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245
1245회. 설마하니 역마차에 대고 포격을 하겠습니까?
제국령 토플라 공국과 국경을 맞댄 남부 왕국은 쉐이드 왕국이다.
쉐이드 왕국은 대수림으로 가는 길목에 있을 뿐, 대수림과 인접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수림과 접한 아드리아, 마스다르, 보스타니아 왕국이 어비스 통제를 시작하자 제국군은 쉐이드 왕국에 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남부 왕국은 상시 동맹의 상태니 그런 요청이 통할 리 없다.
제국군이 무력 돌파할 생각으로 쉐이드 왕국 국경에 집결하자 아드리아, 마스다르, 보스타니아 왕국은 쉐이드 왕국으로 군대를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토플라 공국과 쉐이드 왕국 국경에서 양측 군대가 격돌했다.
전쟁은 처음부터 사람들의 예측과 다르게 흘러갔다.
예컨대 제국에서는 군사 대국인 제국이 남부 왕국 연합군을 박살 낼 거라 믿었다.
그에 반해 남부 왕국들은 강철 골렘이라는 전략 병기로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런데 막상 전쟁이 개시되니 결과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제국군이 남부 왕국 연합군의 강철 골렘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면, 남부 왕국 연합군은 지휘권이 통일되지 않은 탓에 졸전을 펼쳤다.
그 결과 제국군과 남부 왕국 연합군은 국경선을 사이에 두고 일진일퇴를 반복하고 있었다.
쉐이드 왕국군 야전포병대.
이른 아침.
야전포병대 대장 로만 바르네트 백작이 직접 마력포가 방열된 최전선을 찾았다.
그는 아홉 문의 마력포를 시찰한 뒤에 따로 세 명의 포술장을 불렀다.
“토렌스(토플라 공국 최남단 도시)에서 쉐이드 왕국 국경 검문소로 통하는 길을 알고 있겠지?”
“예! 아제사 도로입니다.”
“아제사 도로 쪽으로는 마력포 사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국 놈들도 아제사 도로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세 명의 포술장이 한마디씩 던졌다.
묵묵히 듣고 있던 로만 바르네트 백작이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한 후에 말했다.
“오늘 제국의 대귀족이 역마차를 이용해 잠입할 예정이라는 첩보가 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나?”
포술장 중에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제사 도로를 포격합니까?”
그러자 로만 바르네트 백작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다. 제국 놈들에게 강철 골렘에 관한 정보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 아제사 도로에 마차가 보이면 망설이지 말고 격파해라. 알겠나?”
야전포병대 대장의 물음에 포술장들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마차에 포격하라는 것은 곧 민간인을 죽이라는 명령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로만 바르네트 백작이 머뭇거리는 포술장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야! 이! 개새끼들아! 왜 대답이 없어! 그럼 제국에 우리 남부 왕국들의 최고 기밀을 송두리째 바치자는 거야? 어? 그러고도 너희들이 남부의 귀족이냐!”
포술장들이 짧은 비명과 함께 비틀거렸다.
모두가 남작인 그들은 감히 백작의 말에 반대하지 못하고 서둘러 대답했다.
“죄, 죄송합니다!”
“하겠습니다!”
포술장들이 하겠다고 하자 야전포병대 대장의 굳어 있던 얼굴도 비로소 펴졌다.
잠시 후 포술장들을 돌려보낸 로만 바르네트 백작의 입에서 가벼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휴우!’
왕국 대귀족들과 제국 삼대마탑은 적이 아니라 동반자 적인 관계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제국 삼대마탑의 마력총이 왕국에서 인기를 끌었다면, 제국 삼대마탑에도 왕국 대귀족들은 중요한 고객이었다.
전쟁이 발발해도 그런 기본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관계가 가능한 것은 마법사들이 제국보다 마탑을 더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제국 삼대마탑과 남부 왕국들은 제국 정보부 눈을 피해 밀거래로 거래를 유지했다.
그런데 어제 타불라 마탑의 거래 책임자가 이상한 요구를 해 왔다.
―오늘 오전에 쉐이드 왕국으로 들어오는 역마차가 있을 겁니다. 백작 각하의 야전포병대로 역마차를 파괴해 주십시오. 그렇게 해 준다면 연간 마력총 판매량을 두 배로 늘려 주겠습니다.
