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502
1502회. 혼자서 우리를 당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시커먼 양복을 입은 이십여 명의 사내가 우르르 사장실로 들어왔다.
연적하는 그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삼합회 직원들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뚱한 얼굴로 양복쟁이들을 둘러보던 연적하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주파오촌에서 봤던 남자가 양복쟁이들 속에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과 눈이 마주친 순간 마장청의 입에서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너 이 새끼!”
동방경호에서 파견 나온 마장청이 청년을 알은체하자 보안팀장 장우검이 슬쩍 물었다.
“아는 사람이오?”
“주파오촌에서 진과월을 구해 간 놈이오.”
보안팀장과 마장청의 대화를 들은 마화동 사장이 청년을 노려보았다.
“홍콩 홍련방에서 나왔나?”
“나 삼합회 아니다.”
연적하는 여전히 탁자에 올린 발을 거두지 않았다.
스무 명이나 되는 보안팀을 앞에 두고 실로 대담한 태도다.
한편 보안팀이 자리를 잡자 굳어 있던 마화동의 표정도 조금씩 풀어졌다.
청년의 차원력이 제아무리 높다 해도 보안팀 전체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화동 사장이 다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질문이 늦었군. 자네는 누군가? 그리고 나를 만나러 왔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로 나를 찾은 건가?”
“내가 누군지는 알 것 없고. 진과월의 딸인 크리스티를 납치해 간 게 너희들이라면서?”
“진과월? 너는 설마 진과월이 보낸 사람이냐?”
“그것도 알 거 없고. 지금 당장 크리스티를 데리고 와. 만에 하나 그녀의 털끝 하나라도 다치게 했다면, 너희는 모두 죽는다.”
청년의 광오 한 말에 마화동이 기가 찬 얼굴로 되물었다.
“너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병신으로 보이느냐?”
“크리스티를 데려오라고 했다.”
그러자 동방경호 소속의 남자 하나가 버럭 소리쳤다.
“건방진 새끼! 그런다고 우리가 눈 하나 깜짝일 것 같으냐! 그년은 천무방의 매음굴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년을 데려가고 싶으면……. 컥!”
기세 좋게 나섰던 남자가 두 손으로 제 목을 부여잡고 버둥거렸다.
놀랍게도 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연적하가 허공섭물로 그의 목을 잡아 들어 올린 것이다.
뭍으로 끌어 올려진 물고기처럼 남자는 허공에서 발버둥 치다가 축 늘어졌다.
이윽고 연적하가 손을 거두자 남자의 몸이 바닥으로 ‘철퍽!’ 떨어져 내렸다.
기묘한 침묵이 사장실에 감돌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마화동이었다.
“쯧쯧! 법 무서운 줄 모르는 자로군. 백주 대낮에, 그것도 배주대곡 사장실에서 살인이라니. 이거 대화로 풀어 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장 팀장!”
“예.”
“경찰에 신고해. 모르는 사람이 회사에 난입해 보안 직원을 살해했다고.”
“예.”
보안팀장 장우검이 휴대 전화를 꺼내 들었다.
이어 그가 전화기의 버튼을 누르려 할 때다.
축 늘어져 있던 남자의 몸이 둥실 떠서 테이블로 날아갔다.
이건 또 뭔가 싶어 장우검은 전화하는 것도 잊고 시체를 바라보았다.
연적하가 시체를 집어 마하담에 집어넣은 뒤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살인? 무슨 살인?”
“…….”
놀란 토끼 눈으로 청년을 보던 마화동이 물었다.
“시체를 어떻게 한 거냐?”
“그건 알 거 없고, 그다음은 네 차례야. 나는 원래 웃대가리부터 손을 보거든. 그다음은 너고.”
연적하가 사장의 옆에 앉아 있는 초로의 남자에게 턱짓을 해 보였다.
왕주천 고문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마화동의 팔을 잡았다.
“사장님.”
이를 빠드득 갈던 마화동이 장우검 보안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장 팀장, 보고만 있을 건가?”
뒤늦게 장우검이 다시 휴대 전화의 버튼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걸 본 마화동이 답답하다는 듯 버럭 소리쳤다.
“시체가 없는데 경찰을 불러서 뭐 하게! 직접 처리하란 말이다!”
사장실에서 불법적인 일들이 종종 벌어지기에 CCTV도 설치하지 않았다.
그러니 시체가 사라진 지금 괴청년의 죄를 입증할 길이 없었다.
