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745
745회. 그건 덤이고요
‘마하담이 있냐?’는 질문에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가 그건 왜 묻느냐는 눈으로 연적하를 보았다.
“지난번에 아피쿨라타라는 천족이 ‘마하담’에서 활을 꺼냈잖아요? 사령관님도 봤죠?”
“그렇습니다.”
“실생활에 아주 유용한 주법(呪法) 같더라고요.”
“하하!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걸 생활에 쓰는 천족은 없습니다.”
천족 전사들은 ‘마하담’에 자신의 애병(愛兵)을 보관했다.
연적하의 추측처럼 그곳에 생활용품을 넣고 다니는 천족은 없다.
천족에게 ‘마하담’은 명예의 전당과도 같았다.
명예롭고 거룩한 장소에 누가 생활용품 따위를 놓아둔단 말인가.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묻는 건데요. 그 속에 음식물을 넣어 두면 어떻게 되나요? 금방 상하나요? 아니면 오래가려나?”
마하담을 개인 창고 정도로 인식한 연적하이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는 굉장히 불쾌했지만 티내지 않았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마하담’에 음식물을 담았다는 천족이 없어서요.”
“그래요? 장거리 여행에 참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마하담’을 소유할 정도의 고수라면 한 시진(2시간)에 천 리도 갈 수 있습니다.”
본인이 원한다면 아무 때라도 객잔을 찾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음식물을 ‘마하담’에 담는 건 정신 나간 짓이었다.
“아! 그건 또 그렇네요.”
뒤늦게 연적하는 자신이 강호의 생활 방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맞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십 리 이십 리를 날아가는데 음식을 싸 짊어지고 다닐 이유는 없었다.
그 뒤로도 연적하는 계속 ‘마하담’에 대해 질문했다.
슬슬 지겨워진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가 부관에게 눈짓을 보냈다.
주로 듣기만 하던 부관 블레이즈가 끼어들었다.
“대종사님은 ‘마하담’에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반 시진(1시간) 넘게 그 이야기만 하시는 걸 보니.”
아무리 좋아도 정도껏 하라는 소리다.
그러나 둔감한 연적하는 ‘하하’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가장 배우고 싶은 게 바로 그 ‘마하담’이에요. 그런데 종문에는 그 비슷한 공법도 없더라고요? 천족들에게만 전해지는 거라면서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창조신의 선물’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만큼 초월적인 주법이라는 거겠죠? ‘마하담’은 익히기 어려운 주법인가요?”
연적하의 시선이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를 향했다.
그러자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가 뿌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초월적인 기능에 비해 익히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주법은 부관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나?”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의 물음에 블레이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도 ‘마하담’을 생성하는 주법만큼은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아직 신언(神言)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요.”
연적하가 슬쩍 끼어들었다.
“신언의 경지요?”
“마하담은 주법을 안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주법을 현실화시킬 수 있게, 말에도 권능이 실려야 합니다. 그걸 신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외일치(內外一致)의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만들 수 없습니다.”
“아하!”
연적하는 오룡궁의 언법(言法)을 수련하고 있기에 바로 알아 들었다.
그녀가 말한 ‘신언’은 ‘언법’이 가르치는 바와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순간 블레이즈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천족과 인간의 교류는 태고의 전쟁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녀가 아는 한 인간은 신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간의 본성과 내외일치는 상극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인간에게 ‘마하담’은 그림 속의 떡과도 같았다. 바라고 원할지라도 결코 맛볼 수 없는.
그녀는 문득 대종사가 정말 신언에 대해 알고 그러는지 궁금해졌다.
“대종사님은 신언에 대한 이해가 있으신가 봅니다?”
“쪼끔?”
연적하의 답에 블레이즈는 피식 웃었다.
저게 정상이다.
자신이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인간의 본성과 대종사의 한없이 가벼운 언행을 생각하면 그는 신언과 거리가 멀다.
연적하가 확인하듯 물었다.
“신언의 경지에 든 사람이 주법까지 알면, ‘마하담’을 생성할 수 있는 거네요?”
대답은 서부군 사령과 아나타시오가 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천족만이 ‘마하담’을 소유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앙겔로스 왕가에 마하담의 주법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허락할까요?”
“대종사께서 신기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생명의 나무 열매’를 원하시지 않았습니까?”
서부군 사령관의 반응에 연적하는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나 서부군 사령관은 ‘마하담의 주법’을 교환의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그것만 봐도 천족들에게 ‘마하담의 주법’이 어느 정도 가치인지를 알 수 있었다.
연적하는 광성 존자의 말대로 뻔뻔하게 나갔다.
“덤으로요.”
“…….”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는 황망한 눈으로 대종사를 보았다.
‘마하담의 주법’을 덤으로 달라니.
상대가 대종사만 아니었으면 미쳤냐고 한소리 했을 게다.
“아마도 거부할 겁니다. ‘마하담의 주법’은 덤으로 줄 정도로 가벼운 게 아니니까요.”
“아니면 말고요.”
‘마하담의 주법’을 덤 취급한 것답게 연적하는 배움에 집착하지 않았다.
***
팔월 보름.
웅천주.
동내성 칠곡현.
천족 원정군 북부군과 세 개 종문(법요종, 광염종, 혈주종) 연합이 점령한 칠곡현은 거리마다 천족 전사와 인간 들로 바글거렸다.
정오 무렵.
원정군 서부군은 마침내 칠곡현으로 통하는 거대한 방책 앞에 도착했다.
잠시 후 북부군 사령관의 부관 크리스가 방책을 열고 달려 나왔다.
