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246
1246회.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똑같구나
토플라 공국 국경 수비대가 엉망이 된 역마차들을 보더니 혀를 내둘렀다.
운송 책임자 라인 하이드가 아제사 도로에서 포격을 받았다고 신고하자 국경 수비대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부 왕국 놈들이 이제는 역마차에도 포격을 하네.”
“이렇게 되면 역마차 운송을 금지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모험가와 용병은 환영하는 거 아니었어?”
국경 수비대원들은 한마디씩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개전 초기 쌍방의 포병대가 도시에 포격한 걸 생각하면 아제사 도로는 놀랄 일도 못 됐다.
국경 수비대원들이 수군거리는 동안 라인 하이드는 검문소 소장과 만났다.
서류를 꼼꼼하게 살피던 검문소 소장이 라인 하이드를 힐끔 쳐다보았다.
“승객 마차가 세 대, 화물 마차가 두 대라고 적혀 있는데……. 하나가 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조금 전 아제사 도로에서 남부 왕국군의 포탄에 맞아 부서졌습니다.”
“남부 놈들이 아제사 도로에 포격을 했다고?”
“예, 그렇지 않아도 여쭤보려고 했습니다. 언제부터 역마차 운송 협회의 마차가 표적이 된 겁니까? 저는 협회에서 그런 통보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검문소 소장은 조금 놀란 얼굴을 했지만 이내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별일이군. 갑자기 왜 안 하던 짓을 했지? 계속 그러지는 않을 거다. 역마차가 남부 왕국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놈들만 손해니까.”
“남부 왕국에서 역마차의 통행을 금지시킨 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랬다면 역마차 협회에서 운송 허가를 내줬겠나. 잠깐 실수를 한 것일 게다. 놈들이 계속해서 아제사 도로를 포격한다면 역마차 운송을 중단시키겠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당장 이 검문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걸 보면 모르겠나? 남부 왕국 놈들도 역마차 운송 협회가 부지런히 물자와 사람을 실어 날라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럼 저는 남작님의 말씀만 믿고 계속 남부 왕국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참, 그런데 남부 왕국에서 제국으로 돌아가는 모험가와 용병도 있습니까?”
“어비스에서 발굴된 보물로 전쟁까지 일어났는데 돌아갈 사람이 있겠나? 다들 한몫 잡으려고 눈이 벌게서 대수림으로 몰려가기만 할 뿐이다. 참, 역마차 승객의 절반 이상이 용병들이더군. 주의 깊게 살피고 조심하도록 해라.”
“용병들이 무슨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까?”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들이잖나. 최근 대수림에서 강도로 돌변하는 용병들이 많다고 들었다.”
“알겠습니다. 주의해서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약소하지만 협회에서 드리는 성의 표시입니다.”
말과 함께 라인 하이드는 이십 골드가 든 가죽 주머니를 공손히 건넸다.
검문소 소장은 돈주머니의 무게를 대충 가늠해 보더니 피식 웃었다.
“화물은 전수 검사를 하게 되어 있지만 이번엔 서류 조사로 대신해 주겠다. 마차 한 대를 잃었는데 그 정도 편의는 봐줘야지. 그만 가 봐라.”
“감사합니다.”
라인 하이드는 검문소 소장에게 묵례를 해 보인 후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국경 검문소에 서 있던 네 대의 마차가 천천히 국경을 넘어갔다.
도로를 막고 있는 목책을 지나면 바로 쉐이드 왕국이다.
천천히 이동하던 마차는 이내 쉐이드 왕국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쉐이드 왕국 국경 검문소 역시 토플라 공국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모험가와 용병, 그리고 짐마차에 실린 물자를 환영했다.
운송 책임자 라인 하이드는 쉐이드 국경 검문소 소장에게 역마차가 아제사 도로에서 공격당했음과 왜 포격했는지를 따져 물었다.
“모험가와 용병, 그리고 남부 왕국에서 판매할 물류를 가지고 왔는데 포격을 하다니요?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포격을 한 겁니까?”
귀족 기사들에게 검문소는 출세와 거리가 먼 한직이다.
당연히 검문소장의 힘도 일반 전투부대의 중대장만 못하다.
쉐이드 왕국 검문소장은 포병대의 아제사 도로 포격에 대해 비판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건 나도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고. 정 궁금하다면 협회 차원에서 사령부에 문의를 해 봐라. 그리고 짐마차 한 대가 파괴됐다니 안타깝지만, 지금은 전시다. 작전상 필요하니 그랬지, 설마하니 포병대가 아무 이유 없이 아제사를 포격했겠느냐?”
“앞으로도 포격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됩니까?”
“어허! 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했다고 그러나. 나에게는 포격을 하라 마라 할 권한이 없어. 내 말은 ‘이유 없는 포격은 없다’, 이거야. 아제사 포격에 대한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사령부를 찾아가라.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더 할 말이 남았나?”
