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354
1354회. 너희들은 전부 백치가 되는 거야
엘리오 라고아 백작에게 멱살 잡혀 끌려온 황태자가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이놈! 나는 론디니움 제국의 황태자다! 이러고도 살기를 바라느냐!”
그러자 엘리오가 사정없이 황태자의 귀싸대기를 날렸다.
철썩! 철썩! 철썩―!
황태자의 머리가 좌우로 세차게 돌아갔다.
입술이 터지고, 코에서는 코피가 주루룩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본 원정군 참모장 레이드 코스탁 후작이 처절하게 외쳤다.
“멈춰라! 저언하―!”
그 소리에 총병들이 집무실 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총병들은 총구를 들어 올렸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못했다.
엘리오 라고아 백작이 황태자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태자는 총병들까지 들어오자 수치심에 독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감히 내 몸에 손을 댔으니 너는 물론 너와 관계된 모든……. 악! 악! 악!”
엘리오는 무심한 얼굴로 황태자의 얼굴을 계속해서 후려쳤다.
급기야 얼굴이 퉁퉁 부었지만 엘리오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패 죽일 듯 주먹을 말아 쥐고 들어 올리자 참모장이 애원했다.
“멈추시오! 제발! 살려 주시오!”
그러자 엘리오는 돌연 황태자를 자신의 얼굴 가까이 끌어당겼다.
“다시 말해 봐. 뭘 어떻게 하겠다고?”
“…….”
맞아서 피를 흘리면서도 기세등등하던 황태자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북부의 기사인 이놈은 황태자를 마치 귀족이 노예 대하듯 하고 있었다.
그저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하는 협박이 아니다.
‘이자는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야 제국의 황태자에게 어찌 손을 댈 수 있단 말인가!
“대답하라고 이 개새끼야.”
역시 미친놈이 맞다.
엘리오 라고아 백작의 차가운 눈동자를 보니 비로소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 그건 그냥 무심코 나온 말이다. 진심이 아니다.”
“진심이고 나발이고 파비안에게 문제 생기면……. 너희들은 전부 백치가 되는 거야. 내가 영기를 너희들 대가리에 밀어 넣어서 곤죽을 만들 거거든. 그러니까 파비안이 무사하기만 빌라고.”
그러자 황태자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라고아 백작, 나는 참모장에게 그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네. 참모장이 저 혼자 벌인 일인데 왜 내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인가?”
“왜냐고? 저 새끼들이 왜 파비안을 잡아들인 것 같아?”
“적을 이롭게 한 죄를 저질렀다고 들었네.”
“그건 저 새끼들 핑계고, 다 네놈 체면을 세워 주려고 벌인 짓이잖아! 네놈이 위에서 뭣같이 구니까 비위 맞춰 주려고!”
“나, 나는, 맹세코 누구에게도 내 체면을 세워 달라고 하지 않았네.”
“그건 너희들끼리 알아서 풀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할 거니까 닥치고 있어.”
“…….”
엘리오 라고아 백작의 서슬에 황태자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엘리오는 먼저 황태자의 혈도를 찍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파비안을 살폈다.
“파비안? 파비안?”
클라우드 남작을 부축하고 있던 참모 콜 우드 자작과 메이지 엠블 그로스컬 남작은 마음속으로 클라우드 남작에게 아무 일이 없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파비안 클라우드 남작은 반응하지 않았다.
“파비안! 내 말 들리면 대답하라고! 내 말 안 들리냐? 파비안!”
급기야 엘리오는 파비안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기까지 했다.
그게 치료 방면에 무지한 엘리오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엘리오 라고아 백작이 클라우드 남작의 뺨을 때릴 때마다 콜 우드 자작과 엠블 그로스컬 남작은 움찔움찔 떨었다.
파비안의 뺨을 때리던 엘리오가 문득 로브를 입은 남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가 정신 마법을 썼냐?”
“싫다고 했지만 랜드 게티 백작님이 협박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엘리오의 손이 번개처럼 마법사의 마혈을 찍었다.
마법사가 석상처럼 굳자 그는 손짓으로 랜드 게티 백작을 불렀다.
“예?”
“마법사 대신 남작을 부축해.”
“아, 예.”
랜드 게티 백작이 마법사 자리로 들어가자 엘리오는 마법사를 끌어냈다.
그런 뒤 바로 마법사의 머리통을 움켜잡고 그에게 영기를 밀어 넣었다.
마혈은 찍혔지만 입을 움직일 수 있던 엠블 그로스컬 남작이 소리쳤다.
