지만 칼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이런 사람들을 고용해봐야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겁니다. 괜히 불쌍한 사람들 피 흘리지 말고 쓸 만한 전문가를 고용하시지요.”
“쓸 만한 전문가요?”
“바로 저 말입니다.”
“…….”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미디암과 이스마일은 혀를 내둘렀다.
‘대, 대담해.’
‘제정신인가?’
“…….”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지벡 경도 한숨을 내쉬었다.
“메이야 경, 우리는 자리를 피하도록 하지.”
“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네.”
지벡 경은 아자딘이 벨돈과 따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니 어쩌면 귀를 씻어내야 할 더러운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리를 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
저녁 무렵 아자딘은 노르트 남작 부인의 사저를 나와서 백작의 성을 조사했었다. 하지만 성 주위는 가볍게 둘러볼 수도 없는 곳이었다. 성안을 좀 들여다볼 만한 곳이면 다 경비병들이 있고 초소에서 감시를 하고 있었다.
“백작이 상당히 편집증적인가 본데?”
살라스마 전체에 난민이 몰려와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삶의 터전을 벗어나 굶주리고 가난한 난민들, 구걸을 하는 건 그나마 양호하고 도둑질이나 강도질, 매춘과 살인에 종사하며 치안을 급속도로 악화시키는 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병력이 많이 필요했다.
도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비군의 대부분을 치안 유지에 돌려야 할 상황. 허나 백작은 놀랍게도 주위 치안이 어찌 되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성만을 집중 방어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들어갈 방법이 없다.
“지하도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남작 부인의 사저에도 그쪽으로 웨어 랫들이 침입했잖아요?”
미디암이 따라오며 의견을 제시했다.
“지하도를 조사해 봤는데 중간에 거대한 철문이 막혀 있었어.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 철문을 부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더군.”
백작의 성에서 탈출하는 데만 쓸 수 있고 침입하는 건 불가능한 일방통행의 문이 있었다. 제대로 된 지하 비밀통로라면 당연한 것이리라.
“뭔가 기관이 있으면 밖에서도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주위를 잘 찾아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던데. 음, 차라리 밤에 담을 넘어야 하나? 하지만 그러면….”
아자딘은 밤에 담을 넘을 경우를 생각해 보고 혀를 찼다. 내부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방어 병력과 순찰은 얼마나 있는지 전혀 모르는데 담을 넘어봤자 실수할 수밖에 없다.
순찰자나 성안에서 일하는 하인들을 제압하면서 들어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건 즉 무고한 이들을 해쳐야 한다는 뜻이다. 좋게 기절만 시켜서 해결 볼 수도 있겠지만 재수 없으면 무고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구난기사단의 신앙을 가지고 있는 아자딘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 야밤에 잠입하려면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백작의 성에 출입하는 인간들이 누군지 남작 부인에게 자세히 들어봐야겠다. 할 수 있다면 지도를 받는 게 좋겠지. 백작의 정실이랑 자식은 드나들 수 있겠지?”
“어떻게요? 하인으로 변장해서 들어가게요? 투구나 눈가리개 같은 걸 하고 있는 이를 귀족이 하인으로 고용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미디암은 그 점을 지적했다. 아자딘이 장님으로 변장하면 주위 사람들의 동정을 사지만 장님이라는 건 또 너무나 기억하기 쉬운 개성이다. 쉽사리 변장해서 들어갈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어쩔 수 없군. 그럼 시간을 들여서 철문을 뚫어볼까? ”
문을 단박에 부수는 건 못하지만 시간을 들여서 공구로 파괴하면 가능할 것이다. 아자딘은 그렇게 결정하고 돌아오다가 지벡 경 일행을 만나게 된 것이다.
*********
그때 난민 청년들이 몰려왔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십니까, 고용주님?”
“아니 이 투구 쓴 남자가 자네들 말고 자기를 고용해달라고 하는데?”
“네?”
