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477
1477회. 검은 산이 보입니다!
아스타로이드.
인간형의 외형을 가졌지만 머리에 뿔이 달렸고, 키는 3미터나 된다.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는 아스타로이드들의 손에 들린 건 화염검.
대화가 아니라 싸울 목적으로 오는 게 분명했다.
아스타로이드는 사람으로 치면 마검사라 근접뿐 아니라 원거리에서도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엘리오는 반사적으로 조종실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정벌군 참모지만 제국군의 행동 지침을 알지 못해서다.
일촉즉발의 상황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 오는 사람도 없다.
그건 제국군을 크나우프 대공이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역시나.
비공정이 천천히 우측으로 선회했다.
마력포를 쏘기 위해 방향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바아라크족과의 전투를 떠올린 엘리오는 눈을 찌푸렸다.
중급 마족과 싸우는 과정에 비공정 여섯 척이 파괴됐다.
하물며 지금 눈앞의 상대는 상급 마족.
남아 있는 비공정 여섯 대가 모조리 파괴돼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한 건 엘리오만이 아닌 모양이다.
안나 라마크리슈 사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가왔다.
“백작님, 싸우려나 보죠?”
“그런 것 같습니다.”
“중급 마족을 상대로도 큰 피해를 입었는데……. 괜찮을까요?”
괜찮을 리가 있나.
하지만 엘리오는 굳이 그 말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진심이다.
그는 제국군의 무모함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비공정이 선회하자 그걸 달아난다고 생각한 것일까?
일직선으로 날아오던 아스타로이드들은 화염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우르르릉―!
비공정 하늘 위에서 뇌성이 울렸다.
그걸 본 엘리오는 즉시 갑판을 박차고 비공정 위로 도약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공허의 검이 들려 있었다.
벼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가 허공에서 검을 한 바퀴 휘둘렀다.
꽈르릉! 꽈광―!
벼락이 그의 검에 집중됐다.
뇌기가 모인 공허의 검에서 하얀 불꽃이 쉬지 않고 튀었다.
뒤이어 구름에 올라탄 엘리오가 불꽃 튀는 검을 앞세우고 아스타로이드에게 돌진했다.
그의 뒤로 불꽃이 유성의 꼬리처럼 길게 이어졌다.
아스타로이드의 앞에 도착한 엘리오는 검에 맺힌 뇌전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콰르르릉―! 콰르르릉―!
채찍이 아스타로이드를 때릴 때마다 천둥 치는 소리가 울렸다.
뇌전에 맞은 아스타로이드들이 좌우로 튕겨 났다.
한차례 뇌전을 방출한 엘리오는 다시 검 끝으로 오라를 밀어 넣었다.
츠츠츠츠―!
뇌전의 자리를 오라 블레이드가 대신했다.
거의 삼십여 미터에 달하는 오라 블레이드가 아스타로이드의 중심부를 강타했다.
아스타로이드들 역시 그냥 당하지만은 않았다.
절반은 피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화염검을 들어 오라 블레이드를 막았다.
하지만 화염검과 오라 블레이드가 만나는 순간, 폭발음과 함께 아스타로이드의 몸이 날아갔다.
꽈광! 꽝―!
마치 한 마리 호랑이가 양 떼에 뛰어든 형국이었다.
그제야 아스타로이드들은 자신들의 상대가 보통 인간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스타로이드들의 대족장 이스칸다르가 앞으로 튀어 나가며 소리쳤다.
“너는 누구냐!”
“인간족 대전사 엘리오 라고아 군주다.”
“군주……십니까?”
이스칸다르가 황당한 눈으로 인간을 살폈다.
조각 구름 위에 당당하게 선 모습이 과연 초월적인 존재가 틀림없었다.
어비스에 그런 군주는 없으니 아마도 타메이온의 군주일 터였다.
“저는 아스타로이드의 대족장 이스칸다르입니다. 그런데 군주님께서 왜 인간들과 함께 계십니까?”
“방금 말하지 않았나. 인간족 대전사라고.”
“그게 무슨……. 아니 그보다 우리는 샤이틴님의 명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비켜 주십시오.”
“물러나라. 나는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
“물러나라니요? 저들은 어비스를 점령하기 위해 왔습니다. 마하카브의 치욕을 잊으셨습니까?”
마하카브에서 악신 샤이틴은 티탄족에게 패하고 어비스로 숨었다.
그 뒤로 마하카브를 언급하는 것은 마족에게 금기였다.
금기를 깰 정도로 이스칸다르의 마음은 급했다.
