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246
246회. 네놈도 연씨냐?
삐리리리 삐리- 삐- 삐-.
피리를 부는 탈혼살적 임전도의 이마 위로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처음 척후대 삼십을 상대로 할 때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의천검존 이의정과 본진의 고수들이 뛰어들면서부터 상황은 역전됐다.
공격이 아니라 방어를 위해 음공을 펼쳐야 했다.
적발마군 하지강과 신월사와 은하장의 교도 오십여 명으로는 턱도 없었다.
본진이 합류하자 청룡대 고수들은 파죽지세의 기세로 밀어붙였다.
임전도는 초조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성난 사자처럼 날뛰는 의천검존과 칠파이문의 고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강이 어찌어찌 의천검존을 상대하고 있지만 오래갈 것 같지 않았다.
‘독심귀랑 양소란 일행이 움직일 때가 됐는데…….’
그러나 아무리 목을 빼고 봐도 청룡대의 후미는 잠잠했다.
“악!”
“크윽!”
한계에 도달했는지 신월사와 은하장의 교도들이 픽픽 쓰러졌다.
임전도는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이젠 앞뒤를 가릴 겨를이 없었다.
삐리리리- 삐-.
임전도 주변을 지키고 있던 유명교도들이 잠력에 뒤로 튕겨 났다.
음공에 직격당한 청룡대 고수들은 비명과 함께 나뒹굴었다.
“윽!”
“으아악!”
바닥을 구르는 청룡대 고수들의 칠공에서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걸 본 이의정이 “이놈!” 하는 고함과 함께 임전도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어딜!”
하지강이 끈질기게 이의정의 앞길을 막아섰다.
분노한 이의정은 거칠게 검을 휘둘러 하지강의 상체를 베어 갔다.
슈가각-.
이의정의 검 끝에서 검강이 일 척(약 30센티미터)이나 뻗어 나왔다.
갑작스러운 검강에 놀란 하지강은 미친 듯 박도를 휘둘렀다.
쾅쾅-.
검강과 박도가 마주칠 때마다 폭발음이 들렸다.
막는다고 막았지만 일 척이나 늘어난 검의 길이에 하지강은 결국 어깨를 내주고 말았다.
“윽!”
뼈가 드러날 정도의 중상이었다.
위기에 빠진 하지강을 본 임전도는 의천검존을 겨냥해 다시 한번 피리를 불었다.
삐리리-.
이의정은 경력(硬力)이 몰아쳐 오자 정면으로 현천팔극검의 일 초식 천궁섬을 뿌렸다.
꽈광!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경력이 사방으로 튀었다.
부상으로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하지강의 상체가 경력에 휘말려 흔들렸다.
이의정이 그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허공에서 부드럽게 반원을 그리던 검이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현천팔극검의 이 초식 천붕뢰다.
번쩍-.
하지강이 미처 자세를 잡기도 전에 그의 머리 위로 검기가 떨어져 내렸다.
콰직.
순식간에 머리가 함몰된 하지강은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절명했다.
으드드득. 으득.
하지강의 몸이 격렬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의정이 곤혹스러운 눈으로 펄떡거리는 시체를 보고 있을 때다.
삐리리리- 삐-.
다시 한번 음공이 장내를 휩쓸었다.
그 소리는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날카로웠다.
“아아악!”
“그만!”
십여 명의 청룡대 고수들이 귀를 움켜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순간 이의정은 머뭇거렸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마물로 변해 가는 시체를 두고, 임전도에게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마물이 두 개나 생길 수도 있어서다.
삐리리-.
청룡대 고수들이 또 쓰러졌다.
고민하고 있는 이의정에게 전진파 장문인 무종상인이 소리쳤다.
“이 대협! 우선 저자부터 없애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제마단이 있지 않습니까?”
“알겠소! 제마단을 불러오시오!”
이의정은 마물로 변해 가는 시체를 내버려 두고 임전도에게 달려갔다.
당장 눈앞에서 너무 많은 고수들이 죽어 가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임전도는 의천검존이 달려오자 당황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살아 있는 유명교도들은 이십여 명에 불과했다.
삼십여 명이 사망한 것이다.
신월사에서 함께 온 하지강은 이미 목숨을 잃었다.
