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221
1221회. 라고아 백작이 나에게 내미는 화해의 손으로 봐도 되겠지?
엘리오는 점심 식사 시간에 있었던 여자들의 말다툼을 떠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스코트 씨 부인이 지터 씨 부인에게 심한 말을 해서…… 지터 씨가 한마디 했다가……. 남자들의 싸움으로 번진 거지요.”
“누가 이겼어요?”
모험가의 말에 운송 책임자 레온 토로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싸움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죄책감보다 승패에 관심을 두다니?
확실히 대귀족들의 정신세계는 보통 사람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터 씨가 많이 맞았습니다. 가드들이 뜯어말리지 않았다면 어디 한 군데 부러졌을 겁니다.”
“연구만 하던 사람이라 그래요. 체력도 좀 단련해야 하는데. 세상일이 어디 머리로만 되나. 그래서 어떻게 한답니까?”
“어떻게 하다니요?”
레온 토로스가 모험가를 빤히 보았다.
싸웠으면 그만이지 뭐가 더 남았다고 그런 걸 묻는지 모르겠다.
“복수를 한다거나, 치안대에 고발을 할 수도 있잖아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렇게까지 발전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저 같은 사람이 중재를 하기도 하고요. 다행히 이번에는 지터 씨와 스코트 씨 모두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레온 토로스가 모험가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이 모든 게 모험가님이 지터 씨 딸에게 검술을 가르치면서 생긴 일 아닙니까. 남은 이삼일 만이라도 가르침을…….”
“중단해 달라고요?”
“예, 계속 그러면 또 스코트 씨 부인과 지터 씨 부인 사이에 시비가 벌어질 수도 있어서요. 갈등이라는 게 눈에 안 보이면 가라앉기도 하니까요.”
“음, 일리 있는 말이네요.”
“감사합니다.”
레온 토로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하지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한다.
특히 엘리오처럼 남의 눈 신경 안 쓰고 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일리는 있지만, 그만한 일로 가르침을 중단할 수는 없습니다.”
엘리오에게도 시간이 많은 건 아니었다.
파티마 공국에 도착하면 헤어져야 하니 길어야 스무 날이다.
그런데 고작 여자들의 쌈박질 때문에 제자를 못 가르친다?
그건 개가 웃을 일이었다.
“아, 예…….”
레온 토로스는 감히 반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
대귀족은 잠자는 사자와도 같다.
차라리 그가 지금처럼 제자 양성의 유희를 즐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대귀족이 무료하다고 엇나가면 그거야말로 재앙이니까.
잠시 후 엘리오가 방으로 들어가자 파비안이 호들갑을 떨었다.
“라고아 경!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지터 씨가 얻어터졌다며.”
“어? 가드들에게 들으셨습니까?”
“운송 책임자가 말해 주더라.”
“크큭! 그런 난리도 없었습니다. 글라체스 요새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쯧쯧! 과장도 정도껏 해라.”
“진짭니다. 그 주둥이 소드마스터가 귀족 부인들을 선동했거든요. 보다 못한 지터 씨가 욕설까지 할 정도로요.”
“욕을 했어?”
“혼돈 그 자체였다니까요. 그 여자 남편이 바로 지터 씨에게 주먹을 날리고, 그때부터 두 사람이 개싸움을 벌였습니다. 가드들이 중지시키지 않았으면 지터 씨는 맞아 죽었을 겁니다.”
“맞아 죽어? 운송 책임자는 어디 한 군데 부러졌을 거라고 하던데?”
“그것보다 훨씬 더 심했습니다. 진짜 죽일 듯이 패더라고요. 점잖 빼던 사람이 눈 뒤집히니까 무섭던데요?”
“별일이네.”
“뭐 여자들 숙덕거리는 소리 들으니 그럴 만도 하겠더라고요.”
“왜?”
“욕먹은 여자 집안이 파티마 공국에서 잘나가는 자작가랍니다. 남편은 그저 그런 남작가 출신이고요. 그래서 여자를 상전처럼 모시고 살았는데 욕을 했으니 폭발한 거죠.”
“지터 씨 상태는?”
“코피는 줄줄 흘렸는데 찢어지거나 부러진 데는 없어 보였습니다.”
“거참, 왜들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냐? 뒷말 무서워서 제자도 못 가르치겠네.”
“신경 쓸 데가 없잖습니까. 하루 종일 앉아 있으니 입만 살 수밖에요.”
파티마 공국에 도착하면 헤어져야 하니 길어야 스무 날이다.
그런데 고작 여자들의 쌈박질 때문에 제자를 못 가르친다?
그건 개가 웃을 일이었다.
“아, 예…….”
레온 토로스는 감히 반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
대귀족은 잠자는 사자와도 같다.
차라리 그가 지금처럼 제자 양성의 유희를 즐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대귀족이 무료하다고 엇나가면 그거야말로 재앙이니까.
