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247
247회. 적하도 한 일을 내가 못 할 것 같아?
무영귀의 검이 폭풍처럼 와룡검객 연무백에게 몰아쳐 갔다.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무자비한 그의 검격에 연무백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무영귀는 연무백을 죽일 수 없었다.
뒤늦게 후기지수들이 하나둘씩 달려들어 무영귀를 압박한 까닭이다.
마치 사자 한 마리를 향해 잘 조련된 사냥개들이 덤비는 형국이다.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의천검존 이의정과 함께 척후조로 달려갔던 고수들이 본진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본진에 난입했던 유명교도들은 위기를 느끼자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건 십두마병이라고 해도 다를 바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죽으면 청룡대를 몰살시킬 수 있지만,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원하지 않았다.
독심귀랑 양소란과 혈검, 무쌍귀, 무영귀가 마지막으로 전장을 벗어났다.
유명교의 고수들이 물러나자 군자검 이연익은 술사들을 점검했다.
열다섯 중에 다섯이나 목숨을 잃었다.
그래도 천운이 따랐는지 법보의 주인들중에는 사망자가 없었다.
이연익은 살아남은 열 명의 제마단을 이끌고 이의정에게 달려갔다.
청룡대 본진이 술사들을 호위하듯 좌우에 늘어섰다.
연승백은 와룡검을 움켜쥐고 술사들의 옆에서 나란히 달렸다.
‘이제 곧 나의 진가를 보여 주마!’
지금이야 술사들의 호위에 불과하지만 잠시 후면 모든 게 달라질 것이다.
잠시 후 그들은 의천검존 이의정과 두 마리 마물이 싸우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의정은 천하십대고수답게 잘 버텨 주고 있었다.
두 마리 마물은 뒤늦게 도착한 청룡대 고수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덕분에 술사들은 여유 있게 자리를 잡았다.
얼마 전 마룡을 상대한 경험으로 술사들의 움직임은 일사불란했다.
이의정은 술사들의 준비가 끝나자 조금씩 위치를 바꾸었다.
잠시 후 그를 집요하게 추격하던 일각마인이 술사들의 정면에 섰다.
순간 대림사의 공산거사가 ‘관세음보살 보검수 진언’과 함께 항마보리 신주를 던졌다.
“옴 데세데야 도미니 도데 삿다야 훔 바탁!”
휘이익- 차라라락!
지면을 스치듯 날아간 항마보리신주가 일각마인의 발에 휘감겼다.
“크랏!”
발이 구속당한 일각마인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예담 백화심이 대라금강검을 들고 달려갔다.
그러자 성화선원의 마조가 ‘관세음보살 방패수 진언’과 함께 금강령을 흔들었다.
“옴 약삼나나야 전나라 다노발야 바사바사 사바하!”
탱- 탱- 탱- 탱-.
묵직한 종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일각마인이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버둥거렸다.
마침내 다가간 백화심이 대라금강검으로 일각마인을 찌르려는 순간이다.
“캬아아!”
상체를 뒤틀던 일각마인이 마구잡이로 손을 내뻗었다.
칼날 같은 손톱이 백화심의 얼굴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헉!”
대경실색한 백화심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졌다.
지켜보던 청룡대 고수들의 입에서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백화심이 막 일어나려고 할 때다.
마조를 지키고 있던 연승백이 바람처럼 앞으로 달려나갔다.
백화심을 지나쳐 일각마인 앞에 도달한 연승백의 손에서 비룡승천이 펼쳐졌다.
검집을 빠져나간 와룡검이 지면에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퍼퍼퍽-.
일각마인의 몸에서 둔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버둥거리던 일각마인이 힐끔 고개를 돌렸다.
일각마인과 눈이 마주친 연승백은 다시 한번 세차게 검을 휘둘렀다.
상단으로 올라갔던 검이 좌우로 자리를 바꿔 가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회심의 구천세법 이 식 용무천상(龍武天祥)이다.
퍽. 퍼억-.
일각마인의 머리와 가슴에서 한차례 먼지가 풀썩 일어났다.
그것뿐이었다.
일각마인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휘잉-.
손톱 끝에서 일어난 검강이 멍하니 서 있는 연승백을 덮쳤다.
“안 돼!”
연무백이 바람처럼 달려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그는 비룡승천을 보고 알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와룡검이 마물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굳이 두 번이나 칼을 써서 확인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연승백은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기어이 용무천상까지 펼쳤다.