뭍에 던져진 생선처럼 펄떡거리는 걸 보니 곧 몸을 찢고 마신이 튀어 나올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룡대의 후미는 조용했다.
‘여우 같은 년에게 당했구나!’
그제야 임전도는 자신과 하지강이 양소란에게 배신당했음을 알았다.
지금쯤이면 양소란 일행이 후미에 난입해 술사들을 쳐 죽였어야 한다.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 보기 좋게 당했다.
설마하니 은하장의 교도들까지 버리면서 이런 짓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
‘왜?’
그 늙은 여우가 자신들을 죽이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술사들을 척살하는 것 외에 또 무슨 꿍꿍이가 있었다는 건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럴 때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그때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츠츠츠-.”
마치 강풍에 대나무 숲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임전도는 소리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눈알을 굴렸다.
‘헉!’
피리 소리가 멎었다.
뜻밖의 광경에 놀란 임전도의 입에서 피리가 툭 떨어진 탓이다.
저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한 아름이 넘는 뱀의 몸통에 인간의 머리.
솥뚜껑만 한 머리가 무려 삼 장(약 9미터) 높이에서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귀밑까지 길게 찢어진 입술 사이로 갈라진 혀가 들락거렸는데, 그때마다 ‘츠츠츠’ 하는 소리가 났다.
그것만 봐서는 영락없는 뱀이다.
하지만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진 검붉은 피부와, 몸통에서 흘러 나오는 매케한 연기를 보면 누구도 뱀이라 말하지 못할 것이다.
‘과연 뇌신(雷神)이라 부를 만하구나.’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임전도는 얼른 피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유명교도를 벤 이의정이 임전도와 이 장(약 6미터)여 거리 앞에서 멈춰 섰다.
임전도와 이의정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그때 공중에서 “크크크!” 하고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다음 순간, 임전도와 이의정은 동시에 움직였다.
삐리-.
“컥!”
화살처럼 쏘아져 나간 검이 임전도의 목을 관통하고는 다시 이의정에게도 돌아갔다.
이기어검으로 임전도를 격살한 이의정은 황급히 몸을 돌렸다.
어느 틈에 다가온 뇌신이 꼬리를 휘둘렀다.
휘이잉-.
이의정은 감히 맞받아치지 못하고 허공으로 뛰어올라 피했다.
문득 매캐한 냄새가 훅 하고 밀려 왔다.
고개를 들고 보니 짧은 두 개의 앞발이 코앞까지 와 있었다.
“마물 따위가!”
이의정은 현천팔극신공의 공력을 검에 밀어 넣었다.
그의 검에 눈부신 검광이 맺혔다.
곧이어 이의정의 검과 뇌신의 앞발이 맞부닥쳤다.
쩡! 쩡!
이의정의 검에 뇌신의 창끝 같은 발톱이 튕겨 나갔다.
발톱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안 뇌신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독무를 뿜으려는 것이다.
이의정은 황급히 천근추의 수법을 사용해 빠르게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화아악-.
뇌신의 입에서 녹색 운무(雲霧)가 뿜어져 나왔다.
안개는 이의정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이의정은 자신의 독문절기인 운룡보를 사용해 뇌신의 주변을 돌았다.
화악- 화악-.
이의정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독무가 떨어졌다.
독무를 들이마신 청성파와 전진파 고수들이 풀썩풀썩 주저앉았다.
이의정이 막 뇌신의 주위를 한바퀴 돌았을 때다.
크라라라라!
날카로운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인면사(人面蛇)인 뇌신이 내는 소리와 달랐다.
‘헛!’
뒤늦게 이의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뇌신에게 쫓기는 동안 임전도까지 마물로 변한 모양이다.
‘술사들은?’
그들의 도움이 없이는 이 난국을 타개하기 어려웠다.
그는 부지런히 운룡보를 밟으며 본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종상인이 술사들을 이끌고 올 때가 됐기 때문이다.
“쳐라!”
숨어 있던 양소란이 나머지 오십 명의 유명교도를 이끌고 청룡대로 돌진했다.
“적의 기습이다! 제마단을 보호해라!”
군자검 이연익은 의천문도들과 함께 술사들의 앞을 막아섰다.