그제야 장우검은 휴대 전화를 안주머니에 넣고 보안팀에게 눈짓을 보냈다.
열아홉 명의 보안팀 직원이 연적하를 에워쌌다.
순간 연적하가 손을 뻗어 마화동 사장의 머리를 움켜잡고는, 누가 말릴 틈도 없이 그의 머리를 강하게 탁자에 내리찍었다.
“악!”
마화동이 비명을 내지르며 버둥거렸지만 연적하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말했을 텐데. 나는 웃대가리들부터 손을 본다고. 이놈 다음은 너, 그다음은 너, 그다음은 너야.”
연적하가 고문, 보안팀장, 마장청을 차례로 가리켰다.
장우검이 괴청년을 노려보며 말했다.
“비겁한 새끼! 사장님은 일반인이다! 일반인은 놔두고 돌연변이들끼리 붙어 보자!”
“크리스티 양을 납치해 간 것들이 누구더러 비겁하대? 당장 크리스티 양을 데려와. 안 그럼 사장 놈은 죽는 거야.”
말과 함께 연적하가 손바닥에 지그시 힘을 실었다.
머리에 압력이 전해져 오자 마화동은 곧 죽을 것처럼 소리를 질러 댔다.
“악! 장 팀장! 데려와! 그 여자를 데려오라고!”
“들었지? 크리스티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너희 사장 목부터 부러뜨릴 거야. 뭘 구경만 하고 있어? 얼른 데려오지 않고.”
청년이 재촉하자 장우검은 동방경호의 마장청을 향해 돌아섰다.
“마 형, 그 여자를 데려와야 할 것 같소. 지금은 사장님을 구하는 게 우선이오.”
마장청이라고 눈이 없는 건 아니다.
청년과 장우검을 번갈아 보던 마장청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나다. 진과월의 딸을 배주대곡 사장실로 데리고 와라. 지금 당장. 그래, 이 새끼야!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말고. 뭐? 알았다. 더는 안 돼. 곱게 데리고 와.”
전화를 끊은 마장청이 괴청년에게 말했다.
“20분이면 올 거다. 여자가 하도 난리를 쳐 대서 약을 조금 썼다고 한다. 그 외는 손을 대지 않았다.”
크리스티의 미모가 뛰어나지만 다행히 아직 건드린 사람은 없었다.
진과월과의 협상에서 사용하려고 손대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연적하가 사장의 머리를 들었다가 다시 ‘쾅!’ 소리가 나도록 탁자에 처박았다.
“악!”
마화동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머리가 터졌는지 탁자에 핏물이 번져 나갔다.
그걸 본 장우검이 버럭 소리쳤다.
“그만해! 여자가 오고 있다지 않느냐!”
“아, 미안. 약 소리에 갑자기 짜증이 나서 그랬어. 설마 약이라는 게 물뽕은 아니지?”
“맞다.”
순간 울컥한 연적하는 다시 한번 사장의 머리를 들었다가 내리찍었다.
“악! 제발…… 그만해.”
마화동의 다 죽어 가는 목소리가 사장실에 울려 퍼졌다.
보다 못한 장우검이 경고했다.
“멈춰라! 여자가 아직 우리 손에 있다는 걸 잊었나!”
“잊긴 누가 잊었다고 그래? 그 덕분에 너희가 아직 살아 있는 건데. 크리스티에게 무슨 일이 있었으면 너희는 진즉에 죽었어.”
“우리도 너와 같은 돌연변이다! 혼자서 우리를 당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장우검은 괴청년을 자신들과 같은 돌연변이로 생각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괴청년이 보인 능력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적하는 상대가 착각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굳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
귀찮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 구질구질한 사람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다.
20분은 금방 지나갔다.
복도가 소란스럽더니 건장한 체구의 청년이 크리스티를 업고 들어왔다.
사장실로 들어온 청년은 뜻밖의 광경에 놀라 눈만 끔뻑거렸다.
장우검이 청년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여자를 데려왔으니 사장님을 놓아주어라.”
연적하는 선선히 사장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크리스티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이상, 그녀의 안전은 확보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현기증이 나는지 머리를 몇 번 흔들던 마화동은 부지런히 눈알을 굴렸다.
괴청년의 앞에서 피할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장우검이 크리스티를 업고 있는 청년의 팔을 이끌고 괴청년에게 다가갔다.
곧이어 청년이 크리스티를 괴청년의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그 틈에 마화동과 왕주천은 물론 깨어난 강무 부사장까지 재빨리 보안팀과 합류했다.
