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247
1247회. 아마 ‘신탁을 받은 자’들일 겁니다
스탄 용병단의 부단장인 루이 카스트는 토플라 공국 왕실 기사단의 기사였다.
출세가도를 달리던 그는 자작 부인을 겁탈한 죄로 왕실 기사단에서 축출됐다.
중범죄의 결과치고는 가벼운 편이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전적으로 색정광 루이의 검술 실력이 뛰어나서다.
그는 과거 대법관의 대전사로 결투에 나가 승리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중벌을 면했다는 소문이 사교계에 파다했다.
하워드 솔론 남작의 목울대로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대전사로 나가서 승리할 정도면 최소한 소드 익스퍼트라고 봐야 한다.
반면 자신은 천재 마검사 소리를 듣지만 아직 소드 비기너.
마법이 변수지만 소드 익스퍼트를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 모르겠다.
흔들리는 그의 눈빛을 본 스탄 용병단 부단장 루이 카스트의 얼굴에 조소가 떠올랐다.
“애송이. 큰소리치더니 갑자기 자신이 없나 봐? 눈빛이 겁먹은 계집애처럼 흔들리는데?”
“헛소리하지 마라.”
“하겠다면?”
“…….”
하워드 솔론 남작은 일순 멈칫했다.
헛소리를 계속하겠다면 싸울 수밖에 없는데, 영 자신이 없어서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수도 없는 노릇.
그는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상대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자 루이 카스트가 빙글빙글 웃으며 다시 물었다.
“내가 계속하겠다면 어쩔 거냐고? 왜 갑자기 말이 없어. 진짜 겁먹었구나?”
상대의 조롱에 하워드 솔론이 쥐어짜듯 말했다.
“어쩌긴 닥치게 해야지.”
“어떻게? 말로 사정할 거냐? 그럼 어디 한번 사정해 봐.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
“애송이, 살고 싶으면 눈 내리깔고 조용히 네 자리로 기어들어 가. 솔론 후작가에서는 네 허세가 통했는지 몰라도 세상은 그렇지 않아. 말로 할 때 가라.”
상대가 솔론 후작가를 언급하자 하워드 솔론 남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울컥!’ 치밀어 오른 분노가 상대에 대한 경계심을 찍어 눌렀다.
“닥치게 한다고 했다!”
말과 함께 하워드 솔론 남작이 루이 카스트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좁은 실내라 롱소드를 뽑기보다 육탄전을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그에게 손해였다.
용병 세계를 떠돌던 루이 카스트에게 육탄전은 그야말로 생활의 일부인 때문이다.
루이 카스트는 상체를 살짝 비튼 것만으로 하워드 솔론 남작의 주먹을 피했다.
뒤이어 번개처럼 루이 카스트의 손이 움직였다.
‘철썩!’ 하고 찰진 소리와 함께 하워드 솔론 남작의 머리가 홱 돌아갔다.
하워드 솔론 남작은 다시 손을 뻗어 상대를 잡으려 했지만, 싸움에 익숙한 루이 카스트는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철썩! 철썩! 철썩!
뺨을 세 대나 얻어맞은 뒤에야 하워드 솔론 남작은 자신이 몸싸움에서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알았다.
뒷걸음질 치던 그가 발작적으로 롱소드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루이 카스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애송이, 내가 칼을 뽑으면 너는 반드시 죽는다. 아니, 설사 죽지 않는다 해도 팔 하나쯤은 떨어져 나갈 거다. 그래도 끝까지 해볼 테냐?”
“개소리 말고 칼이나 뽑아!”
“병신이 되는 게 소원이라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
루이 카스트가 천천히 롱소드를 뽑았다.
이쯤에서 솔론 남작 일행 중 하나를 무력화시키는 것도 괜찮았다.
그럼 대수림에서 손을 쓸 때 조금 더 수월하리라.
루이 카스트가 검을 뽑자 하워드 솔론 남작은 마나를 끌어 올렸다.
하워드 솔론 남작의 롱소드에 소드 비기너의 증명과도 같은 마나 포스가 맺혔다.
그러나 루이 카스트는 빙글빙글 웃으며 지켜보기만 했다.
상대의 조롱하는 듯한 태도에 ‘빠드득!’ 이를 갈던 하워드 솔론 남작은 움직이기 직전 자신에게 웨이트 마법을 걸었다.
손에 잡힌 롱소드의 육중한 무게감이 사라지고, 몸도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준비가 끝나자 그는 빠르게 돌진했다.
차차차차창―!
무려 다섯 번이나 퍼부은 연격을 루이 카스트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쳤다.
마지막 일격이 막히자 하워드 솔론 남작은 상대와 롱소드를 맞대고 잠깐 숨을 돌렸다.