“안 돼! 제발요! 백작이 시켜서 한 일입니다! 안 돼요! 안 돼! 아아악!”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오는 마법사의 머리통에 영기를 듬뿍 주입했다.
마나와 영기가 충돌하자 마법사의 눈과 코, 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극심한 충격에 엠블 그로스컬 남작은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엘리오가 마법사의 혈도를 풀어 주자, 엠블 그로스컬 남작은 그 자리에 픽 쓰러졌다.
발끝으로 마법사를 밀어낸 엘리오가 다시 파비안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파비안! 파비안! 정신 차려 이 새끼야!”
파비안의 머리가 사정없이 앞뒤로 흔들렸다.
보다 못한 콜 우드 자작이 상태 악화를 막기 위해 조심스럽게 한마디 했다.
“각하, 머리를 그렇게 흔들면 좋지 않습니다.”
그제야 손을 뗀 엘리오가 이번에는 총병 중에 하나를 손짓으로 불렀다.
총병 하나가 쭈뼛쭈뼛 다가오자 엘리오는 벼락처럼 랜드 게티 백작의 마혈을 찍었다.
이번에는 랜드 게티 백작의 자리에 총병이 들어섰다.
말은 할 수 있었던 랜드 게티 백작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라고아 백작, 아니 각하, 저는 참모장님의 지시에 따랐을 뿐입니다.”
그러자 엘리오가 버럭 소리쳤다.
“다 필요 없어! 이 개새끼야!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면, 그렇게 한 놈들 인생도 망하는 거야! 그게 하늘의 이치야!”
곧이어 엘리오가 랜드 게티 백작의 머리통을 움켜잡고 막 힘쓰려 할 때다.
콜 우드 자작이 소리를 빽 내질렀다.
“각하! 남작이!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엘리오의 손이 랜드 게티 백작의 머리통에서 떨어졌다.
이윽고 엘리오는 파비안과 눈을 마주했다.
“파비안?”
“……요.”
“뭐라고?”
“……시끄럽다고요.”
“야? 너 이름이 뭐야? 말해 봐.”
“……파비안 클라우드입니다.”
“그럼, 나는?”
“……누구시죠?”
순간 엘리오의 눈에서 시퍼런 불길이 쏟아져 나왔다.
“다 뒈졌어! 이 씨발 새끼들!”
분노한 그가 막 돌아서려는데 파비안이 계속해서 말했다.
“……농담입니다. 엘리오 라고아 경 아니십니까.”
순간 황태자는 물론 참모장과 참모들까지 일제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엘리오 라고아 백작과 파비안 클라우드 남작이 집무실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자 참모장과 참모들은 빠르게 황태자의 집무실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폐인이 된 마법사를 내보내고 황태자와 참모들만 남았다.
이윽고 참모장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아 있는 황태자 앞에 나아가 허리를 숙였다.
“전하! 신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랜드 게티 백작과 콜 우드 자작도 황급히 그의 뒤로 가 허리를 조아렸다.
묵묵히 참모장을 내려다보던 황태자가 말했다.
“엘리오 라고아는…… 확실한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건드리지 마라. 그와 관계된 사람도 마찬가지다. 무슨 뜻인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
충격이 너무 컸던지 황태자는 평소와 달리 화를 내지도 않았다.
“예…….”
“참모장의 허술한 계획에 황태자인 내가 충성스러운 제국군 앞에서 수모를 당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할 생각인가?”
황태자의 물음에 참모장이 즉시 답했다.
“총사령부로 들어온 팬텀 부대 1, 2소대를 최고 격전지로 보내, 깔끔하게 정리하겠습니다. 그들의 빈자리는 신속하게 다른 총병들로 보충하겠습니다.”
“뒷말이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염려하지 마옵소서. 그들 중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슨 생각에서인지 한참 동안 뜸 들이던 황태자가 말을 이어 갔다.
“나의 호위로 근위대를 새로 만들어야겠다. 근위대는 모두 총사들로 구성하라.”
“하오시면 기사단은…….”
“기사단은 행사 때에 세울 것이다. 근위대 총사들은 명망 있는 가문의 자제들이여야 한다. 그들에게 엑시티움을 지급할 것이다.”
“……예.”
참모장은 황태자가 당한 수모를 알기에 반박하지 않았다.
기사들의 반발이 예상됐지만 황태자에게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제1 집단군을 총병 중심으로 개편하겠다.”
“총병 중심이라 하심은?”