연적하는 피식 웃기만 할 뿐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
이제 소파에 남은 사람이라고는 연적하와 크리스티가 전부였다.
장우검의 눈짓에 보안팀이 소파 주위를 에워쌌다.
모든 준비가 끝났음에도 장우검은 선뜻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괴청년이 너무 태평해서다.
망설이는 보안팀장에게 마화동이 소리쳤다.
“장우검! 뭘 보고만 있느냐! 연놈 모두 죽여 버려!”
사장의 악다구니를 듣던 연적하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들었다.
이윽고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손가락을 튕겼다.
쐐액―!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마화동이 뒤로 넘어갔다.
어느새 마화동의 이마 한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걸 본 왕주천이 찢어지는 소리로 외쳤다.
“사장님!”
보안팀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할 때 연적하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말했잖아. 나는 웃대가리부터 손을 쓴다고. 지금부터 한 놈이라도 움직여 봐. 아까 말한 순서대로 대가리에 구멍을 뚫어 줄 테니까.”
“…….”
보안팀의 시선이 일제히 장우검에게 향했다.
장우검은 재빨리 괴청년의 손에 들린 동전의 숫자를 셌다.
다섯 개는 넘어 보였다.
총알보다 빠른 동전이었다.
그건 ‘최소한 다섯은 달아날 틈도 없이 죽는다’는 뜻이다.
장우검의 목울대로 마른침이 꿀꺽하고 넘어갔다.
마화동 사장이 죽었으니 더 이상 그의 말에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이제는 자신이 진퇴를 결정해야 했다.
한편 장우검이 좌우할 수 있는 건 장락방뿐이다.
보안팀의 절반은 동방경호 소속이고, 그들을 지휘하는 건 마장청이었다.
주파오촌에서 당한 일로 앙심을 품고 있던 마장청은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암암리에 동방경호 소속의 보안 요원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괴청년의 시선이 여자에게 향한 순간, 번개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
아홉 명의 보안 요원도 괴청년과 여자를 향해 돌진했다.
순간 연적하의 손에서 동전이 사라졌다.
퍼퍼퍼퍼퍽―!
다섯 명의 보안 요원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래도 마장청과 나머지 넷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이미 기호지세(騎虎之勢)라, 멈추려야 멈출 수도 없었다.
더 던질 동전도 없는 상황에서 연적하가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콰콰콰콰―.
장풍에 휘말린 세 사람이 낙엽처럼 뒤로 날아갔다.
그러는 동안 마장청의 단검이 연적하의 지척에 이르렀다.
하지만 연적하는 단검은 본체만체하고 마지막 보안 요원에게 손가락을 튕겼다.
‘빡!’ 소리와 함께 크리스티를 움켜잡으려던 보안 요원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어느새 그의 이마 한가운데는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마장청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괴청년의 등짝에 단검을 박았다.
퍽!
그러나 단검은 마치 철판을 찍은 듯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차원력 1,000의 힘[dp]은 고스란히 마장청에게 돌아왔다.
손잡이를 쥐고 있던 마장청의 손이 쭉 미끄러지며 단검을 훑었다.
“윽!”
단검의 날에 네 개의 손가락이 반쯤 잘려 나갔다.
그래도 마장청은 전문 킬러답게 악착같이 괴청년의 목으로 손을 뻗었다.
상체를 슬쩍 비튼 연적하가 마장청의 손목을 잡았다.
마장청은 피가 철철 흐르는 반대편 손으로 괴청년의 눈을 찔러 갔다.
연적하는 살짝 머리를 숙여 그 손가락을 들이받았다.
‘콰직!’ 하고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마장천의 두 손가락이 뒤로 꺾였다.
한 손이 잡히고, 다른 손가락이 부러진 상태에서 마장청은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빨로 목줄기를 물어뜯으려는 것이다.
그러자 연적하가 비어 있던 손으로 마장청의 머리통을 막았다.
“크아아아!”
흥분한 마장청이 미친 사람처럼 악을 쓰며 머리를 이리저리 뒤틀었다.
무심한 눈으로 그를 보던 연적하가 손가락을 오므렸다.
콰드드득.
연적하의 손가락이 아무렇지도 않게 마장청의 머리통으로 파고들었다.
그제야 마지막까지 발악하던 마장청이 잠잠해졌다.
괴청년과 마장청의 싸움을 본 장우검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