“……없습니다.”
라인 하이드는 불만족스러웠지만 검문소장을 더 이상 압박하지 않았다.
그도 검문소 소장이 군부에서 힘을 못 쓴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네 대의 마차는 곧 쉐이드 왕국 검문소를 떠나 남쪽으로 달렸다.
정오경, 마차는 쉐이드 왕국 북부에 위치한 라헬에 멈춰 섰다.
전선에서 반나절 거리라 그런지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운송 책임자가 승객들을 허름한 태번으로 이끌고 갔다.
음식을 주문하고 멀뚱멀뚱 앉아 있던 용병들 중에 하나가 가까이 있던 가드를 불렀다.
“형씨, 짐마차 하나가 안 보이는데 어떻게 된 거요? 포격을 받아 박살 났다는 말이 있던데.”
“맞습니다.”
그만 가 봐라.”
“감사합니다.”
라인 하이드는 검문소 소장에게 묵례를 해 보인 후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국경 검문소에 서 있던 네 대의 마차가 천천히 국경을 넘어갔다.
도로를 막고 있는 목책을 지나면 바로 쉐이드 왕국이다.
천천히 이동하던 마차는 이내 쉐이드 왕국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쉐이드 왕국 국경 검문소 역시 토플라 공국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모험가와 용병, 그리고 짐마차에 실린 물자를 환영했다.
운송 책임자 라인 하이드는 쉐이드 국경 검문소 소장에게 역마차가 아제사 도로에서 공격당했음과 왜 포격했는지를 따져 물었다.
“모험가와 용병, 그리고 남부 왕국에서 판매할 물류를 가지고 왔는데 포격을 하다니요?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포격을 한 겁니까?”
귀족 기사들에게 검문소는 출세와 거리가 먼 한직이다.
당연히 검문소장의 힘도 일반 전투부대의 중대장만 못하다.
쉐이드 왕국 검문소장은 포병대의 아제사 도로 포격에 대해 비판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건 나도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고. 정 궁금하다면 협회 차원에서 사령부에 문의를 해 봐라. 그리고 짐마차 한 대가 파괴됐다니 안타깝지만, 지금은 전시다. 작전상 필요하니 그랬지, 설마하니 포병대가 아무 이유 없이 아제사를 포격했겠느냐?”
“앞으로도 포격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됩니까?”
“어허! 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했다고 그러나. 나에게는 포격을 하라 마라 할 권한이 없어. 내 말은 ‘이유 없는 포격은 없다’, 이거야. 아제사 포격에 대한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사령부를 찾아가라.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더 할 말이 남았나?”
“……없습니다.”
라인 하이드는 불만족스러웠지만 검문소장을 더 이상 압박하지 않았다.
그도 검문소 소장이 군부에서 힘을 못 쓴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네 대의 마차는 곧 쉐이드 왕국 검문소를 떠나 남쪽으로 달렸다.
정오경, 마차는 쉐이드 왕국 북부에 위치한 라헬에 멈춰 섰다.
전선에서 반나절 거리라 그런지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운송 책임자가 승객들을 허름한 태번으로 이끌고 갔다.
음식을 주문하고 멀뚱멀뚱 앉아 있던 용병들 중에 하나가 가까이 있던 가드를 불렀다.
“형씨, 짐마차 하나가 안 보이는데 어떻게 된 거요? 포격을 받아 박살 났다는 말이 있던데.”
“맞습니다.”
“허! 씨발, 우리도 죽을 수 있었다는 소리네? 맞소?”
“……”
가드는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질문했던 용병이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남부 왕국이 용병과 모험가를 적대시하지 않는다면서? 포격을 받으면 역마차를 운행하지 말았어야지! 내 말 틀렸소?”
“지금까지 국경 부근에서 역마차가 포격받은 적이 없습니다. 역마차 운송 협회 차원에서 남부 왕국에 강력하게 항의할 겁니다.”
“아니 씨벌, 백날 항의만 하면 뭐하냐고? 그 마차를 몰던 마부도 죽었을 거 아냐. 우리가 죽고 사는 걸 운에 맡겨야겠냐고!”
언성이 높아지자 운송 책임자 라인 하이드가 나섰다.
“국경 검문소에서 역마차 운송 협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습니다. 조만간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질 겁니다. 이번 포격의 책임은 전적으로 남부 왕국에 있습니다. 역마차 운송 협회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운송 책임자의 깔끔한 정리에 용병은 입술을 실룩였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승객들의 이야기를 듣던 태번 주인이 슬그머니 운송 책임자에게 다가갔다.
“하이드 씨. 국경선에서 역마차가 포격을 받았다는 게 사실이오?”