“아나타시오 사령관님,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받고 기다리던 참입니다. 이곳은 포화 상태이니 서부군 숙영지를 방책 밖에 마련하라는 우베르토 사령관님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나타시오 사령관님과 대종사님은 지금 회의실로 모시겠습니다.”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가 주변을 휘둘러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그런데 이곳은 언제 탈환했나?”
“오늘 아침에 토벌을 끝냈습니다. 지금은 서부군의 합류를 기다리며 쉬고 있던 중입니다.”
부관 블레이즈가 물었다.
“고범천왕과 우샤스 킨샤사, 그리고 세 종문의 대표들도 함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분들 모두 대종사님과의 대면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부관이 대종사를 힐끔 보았다.
연적하가 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뭘 기대씩이나. 보자마자 칼질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일 텐데.”
“예?”
상상을 초월한 발언에 크리스 부관이 얼떨떨한 얼굴로 되물었다.
“법요종과 광염종은 나한테 반기를 든 상태예요. 내가 여기까지 온 건 문호를 정리하기 위해서고요.”
“꿀꺽, 우리와 함께 마왕군에 맞서 싸우기 위해 오신 게 아니었습니까?”
“그건 덤이고요.”
크리스 부관은 대종사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눈만 끔뻑였다.
그러자 블레이즈가 크리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를 돌려세웠다.
“대종사님의 그릇이 좀 커서 그런 거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십쇼. ‘마하담의 주법’도 덤으로 배우고 싶다는 분이십니다.”
순간 크리스 부관의 입에서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덤과 대종사의 덤은 다른 모양이다.
“그럼,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크리스 부관은 대종사와 서부군 지휘관들을 모시고 회의장소로 이동했다.
***
칠곡현 현청.
넓은 현청의 앞마당이 천족과 인간들로 가득했다.
천계 원정군 북부군 지휘관들과 세 개 종문의 존자와 제군 들이다.
현청 마루 위의 상석에는 따로 셋이 앉아 있었다.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와 고범천왕과 우샤스 킨샤사였다.
어딘지 느긋해 보이는 천족과 달리 인간들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상석에서 마당을 내려다보던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가볍게 혀를 찼다.
“쯧! 쯧! 좋은 날인데 종문 제자들의 표정이 왜 저렇게 굳어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러자 고범천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법요종과 광염종이 대종사와 각을 세우고 있으니 이 자리가 불편할 테지. 그나저나 대종사가 벼르고 있을 텐데 그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
고범천왕이 우샤스 킨샤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법요종과 광염종이 우샤스 킨샤사를 믿고 대종사에게 저항한 것을 알고 있었다.
우샤스 킨샤사가 멋쩍은 얼굴로 답했다.
“제가 관여하지도 않은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법요종의 뒤를 봐주고 있지만 저들이 대종사와 싸울 줄은 몰랐습니다.”
“모른다고 곱게 넘어갈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 대책은 있고?”
“그 전에 고범천왕님께서는 대종사가 마신을 죽였다는 걸 믿으십니까?”
우샤스 킨샤사가 반신반의한 얼굴로 고범천왕을 보았다.
그는 대종사가 최고신인 마신을 죽였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대종사의 검령이 특별하다고 하지 않더냐.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 봐야 종문의 비경에서 나온 검령입니다. 특별하다고 해 봐야 얼마나 특별하겠습니까? 그게 불가능 하다는 것은 종문의 역사가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신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 테냐?”
그 질문에는 우샤스 킨샤사도 답하지 못했다.
“무슨 수를 썼을 것입니다. 우리가 짐작도 하지 못할 방법을 동원했겠지요.”
우샤스 킨샤사는 마신의 죽음에 빙설화가 관여했다고 믿었다.
대종사의 무력만으로는 마신을 죽일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에 잠긴 그에게 고범천왕이 말했다.
“마왕의 군세는 마신에 못지않으니 적전분열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종사가 법요종과 광염종을 원한다면 내어 주지 그러느냐?”
“내어 주는 것은 문제가 아니나 신들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 그렇습니다. 신좌에 오른 군주가 고작 반신 급의 인간에게 굽힐 수는 없지 않습니까?”
“흐음.”
고범천왕의 입에서 무거운 침음성이 비집고 나왔다.
딴은 맞는 말이었다.
아홉 군주 중 하나인 그가-이제 겨우 신좌에 한쪽 발을 걸친-대종사에게 굴복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건 상위의 신들이 오랜 세월 구축해 놓은 질서를 깨는 행위다.
‘검령 하나로 신들의 질서가 깨지다니 꽤나 불공평하군.’
고범천왕은 심정적으로 아홉 군주 중 하나인 우샤스 킨샤사의 편이었다. 알고 보면 자신도 그 질서를 이루는 한 축인 까닭이다.
“우선은 대화로 잘 풀어 보도록 해라. 싸움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야.”
그러자 우샤스 킨샤사가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오랜 세월 고범천왕님의 충신으로 지냈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만에 하나 하극상이 일어나면 저의 편에 서 주십시오.”
우샤스 킨샤사는 ‘하극상’을 강조했다.
서열상 왕 다음이 군주이고, 반신은 까마득한 아래다.
그러니 ‘하극상’이라는 말로 왕인 고범천왕이 관여할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다.
고범천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팔왕의 하나인 그는 신들의 질서가 잘 유지되기를 바랐다.
대종사가 진신(眞神)이라면 모를까?
반신이 검령을 믿고 설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때 크리스 부관이 대종사와 서부군 지휘관들을 뒤에 달고 현청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