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333
1333회. 군단장님의 고견을 들려 주십시오
엘리오 라고아 백작과 라르바 오마르 백작이 놓친 스콜피언 중대원들은 파비안, 하워드, 크레아가 처리했다.
10분쯤 지나자 더 이상 서 있는 스콜피언 중대원은 없었다.
그제야 마차에서 마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왔다.
제국군 시체를 본 승객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제국군이 역마차를 공격한 것이나, 그런 제국군을 다 죽여 버린 저 모험가들이나, 승객들에게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떤 이들은 ‘모험가들이 목격자를 없애기 위해 승객들을 죽일지 모른다’고 생각해 떨기까지 했다.
제국군을 죽이기 위해 멀리까지 이동했던 엘리오와 라르바 오마르 백작이 마차로 돌아왔다.
승객들은 처분만 기다리는 얼굴로 모험가들의 눈치만 살폈다.
승객들을 보던 엘리오가 물었다.
“마부들은 모두 죽었나요?”
그러자 누군가 답했다.
“둘은 말들과 함께 즉사를 했고, 한 사람은 살았는데…… 중상입니다.”
“역마차 협회에서 다른 마차를 보내 줄 때까지 기다려야겠네요?”
“우리가 도착하지 않으면 다음 역에서 조사관들이 파견될 겁니다.”
엘리오가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가만 들어 보니 역마차 협회의 운영에 대해 좀 아는 눈치다.
“조사관들이 오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오늘 저녁에는 다음 역에 도착했어야 하니…… 내일이면 조사관들이 움직일 겁니다.”
“마차를 배정받기까지 빨라도 사나흘은 걸린다는 소리네요?”
“예, 그래도 다음 역이 가까워 조치가 빨리 될 겁니다. 역마차 운행 중에 사고가 나면 보통 오륙일은 꼼짝 못 합니다.”
“길이 어긋나면 안 되니까 이곳에 머물러야겠네요?”
“보통은 사고 현장에 있는 게 낫습니다. 그래야 조사가 빨리 끝날 테니까요.”
말을 하고 사내는 청년의 눈치를 살폈다.
역마차 협회의 가드와 말들뿐 아니라, 제국군까지 죽었기 때문이다.
“아! 조사가 남았구나. 깜빡하고 그냥 넘길 뻔했네. 여러분, 제국군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증언해야 합니다. 아셨습니까?”
“예.”
“염려하지 마십쇼.”
“모험가님들은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승객들의 인사에 엘리오는 멋쩍은 얼굴로 돌아섰다.
그렇게 엘리오 일행과 역마차 승객들의 예정에 없던 노숙이 시작됐다.
***
아드리아 왕국.
페로무로스 도시 남부.
30사단 주둔지.
사단장 코트 라사무스 백작이 참모장 아이런 버트 자작을 불렀다.
“스콜피언 중대는 복귀했나?”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페로무로스 인근을 정찰 중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남부 왕국군은 여전히 페로무로스 안에 처박혀 있고?”
“예,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스콜피언 중대가 사라진 건가? 페로무로스는 제국군이 포위하고 있고, 남부 왕국군은 강철 벽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데.”
“그게…… 징발을 하고 다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그 말에 코트 라사무스 사단장이 눈을 찌푸렸다.
남부 왕국에서의 징발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사흘이나 연락이 두절됐다. 그게 징발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하지만 적은 페로무로스에 웅크리고 있고, 밖에는 제국군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항군도 있잖은가.”
“아드리아 왕국은 아직 쉐이드 왕국처럼 조직적인 움직임이 없습니다. 동남부 전선의 패잔병들은 대부분 페로무로스로 들어갔습니다.”
“그럼 뭐냐고!”
답답해진 코트 라사무스 사단장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찍었다.
행크 스타우런 남작은 사위들 중에 하나로 죽어도 그만인 중대장이 아니다.
사위의 본가는 무려 황제 직할령의 스타우런 후작가.
황태자의 오른팔로 불리는 스타우런 후작가의 삼남이 행크 스타우런 남작이다.
황제 직할령의 백작인 자신은 그의 실종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아이런 버트 자작은 딱히 할말이 없는지라 슬며시 눈을 내리깔았다.
그때 누군가 급하게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보병대 대장 리셀 버틀러 자작이었다.
