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344
344회. 말투도 좀 고치게
천명 도사의 말에 연적하는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육신통을 얻은 건 사실이지만 일상 생활 중에 점차 희미해진 까닭이다.
“영안술과 천안통은 어떻게 다른가요?”
“불가의 천안통(육신통의 천안통)은 수행자가 깨달음 속에서 얻게 되는 무상의 축복이라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음은 물론, 자기와 남의 미래까지도 내다볼 수 있지. 그에 반해 우리가 쓰는 ‘영안술’은 단지 영적인 존재를 볼 뿐이지.”
“아!”
“‘영안술’이 강이라면 ‘천안통’은 바다라고나 할까. 그래도 ‘영안술’이라면 ‘천안통’도 끌어낼 수 있을 걸세. 둘 다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니까. 물론 ‘육신통’을 얻은 사람이라면 그럴 거라는 말일세.”
“영안술은 일종의 문(門)인 셈이군요? 자유자재로 천안통을 사용하게 만들어 주는?”
“다시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육신통’을 얻은 사람에 한해 그렇다는 걸세. 아직 방술에 입문도 하지 못한 자네가 관심을 둘 일은 아니지.”
천명 도사는 단호하게 말을 맺었다.
방술을 배우러 온 초짜가 왜 자꾸 ‘육신통’에 관심을 두는지 모르겠다.
‘육신통을 얻었다는 것은 이미 영통(靈通)의 경지라는 건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아직 방술에 입문도 하지 못한 사람이라 그런지 질문이 뒤죽박죽이다.
“도사님, 저는 언제쯤 그 영안술을 배울 수 있나요?”
“그건 자네가 첫 번째 단계를 끝마치면 가르쳐 주겠네. 제힘으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아기에게 달음질을 가르칠 순 없으니까.”
“조금 전에 말씀하신 세 개의 경전을 외우는 게 첫 번째 단계인가요?”
“그럴 리가. 그 뒤로도 최소한 ‘도덕경’과 ‘남화진경’까지는 읽어 줘야 하네. 그렇게 ‘독송’과 ‘독경’이 끝나면 ‘문답’으로 넘어갈 걸세. 스승의 문답을 통과하는 것까지가 첫 번째 단계라네. 그 단계를 거친 사람만이 무당파의 술법을 배울 수가 있지.”
연적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뭔가를 외우는 것에 영 자신이 없어서다.
“제가 삼 년 안에 다 배울 수 있을까요?”
“그야 자네의 자질에 달린 문제지. 석 달이 걸릴지, 삼 년이 걸릴지, 삼십 년이 걸릴지 누가 알겠는가?”
“역시 그렇겠지요?”
연적하의 어깨가 축 처지자 천명 도사가 말했다.
“아무리 자네가 검왕의 추천을 받았다 해도 방술에는 방술의 길이 있네. 무당파에서 배출한 방술사가 아무것도 모르는 맹탕이어서야 되겠는가? 법력의 높고 낮음은 차치하고, 최소한 엉터리 소리는 듣지 말아야지. 그렇지 않은가?”
“예…….”
반박의 여지가 없는 말이다.
법력이야 믿음의 문제라니 어찌할 수 없다 쳐도 방술의 기본은 알아야 하니까.
연적하가 더 이상 묻지 않자 천명 도사는 하다가 만 설명을 이어 갔다.
“오전에는 오룡궁에서 강론을 할 걸세. 들어야 믿음이 생기니 꼭 참석하도록 하게.”
“예.”
“오후에는 각자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하면 되네. 검술이나, 부적술 등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서 배우게.”
“검술도 가르치나요?”
“오해하지 말게. 오룡궁의 검술은 축귀를 위한 것이라네. 무림인의 검술보다는 검무(劍舞)에 가깝지. 물론 ‘만류귀종(모든 것이 하나가 된다)’이라고 궁극의 경지에 이른 사람에게야 같겠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 있을라고. 그러니 행여나 오룡궁의 검술로 드잡이질을 할 생각은 하지 말게. 오룡궁의 검술은 사람이 아니라 귀신을 때려잡는 검술이니까.”
“아, 예.”
“검술은 동원(東園)에서 가르치고, 부적술은 오룡궁에서 가르친다네. 참고로 술법은 서원(西園)에서 첫 번째 단계를 거친 사람에게만 가르치니 당분간 갈 일이 없을 걸세.”
“오전의 강론에는 모든 제자들이 다 참석하나요?”
“그렇네. 팔선각의 제자들뿐 아니라 오룡궁의 모든 도사들이 듣는 것이네. 법력의 경지를 높이는 일은 평생 해야 할 일이니까.”