그들이 아자딘을 에워쌌다. 하지만 아자딘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너희들로는 역부족이다. 내가 약간 돈을 줄 테니까 그걸로 만족해. 이런 일은 너희들에게 맞지 않아.”
“아니 이게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는데?”
난민 불한당 청년들이 발끈했다. 그때 아자딘이 그들 앞에서 금화를 꺼냈다. 황제의 금화가 아니라 일반 팔왕국의 경화였다.
“어?”
“뭐야? 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냐?”
“아니, 나와 내기 하나 할까?”
“내기?”
“나와의 내기에서 이기면 이걸 너희들 주지.”
“…….”
금화를 본 불한당 청년들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뭐, 뭔데?”
“간단해.”
아자딘은 미디암에게 고갯짓했다.
“내 발밑에 어깨 넓이 두 배로 원을 그려줘.”
미디암이 초크를 꺼내서 아자딘의 발아래 원을 그렸다.
“이렇게요?”
“음 좋아.”
아자딘은 금화를 들고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날 이 원 밖으로 밀어내면 이 금화는 너희 거다.”
“…뭐?”
“다만 지면 얌전히 돌아가서 가족들과 함께 구난기사단의 구휼에 기대도록 해라.”
“이, 이 새끼가!”
“우릴 얼마나 우습게 보면!”
아자딘의 도발에 난민 청년들이 분개했다.
“아, 잠깐. 왜 당신들 멋대로….”
공자의 서동 벨돈은 난처해했다. 원래 그는 이들을 희생시켜서 적당히 코젤 공자의 복수심을 달래고 일을 묻으려 했다.
물론 이건 일개 서동이 결정할 짓이 아니긴 하다. 그러나 벨돈의 예상과 달리 일이 엉뚱하게 흐르고 있었다.
“제한 시간은….”
아자딘이 금화를 하늘로 튕겼다.
하늘 높이 튕겨 올라갔던 금화가 다시 아자딘의 손에 떨어졌다.
“금화를 열 번 튕기기로 하지. 만약 내가 금화를 다시 못 잡아도 너희의 승리다. 너희가 이기면 이 금화도 덤으로 주지.”
“……!”
“어때? 할래?”
“하지!”
“그럼!”
아자딘이 금화를 튕겼다. 그 순간 불한당들이 일제히 아자딘에게 달려들었다.
“쳐라!”
“죽여 버려!”
그러나 선두에 달려든 청년의 인중에 아자딘의 검지가 명중했다. 전신이 찌리릿 하고 마비되는 충격에 청년이 기겁하는 사이 아자딘은 그의 머리를 잡고 팔을 얽어매 원 안에서 빙글 돌았다.
“으와아아아!”
마치 고삐 잡혀 끌려다니는 황소처럼 불한당 청년이 지면을 달린다. 아자딘을 밀어내려고 몰려들었던 이들도 덩달아 휩쓸리며 충돌하고 넘어지고 난리가 난다.
아자딘은 그렇게 한 바퀴 상대를 돌리고 집어던졌다. 불한당 청년들이 볼링 핀처럼 일제히 쓰러진 뒤 아자딘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금화를 잡았다.
“한 번.”
“…….”
“어.”
보고 있던 이들은 혀를 내둘렀다.
아자딘의 능력을 알고 있던 미디암과 이스마일도 아자딘이 펼치는 실력 앞에 기겁했다.
“왜? 더 안 덤벼?”
“아, 아니.”
“됐습니다.”
아자딘이 넉넉하게 코인 토스를 열 번 하겠다고 했는데 한 번 만에 모두의 의지가 깔끔하게 꺾였다.
“흠. 이스마일.”
“네?”
“이걸 저들에게 줘라.”
아자딘은 은화를 조금 집어서 이스마일에게 건네주었다. 이스마일이 은화를 받아서 불한당들에게 주자 그들은 가죽 갑옷과 무기를 벗어서 벨돈에게 돌려주었다.
“어어…. 자, 잠깐! 기다려….”
벨돈이 당황했지만 이미 아자딘에게 쓴맛을 본 난민 청년들은 그가 준 돈을 나눌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