“그랬습니다만 걱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양측 검문소장들을 만나 봤는데 포병대의 독자적인 행동 같았습니다. 아시겠지만 남부 왕국들이 역마차 운송 협회를 적대시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전황이 불리하면 돌변하는 게 사람들 마음인지라. 직접 봤으니 아시겠지요? 혹시 남부 왕국군이 밀릴 것 같습니까?”
“왜요? 밀린다면 피난이라도 가게요?”
“아이쿠! 태번을 두고 내가 가기는 어딜 간다고 그러십니까? 식량을 미리 쟁여 놔야 되나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제국이나 남부 왕국 모두 무리한 작전을 펼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강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위로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여러분들에게 술 한 병씩 돌리겠습니다.”
“어이쿠!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태번 주인은 운송 책임자와 몇 마디 말을 나눈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여점원이 탁자마다 돌아다니며 크램 바나나(남부 특산품 술)를 한 병씩 뿌렸다.
손님이 대주가인 모험가와 용병임을 생각하면 사실상 홍보에 가까웠다.
모험가와 용병 들은 그래도 좋다고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당연히 탁자마다 두세 병씩 크램 바나나를 더 주문했다.
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졌지만 운송 책임자는 막지 않았다.
용병들은 그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아서다.
술기운이 돌자 용병들은 모험가들의 자리를 힐끔거렸다.
정확히는 미녀인 크레아를 안주 삼아 술을 홀짝였다는 게 맞다.
용병들은 거칠다.
그건 비단 그들의 생활 태도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쩝, 참 맛있게 생겼네.”
“궁금하면 붙어 다니는 놈에게 물어봐. 맛있냐고.”
“씨발, 졸라 부럽네. 누군 시커먼 사내 새끼들 틈 속에서 자는데, 누군 저런 계집을 끼고 자고.”
“데리고 살 거 아니면 하루만 빌려 달라고 해 봐.”
“빌려 주기 싫으면 같이 하자고 해.”
“크크크!”
첫 대면부터 크레아를 노리고 있던 용병들의 음담패설은 점점 강도가 세졌다.
본래 용병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자연히 그들의 음담패설은 하워드 솔론 남작 일행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전 같았으면 타인록이 나서서 한바탕 엎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서 솔론 남작 일행과 결별한― 타인록은 크레아가 눈앞에서 희롱을 당해도 나서지 않았다. 이제는 솔론 남작이 그녀를 지켜 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냉담한 태도에 하워드 솔론 남작은 원망 섞인 눈으로 타인록을 힐끔 보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 지낸 정이 있는데, 저렇게 생판 남인 것처럼 굴다니!
이를 악물고 있던 하워드 솔론 남작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의 표정이 굳자 크레아가 소리를 낮춰 말했다.
“남작님, 참으세요. 용병들 입 더러운 거 아시잖아요. 돼지와 싸우면 남작님도 더러워져요.”
사실 용병 출신인 크레아는 남자들의 희롱이 익숙해 크게 분노하지도 않았다.
만약 하워드 솔론 남작과 크레아가 단지 동료였다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워드 솔론 남작은 계속된 용병들의 음담패설을 견디지 못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가 용병들을 향해 소리쳤다.
“거 듣기 더러운 말은 좀 삼가합시다! 태번에 당신들만 있는 것도 아니잖소!”
한순간 태번이 조용해졌다.
그의 지적이 먹혀서 그런 것이면 좋았겠지만 용병들의 표정을 보면 그게 아니다.
평소 여자를 밝히는 부단장 루이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왜? 나는 듣기 좋던데. 남작님, 좋은 게 있으면 나눕시다. 좋은 건 나누면 두 배라지 않소.”
부단장의 야릇한 농담에 용병들이 ‘와아아! 웃음을 터뜨렸다.
순간 하워드 솔론 남작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저 무도한 용병들이 크레아뿐 아니라 귀족인 자신까지도 능멸했기 때문이다.
하워드 솔론 남작이 루이가 앉은 탁자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너, 다시 말해 봐라.”
살기등등한 하워드 솔론의 말에도 루이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좋은 게 있으면 나누자고. 무슨 문제 있나? 프뉴마의 천재 기사 하워드 솔론 남작?”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그런 태도라니, 재밌군. 너는 누구냐?”
“나 말이냐? 스탄 용병단의 루이다. 너도 토플라 공국 출신이니 한 번쯤은 들어 봤겠지?”
“흥! 왕실 기사단의 수치라는 색정광 루이였군. 개 버릇 남 못 준다더니, 기사단에서 쫓겨나 용병이 되어서도 하는 짓은 여전하구나.”
상대를 조롱하는 말과 달리 하워드 솔론 남작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달콤한 크램 바나나를 홀짝이며 구경하던 엘리오가 중얼거렸다.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똑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