잠시 후 엘리오가 방으로 들어가자 파비안이 호들갑을 떨었다.
“라고아 경!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지터 씨가 얻어터졌다며.”
“어? 가드들에게 들으셨습니까?”
“운송 책임자가 말해 주더라.”
“크큭! 그런 난리도 없었습니다. 글라체스 요새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쯧쯧! 과장도 정도껏 해라.”
“진짭니다. 그 주둥이 소드마스터가 귀족 부인들을 선동했거든요. 보다 못한 지터 씨가 욕설까지 할 정도로요.”
“욕을 했어?”
“혼돈 그 자체였다니까요. 그 여자 남편이 바로 지터 씨에게 주먹을 날리고, 그때부터 두 사람이 개싸움을 벌였습니다. 가드들이 중지시키지 않았으면 지터 씨는 맞아 죽었을 겁니다.”
“맞아 죽어? 운송 책임자는 어디 한 군데 부러졌을 거라고 하던데?”
“그것보다 훨씬 더 심했습니다. 진짜 죽일 듯이 패더라고요. 점잖 빼던 사람이 눈 뒤집히니까 무섭던데요?”
“별일이네.”
“뭐 여자들 숙덕거리는 소리 들으니 그럴 만도 하겠더라고요.”
“왜?”
“욕먹은 여자 집안이 파티마 공국에서 잘나가는 자작가랍니다. 남편은 그저 그런 남작가 출신이고요. 그래서 여자를 상전처럼 모시고 살았는데 욕을 했으니 폭발한 거죠.”
“지터 씨 상태는?”
“코피는 줄줄 흘렸는데 찢어지거나 부러진 데는 없어 보였습니다.”
“거참, 왜들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냐? 뒷말 무서워서 제자도 못 가르치겠네.”
“신경 쓸 데가 없잖습니까. 하루 종일 앉아 있으니 입만 살 수밖에요.”
“지터 씨 부부가 아이를 안 보내는 거 아냐? 그럼 안 되는데.”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여기서 그만두면 그 자작가 출신 여자 말을 인정하는 거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파티마 공국에 가서도 두고두고 시달릴 겁니다.”
“자작이 누군데?”
“그것까지는 못 들었습니다. 슬쩍 알아볼까요?”
“알아서 뭐하게. 딸 교육 잘못 시켰다고 자작을 불러서 팰 것도 아니잖아.”
“혼쭐은 내셔야죠.”
듣고 있던 라르바 오마르 백작도 한마디 거들었다.
“크나우프 대공가 사람들과 만날 때 부르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제야 엘리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번거로운 게 싫어서 망설였는데 한날한시에 처리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파비안은 자작이 누군지 알아내고, 오마르 경은 우리가 크나우프 대공가와 만날 때 그 사람도 올 수 있게 처리해 주세요.”
“예!”
“그러겠습니다.”
이윽고 세 사람은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이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오후의 소란 때문인지 승객들이 엘리오를 힐끔거렸다.
빈자리에 앉은 엘리오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지터 씨 가족이 안 보이네?”
그때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계단에서 안드리아 지터 가족이 내려왔다.
무심코 안드리아 지터를 보던 엘리오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그는 얼마나 맞았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엘리오는 반사적으로 말 많은 여자 가족의 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남편은 비록 입술이 터졌지만 대체로 멀쩡해 보였다.
지금 보니 남자의 체격이 안드리아 지터보다 월등하게 좋았다.
‘맞을 만도 하네.’
남자는 기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근육질 몸을 갖고 있었다.
반면 안드리아 지터는 마르고 왜소한 체형으로 칼보다 펜이 어울렸다.
‘쯧!’
속으로 혀를 차던 엘리오의 눈에 싱크레어 지터가 들어왔다.
그런데 기 죽은 아이의 표정을 보니 갑자기 울화가 치밀었다.
“오마르 경.”
“예?”
“파티마의 공왕에게 따로 항의 서한을 보내세요. 귀국의 자작가가 나와 내 제자를 모욕해서, 내 심기가 심히 불편하다고.”
“알겠습니다.”
라르바 오마르 백작은 엘리오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자 흠칫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의 일인 것처럼 거리를 두던 엘리오 라고아 백작이 왜 갑자기 돌변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
제국 중부 크나우프 공작령.
크나우프 성.
내성 중앙 홀.
해거름 무렵, 집사장인 로널드 크나우프 백작이 카이저 크나우프 대공을 찾아갔다.
“무슨 일인가?”
“아발란트 공국에서 전하께 마력 전송문이 왔습니다.”
“아발란트에서?”
카이저 크나우프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발란트 공국과 관계된 일이 떠오르지 않아서다.
로널드 크나우프 백작은 설명 대신 슬며시 전송문을 건넸다.