“점령하러 온 것이 아니니 호들갑 떨지 마라.”
“점령이 아니면 뭡니까?”
“검은 산에서 뭐 하나만 깨고 돌아갈 것이다.”
“헉! 마나 프트라스의 개들이 거룩한 산에 오른다고요? 안 됩니다! 아무리 군주님이라 해도 그건 안 됩니다! 경고합니다! 비켜나십시오! 이것은 샤이틴님의 뜻입니다!”
엘리오와 이스칸다르가 옥신각신할 때, 멀리서 포성이 들려왔다.
마침내 비공정에서 마력포를 쏜 것이다.
꽝! 꽝! 꽈광―!
귀청을 찢는 폭발음과 함께 아스타로이드가 이리저리 날아갔다.
포격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엘리오의 주변에도 마력 포탄이 떨어졌다.
꽈광―!
근처에서 폭발음이 들리자 엘리오는 급히 호신강기를 끌어 올렸다.
퍼퍼퍼퍽―!
날카로운 쇳조각과 불덩어리가 강기막에 부닥쳤다.
‘응?’
화끈한 통증에 엘리오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붉은 빛깔을 띠는 쇳조각 몇 개가 갑옷과 다리에 박혀 있었다.
순간 엑시티움을 떠올린 그는 오싹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호신강기마저 뚫을 정도로 강력한 걸 보니 신무기가 분명했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상급 마족인 아스타로이드 역시 바아라크처럼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물론 바아라크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치명상을 입었다는 게 중요하다.
이스칸다르도 놀랐는지 급히 무리에게 되돌아갔다.
엘리오는 재빨리 아스타로이드에게서 벗어났다.
아스타로이드는 인간의 무기가 가진 파괴력에 놀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스타로이드의 앞에 마력장이 형성됐다.
단순 무식하게 돌진하던 바아라크족과 달리 아스타로이드는 실드를 앞세웠다.
이전과 달리 아스타로이드의 앞에서 마력 포탄이 폭발했다.
쾅! 쾅! 쾅! 콰앙―!
그러나 붉은 파편과 화염은 아스타로이드에 닿지 않았다.
아스타로이드와 비공정의 거리가 점차 좁혀졌다.
그걸 본 엘리오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머리 위로 마력포를 쏜 제국군이 얄미웠지만, 비공정이 파괴되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엘리오가 공허의 검을 들어 올렸다.
이윽고 아스타로이드의 위로 검의 화신(化身)이 우박처럼 떨어졌다.
소수의 아스타로이드가 황급히 실드를 머리 위까지 올려 봤지만 이미 늦었다.
콰콰콰콰―!
묵직한 파육음과 함께 아스타로이드가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대족장 이스칸다르는 자칭 인간족 대전사의 공격에 이를 갈았다.
그가 화염검으로 반원을 그리자, 아스타로이드의 진형에 변화가 생겼다.
절반은 비공정으로, 나머지 절반은 인간족 대전사를 향한 것이다.
엘리오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아스타로이드를 무시하고, 오직 비공정을 향해 가는 아스타로이드에게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검의 화신이 쉬지 않고 아스타로이드에게 내리꽂혔다.
정면을 향해 실드를 펼치고 있던 아스타로이드는 속수무책으로 검의 화신에 맞았다.
콰콰콰콰―!
검의 화신은 일반 마력포만큼이나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아스타로이드가 아니었으면 진즉에 몰살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비공정을 노리고 날아가던 아스타로이드의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한편 엘리오에게 몰려간 아스타로이드도 구경만 하고 있지 않았다.
어둠의 블레이드라 불리는 검은 빛줄기가 엘리오를 향해 밀려들었다.
엘리오는 이형환위의 신법으로 어둠의 블레이드를 피해 다녔다.
그러나 이형환위의 끝은 언제나 구름 덩어리였다.
낼개를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밟을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눈치 빠른 아스타로이드는 아예 구름 덩이에 어둠의 블레이드를 쏟아 냈다.
퍽! 퍼억―!
호신강기가 어둠의 블레이드를 튕겨 내자 엘리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걸 두고 알면서도 당한다는 것이리라.
하지만 아직은 견딜 만했다.
마음 같아서는 구천검령을 쓰고 싶지만 꾹 참았다.
강호에 ‘삼 푼의 능력은 감추라’는 말이 있다.
제국군에도, 마족들에게도 아직은 구천검령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제국군이 신무기를 마지막까지 감추고 있던 것처럼 자신도 그래야 했다.
엘리오는 이형환위로 피하며 묵묵히 천산검영을 펼쳤다.
