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507
1507회. 나도 홍련방을 존중하지 않겠다
돌연변이들은 숙련된 무인이 아니다.
그들은 다른 차원의 에너지를 받아들여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들에 불과하다.
자연히 상대의 경지를 알아차릴 안목이라는 게 없다.
안목이란 오랜 경험이 가져다주는 것인데 돌연변이가 등장한 게 이 년 전.
자신이 가진 힘을 온전히 알기도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니 양아치에서 돌연변이가 된 두우로에게 연적하는 먹잇감에 불과했다.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두우로가 청년에게 다가갔다.
이윽고 연적하와 두우로가 서점 앞에서 마주쳤다.
두우로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어, 이게 누구야? 씹구녕같이 생긴 새끼 아니야? 아까는 잘도 도망가더라?”
“너는…… 아까 그 머저리[白痴]?”
“뭐? 이 씨발 년이 뒈지려고 환장을 했나! 아 됐고, 따라와.”
두우로가 거칠게 담배꽁초를 내던지며 앞장서 걸어갔다.
연적하는 묵묵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두우로는 CCTV를 피해 뒷골목으로 한참을 들어간 뒤에야 멈춰 섰다.
“이 씨발 년, 일단 좀 맞자.”
청년에게 다가간 두우로가 주먹을 치켜들자, 연적하가 물었다.
“그런데 왜 자꾸 나에게 씨발 년이라고 하는 거냐? 나 남잔데?”
“아니야, 너는 씨발 년이야. 왜냐면 내가 너를 여자로 만들어 줄 거거든.”
두우로의 입꼬리가 음흉하게 뒤틀렸다.
본래 양성애자인 두우로는 이 병신 같은 놈의 엉덩이를 따먹을 생각이었다.
연적하가 기막힌 얼굴로 남자를 살폈다.
양 손목과 벌어진 가슴의 옷깃 사이로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긴팔옷이라 그렇지 벗겨 보면 양쪽 팔도 온통 문신일 게다.
한편 두우로는 상대가 우두커니 바라보자 저항의 의지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초장에 몇 대 맞아야 고분고분해지니 대화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그는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두우로보다 연적하가 더 빨랐다.
연적하가 구둣발로 벼락처럼 두우로의 정강이를 걷어찬 것이다.
‘퍽!’ 소리와 함께 두우로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악!”
옆으로 꺾인 정강이에서 극통이 밀려오자 두우로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양팔로 부러진 다리를 움켜잡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남의 정강이가 이렇게 꺾인 것도 못 봤는데, 하물며 그것이 자신의 것임에야 오죽할까.
겨우 참을 만하게 되자 그는 소리를 질러 댔다.
“너 이 개새끼! 내가 누군지 알고! 너는 뒈졌어! 너뿐 아니라! 네놈의 어미, 아비, 가족들 모두 사지를 토막 내 죽일 거야! 네놈의 조상 위로 십팔 대까지 범하겠다[肏你祖宗十八代]! 이 씨발 놈아!”
연적하가 길길이 날뛰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뼈다귀랑 붙어먹게? 그런데 어쩌냐? 나도 우리 조상 묘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이 개새끼야!”
깜짝 놀란 두우로는 재빨리 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휘둘렀다.
돌연변이답게 섬전 같은 움직임이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연적하의 구두가 두우로의 팔꿈치를 가격했다.
‘퍽!’ 소리와 함께 팔이 홱 돌아가며 하필 두우로의 뒷덜미를 찔렀다.
제 손으로 자해를 한 꼴이다.
“아악! 씨발!”
두우로는 다시 앞으로 손을 뻗어 흔들었다.
괴청년이 다가오는 걸 막기 위함이다.
연적하가 사내를 빤히 내려다보며 놀리듯 말했다.
“왜 자해를 하고 그래? 변태야?”
그제야 두우로는 상대가 만만한 병신이 아님을 깨닫고 소리를 내질렀다.
“사람 살려! 이놈이 사람을 죽이려 합니다! 공안!”
그러자 연적하가 재밌다는 듯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상대에게서 살의가 느껴지지 않자 두우로는 재빨리 태도를 바꿨다.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쇼. 장난으로 그랬던 겁니다.”
“장난이라면서 뭘 용서해 달래?”
“형님 같은 분에게는 장난을 해서도 안 되죠. 한 번만 살려 주십쇼. 저 죽이면 안 됩니다. 진짜 큰일 납니다.”
“왜?”
