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352
1352회. 기르던 개가 잘못을 하면 개 주인이 대신 매를 맞아야 한다
엘리오가 뚱한 얼굴로 다가오는 제국군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왜 이렇게 조용한가 했다.
테오 스타우런 후작을 만나러 갈 때도 주변에 파리가 들끓었는데, 레이드 코스탁 후작 측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응?’
그런데 조금 의외다.
1개 소대 병력은 맞는데, 총병이 고작 10명밖에 안 보였다.
나머지 100명은 최근 들어 ‘고기 방패에 불과하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검방병이다?
아무리 봐도 지금까지 자신을 노린 병력 구성과 거리가 멀었다.
‘이것들은 뭐지?’
엘리오가 고까운 얼굴로 제국군을 응시할 때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중년의 기사 하나가 큰 걸음으로 다가와 말했다.
“엘리오 라고아 백작님이십니까?”
“그런데요?”
“저는 33사단 라이노스 부대장 페인 마쿠스 자작입니다.”
“그래서요?”
엘리오가 페인 마쿠스 자작을 빤히 쳐다보았다.
33사단은 원정군 총사령부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예비 부대다.
고작 예비 부대가 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지 모르겠다.
누가 봐도 삐딱한 엘리오 라고아 백작의 태도에도 페인 마쿠스 자작은 정중함을 잃지 않았다.
“클라우드 남작의 일로 이곳까지 오셨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서두르시라는 말씀을 드리러 찾아뵈었습니다.”
“무슨 소리예요?”
“원정군 총사령부 참모인 랜드 게티 백작이 클라우드 남작에게 정신 마법을 사용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정신 마법요?”
깜짝 놀란 엘리오의 음성이 높아졌다.
정신 마법에 당하면 백치가 될 수도 있으니 그런 것이다.
“클라우드 남작에게서 남부 왕국군의 군사 작전을 알아내려 했지만, 남작이 거부하자 정신 마법을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아무리 총사령부의 참모라도 북부의 귀족에게 정신 마법 쓸 생각을 하다니? 미친놈이네요. 클라우드 남작이 어디에 구금되어 있는지 아십니까?”
“라고아 백작님이 오실 걸 알고 있으니 총사령부에는 없을 겁니다.”
“랜드 게티 백작은 어딨는데요?”
“아침부터 마법사들을 만나러 돌아다녔는데, 오후에 들어서면서부터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오후 5시경 제1 집단군에서 엑시티움으로 무장한 팬텀 부대마저 사라졌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마법사를 구한 백작이 팬텀 부대의 호위 속에…… 클라우드 남작의 심문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팬텀 부대를 찾으면 클라우드 남작도 찾을 수 있겠네요?”
“아마도 그럴 테지만…… 찾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저도 5시부터 부대원을 동원해 아수카르를 수색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이렇다 할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팬텀 부대의 움직임을 알 만한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제1 집단군 사령관 이반 웨일스 백작은 알고 있을 겁니다. 웨일스 백작이 팬텀 부대의 직속 상관이기도 하지만, 황태자를 주축으로 하는 모임인 빅원의 일원이라……. 팬텀 부대는 웨일스 백작의 승인하에 움직였을 겁니다.”
“그러니까 제1 집단군 사령관인 이반 웨일스 백작을 족치면, 팬텀 부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거죠?”
“맞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일 겁니다.”
금방이라도 달려갈 듯하던 엘리오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자작님도 제국군인데 그런 걸 왜 나한테 알려 주는 겁니까?”
“저는 크나우프 대공가에 은혜를 입은 사람입니다. 크나우프 대공가의 친구를 돕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불어 저는 ‘라고아 백작 각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제국이 발전한다’고 믿습니다.”
“고맙긴 한데…… 오늘 우리가 만난 일이 알려지면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엘리오는 페인 마쿠스 자작과 함께 온 병사들이 영 마음에 걸렸다.
그러자 페인 마쿠스 자작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라이노스 부대원들은 모두 저의 영지병들입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33사단 사단장님은 중립파라, 훗날 알게 되더라도 저를 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제1 집단군은 어디에 있습니까?”
엘리오가 묻자 페인 마쿠스 자작이 손으로 도시 외곽을 가리켰다.
“이 방향으로 가시면 제국군 숙영지가 나올 겁니다. 그곳이 제1 집단군의 숙영지입니다.”