그런 그를 향해 루이 카스트가 뱀처럼 차갑게 번들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그거 몇 번 휘둘렀다고 벌써 숨을 헐떡거리나? 그런 실력으로 내 앞에서 칼을 뽑았다고? 말했을 텐데, 세상은 솔론 후작가와
다르니 허세 부리지 말라고.”
“…….”
하워드 솔론 남작은 답하지 못했다.
이 한 번의 겨룸으로 자신이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루이 카스트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애송이, 네 허세의 비용을 지불할 시간이다.”
말과 함께 루이 카스트가 거칠게 하워드 솔론 남작을 밀쳤다.
힘과 기백에서 밀린 하워드 솔론 남작이 비칠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루이 카스트가 앞으로 치고 들어가려는 순간, 롱소드 한 자루가 불쑥 끼어들었다.
타인록의 롱소드였다.
섬뜩한 예기에 놀란 루이 카스트는 멈칫했다.
하워드 솔론 남작과 루이 카스트 사이에 끼어든 타인록이 입을 열었다.
“나도 당신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할 건가? 아니면 그만둘 건가?”
루이 카스트가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훼방꾼을 노려보았다.
“누구냐? 너는.”
“한때는 솔론 후작가의 기사였던 타인록이다. 나는 솔론 남작이나 당신처럼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들어 본 적이 없을 거다.”
“…….”
타인록의 개입으로 흥이 깨져 버린 루이 카스트가 검을 거두었다.
“당신은 저 애송이와 다르군. 존중받을 자격이 있어. 오늘은 내가 양보하지.”
타인록은 말없이 롱소드를 회수했다.
솔론 남작이 낭패를 당할 것 같아 나섰지만, 그의 명예를 위해 싸울 생각은 없었다.
태번의 분위기가 묘해졌다.
용병들은 타인록이 루이 카스트에 맞먹는 검사라는 걸 깨닫고 그를 힐끔거렸다.
대수림에서 솔론 남작 일행을 처리하는 데 가장 큰 변수니 그럴 만도 하다.
스탄 용병단 단장 앵거스가 자리로 돌아온 루이 카스트에게 말했다.
“별일이군. 양보를 다 하다니.”
“질 것 같지는 않았는데,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 정도라고?”
“끝까지 간다면 아마 제가 이길 겁니다.”
“그런데…….”
앵거스가 께름칙한 얼굴로 말을 흐렸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십니까?”
“늙은이가 포함된 모험가들 말이야. 너무 태연한 것 같지 않나?”
“남의 일이잖습니까.”
“그래도 신경 쓰인다. 아무래도 저 늙은 모험가 일행을 떼어 놓는 게 나을 것 같다. 대수림에 도착하기 전까지 방법을 생각해 봐라.”
“알겠습니다.”
루이 카스트는 모험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인 하나와 이십 대로 보이는 청년 둘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깍듯하게 ‘경’이라고 부르는 거로 봐서 귀족 출신 같았다.
‘어떻게 떼어 놓지?’
술 몇 잔이 더 들어가자 루이 카스트의 눈은 다시 크레아를 향했다.
대수림까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입안이 마르는 느낌이다.
루이 카스트의 끈적한 시선에 크레아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으, 싫다.”
“용병들의 시선은 익숙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하워드 솔론 남작의 지적에 크레아가 새초롬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저 사람의 눈길은 진짜 거슬리네요.”
“…….”
하워드 솔론 남작은 용병들 쪽을 힐끔 보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루이 카스트에게 기가 꺾인 그는 더 이상 화를 내지도 않았다.
화를 내 봐야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속으로 삭이는 것이다.
그런 그를 향해 타인록이 말했다.
“루이 카스트는 소드 익스퍼트일 거요. 아무리 마검사라도 소드 익스퍼트에게는 무리니 참으시오.”
“압니다. 약한 게 죄죠.”
자조 섞인 그의 말에 옆자리에서 듣던 엘리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약한 게 죄는 아니지.”
“죄가 아니면 뭡니까?”
하워드 솔론 남작이 다소 도발적인 눈으로 엘리오 라고아 백작을 보았다.
“약한 게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잖아.”
“그건 단지 아름다운 말일 뿐입니다. 현실은…… 보셨잖습니까.”
“착각하지 마. 강하고 약한 건 상대적이니까. 세상에는 당신보다 약한 사람도 많아. 당신 앞에서 그들은 모두 죄인이야?”
“남의 일이잖습니까.”
“그래도 신경 쓰인다. 아무래도 저 늙은 모험가 일행을 떼어 놓는 게 나을 것 같다. 대수림에 도착하기 전까지 방법을 생각해 봐라.”
“알겠습니다.”
루이 카스트는 모험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인 하나와 이십 대로 보이는 청년 둘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깍듯하게 ‘경’이라고 부르는 거로 봐서 귀족 출신 같았다.