“제 사촌 형님이 신화파의 행동 대장 마소전입니다. 형님도 신화파는 들어 보셨을 거 아닙니까? 저를 죽이면 신화파와 원수가 되는 겁니다.”
“내가 그런 줄 어떻게 알고? 목격자도 없는데.”
“형님과 제가 이리로 가는 게 CCTV에 싹 다 찍혔을 겁니다. 제가 죽으면 공안이 형님에게 연락할 겁니다. 그다음은 제 사촌 형님이 찾아갈 거고요. 제 사촌 형님은 공안보다 더 독하고 끈질긴 사람이라……. 결국 형님 짓이라는 걸 알아낼 겁니다. 그럼 형님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저,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서로 좋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CCTV라는 게 TV 같은 거야?”
“예, 비슷합니다. 요즘은 고화질이라 신원 파악하는 데 3분도 안 걸립니다. 거기다 안면 인식 프로그램까지 돌리면……. 빼도 박도 못합니다.”
“그런데 너는 왜 나를 이런 외진 곳까지 끌고 왔어? 여긴 CCTV 없는 것 같은데?”
“그, 그건, 여기라면 형님과 장난을 좀 쳐도 찍히지를 않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시체라도 나오면 근방 CCTV부터 싹 다 조사해 볼 겁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시체만 없으면 조사도 없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용서해 주십쇼.”
“그런데 너는 왜 내가 너를 죽일 거라고 생각했냐?”
“저는 복수하지 않을 건데…… 형님은 제가 복수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서요.”
“복수할 거야?”
“아니오. 절대 아닙니다.”
“너 아주 쓰레기는 아니구나?”
“제가 그런 말을 종종 듣습니다.”
“새끼, 의외로 귀엽네. 진즉에 그랬으면 안 다치고 좋았잖아. 나 기분 나쁘다고 사람 죽이는 사이코 아니다? 사이코 맞지?”
“저, 저요? 절대 아닙니다.”
“아니, 사이코라는 말이 맞냐고. 이 새끼 얼이 빠져 가지고 말귀를 못 알아듣네.”
“아, 예. 사이코, 정신병자 맞습니다.”
두우로는 괴청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통했는지 청년의 얼굴에 더 이상 적의는 보이지 않았다.
두우로가 내심 안도할 때 청천 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
“죽이지는 않는데 벌은 받아야지. 나를 여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잖아. 그리고 십팔 대 조상까지 범한다며? 씨발, 살다 살다 그런 욕은 처음이다. 아주 신선했어.”
“그, 그건 장난으로 해 본 소리입니다.”
“이 새끼, 내 앞에서 말장난하고 있네? 내가 어린애로 보이냐? 아니, 어린애도 그런 거짓말은 안 믿겠다.”
연적하가 차갑게 말하자 두우로는 번개처럼 잭나이프를 내뻗었다.
말로 안 되겠다 싶자 다시 칼을 휘두른 것이다.
그러나 그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연적하가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잭나이프를 잡아 버린 까닭이다.
이윽고 연적하는 잭나이프를 뒤로 잡아당겼다.
앞으로 몸이 딸려 가던 두우로는 부러진 정강이가 흔들리자 ‘악!’ 소리와 함께 손을 놓았다.
연적하는 잭나이프를 빼앗자마자 망설임도 없이 두우로의 사타구니에 박았다.
“으악! 안 돼! 안 돼!”
그러나 연적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사타구니에 박힌 잭나이프를 한번 더 걷어찼다.
“끄악!”
부러진 정강이 탓에 피하지 못한 두우로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기절하고 말았다.
그제야 연적하는 만족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나 여자가 돼라, 이 새끼야.”
중얼거리던 연적하는 불쾌한 얼굴로 손을 탁탁 털고는 자리를 떠났다.
***
그날 오후.
장완구 경찰서에 기묘한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십언대학 신화병원 외과 과장이 한 것인데, 십언대학교 학생 하나가 아랫도리에 칼을 맞고 실려 왔다는 것이었다.
경찰들은 접수만 받고 조사는 뒤로 미루었다.
하루에도 한두 명씩 죽어 가는 십언시에서 상해 사건은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장완구 경찰서의 주호문 일급 경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신화파 행동 대장 마소전이었다.
통화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주호문은 전화를 끊자마자 양학우 경원에게 손짓했다.
“학우야! 잠깐 와 봐.”
“예, 경사님.”