“자꾸 들어야 믿음이 강해진다는 거죠?”
“애초에 신선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그래야겠지. 도원경(桃源境)에서 살다가 왔다면 모를까? 현실에 발 담그고 살다 보면 또렷이 알던 것도 희미해지기 마련. 강론을 통해 도(道)를 되새기지 않으면 육체가 현실에 안주해 법력이 약해지고 만다네. ‘육신통’의 깨달음이 있었음에도 ‘천안통’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말일세.”
“법력을 높이려면 강론의 참석은 필수겠군요.”
“자네도 내일 강론에 참석하면 오룡궁의 실체를 볼 수 있을 걸세.”
“강론은 도사님께서 하시는 건가요?”
“나를 포함한 ‘오룡칠사’가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네.”
오룡칠사는 오룡궁에 있는 일곱 명의 원로 도사들이다. 모두 무당파 제자들로 오룡궁의 수도자들이자 방술을 가르치는 스승이었다.
“더 궁금한 점이 있나?”
“아, 장문인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남암궁에서 찾아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오전의 강론만 듣고 오후에 남암궁으로 가는 게 좋을 걸세.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남암궁에서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네. 한 달이 걸릴지 일 년이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 지. 그 기간 동안 강론이라도 착실하게 들어 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될 걸세.”
“예? 일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요?”
“이제 보니 남암궁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구먼. 남암궁은 천 길 절벽에 있다네. 넓은 데다가 산세까지 험하지. 길도 없는 곳이라면 알겠나?”
“길이 없어요?”
그렇지 않아도 길눈이 어두운 연적하가 얼굴을 찌푸렸다.
길이 있어도 헤맬 판국에 길조차 없다니!
“남암궁의 도사들은 기인 중의 기인이라네. 보통 도사들은 약제당에 거해. 약제당의 창고에 온갖 약초가 가득하거든. 하지만 단약을 연단하는 도사들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암궁으로 가지. 남암궁으로 갔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존중받을 만해.”
“왜요?”
“단약을 연단하려면 최소한 ‘영통’의 경지에 들어야 한다네. 우리 오룡궁의 오룡칠사들처럼 약제당의 스승들인 셈이지. 문제는 거기에 있네.”
“그분들의 높은 경지가 문제라고요?”
연적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존중받을 만하다고 했다가 문제라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자네에게 문제라는 걸세. 그들은 단약을 만드는 데 삿된 기운이 얼쩡거리는 걸 극도로 꺼려 한다네. 그래서 천 길 절벽인 남암궁으로 가는 게지. 개중에 간혹 남암궁의 절벽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도사들이 있네. 기문둔갑에 통달한 도사들이라면 더더욱.”
“설마…….”
연적하의 입에 벌어졌다.
기문둔갑이라니 불현듯 십전무후 남궁연이 떠올랐다.
그녀의 기문진식은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났다.
‘그러고 보니 팔문팔상진도 기문진식이었는데…….’
남암궁의 도사들이 진법을 절벽에 설치했다는 상상만으로도 오싹했다.
“자네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겠네. 하지만 남암궁의 도사들은 그렇게 막 나가는 사람들이 아닐세. 그저 기문진식으로 자신의 거처를 감출 뿐이지. 어쨌든 그래서 일 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한 거라네.”
“하아! 역시 오룡궁에 먼저 오기를 잘한 것 같네요.”
연적하의 입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장문인 말대로 오룡궁에 오지 않았다면 남암궁에서 헛되이 시간만 날린 뻔했다.
“이제 남암궁의 어려움을 알아들은 모양이로군.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찾아보게나. 그가 우화등선하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 테니까. 남암궁 도사를 찾는 걸 보니 얼굴의 부스럼 때문에 그런 모양이군. 맞나?”
“예.”
“흠! 약제당에서 치료할 수 없었나 본데, 너무 실망하지 말게. 서두르지도 말고. 남암궁을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일 날 테니.”
“명심할게요.”
문득 생각난 듯 천명 도사가 한소리 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어린애 같은 말투도 좀 고치게. 방술사는 말에서 권위가 나온다네. 자네는 축귀를 할 때 악귀에게 ‘물러나지 않으면 혼내 줄 거야!’라고 할 건가?”
“…….”
연적하는 천명 도사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자신의 말투를 두고 뭐라 한 사람은 천명 도사가 처음이었다.
“도사님, 제 말투가 이상해요?”
“저것 봐. ‘도사님, 제 말투가 이상해요?’라니. 쯧쯧! 사내 대장부라면 응당 ‘제 말투가 이상합니까?’라고 해야지. 말에 권위가 없어, 권위가.”