‘어떻게 떼어 놓지?’
술 몇 잔이 더 들어가자 루이 카스트의 눈은 다시 크레아를 향했다.
대수림까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입안이 마르는 느낌이다.
루이 카스트의 끈적한 시선에 크레아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으, 싫다.”
“용병들의 시선은 익숙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하워드 솔론 남작의 지적에 크레아가 새초롬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저 사람의 눈길은 진짜 거슬리네요.”
“…….”
하워드 솔론 남작은 용병들 쪽을 힐끔 보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루이 카스트에게 기가 꺾인 그는 더 이상 화를 내지도 않았다.
화를 내 봐야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속으로 삭이는 것이다.
그런 그를 향해 타인록이 말했다.
“루이 카스트는 소드 익스퍼트일 거요. 아무리 마검사라도 소드 익스퍼트에게는 무리니 참으시오.”
“압니다. 약한 게 죄죠.”
자조 섞인 그의 말에 옆자리에서 듣던 엘리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약한 게 죄는 아니지.”
“죄가 아니면 뭡니까?”
하워드 솔론 남작이 다소 도발적인 눈으로 엘리오 라고아 백작을 보았다.
“약한 게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잖아.”
“그건 단지 아름다운 말일 뿐입니다. 현실은…… 보셨잖습니까.”
“착각하지 마. 강하고 약한 건 상대적이니까. 세상에는 당신보다 약한 사람도 많아. 당신 앞에서 그들은 모두 죄인이야?”
“그, 그건 아닙니다.”
“그래, 당신이 강한 쓰레기를 만났을 뿐이야.”
“…….”
하워드 솔론 남작은 이를 악물었다.
분명히 위로의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지 모르겠다.
“마검사를 선택한 게 저의 오만이었을까요?”
“오만이 아니라 욕심이야. 십 년쯤 지나면 당신도 빛을 보게 될 거야.”
“제가요? 색정광 루이는 그때쯤 소드마스터가 돼 있을 겁니다.”
“당신도 놀고만 있지는 않을 거 아냐.”
“소드 익스퍼트나 되면 다행이죠. 색정광 루이를 따라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없으면 마는 거지.”
엘리오는 시큰둥한 얼굴로 술을 마셨다.
태번의 분위기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술은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누님에게 맛보여 주고 싶네.’
남궁연을 생각하던 엘리오는 옆자리의 파비안에게 물었다.
“이 술 이름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냐?”
“크램 바나나요.”
“그렇군.”
“마음에 드시면 몇 병 사 갈까요?”
“그래. 고향에 돌아가면 누님이랑 같이 마셔야겠다.”
“달착지근하니 좋아하실 겁니다.”
“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
“원하는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서두르지 마십쇼.”
“너는 세라 경이 안 보고 싶냐?”
“솔직히 이제는 얼굴도 가물가물합니다.”
파비안의 얼굴에 씁쓰름한 미소가 떠올랐다.
히르헤라에서 세라와 함께 지낸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이전처럼 선명하지 않았다.
“바람둥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라고아 경은 세라 경의 얼굴이 기억나십니까?”
“전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하지 않습니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나 봅니다. 얼굴이 흐릿해서 그런가?”
“그래도 막상 만나면 또 좋을 거야.”
“세라 경도 저와 같은 상태라면…….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지도.”
“그런데도 제가 세라 경에 대한 정절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말이 하고 싶었구나? 하여간 방심하면 안 된다니까.”
두 사람이 노닥거릴 때 태번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역마차 승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새로 들어온 손님들에게로 향했다.
다섯 명의 중년 남녀인데 모두 똑같은 형태의 회색 로브를 입고 있었다.
회색 로브를 본 엘리오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마법사들인가?”
그러자 옆 탁자에 앉아 있던 하워드 솔론 남작이 말했다.
“아닙니다. 저분들은 샤스트라 파라크티(구천현녀)의 신도들입니다. 로브에 은빛 수실로 새긴 구망성을 보니 사제들 같습니다.”
“사제?”
“예, 신전에서 나왔으니 아마 ‘신탁을 받은 자’들일 겁니다.”
“그게 뭔데?”
“신을 섬기는 사제들은 대부분 신전에서 생활합니다. 그러다 신탁을 받으면, 그 신탁이 가리키는 대상을 찾아다닙니다. 그렇게 다니는 사제들을 ‘신탁을 받은 자’라고 부릅니다.”
“아하. 그러니까 샤스트라 파라크티가 뭔가를 지시했는데, 저 사제들이 그걸 찾아다닌다?”
“맞습니다.”
엘리오가 신기한 눈으로 회색 로브를 입은 사제들을 쳐다보았다.
이세계에서 샤스트라 파라크티의 사제를 만나다니, 기분이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