어둠의 블레이드만으로 부족하다 여겼는지 불덩어리와 전격 마법까지 날아왔다.
화르르륵―!
파지지직―!
엘리오는 미꾸라지처럼 불과 번개를 피해 천산검영을 날렸다.
콰콰콰콰―!
양측이 다 물량전이었다.
그러나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무리 상위 마족이라 해도 아스타로이드는 처음부터 군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아스타로이드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한계를 절감한 대족장 이스칸다르가 악에 바친 목소리로 외쳤다.
“라고아 군주! 당신은 샤이틴님의 분노가 두렵지 않습니까!”
엘리오가 무심한 어조로 답했다.
“나는 지금 죽어도 아쉬울 게 없어. 그런 내가 왜 샤이틴을 두려워해야 하지?”
빠드득 이를 갈던 이스칸다르가 화염검을 내리고 돌아섰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아스타로이드들 역시 화염검을 내렸다.
“돌아간다.”
이스칸다르의 말에 그를 따라다니던 아스타로이드 하나가 뿔나팔을 불었다.
뿌우우우―!
비공정을 공격하던 아스타로이드가 전투를 멈추고 물러났다.
비공정은 떠나가는 아스타로이드에게 마력포를 쏘지 않았다.
행여나 그로 인해 다시 전투가 벌어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밀물처럼 몰려왔던 아스타로이드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엘리오는 비공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늘에 떠 있는 것은 세 척뿐이었다.
중급 마족에게 여섯 척을 잃었는데, 상급 마족에게 세 척을 잃었으면 성공한 셈이다.
문득 ‘처음부터 강하게 개입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제국군이 전력을 숨기고, 자신을 따돌려 그렇게 된 면이 없지 않았다.
비공정 세 척을 보고 있노라니 글라체스 요새가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처럼 열세였지만 자신이 마족 군주를 물리침으로 승리했다.
‘결국 악신 샤이틴인가.’
처음 이세계에서 그 이름을 접할 때만 해도 그와의 싸움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비스를 모험할 때도 만나지 않았기에 남의 일처럼 여겼다.
어비스 정벌군에 합류할 때도 설마설마했다.
그런데 조금 전 아스타로이드 대족장 이스칸다르는 샤이틴의 분노를 입에 올렸다.
습격의 배후에 악신 샤이틴이 있다는 뜻이다.
엘리오는 비공정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자신이 타고 온 비공정은 무사했다.
멀리서 싱크레어 지터와 안나 라마크리슈 사도를 본 엘리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위 마족과의 격전 속에서도 살아남다니 참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피에 물든 엘리오의 하체를 본 싱크레어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스승님, 괜찮으세요?”
“괜찮다.”
엘리오는 선수에 걸터앉아 다리에 박힌 파편을 뽑아 냈다.
피가 잠깐 비치더니 이내 멈췄다.
“그거 설마 마력 포탄의 파편이에요?”
“어.”
엘리오는 시큰둥한 얼굴로 들고 있던 파편을 비공정 밖으로 내던졌다.
“아휴! 제가 얼른 가서 약을 받아 올게요.”
말을 마친 싱크레어가 선실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 후 엘리오는 싱크레어가 받아 온 약을 다리에 발랐다.
간단히 치료를 끝낸 엘리오가 싱크레어에게 물었다.
“피해 상황은?”
“보시다시피 비공정은 세 척이 파괴됐고요. 다른 데는 모르겠고, 우리 쪽은 기사와 총사 들 절반이 전사했어요. 생존자가 마흔다섯 명이에요.”
엘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척당 대략 그 정도 생존자가 남았다 치면 백이십여 명이 남았을 터였다.
천이백 명에서 이틀 만에 백이십 명 대로 떨어졌다니 기가 막혔다.
“그런데 무슨 약이 이렇게 따끔거려?”
말과 함께 엘리오가 신경질적으로 발을 굴렀다.
“참으세요. 이번에 새로 보급된 창상약이에요. 따갑지만 효과는 확실할 거래요.”
“믿어도 돼?”
“저야 모르죠. 약을 준 치료사가 그렇게 말한 거니까.”
“그래? 참, 아까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만 거냐?”
“아까요? 아!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아님 말고.”
비공정 밖으로 고개를 돌리던 엘리오의 입이 가볍게 벌어졌다.
“어?”
아득히 멀리 검은 산이 보이는 것 같았다.
엘리오가 눈에 힘을 줄 때 머리 위쪽에서 경계병의 외침이 들려왔다.
“1시 방향에 검은 산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