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501
1501회. 형님은 삼합회도 아니잖습니까
부사장실로 들어간 연적하는 진과월에게 자신을 공안에서 빼 준 것에 대한 인사부터 했다.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다. 홍련방 본가에서 빠르게 전산 자료를 손보지 않았다면, 너나 홍련상회 모두 힘들었을 게다.”
사실 그건 동자건 사장이 연적하의 뒷조사를 의뢰하면서 속도가 붙은 탓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진과월은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술집에서의 일로 연적하에게 실망해 마음을 닫아 버린 것이다.
“따님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장락방이 원하는 건 뭡니까?”
“나다.”
진과월은 생각만 해도 괴로운지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연적하는 우두커니 서서 진과월을 내려다보았다.
흑도의 일처리 방식은 무자비하다.
진과월이 목적이라면 그의 딸도 살아남기 어려울 터였다.
연적하는 진과월의 호흡이 안정되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그래서 사장님은 어떻게 하시잡니까?”
아무리 진과월의 차원력이 높다 해도 그는 부사장이다.
홍련상회의 일을 결정하는 것은 사장인 동자건의 몫이었다.
진과월은 얼굴에서 손을 떼고 책상 앞에 서 있는 연적하를 올려다보았다.
머리에 문제가 있는, 그것도 일반인이지만 무시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누구에게라도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싶었기 때문일까?
그는 선선히 답을 했다.
“가서 타협을 보라고 하셨다. 장락방이 원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싸우지 않겠다는 말씀이시네요?”
“…….”
정곡을 찔린 진과월은 침묵했다.
사장은 십언시 흑사회에 백기를 들었다.
홍련상회의 힘만으로 십언시 흑사회를 상대할 수 없으니 당연한 결정이다.
다만 자신과 납치된 자신의 딸이 문제다.
사장이 말한 ‘타협’은 곧 ‘장락방의 뜻에 따르라’는 소리였다.
이런 경우 제물이 될 수도 있다.
장락방이 자신과 크리스티를 죽여도, 홍련상회 사장은 받아들일 것이다.
그게 삼합회와 흑사회가 분쟁을 수습하는 방식이었다.
한참 만에 진과월이 말했다.
“그래도 너의 신분증은 나올 거다.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열흘 안에는 도착할 게다. 그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말고 죽은 듯 지내거라.”
연적하는 피식 웃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분증을 생각하다니, 의리가 있는 사람이다.
“타협이 잘 안 되면요?”
“한 놈이라도 더 데리고 가야지.”
진과월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눈에서는 살기가 줄줄 흘러나왔다.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하던가요?”
“오늘 저녁 7시에 모전구의 동방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연적하의 시선이 벽걸이 시계로 향했다.
아직 오전 11시였다.
“외삼촌은 의리가 있는 사람이니 하늘이 외면치 않을 겁니다.”
“…….”
연적하의 위로에 진과월은 쓰게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천진난만한 위로라니! 과연 머리에 나사가 빠진 사람답다고나 할까.
부사장실에서 나온 연적하는 그래도 만만한 류청운을 찾아갔다.
“류 아우.”
뒷마당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류청운이 힐끔 보더니 모른 척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적하는 그의 옆으로 바싹 다가갔다.
“뭐 하나만 물어보자.”
류청운이 말하기 싫다는 듯 슬쩍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뒤에다 대고 연적하가 물었다.
“장락방의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
“…….”
등을 돌리고 못 들은 체하던 류청운이 움찔했다.
“알아? 몰라? 바쁘니까 빨리 말해.”
“거긴 왜요.”
류청운이 불퉁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왜긴? 크리스티 씨가 납치당했다면서? 찾아와야지.”
순간 홱 돌아선 류청운이 사납게 쏘아붙였다.
“거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쇼. 누군 뭐 속이 없어서 참고 있는 줄 아십니까? 일반인이면 일반인답게 입 꾹 처닫고 계십쇼.”
연적하는 울컥했지만 류청운의 입장에서 틀린 말도 아니기에 참았다.
“그래서 알아? 몰라?”
“에이! 씨발, 진짜. 나대지 말라니까.”
류청운이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뜨리며 연적하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말랑말랑해 보이던 일반인 연적하의 눈동자가…… 무저갱처럼 깊다?
칠흑 같은 눈동자가 점점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이 작게 쪼그라들었다.