“고쳐 볼게요. 아니, 고쳐 보겠습니다.”
연적하는 즉시 말투를 바꿨다.
말투를 바꾸니 뭔가 어른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도 같다.
“그래도 말귀는 잘 알아듣는구먼. 바로 그거야. 축귀에도 도움이 될 걸세.”
“축귀에는 그다지 관심이…….”
“어허! 무당파에서 방술을 배웠으면 축귀가 기본이거늘! 그 무슨 되지 않을 소리인가! 백성들의 고통을 보듬어 주는 것이 협행이라면 축귀도 협행이네. 자네는 방술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공자 흉내인가?”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두고 한 말이다.
공자는 괴이한 것, 폭력, 반란, 귀신을 입에 담지 않았다던가.
‘괴이함’과 ‘귀신’으로 먹고사는 방술사들이 싫어할 소리다.
“그건 아닌데요.”
“‘아닙니다’라니까.”
천명 도사는 고집스럽게 말투를 지적했다.
이왕 말을 꺼낸 김에 어떻게든 방술사다운 말투로 바꿔 주고 싶어서다.
어쩌면 연적하가 무인 출신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유명교 사태로 방술사들의 지위가 올라갔지만, 여전히 무인들은 방술사를 경시했다.
천명 도사는 연적하에게서 그런 거리낌을 느끼고 화를 냈던 것이다.
면박을 듣고 있던 연적하가 결국 한마디 했다.
“도사님, 저는 방술이 뭔지 배우려고 온 거지, 방술사가 되기 위해 온 게 아닙니다.”
“그래, 그런 말투로 해야 권위가 산다니까.”
천명 도사는 슬쩍 말을 돌렸다.
연적하의 반박에 자신이 자격지심으로 한 걸음 더 나갔음을 깨달아서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천명 도사가 간단하게 오룡궁의 생활을 되짚어 주었다.
“정리하지. 눈뜨면 독송, 오전에 강론, 오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남암궁에 갈 때는 오룡궁의 도사들에게 간다고 말을 해 두고. 자네가 남암궁에서 사고라도 나면 구해 주러 가야 하니까. 알겠나?”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연적하는 더 따지지 않고 공손히 답했다.
천명 도사가 왜 갑자기 언성을 높였는지 몰라도 정말 화를 낸 것 같지는 않아서다.
오룡궁에서 나온 연적하는 숙소이자 수련처인 ‘하선고’로 향했다.
전각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힐끔거렸다.
그들의 눈에는 새로 온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거북함이 뒤죽박죽되어 있었다.
어떤 이는 대놓고 눈을 찌푸리기도 했다.
물론 부스스한 잿빛 머리털과 얼굴에 가득한 부스럼 때문이다.
연적하는 사람들의 불필요한 근심을 덜어 주기 위해 먼저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방술을 배우기 위해 온 연두비라고 합니다. 얼굴의 부스럼은 두창같이 옮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연적하는 내심 자신의 어른스러운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자 근처에 있던 청년 둘이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하남성에서 온 만황주요. 잘 지내 봅시다.”
“난 강남에서 온 천상동이오. 소형제는 어디 출신이오?”
“개봉에서 왔습니다.”
물론 화상촌의 남연객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만황주가 반갑다는 듯 말했다.
“오! 개봉. 나는 낙양에서 왔는데. 반갑소.”
같은 하남성 출신이라고 만황주는 친근감 있게 굴었다.
다른 사람들은 멀찍이서 바라만 볼 뿐 굳이 다가와 인사를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행동에 어색해하는 연적하에게 만황주가 나직이 말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문답식’을 거치기 전까지 우리는 손님이나 다름없소. ‘문답식’을 거쳐야만 동문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니 모른 척해도 그러려니 하시오.”
“문답식요?”
“독송과 독경, 강론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 말이오. 다른 방파는 누가 새로 오면 입문식부터 해 주는데, 무당파는 입문방식이 까다롭소.”
그러자 천상동이 끼어들었다.
“그래도 덕분에 오룡궁의 도사는 어디를 가도 대우를 받지 않소. 방술에 대해서는 빠삭하니까. 몸값도 다른 방파의 두세 배고.”
말끝에 천상동이 짓궂은 얼굴로 한쪽 눈을 찡끗해 보였다.
연적하가 머리를 긁적였다.
얼굴에 악의는 없어 보이는데 갑자기 돈 얘기를 꺼내니 당황스러웠다.
그나저나 동문이니, 입문이니 하는 말을 모르겠다.
“그런데 ‘문답식을 거치면 동문으로 인정해 준다’는 건 무슨 소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