스콜피언 중대가 보병대대에 속해 있으니 행크 스타우런 중대장의 직속 상관이 온 셈이다.
리셀 버틀러 대대장은 싸한 분위기에 흠칫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자신이 해야 할 보고는 그 모든 것에 우선했으니까.
“사단장님, 실종되었던 스콜피언 중대의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순간 코트 라사무스 사단장의 얼굴이 굳었다.
어제까지 미복귀라고 하던 말을 실종이라 단언한 때문이다.
사단장과 참모장이 계속하라는 듯 쳐다만 보자 리셀 버틀러 대대장은 보고를 이어 갔다.
“역마차 협회에서 공식 항의가 들어 왔습니다. 스콜피언 중대가 페로무로스 남부 도로에서 역마차를 습격했다가, 몰살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리셀 버틀러 대대장은 말을 끊고 사단장의 눈치를 살폈다.
사단장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스콜피언 중대가 역마차를 습격한 것은 뭐고, 몰살은 또 무슨 소린가? 저항군의 공격을 받기라도 했다는 건가? 페로무로스 일대에 저항군이 없다는 보고를 방금 받았는데?”
“저항군이 아니라…… 역마차를 타고 있던 모험가들에게 반격을 당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스콜피언 중대가 몇 명인지 알고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자그마치 삼백 명이야! 역마차에 전부 모험가가 탔다고 해도, 스콜피언 중대를 어쩌지 못한다고!”
사단장의 호통에 리셀 버틀러 대대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하아! 그게…… 승객들 중에 엘리오 라고아 백작과 라르바 오마르 백작이 있었습니다.”
“…….”
한순간 사단장의 천막이 침묵에 휩싸였다.
한동안 멍한 얼굴로 앉아 있던 코트 라사무스 백작이 확인하듯 물었다.
“그러니까, 스콜피언 중대가 역마차를 습격했는데, 그 마차에 엘리오 라고아 백작 일행이 타고 있었고, 그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건가?”
“역마차 협회의 주장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물론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리셀 버틀러 대대장은 제국군의 체면을 위해 ‘일방적’이라는 단어를 덧붙였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역마차 협회가 무슨 말을 해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트 라사무스 사단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증인은?”
“역마차 승객 스무 명 정도가 목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역마차 가드들의 시체에서 꺼낸 마력탄이 증거로 제출되었습니다.”
“미친…… 징발을 하랬더니 역마차는 왜 건드려.”
씩씩거리던 코트 라사무스 사단장이 리셀 버틀러 대대장의 앞으로 걸어갔다.
“너 이새끼! 중대장들 관리 똑바로 안 하고 뭐 했어? 징발을 하랬지! 누가 역마차를 털래? 스콜피언 중대가 그런 짓 하는 거 알았어? 몰랐어?”
“몰랐습니다.”
그러자 코트 라사무스 사단장이 리셀 버틀러 자작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몰랐어? 중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대장이 몰라? 그러고도 네놈이 대대장이냐? 엉?”
“윽! 윽! 윽!”
발끝에 차일 때마다 리셀 버틀러 대대장의 입에서 답답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행크 스타우런 중대장이 스타우런 후작의 아들이라고 해도! 대대장인 네놈이 제대로 관리를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젊은 중대장 하나 관리 못 해서 이 지경에 이르게 하나? 엉?”
“죄송합니다. 윽! 용서해 주십쇼. 윽! 윽!”
코트 라사무스 사단장은 무려 소드마스터.
소드 익스퍼트인 리셀 버틀러 대대장에게 소드마스터의 발길질은 쇠망치로 찍는 것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
그래도 전쟁 중이라고 코트 라사무스 사단장은 뼈가 부러질 정도로 걷어차지는 않았다.
만약 전쟁터만 아니었으면 리셀 버틀러 대대장의 다리뼈는 진즉에 부러졌을 것이다.
이윽고 흥분을 가라앉힌 코트 라사무스 사단장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래서 역마차 협회에서 어떻게 한다던가?”
“이쯤에서 덮자고 제의했습니다. 역마차 가드들과 스콜피언 중대 모두 저항군에게 당한 것으로 하자고 하더군요.”
“중대장이 스타우런 후작의 아들이라는 걸 알았나 보군.”