“감사합니다. 파비안 남작에게 은혜를 꼭 갚으라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페인 마쿠스 자작이 눈인사를 건네는 순간, 엘리오의 신형이 밤하늘로 솟았다.
공중에서 방향을 틀기 직전 그는 아래를 힐끔 내려다보았다.
거리에 페인 마쿠스 자작과 그의 부대원들만 있던 게 아니니, 그가 자신을 만난 일은 곧 총사령부에 전해질 터였다.
그걸 알고도 왔다는 건 뒷감당을 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크나우프 대공가가 뒤를 봐주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하던 엘리오는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지금은 페인 마쿠스 자작의 뒷일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곧이어 엘리오는 야조처럼 밤하늘을 날아 도시를 벗어났다.
울창한 산림 위를 날아가던 엘리오의 눈에 거대한 숙영지가 들어왔다.
제1 집단군이 틀림없었다.
엘리오는 즉시 제1 집단군에 영기를 방사했다.
이윽고 숙영지 중심부에서 강력한 마나가 느껴졌다.
‘오마르 백작님보다 더 강한데?’
제1 집단군의 사령관이 소드마스터였던 모양이다.
그가 막 숙영지에 접근했을 때다.
돌연 숙영지 하늘 위에서 불꽃이 폭발하며, 어둡던 밤하늘이 한순간 환해졌다.
곧이어 숙영지에서 마력포 소리가 들려왔다.
쾅! 쾅! 쾅! 콰앙―!
뒤이어 엘리오의 주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엘리오는 파편을 피해 이형환위의 신법으로 수차례 자리를 옮겼다.
퍼퍼퍼펑―!
가벼운 마력총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붉은 빛줄기들이 하늘로 쏘아 올라갔다.
엑시티움이다.
그걸 본 순간 엘리오는 페인 마쿠스 자작의 얼굴을 떠올렸다.
‘함정에 빠진 건가?’
그럴 수도 있고, 단순히 제1 집단군의 방어 태세가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제1 집단군 사령관을 만나 보면 알겠지.’
엘리오는 페인 마쿠스 자작이 제1 집단군과 관계가 없기를 바랐다.
사람에게 뒤통수 맞는 더러운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다.
제1 집단군 숙영지.
제1 집단군 사령관 이반 웨일스 백작이 참모인 빅터 로저 자작에게 소리쳤다.
“마력포가 왜 저 모양이야! 집중 사격의 화력이 저것밖에 안 되나?”
“마력포 삼 문이 수리 중이라 그렇습니다.”
“언제부터?”
“오늘 점심때 포신을 받치는 기둥에서…….”
“됐고! 쉐도우 부대에 총사가 몇이야?”
“총사는 셋입니다.”
“이런 제길. 그러니 저 모양이지. 예측 사격이 전혀 안 되고 있잖나!”
“얼마 전 바탈리온 부대에서 차출을 해 가서 그렇게 됐습니다.”
“이제는 바탈리온 부대에 양보하지 말고 총사를 끌어모아! 어? 어?”
전방을 관측하던 제1 집단군 사령관의 입에서 뜻 모를 탄성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하늘에서 거대한 대검 형상의 오라 블레이드가 비처럼 쏟아졌다.
오라 블레이드에 마력포 부대가 큰 피해를 입었는지 마력포 소리가 그쳤다.
엑시티움 특유의 붉은 빛줄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반 웨일스 백작은 급히 밤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헉! 사라졌다! 빅터! 쉐도우 부대를 이쪽으로 불러들여!”
“예!”
빅터 로저 자작이 황급히 전방으로 내달렸다.
이반 웨일스 백작이 쉐도우 부대를 기다릴 때, 멀리서 누군가 걸어왔다.
사람 몸집만 한 대검을 어깨에 걸친 그는 엘리오였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옷도 군데군데 찢어졌지만 호흡은 침착했다.
주위를 살피던 이반 웨일스 백작이 마중이라도 하듯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나는 제국 제1 집단군 사령관 이반 웨일스 백작이오. 그대는 누구요?”
“새삼스럽게 뭘 물어. 그 귀한 엑시티움까지 퍼부은 걸 보면 내가 누군지 알 텐데.”
“정말 엘리오 라고아 백작이오?”
엘리오는 대답 대신 ‘공허의 검’을 위로 던졌다.
밤하늘로 사라졌던 ‘공허의 검’이 이반 웨일스 백작의 한 걸음 앞에 푹 박혔다.
대화가 필요 없다는 무력시위다.