상황을 파악한 팽가 고수들도 재빨리 합류해 빈자리를 메꿨다.
곧이어 군소 방파 고수들과 유명교도들의 난전이 시작됐다.
유명교도들이 수적 열세였지만 군소 방파 고수들은 그들을 격퇴시키지 못했다.
선두의 양소란과 혈검, 무쌍귀, 무영귀의 무위가 너무도 뛰어나서다.
반 각(약 7분)이 지나기 전에 군소 방파 무인들은 양소란과 세 명의 십두마병들에게 길을 내주고 말았다.
양소란을 필두로 십두마병과 유명교도들이 술사들에게 달려갔다.
양측의 거리가 삼 장(약 9미터)으로 좁혀졌다.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연익이 양소란을 향해 나아갔다.
“독심귀랑! 무산소축에 처박혀 있지 왜 이곳까지 와서 명을 재촉하느냐!”
“오호홋! 누가 할 소리! 너야말로 의천문에 남아 있지 그랬느냐? 그랬다면 남은 한 팔이나마 보존할 수 있었을 텐데. 기왕 만났으니 본녀가 마저 잘라 주마!”
조롱하는 말에 이를 갈던 이연익이 벼락처럼 검을 떨쳤다.
양소란 역시 기다렸다는 듯 검으로 맞받아쳤다.
채채채챙-.
두 사람의 싸움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팽가 가주 벽력도 팽만호가 나섰다.
그는 무쌍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나는 이십 년 전 네놈이 창주에서 한 짓을 잊지 않고 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잘됐구나. 오늘 너를 죽여 조카의 원한을 갚겠다.”
“크크크. 창주라고? 하도 많은 모지리들을 죽이고 다녀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바쁘니까 빨리 와라.”
무쌍귀를 노려보던 팽만호가 ‘죽어라!’ 하는 외침과 함께 몸을 날렸다.
팽만호와 무쌍귀의 치열한 공방이 시작됐다.
예기치 않은 전개에 무종상인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술사들을 의천검존에게 데려가기는 틀린 것 같다.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그를 향해 혈검이 ‘이제 네 차례다’라는 얼굴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홀로 남겨진 무영귀는 비릿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의천문주와 팽가 가주에 이어 전진파 장문인까지 빠진 지금 자신의 적은 없었다.
무영귀는 아무 말 없이 정면으로 짓쳐들어 갔다.
그는 마치 개 떼 속에 뛰어든 사자처럼 종횡무진 칼을 휘둘렀다.
채챙- 챙-.
“윽!”
“크악!”
눈 깜짝할 사이에 의천문도 둘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자 물샐틈없이 단단하던 방어 진형은 단숨에 흐트러졌다.
무영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술사들 속으로 난입했다.
“사, 사람 살려!”
“제발! 살려 주십쇼!”
무영귀가 달려들자 술사들은 살려달라고 소리소리 질렀다.
그러나 무영귀는 묵묵히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끅!”
“커헉!”
마치 추수를 하는 농부처럼, 무영귀는 빠르게 술사들을 죽이며 다녔다.
무영귀의 검이 공산거사를 찔러 갈 때다.
갑자기 옆에서 검 한 자루가 툭 튀어나와 무영귀의 검을 밀어냈다.
무영귀가 귀찮다는 듯 자세히 보지도 않고 검을 세차게 내질렀다.
쉬익-.
섬전처럼 검극이 상대의 목줄기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는 쉽게 목숨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구름이 흐르듯 옆으로 미끄러지며 검을 피하고는 반격까지 가했다.
쉬쉬쉭-.
검 끝에서 일어난 세 가닥 검기가 무영귀의 머리, 가슴, 허리로 날아갔다.
뜻밖의 검공에 깜짝 놀란 무영귀는 크게 한 걸음 물러났다.
뒤늦게 상대를 확인하니 아직 애송이다.
호기심이 일어난 그가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연무백이오.”
“빌어먹을! 네놈도 연씨냐?”
짜증스럽게 상대를 보던 무영귀는 이내 진지한 얼굴로 검을 세웠다.
검공은 제법 뛰어나지만 무명소졸이다.
지닌바 재주가 아깝지만 술사들을 처리하려면 빨리 죽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