‘역마차를 마력포로 공격하라니……. 하여간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이라니까.’
마력총이 필요했던 로만 바르네트 백작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력총을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해 줄 수 있었다.
전시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데 그깟 역마차 몇 대 파괴하는 게 대술까.
그는 느긋하게 아제사 도로가 잘 보이는 지점으로 이동했다.
그의 뒤를 참모들이 조용히 따라붙었다.
***
두두두두―!
역마차 협회 깃발을 건 역마차 다섯 대가 줄지어 아제사 도로를 달렸다.
창밖을 보던 크레아가 중얼거렸다.
“숙소에 있을 때는 마력포 소리가 계속 났는데……. 갑자기 조용하네요?”
그러자 하워드 솔론 남작이 알은체를 했다.
“계속해서 마력포를 쏠 수 없어서 그런 거다. 가끔씩 포신의 열을 식혀야 하거든. 포신의 열기를 식힐 시간도 없을 때는 오줌을 누기도 한다고 들었다.”
“정말요? 그래도 돼요?”
“어떻게든 뜨거워진 포신을 식혀야 계속 마력포를 쏠 수 있으니까. 마력포를 쏘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냄새야 좀 나겠지만.”
“어머, 그건 좀 싫다. 그러니까 지금은 휴식 시간이라는 거네요?”
“그렇지.”
“하아! 안심이다. 마력포 소리가 들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거든요.”
“왜? 포탄이 이리로 날아올까 봐?”
“아까 하이드 씨가 그랬잖아요. 눈먼 포탄이 날아올 수도 있다고.”
“그 전에 한 말은 잊었느냐? 제국과 남부 왕국들이 모험가와 용병을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어비스의 개발에 사람이 필요하다니 이쪽으로 날아올 일은 없을 게다.”
“더구나 지금은 마력포를 식히는 시간이니까 완전히 안전하겠네요. 그렇죠?”
“두 번 말하면 잔소리지.”
“솔론 남작님은 모르는 게 없으세요. 군대에 복무하셨었나 봐요?”
“군대는 가지 않았다. 제도의 아카데미에서 전쟁사를 가르치던 교수님에게 들은 이야기일 뿐이다.”
“어머, 제도에 있는 아카데미를 나오셨어요? 거긴 진짜 수재들만 가는 곳이라고 하던데.”
“그러냐? 하기사 동기들 중에 머리 나쁜 사람은 없었다.”
하워드 솔론 남작이 우쭐거리자, 파비안이 가장 끝자리(3등석)까지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마력포가 갑자기 조용한 이유는 또 하나가 더 있는데, 그건 못 들었나 봅니다?”
그게 뭔지 모르는 하워드 솔론 남작은 대꾸하지 않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솔론 남작이 답하지 않자 크레아가 일등석까지 들리도록 살짝 소리 높여 물었다.
“마력포를 쏘지 않는 이유가 또 있나요?”
“포격 지점을 대폭 수정할 때도 마력포를 쏘지 않습니다. 지금 한참 새로운 포격 지점에 맞춰 포신을 정렬하고 있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크레아는 클라우드 남작의 뒤통수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북부에서 마족과 전쟁을 치렀다고 하더니 전문가 냄새가 물씬 났다.
하워드 솔론 남작이 못마땅한 얼굴로 헛기침을 터뜨렸다.
“험, 험.”
파비안의 단점은 한번 시작하면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부 왕국군의 새로운 목표물이 뭔지 궁금해지는군요. 설마 역마차는 아니겠죠? 아니길 바랍니다.”
파비안의 입방정에 엘리오가 한마디 했다.
“너, 내가 입조심하라고 했지? 말이 씨가 된다니까. 특히 네가 하는 말은 이상하게 잘 맞으니까, 아무 말이나 막 던지지 말라고.”
“아, 예, 죄송합니다. 웃자고 해 본 소립니다. 설마하니 역마차에 대고 포격을 하겠습니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력포 쏘는 소리가 나더니 근처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콰앙!
순간 마차에 침묵이 감돌았다.
파비안이 당황한 얼굴로 엘리오 라고아 백작에게 물었다.