제1 집단군 사령관이자 소드마스터인 이반 웨일스 백작에게 그보다 더한 모욕도 없다.
순간 이반 웨일스 백작은 ‘울컥!’했지만, 엘리오 라고아 백작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기에 압도당해 이내 꼬리를 말았다.
“라고아 백작 각하가 오신 줄 알았다면 성대한 환영 행사를 열었을 겁니다.”
상대가 숙이고 나오자 엘리오는 더 뭐라 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파비안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엘리오가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살고 싶다면 파비안 클라우드 남작이 어디 있는지 말해.”
그때 참모 빅터 로저 자작이 쉐도우 부대와 함께 돌아왔다.
침입자를 발견한 쉐도우 부대의 총사와 총병들이 재빨리 마력총을 겨누었다.
처처척―!
그러자 엘리오는 이형환위의 신법으로 이반 웨일스 백작과 나란히 섰다.
마력총 총구가 자신을 향하자 이반 웨일스 백작이 버럭 소리쳤다.
“뭐 하는 짓이야!”
제1 집단군 사령관의 호통에 쉐도우 부대원들은 급히 총구를 내렸다.
‘흥!’ 하는 냉소와 함께 엘리오가 검결지를 까딱였다.
허공으로 솟구친 ‘공허의 검’이 이반 웨일스 백작의 정수리 위에 멈춰 섰다.
“대답은?”
“나, 나는 제1 집단군 사령관입니다.”
“강철 군단 군단장과 그의 아들도 내 손에 죽었어.”
거침없는 엘리오 라고아 백작의 말에 이반 웨일스 백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팬텀 부대의 특별 작전을 허가해 주기는 했지만……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릅니다.”
검결지가 움찔하자 ‘공허의 검’이 이반 웨일스 백작의 머리통에 닿았다.
정수리가 따끔하자 소스라치게 놀란 이반 웨일스 백작이 소리쳤다.
“자, 잠깐만! 각하가 찾는 것은 팬텀 부대가 아니라, 클라우드 남작 아닙니까?”
“짧게.”
“황태자 전하와 랜드 게티 백작은 마법 통신구를 사용합니다. 황태자 전하를 통하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할 겁니다.”
“황태자가 있는 곳은?”
“아수카르의 원정군 총사령부에 계십니다.”
엘리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수카르의 원정군 총사령부라면 자신이 방금 들렀던 곳이다.
구룡번신(九龍翻身)을 사용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갈 수 있으니 오히려 더 잘됐다.
엘리오가 검결지를 까딱이자 ‘공허의 검’이 천천히 눈 높이로 내려왔다.
‘공허의 검’을 집어 마하담에 넣고 떠나려던 엘리오가 물었다.
“내가 오는 건 어떻게 알았지?”
“랜드 게티 백작이 각하가 올지도 모르니 대비하라고 했습니다.”
의혹이 풀리자 엘리오는 즉시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걸 본 쉐도우 부대원들이 ‘이제라도 마력총을 쏴야 하나?’ 갈등할 때다.
허공에서 몇 차례 자리를 바꾸던 엘리오가 돌연 ‘퍽!’ 하고 종적을 감췄다.
쉐도우 부대원들이 ‘텔레포트’ 어쩌고 하며 떠들어 댔다.
뒤늦게 이반 웨일스 백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무자비한 그랜드 마스터의 칼에서 살아남다니 운이 좋았다.
그런데 머리에서 웬 땀이?
무심코 손등으로 이마를 훔치던 그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손등이 붉게 물든 걸 보니 피였다.
피를 본 뒤에야 머리가 쪼개질 듯 두통이 밀려왔다.
“치료사! 치료사를 불러!”
제1 집단군 총사령관의 호통에 참모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
페로무로스 북서부.
아수카르.
저녁 8시경, 역마차 사무소 앞길에 한 청년이 표표히 떨어져 내렸다.
도시 외곽의 제1 집단군 사령부 숙영지에서 사라진 엘리오다.
단단한 눈으로 도시를 응시하던 그가 걸음을 떼어 놓았다.
크나우프 대공과 달리 황태자와는 자꾸 불편한 일로 얽히게 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기르던 개가 잘못을 하면 개 주인이 대신 매를 맞아야 한다.
‘황태자? 웃기지 말라고 그래.’
강호의 의형제들이라면 이랬을 거다.
‘황태자 배때기라고 칼이 안 들어가는 줄 아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