“소대 구성원을 바탈리온 부대처럼 총병 위주로 바꾸란 말이다.”
“그러기에는 마력총이 부족합니다.”
“마탑에 재고가 상당 부분 쌓여 있다. 왕국으로 판매하기 전에 제국군에서 사들이도록 해라. 최소한 제1 집단군은 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원정군에 그만한 재정이 없습니다.”
“돈은 황제 폐하께 간언해 받아 낼 터이니 염려 말고 부대를 개편해라.”
“명대로 하겠습니다.”
“내 목표는 제1 집단군의 총병을 엑시티움으로 무장시키는 것이다.”
“엑시티움의 가격이 100골드나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타불라 마탑의 율리아나 레볼라 후작이 그러더군. 엑시티움을 대량 생산하면 하나에 10골드까지 낮출 수 있다고.”
“허! 10골드라고요?”
참모장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10골드면 지금보다 열 배를 더 구입할 수 있을 터였다.
그 정도 수량이면 정말 제1 집단군에 엑시티움 보급이 가능했다.
“심지어 마공학과 연금술이 더 발전하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것을 규제하는 법과, 수요가 있느냐 하는 점이지.”
“전하께서는 엑시티움을…… 제국군에 보급할 계획이십니까?”
제1 집단군에 보급하면 더 이상 엑시티움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타락한 귀족에 의해 적에게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제국군 전체가 엑시티움으로 무장해야 한다.
“제국군 총병들이 엑시티움으로 무장했다면…… 엘리오 라고아가 오늘처럼 날뛸 수 있었겠느냐?”
‘아아! 그래서…….’
참모장은 속으로 탄식했다.
그랜드 마스터인 엘리오 라고아에게 모욕당한 황태자는 ―과거 금기시되던― 엑시티움을 대량 생산하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
원정군 총사령부를 나온 엘리오는 일단 운종술로 제국군 영역에서 벗어났다.
그럴 만큼 그는 엑시티움을 경계하고 있었다.
빽빽한 산림 위를 날아가던 엘리오는 멀리 불빛이 보이자 얼른 방향을 돌렸다.
운이 좋았다.
밤새 헤맬 각오로 운종술을 펼쳤는데 작은 도시가 발아래 펼쳐졌다.
이윽고 하얀 구름 덩어리가 이름 모를 도시 외곽에 내려앉았다.
엘리오가 부축하려 하자 파비안이 손사래를 쳤다.
“괜찮습니다.”
“아까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더니?”
“그때는 어질어질하고 잠에 취한 것처럼 힘이 안 들어가서 그랬던 겁니다.”
“말도 잘하는 걸 보니 괜찮아진 모양이네. 정신 마법도 소문만 요란하지 별거 아니네?”
“별거 아니라니요. 막상 당해 보시면 그런 말씀 못 하실 겁니다.”
“어떤데?”
“늪에 빠진 기분이랄까요? 그런데 사방에서 자꾸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그게 좀 짜증이 나서 미칠 것 같더라고요.”
파비안이 정신 마법에 저항할 때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 엘리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짜증이 나서 미칠 것 같았다고? 진짜 별거 아니네.”
“아! 아니라니까요! 정말 그 이상한 기분은 말로 표현을 못 합니다! 그러니 별거 아니라고 말하지 마십쇼! 그런 말을 들으니 돌아 버릴 것 같습니다!”
울컥한 파비안이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리는지 어깨를 들썩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너 싸가지 없게 대드는 걸 보니까 정신 마법 후유증 같다. 진정해라. 그러다 맞으면 안 아프겠냐?”
“안 아프겠습니까?”
“나야 때리기만 했으니 모르지. 그런데 구해 준 은혜를 모르고 이게 또박또박 말대꾸네? 아직 정신이 덜 돌아왔나? 미친놈은 몽둥이가 약이라던데. 야! 계속해 봐!”
미친 자들의 세계에서는 더 미친 자가 이긴다.
정신 마법의 후유증으로 짜증을 내던 파비안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라고아 경이 아니었다면 백치가 되어 거리를 떠돌아다녔을 겁니다.”
“알면 잘해 인마. 기껏 물에서 건져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하지 말고.”
“그건 무슨 말입니까?”
“있어. 내 고향에서 유명한 속담이야. 구해 준 은혜를 모르고 엉겨 붙는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생겨난 말이야. 그런데 너 미노스에 있으면 죽는다고 쫓아 보냈는데, 왜 말도 없이 돌아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