아찔한 현기증에 류청운은 슬쩍 눈을 내리깔았다.
이른바 눈싸움에서 진 것이다.
“대답은?”
“……모전구에 있는 십언시 배주대곡 유한공사가 장락방이 운영하는 회삽니다.”
“십언시 배주대곡 유한공사? 이름 드럽게 기네.”
“거기 사장 마화동이 장락방 두목입니다. 진짜 크리스티 씨를 구하러 갈 겁니까?”
“부사장님을 죽이려는 놈들이 크리스티 씨를 순순히 보내 주겠냐?”
“꿈 깨십쇼. 사장님도 포기한 일입니다. 홍콩 본가의 지원이 없는 한…… 불가능합니다.”
“너는 지금까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해 본 적 없냐?”
“이건 그런 것과 다릅니다. 실패는 곧 죽음임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건…….”
“죽을 일에는 끼어들지 않아서겠지.”
“알면 형님도 그만두십쇼. 괜한 객기로 개죽음 당하지 말고요. 다음 주면 신분증 온다면서요? 그거 받아서 형님 갈 길 가시라 이겁니다. 막말로 형님은 삼합회도 아니잖습니까.”
“내가 인마, 한때는 흑도의 지존이었어. 대선배가 궁지에 몰린 후배를 못 본 척할 수는 없잖아. 나랑 한 얘기 다른 사람한테 하지 마라.”
“…….”
류청운은 대답 대신 새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흑도의 지존이니 대선배니 하는 걸 보니 지금까지 죄다 헛소리였던 게 분명했다.
***
십언시 모전구(茅箭区).
십언시 배주대곡 유한공사(十堰市 杯酒大曲 有限公司).
15층짜리 빌딩 앞의 도로에 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
곧이어 택시에서 말끔한 양복 차림의 이십 대 남자가 내렸다.
홍련상회를 떠난 연적하다.
그는 십언시 배주대곡 유한공사 빌딩으로 똑바로 걸어갔다.
투명한 유리로 된 회전문을 통과하자 경비가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말끔한 정장을 보고는 이내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연적하는 1층의 안내 데스크를 향해 다가갔다.
“말 좀 물읍시다.”
두 명의 안내원 중에 한 아가씨가 미소를 지으며 반응했다.
“어디를 찾아오셨어요?”
“배주대곡 사장을 만나러 왔는데 어디로 가면 됩니까?”
“아! 사장실은 15층에 있어요. 그런데 예약하고 오셨나요?”
“15층…… 저걸 타고 가면 되는 거죠?”
연적하가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그간 여기저기 돌아다닌 덕분에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는 건 일도 아니었다.
청년이 동문서답을 하자 안내원의 얼굴에 억지 미소가 떠올랐다.
“죄송한데 예약하지 않으셨으면 만나실 수 없어요. 예약부터 확인해 드릴게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괜찮습니다. 수고하세요.”
연적하는 여유 있게 손까지 흔들어 보인 후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 그를 지켜보던 안내양이 데스크에 있던 벨을 살짝 눌렀다.
잠시 후 경비원들 셋이 청년을 향해 우르르 달려갔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 전에 경비원들이 먼저 청년을 덮쳤다.
그러나 경비원들의 손이 청년에게 닿는 순간, 도리어 경비원들이 풀썩 주저앉았다.
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청년이 엘리베이터로 들어가자 안내양들은 황급하게 비상벨을 눌렀다.
빌딩 복도와 사무실에 설치된 붉은 경보등이 빠르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15층 사장실.
사장실로 배주대곡의 고문과 부사장이 급하게 들어섰다.
휴대폰을 보고 있던 마화동 사장이 고개를 쳐들었다.
“무슨 일이야?”
강무 부사장이 먼저 말했다.
“정체불명의 남자 하나가 사장님을 만나겠다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답니다.”
“남자 하나? 고작 그런 일로 이 소란이야?”
“그를 제지하던 경비 셋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제압당했습니다.”
그제야 마화동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엘리베이터는?”
“보안팀에서 10층과 11층 사이에 세웠습니다. 딱 중간이니 오도 가도 못할 겁니다.”
왕주천 고문이 한마디 거들었다.
“11층에 보안팀을 대기시켜 두었습니다. 11층에서 놈을 잡아…….”