“이거, 이쪽에 떨어진 거 아닙니까?”
“맞아. 도로에서 오십 미터쯤 옆에 떨어졌다.”
“남부 왕국이 모험가와 용병을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왜 이쪽으로 마력포를 쏩니까? 실수한 거겠죠?”
하지만 그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콰앙―!
창밖을 주시하던 파비안이 소리쳤다.
“도로에 포탄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저 미친놈들이 역마차에 마력포를 쏘고 있다고요!”
“호들갑 떨지 마. 역마차가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달리면 마력총으로도 맞추기 어려워. 그런데 보지도 않고 쏘는 마력포에 맞을 것 같냐?”
“그, 그렇지만 재수가 없으면…….”
“나는 네가 입방정만 떨지 않으면 된다고 본다.”
엘리오가 노려보자 파비안은 한쪽 손으로 자신의 입을 덮었다.
다섯 대의 역마차는 포격을 뚫고 미친 듯 질주했다.
포격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마차를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차가 달리는 길은 정해져 있고, 야전포병대의 마력포 사격은 꽤나 정밀했다.
결국 짐마차 한 대가 포탄에 맞아 박살이 났다.
그러나 마차의 승객들은 짐마차가 포탄에 맞아 박살 난 것을 알지 못했다.
꽝! 꽝! 꽈앙―!
포탄에 도로가 움푹움푹 파이고, 박살 난 돌이 사방으로 튀었다.
포탄은 엘리오 일행의 마차 근처에도 떨어졌다.
‘꽝!’ 하는 폭발음과 함께 돌조각 파편이 마차를 때렸다.
따다다다닥―! 퍼엉―!
하필이면 엘리오가 앉은 자리의 창문이 돌조각에 맞아 박살 났다.
엘리오의 호신강기에 유리 파편들이 마차 밖으로 튕겨 났다.
순간 엘리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야아! 포병대가 포격 연습을 많이 했나 보다. 굉장히 정확한데?”
“지금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야! 미친놈들아! 왜 일반인에게 포격을 하는 거야! 포병대 지휘관 누구야! 정말 한번 해보자는 거냐!”
흥분한 파비안이 창밖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한바탕 소리를 내지른 파비안이 숨을 헐떡이자 엘리오가 말했다.
“다 떠들었냐? 포탄 떨어지는 소리보다 네 소리가 더 컸다. 소리로 우리를 죽일 셈이냐?”
“죄송합니다. 제가 울컥해서 그만.”
“닥치고 조용해 봐. 포격이 그친 것 같으니까.”
“예.”
파비안이 입을 꾹 다물었다.
두두두두두―!
네 마리 말이 끄는 말발굽 소리만 요란할 뿐, 정말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조마조마한 얼굴로 소리에 집중하던 크레아가 소리쳤다.
“정말 포격이 그쳤어요! 이제 끝난 거 맞죠? 또 쏘는 건 아니죠?”
하워드 솔론 남작은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경험 많은 북부 귀족들 앞에서 알은체했다가 무슨 망신을 당할지 몰라 그러는 것이다.
대답은 빠르게 말을 몰아 마차 옆으로 달려온 운송 책임자의 입에서 나왔다.
“포격이 끝난 것 같습니다! 1킬로미터 앞쪽에 국경 검문소가 있습니다! 그곳에 쉐이드 왕국군도 있으니 더 이상 포격을 하지 못할 겁니다!”
말을 마친 운송 관리 책임자는 이내 용병들이 탄 뒤쪽 마차로 이동했다.
그제야 크레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아! 끝났구나. 마력포라는 게 정말 대단하네요. 어머, 이 돌가루 좀 봐. 무섭다, 무서워.”
그녀가 호들갑을 떨며 무릎 위에 수북한 흙먼지를 털어 냈다.
하워드 솔론 남작은 ‘그건 부서진 창문으로 들어온 흙먼지일 뿐이다’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어쨌든 그 흙먼지도 포탄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네 대의 마차가 국경 검문소 앞에 도착했다.
전시임에도 양국의 국경 검문소만큼은 전쟁 전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론디니움 제국과 쉐이드 왕국 쌍방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검문소에서의 적대적 행위를 금지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