카앙- 챙-.
검강을 때린 연무백의 검이 오히려 뚝 부러졌다.
하지만 덕분에 검강의 방향이 약간 틀어졌다.
서걱.
검강은 연승백의 오른쪽 어깨를 성둥 자르고도 한참이나 더 날아간 뒤에 사라졌다.
철그럭-.
연승백의 팔과 와룡검이 지면에 떨어졌다.
멍하니 보고 있던 마조의 입과 손이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옴 약삼나나야 전나라 다노발야 바사바사 사바하!”
탱- 탱- 탱- 탱-.
“크아아아!”
일각마인이 다시 머리를 움켜잡고 버둥거렸다.
연무백은 그 틈에 연승백의 상체를 안고 뒤로 물러났다.
뒤늦게 일어난 백화심이 ‘육자대명왕진언’과 함께 대라금강검을 앞으로 뻗었다.
“옴 마니 반메 훔!”
마침내 대라금강검이 일각마인의 허리에 박혔다.
“캬아아!”
마물이 비명과 함께 양팔을 휘저었다.
놀란 백화심은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육자대명왕진언’을 암송했다.
일각마인의 허리에 박혀 있던 대라금강검이 거세게 앞으로 나아갔다.
“캬아악!”
비명을 지르던 마물이 허리를 뒤틀었다.
콰드드득-.
대라금강검에 절반 정도 잘려 있던 허리가 기괴한 소리와 함께 뚝 끊어졌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일각마인의 몸은 이내 재로 변해 흩날렸다.
푸스스스-.
공산거사와 마조가 재빨리 달려가 항마보리신주와 대라금강검을 회수했다.
잠시 후 이번에는 뇌신이 술사들의 앞을 지나갔다.
공산거사가 다시 한번 항마보리신주를 구불텅한 몸통에 던졌다.
염주에 휘감긴 뇌신은 땅 위로 끌어 올린 물고기처럼 펄떡거렸다.
“츠츠츠츠츠-.”
고통에 몸부림치던 뇌신이 독무를 뿜어 댔다.
초록색 운무가 뇌신의 몸을 가렸다.
백화심이 곤란한 표정으로 독무를 바라보았다.
이래서는 다가갈 수가 없으니 대라금강검을 가지고 있어도 소용이 없게 됐다.
그를 대신해 마조가 독무 앞에서 열심히 진언과 함께 금강령을 흔들었다.
“옴 약삼나나야 전나라 다노발야 바사바사 사바하!”
초록의 운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짙어졌다.
그렇게 한 식경(약 30분)쯤 지났을까?
언제부터인가 운무로부터 뇌신이 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잠시 귀를 기울이던 이의정이 검풍을 일으켰다.
휘이잉-.
검 끝에서 일어난 바람이 녹색 운무를 조금씩 밀어냈다.
조마조마한 얼굴로 지켜보던 청룡대 고수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
뇌신이 있던 자리에는 항마보리신주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항마보리신주와 금강령의 법력에 뇌신이 죽은 것이다.
의천검존과 청성파, 전진파 장문인, 팽가의 가주가 술사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술사들과 조금 떨어진 곳.
연무백은 연승백의 어깨에 금창약을 바르고 천으로 칭칭 동여맸다.
팔이 뭉텅 잘린 연승백의 눈빛은 공허했다.
연무백은 그런 동생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았다.
“조금만 참아라. 제대로 된 치료는 큰 마을에 가서 받자꾸나.”
연승백이 청룡대 고수들에게 둘러싸인 술사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형도 봤지? 난 분명히 와룡검으로 마물을 찔렀다고. 그런데 왜…….”
“와룡검이 법보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방법? 맞아. 그런 거야. 적하만 알고 있는 방법이 있었던 거야. 술사들도 법보를 사용할 때 주문을 외우잖아. 적하에게 그걸 알아내야 해. 그래야 와룡검을 제대로 다룰 수 있어.”
“하아! 와룡검은 그만 포기해라.”
연무백은 설사 방법이 있다 해도 연적하가 알려 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포기하라고? 왜? 내가 오른팔이 없어서? 그 핑계로 와룡검을 되찾아 가려고?”
“말했을 텐데. 난 와룡검에 관심 없다고.”
“그런데 왜 포기하라고 그러는 거야?”
“그런 방법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있다 해도 적하가 그걸 너에게 알려 줄 리 없잖느냐. 어머니와 연씨 원로들이 적하에게 한 짓을 생각해 봐. 솔직히 검을 돌려받은 것도 기적이었다.”