그가 말하는 도중에 가까이에서 ‘쾅!’ 하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깜짝 놀란 마화동이 버럭 소리쳤다.
“11층이라며? 이건 무슨 소리야!”
그러나 같은 자리에 있던 왕주천과 강무가 그걸 알 리 없다.
곧이어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쿵! 쿵! 쿵!’ 하고 벽이 울렸다.
복도는 금방 잠잠해졌다.
마화동과 왕주천, 강무는 숨을 멈추고 문밖의 소리에 집중했다.
이윽고 강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끝났나 봅니다?”
순간 사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왕주천과 강무가 반사적으로 마화동의 앞을 막아섰다.
사장실에 들어온 사람은 이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세 사람은 한순간 청년을 배주대곡의 직원이라 착각했다.
그럴 만큼 청년의 얼굴은 평범했고, 행동도 자연스러웠다.
강무가 먼저 나섰다.
“조금 전 복도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밖에 무슨 일이 있었나?”
“아 그거? 엘리베이터가 안 움직이길래 닫힌 문을 강제로 열고 나왔지.”
연적하가 태연하게 말하고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그제야 세 사람은 저 청년이 불법 침입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왕주천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은 10층과 11층 사이였을 텐데?”
“영화처럼 뚜껑을 열고 위로 올라갔지. 바쁜데 언제 계단을 올라가? 이리 와서 앉아봐 들.”
마화동과 왕주천의 시선이 일제히 강무를 향했다.
일반인인 그들과 달리 오직 강무 부사장만 돌연변이인 까닭이다.
행동 대장이던 강무가 부사장 자리에 오른 것도 차원력 때문이었다.
강무는 두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순순히 소파로 걸어가던 강무가 벼락처럼 청년을 덮친 것이다.
차원력이 1,100이나 되는 강무의 움직임은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내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강무가 소파 위로 널브러졌다.
거의 동시에 ‘타앙―!’ 하고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어느새 마화동의 손에는 서랍에서 꺼낸 54식 권총이 들려 있었다.
마화동의 취미는 사격.
권총만큼은 사격 국가대표만큼 쏜다고 하더니, 과연 청년의 관자놀이에서 탄두가 툭 떨어졌다.
딸그락.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화동과 왕주천은 물론 총에 맞은 연적하도 꽤나 놀란 얼굴이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연적하다.
“아야.”
뒤느게 정신을 차린 마화동이 미친 듯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타앙―!
그러나 청년의 모습이 유령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애꿎게 사장실의 하얀 벽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막 뒤로 돌아서려던 마화동의 몸이 권총을 든 채로 굳었다.
이형환위로 그의 뒤로 돌아간 연적하가 점혈을 한 것이다.
관자놀이를 무심코 손끝으로 문지르던 연적하는 물기가 느껴지자 얼른 눈앞으로 손을 가져왔다.
그런데 손끝에 피가 조금 묻어 있다?
‘어쩐지 화끈거리더라.’
하계의 작은 총이 상계의 마력총보다 강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연적하는 일단 총을 빼앗아 양복 주머니에 넣고, 사장을 소파에 주저앉혔다.
그런 뒤 넋 나간 얼굴을 하고 서 있는 초로의 남자에게 손짓했다.
“어이, 당신도 와서 앉아.”
“예? 예…….”
왕주천은 재빨리 마화동의 옆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연적하가 손바닥으로 뻣뻣하게 굳어 있는 사장의 얼굴을 후려쳤다.
‘철썩!’ 소리와 함께 사장의 얼굴이 한쪽으로 홱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굳어 있던 마화동의 몸도 풀렸다.
연적하가 최고급 이탈리아산 탁자 위에 구둣발을 턱 올리며 말했다.
“장락방 두목이 누구냐?”
“나요.”
마화동은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어린놈이 돌연변이의 차원력 하나만 믿고 거들먹거린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비록 놈의 차원력이 총알까지 버틸 정도로 강하지만, 그래도 싸움은 결국 숫자다.
‘제길! 보안팀의 돌연변이들을 11층에 내려보내지만 않았어도…….’
그랬다면 두 사람의 위치는 바뀌었을 터였다.
“굉장히 분하다는 눈빛이네?”
때마침 발소리와 함께 11층에 있던 보안팀이 사장실로 몰려왔다.
“사장님!”
보안팀장의 외침에 마화동은 굽히고 있던 허리를 빳빳하게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