전송문을 다 읽은 카이저 크나우프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경도 봤겠지? 이게 무슨 소린가?”
“‘엘리오 라고아 백작이 제자로 받아들인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가 마나의 축복을 받았는데, 그 아이를 대공가에서 지도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 아닙니까?”
“내 말은 왜 라고아 백작이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느냐 이 말일세. 우리가 제자를 맡길 만큼 각별한 사이는 아니지 않나.”
“대공 전하께서 고슬링 크나우프 후작의 일을 덮어 준 것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그게 뭐라고.”
“대공 전하께서 라고아 백작에게 호의를 베푸신 것은 사실이니까요.”
“고작 그런 이유로?”
“제자가 열두 살에 마나의 축복을 받았다는 것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네스 크나우프 대공의 일화를 모르는 사람이 없잖습니까.”
“흐음, 열두 살이라. 욕심은 나는군.”
“그러나 쉽게 결정하실 일은 아닙니다. 공작 전하께서 라고아 백작과 가까워지면 황태자가 더욱 경계를 할 겁니다.”
“어쨌든 이걸 라고아 백작이 나에게 내미는 화해의 손으로 봐도 되겠지?”
“그건 확실합니다.”
“경은 황태자와 라고아 백작 중에 누구 손을 잡는 게 낫다고 생각하나?”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 분명해서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알겠네. 여기까지는 정치적인 관점이고, 개인적으로 나는 그 아이가 궁금하군. 라고아 백작의 검술과 크나우프 대공가의 검술이 합쳐지면……. 어떤 괴물이 만들어질까?”
“그렇게 생각하니 정치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 같습니다.”
로널드 크나우프 백작의 눈이 번득였다.
그런 아이라면 장차 대륙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검사가 될 것이다.
어쩌면 최연소 그랜드 마스터가 될 수도 있다.
크나우프 대공가와 라고아 백작가를 배경으로 둔 그랜드 마스터라면, 설사 황태자가 보위에 등극한다 해도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없을 터였다.
“목적지가 파티마 공국이라고 했지? 비공정을 대기시키고, 기사단장을 부르게.”
“알겠습니다.”
집사장을 보낸 뒤 홀로 남은 카이저 크나우프 대공이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남부에 왜 간다는 거지? 남부 왕국과 손을 잡으려는 건 아닐 테고.”
만약 그런 목적이라면 제자를 자신에게 부탁할 리가 없다.
“정보부에 알아봐 달라고 요청해야겠군.”
엘리오 라고아 백작 정도 되면 한 개 군단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
전시에 남부로 군단급 전투력이 움직이는 일이니 원인을 알아야 했다.
***
파티마 공국.
왕성.
어느 날 아침 날아든 마법 전송문 하나에 잠잠하던 왕궁이 발칵 뒤집어졌다.
아텐시오 카티스 공왕은 흩어져 있던 고문관, 대법관, 행정 장관, 공국 기사단 단장 등을 왕궁으로 긴급 소집했다.
점심 무렵, 공국의 실세들이 왕성 중앙 홀에 모였다.
공왕 다음가는 권력자인 고문관 마그누스 허먼 후작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전하, 무슨 일입니까? 혹시 남부 전선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그러자 아텐시오 카티스 공왕이 행정 장관 호드 캄프스 백작에게 눈짓을 보냈다.
앞으로 나간 행정 장관 호드 캄프스 백작이 대귀족들에게 예를 표한 후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 아발란트 공국의 왕도 포테스타에서 마법 전송문을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최근 백작의 작위를 받은 엘리오 라고아 백작이며, 수신자는…….”
호드 캄프스 백작이 아텐시오 카티스 공왕을 힐끔 보았다.
공왕이 고개를 끄덕이자 행정 장관은 계속해서 말했다.
“황송하옵게도 공왕 전하이십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귀국의 크로우 자작가가 나와 내 제자를 모욕해서, 심기가 심히 불편합니다.”
“…….”
행정 장관의 말이 끝나자 중앙 홀은 한동안 침묵에 휩싸였다.
공국 기사단 단장인 스커드 헌터 백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캄프스 백작, 그게 전부입니까?”
“그렇습니다.”
“아니, 크로우 자작가에서 무슨 짓을 했기에 공왕 전하께 그런 걸 보낸단 말입니까?”
“모르겠습니다. 일단 크로우 자작을 소환해 물었으나 그도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의 직계들 중에 하나가 사고를 친 것 같습니다. 일단 공국의 모든 치안대에 그의 직계들을 모두 조사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습니다.”
대법관인 스탠 다이어 백작이 불쾌한 얼굴로 소리쳤다.
“크로우 자작가는 그렇다 치고! 자작가의 잘못을 왜 공왕 전하께 따진단 말입니까! 살다 살다 이렇게 무례한 경우는 처음 봅니다! 백작이 공왕 전하께 저래도 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