“난 그렇게 못 해. 어떻게든 알아낼 거야.”
“소용없다니까.”
“형, 내 꼴을 봐. 여기서 포기하면 난 그냥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팔 병신일 뿐이야. 알아? 난 어떻게든 그 방법을 알아내서 와룡검의 진정한 주인이 될 거야.”
“적하에게 그런 특별한 방법이 없다면? 와룡검이 법보가 아니라면 어떻게 할 테냐?”
“아니, 와룡검은 법보가 맞아. 법보여야만 해. 적하도 한 일을 내가 못 할 것 같아? 웃기지 말라고 그래! 씨발!”
연승백이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그가 언성을 높이자 주변에 있던 군소 방파 청년 고수들이 숙덕거렸다.
“아니, 저 사람은 왜 저래?”
“마물에게 팔을 잃고 저러는 거지.”
“술사들이 잘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뛰어들었대? 당해 내지도 못하면서.”
“관심받고 싶었나 보지. 요즘 계속 후기지수들 있는 데를 기웃거렸잖아.”
“와, 관심 두 번 끌다가는 바로 골로 가겠다.”
“지금도 골로 간 거나 마찬가지지. 검사가 팔을 잃었으니.”
“그러게 만용을 부리면 안 돼. 자기가 의천검존도 아닌데 거기서 왜 튀어 나가?”
“난 가만히 있다가 튀어 나가길래 미친 줄 알았다니까.”
“미친 거지.”
“하기야 저 눈알 희번덕거리는 거 봐. 어이쿠! 이쪽 쳐다본다.”
연승백은 파르르 떨었다.
비록 한쪽 팔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귀까지 먹은 건 아니다.
조롱거리가 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분하고 수치스러웠다.
“야! 이 개새끼들아! 뭘 뒤에서 수군거려! 할 말 있으면 내 앞에 와서 해! 이리 와서 하라고! 씨벌 놈들아!”
청년들은 울컥했지만 그의 형 연무백이 고수인지라 다들 꾹 참았다.
연승백은 혼자서 한참 악다구니를 쓰다가 분이 풀리자 잠잠해졌다.
의천문의 셋째 이소민이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군소 방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가벼운 소란이 벌어진 것 같았다.
팽가의 소가주 청천도 팽각명이 웃으며 말했다.
“이 소저, 신경 쓰지 마시오. 마물에게 덤볐다가 팔을 잃고 저러는 모양이니.”
“연승백이라는 사람이죠?”
이소민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오자 팽각명은 깜짝 놀랐다.
의천문의 셋째가 기억할 만한 이름이 아닌 까닭이다.
“이 소저가 아는 사람이오?”
“몰라요.”
청성파 제자 정명진검 운학이 웃으며 거들었다.
“이 소저는 아마 연적하의 배다른 형제라서 알고 있을 게요. 그렇지 않소?”
“맞아요.”
이소민의 답에 팽각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자신도 연적하 때문에 연씨 형제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운학이 연무백을 일견한 후에 말했다.
“아까 보니 둘째와 달리 첫째인 연무백은 그 무위가 상당하더이다. 남궁세가에서 십 년이나 수련했다더니 소문대로 고수가 아니오?”
“흥! 그래 봐야 낙양 바닥이지. 성급 고수인 우리 운중구룡에게 비하겠소.”
팽각명은 이소민의 앞인지라 애써 연무백을 깎아내렸다.
운중구룡은 칠파이문과 오대세가의 후기지수 중에 뛰어난 아홉을 가리키는 말이다.
청룡대에 있는 팽각명과 운학, 의천문의 천궁검 이우신, 전진파의 태을검 공산은 그 아홉에 속해 있었다.
뭔가 생각하던 이소민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는 왜 마물에게 뛰어들었을까요?”
공산이 답했다.
“저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연승백에게 명예욕이 좀 있었던 것 같소. 이름을 날리려고 무리를 했던 모양이오.”
“어머. 저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리세요?”
이소민이 놀란 눈으로 공산을 보았다.
제법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이렇게 소란스러운 중에 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공산은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팽각명은 이소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아버지가 오늘 청사를 썼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지금쯤 청사에 관한 이야기로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술사들이 제 역할을 잘 해내서 부친은 그걸 사용하지 않았다.
언제고 이소민에게 청사의 위력을 보여 줄 날이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