“그렇습니다. 일을 키워 봐야 자기들에게도 좋을 게 없으니까요.”
“라고아 백작 측과도 이야기가 된 것이겠지?”
“그랬을 겁니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코트 라사무스 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자고 하게. 역마차 협회의 일은 그쪽에서 처리하라 하고.”
“예. 그런데 스타우런 후작에게는 어떻게…….”
코트 라사무스 사단장이 참모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스타우런 후작이 원정군 강철 군단을 이끌고 있지? 지금 어디에 있나?”
“페로무로스 북부입니다.”
“경이 가서 그간의 일을 소상히 설명하게.”
그는 바탈리온 부대를 휘하에 둔 테오 스타우런 후작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이전과 달리 이제는 스타우런 후작에게 모욕을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안 가시고요?”
“그랬다가 30사단에 또 일이 터지면? 그때는 나를 무능하다고 욕할 걸세. 게다가 누군가는 남아서 이 사고를 수습해야 하지 않나.”
“알겠습니다.”
아이런 버트 참모장은 더 권유하지 않았다.
오늘날 소드마스터들이 가장 꺼려 하는 게 테오 스타우런 후작인 까닭이다.
테오 스타우런 후작이 황태자의 최측근이기도 하지만, 그의 휘하에 저 유명한 바탈리온 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드마스터들도 엑시티움으로 무장한 바탈리온 부대만큼은 두려워했다.
제국군이 단숨에 쉐이드 왕국을 점령하고, 아드리아 왕국까지 진출한 것도 바탈리온 부대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
아드리아 왕국.
페로무로스 도시 북부.
원정군 강철 군단.
강철 군단의 중심은 바탈리온 부대고, 바탈리온 부대에는 강철로 제작된 골리앗이 있다.
군단의 이름이 숫자가 아닌 ‘강철’로 불리는 것도 그래서다.
현재 페로무로스는 전선의 최전방이라 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강철 군단이 위치한 북부 지역은 남부 왕국과 페로무로스를 잇는 지점이니, 최전방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가까이에 34사단과 35사단을 두고 있는 상태였다.
강철 군단의 군단장은 황태자의 오른팔로 알려진 테오 스타우런 후작.
황태자가 원정군 총사령관에 오르며 가장 믿을 수 있는 테오 스타우런 후작에게 최강의 강철 군단을 맡긴 것이다.
그러니 테오 스타우런 후작은 ―크나우프 대공가를 제외하고― 제국의 실세 중의 실세였다.
크나우프 대공이 독보적인 검술로 황실의 눈치를 보지 않는 반면, 스타우런 후작은 황태자의 충직한 종을 자처해 그 반열에 올랐다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과거에는 크나우프 대공과 비교해 반쪽짜리 권력자였지만, 강철 군단의 군단장으로 활약하는 지금은 또 입지가 달라졌다.
“뭐라고! 내 아들 행크가 페로무로스 남부 도로에서 전사했다고?”
30사단 참모장 아이런 버트 자작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행크 스타우런 중대장과 스콜피언 중대원들 모두 전사했습니다.”
아이런 버트 참모장은 뒤이어 보고서에 기록하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역마차 협회에서 저항군의 소행으로 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제국군 한 개 중대를 몰살시켰는데 그냥 덮자고?”
테오 스타우런 군단장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30사단 참모장을 보았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라고 사단장님께서…….”
“그건 라사무스 백작의 소견이고, 내 생각은 많이 다르다.”
순간 아이런 버트 참모장은 사단장이 오지 않기를 잘했다고 새삼 생각했다.
“군단장님의 고견을 들려 주십시오.”
“경도 스콜피언 중대가 화물을 강탈하기 위해 역마차를 공격했다고 생각하나?”
“……증인들의 증언이 그렇습니다.”
“역마차 협회나 라고아 백작 측에 회유당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나?”
“물론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내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행크 스타우런 남작은 귀족의 명예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사람일세. 그래서 스콜피언 중대가 역마차를 상대로 강도 짓 하려다가 살해당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네. 오히려 역마차에 알려지면 안 되는 비밀이 있었을 거야. 작전 중인 스콜피언 중대를 몰살시켜서 덮어야 했을 정도로.”
강철 군단의 군단장이 음험한 눈으로 30사단 참모장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