양학우가 한달음에 달려오자 주호문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아까 아랫도리에 칼 맞은 대학생 신고 접수 네가 받았냐?”
“예! 왜 그러십니까?”
“칼 맞은 놈이 마소전 동생이란다.”
“신화파 행동 대장요?”
“그래, 단순 상해 사건이 아닌 것 같다. 피해자 인적 사항 알지?”
“예.”
“발견된 장소가 신랑서점 근처라고 했지? 근방 CCTV 조사해 봐. 피해자와 함께 있던 놈이 있는지, 있다면 누군지. 얼굴 확인되면 안면 인식으로 신원 특정하고.”
“지금요?”
“바빠?”
“서류 작업이 좀 밀려 있습니다.”
“신화파의 일보다 중요하냐?”
“아닙니다. 바로 신원 특정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신원만 특정하면 됩니까? 조사는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너는 나한테 자료만 넘기고 하던 일 마저 해.”
“예, 감사합니다.”
양학우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 후 자리로 돌아갔다.
주호문은 귀찮게 됐다는 얼굴로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마소전이 원하는 건 가해자의 정보였다.
직접 자기 손으로 동생의 복수를 하려는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주호문은 그에게 가해자의 정보를 넘길 생각이었다.
이른바 흑사회와 공안의 결탁인 셈이다.
그는 가해자가 그저 그런 양아치이기를 바랐다.
건실한 일반인을 흑사회에 팔아넘기는 건 아무리 그라도 꺼려졌기 때문이다.
양학우는 정확히 30분 후에 종이 한 장을 들고 돌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양학우가 들고 있던 종이를 주호문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도 돌아가지 않자 주호문이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
“가해자 말입니다.”
“가해자가 왜?”
“경사님이 직접 읽어 보십쇼.”
양학우가 뜸을 들이자 주호문은 종이를 집어 들고 가볍게 훑었다.
무표정하던 주호문의 표정에 살짝 금이 갔다.
“경사님 말씀대로 단순 상해 사건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십언시 흑사회와 삼합회가 얽힌 일이라 의중을 물은 것이다.
“어떻게 하긴. 너 이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예? 어떻게 하시게요?”
“잠시 덮어 두려고. 그래 봐야 아직은 상해 사건이잖아. 피해자와 혐의자 모두 일반인들이고. 지금 건드려 봐야 얻을 게 없어.”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양쪽 다 조직원들도 아니라면서? 지금 털면 뭐 나올 것 같냐? 없어. 범행 현장에는 CCTV도 달려 있지 않다면서?”
“그렇긴 합니다만…….”
양학우는 미련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주호문은 그런 양학우를 못 본 척 얼른 말을 돌렸다.
“피해자는 뭐래? 연락해 봤어?”
“그게 이상합니다. 피해자와 통화가 안 됩니다. 신고를 할 생각이 아예 없는 걸까요?”
“치정에 얽힌 일이라면 그럴 수 있지. 더 할 말 없으면 그만 가 봐.”
“……예.”
결국 양학우는 상관의 지시를 거역하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주호문은 화장실에 갈 것처럼 밖으로 나가 마소전에게 전화를 했다.
***
십언대학 신화병원.
1인실.
통화를 끝낸 마소전이 인상을 찡그리자 침상에 누워 있던 두우로가 물었다.
“형님, 그 새끼 찾았답니까?”
“찾기는 찾았는데…….”
“왜요?”
사촌 동생의 재촉에 마소전이 마지못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장완구에 홍련상회라고 있다. 홍콩의 홍련방에서 갈라져 나온 용두(龍頭)가 세운 회사인데……. 너를 그렇게 만든 놈이 그곳 사람이란다.”
“홍련방이면 삼합회라는 말입니까?”
“삼합회 정식 조직원은 아니고, 거기 부사장과 관계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복수 안 해 주실 겁니까?”
두우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사촌 동생의 질문에 마소전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홍련방이 백화점이라면 신화파는 동네 구멍가게인 까닭이다.
“제가 그 새끼에게 형님 얘기도 했습니다. 신화파 행동 대장 마소전이 사촌 형이라고. 사촌 형을 봐서라도 제발 한 번만 봐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랬는데 웃으면서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삼합회도 아닌 새끼가, 형님도 안중에 없었던 겁니다! 나를 건드리면 형님이 복수할 거라고 경고했는데……. 씨발.”
두우로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걸 본 마소전이 이를 갈며 말했다.
“놈이 신화파를 무시했다면 나도 홍련방을 존중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