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746
746회. 그건 무슨 개 같은 논리야?
원정군 서부군 지휘관들과 연적하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가뜩이나 조용하던 마당은 아예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되었다.
블레이즈 부관은 대종사를 힐끔 보았다.
굳어 있는 마당의 인간들과 달리 그는 평소와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
‘뻔뻔한 건지 대범한 건지.’
마당에서 그에게 호의적인 눈빛을 보내는 천족이나 종문이 없었다.
심지어 상좌에 앉은 왕과 군주의 표정도 싸늘했다.
그런데도 대종사는 마치 구경이라도 하러 온 사람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기에 바빴다.
서부군 지휘관 일행을 대청마루 앞까지 인도한 크리스 부관이 대청마루 위에 앉아 있는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를 향해 말했다.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 님과 종문의 대종사 연적하 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가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에게 목례를 보냈다.
그제야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화답했다.
“어서 오시오. 아나타시오 사령관. 옆에 계신 분이…….”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연적하를 보자 블레이즈 부관이 서부군 사령관을 대신해 나섰다.
“각하. 이분은 종문의 대종사이십니다.”
그제야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인사했다.
“아! 대종사님이셨구먼.”
블레이즈 부관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천족 지휘관들 속에 인간은 그밖에 없었으니 소개하지 않아도 알았으리라.
하지만 프리타 왕가의 일원인 프리타 우베르토 사령관은 전시 상황에서도 격식을 따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에게 맞춰 줘야 한다.
그녀는 천계의 궁정 모임에서 하듯 대종사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분은 북부군 사령관이신 프리타 우베르토 각하십니다.”
그제야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대종사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요. 북부군을 지원하러 와 주신 것에 감사드리오.”
“…….”
연적하는 뚱한 눈으로 보기만 할 뿐 딱히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다.
그런 대종사의 태도에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는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여러분, 소개해 드리리다. 가운데 계신 분이 팔왕의 한 분이신 고범천왕님이시고, 그 옆이 우샤스 킨샤사 군주십니다.”
고범천왕과 우샤스 킨샤사는 의자에 앉은 채로 연적하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신좌(神坐)에 오른 존재들이 반신에게 예를 차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연적하는 대청마루 위를 힐끔 보기만 할 뿐 눈인사조차 건네지 않았다.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양측을 번갈아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반신(半神)과 진신(眞神)들이 서로를 본체만체할 줄이야.
뻘쭘한 얼굴로 서 있던 그가 막 입을 떼려고 할 때다.
법요종과 광염종 고수들 틈에서 눈치를 보던 혈주종의 고수들이 대종사에게 우르르 몰려갔다.
이윽고 혈주종의 최고수인 칸쑤우 노조가 연적하에게 허리를 조아렸다.
“대종사님. 혈주종의 칸쑤우 노조입니다. 진즉에 알았다면 마중 나갔을 텐데 송구합니다.”
뒤이어 백여 명의 혈주종 고수들이 입을 모아 ‘송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연적하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칸쑤우 노조는 혈주종 고수들을 이끌고 연적하의 뒤로 자리를 옮겼다.
혈주종이 대종사를 따른다는 것 천족과 두 종문 앞에서 보여 준 셈이다.
비록 연적하에게 토벌당한 뒤로 약화된 혈주종이었지만 꽤나 의미심장한 장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법요종과 광염종의 고수들은 물론 우샤스 킨샤사 군주까지 인상을 찌푸렸다.
장내 분위기는 더욱 오묘하게 변했다.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는 블레이즈 부관에게 눈짓을 보낸 뒤 한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예 대청마루로 올라가지 않고 피해 준 것이다.
천족인 그는 인간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구경이나 할 작정이었다.
서부군 지휘관들이 사령관을 따라 줄지어 마당 한쪽으로 이동했다.
자연히 대청마루 앞에는 연적하를 필두로 혈주종만 남게 되었다.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황당한 눈으로 서부군 사령관을 보았다.
‘어허! 눈치 없기는. 꼬인 일을 풀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뒤로 빠지다니.’
그도 대종사와 두 종문의 갈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마왕군의 격퇴가 우선이고, 그다음이 종문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부군 사령관은 거꾸로 행동했다.
이 자리에서 그가 뒤로 빠진 것은 종문의 문제를 먼저 풀라는 소리였다.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는 대종사를 힐끔 보았다.
삐딱하게 서 있는 자세를 보니 먼저 숙이고 들어올 태세가 아니다.
“그…….”
뭐라고 말하려던 그는 입을 닫았다.
서부군 사령관이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다.
개입하지 말고 빠지라는 뜻이다.
프리타 왕가의 일원인 자신에게 확신도 없이 저런 신호를 보낼 리는 없다.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는 슬그머니 옆으로 비켜나며 부하들에게 손짓을 보냈다.
대청마루 주변에 진치고 있던 북부군 지휘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본 우샤스 킨샤사의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
결국 천족은 이번 일에서 빠지기로 한 모양이다.
처음부터 천족의 지원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속으로 혀를 차던 우샤스 킨샤사는 법요종 종사인 페라르바 존자에게 눈짓을 보냈다.
기다렸다는 듯 페라르바 존자가 앞으로 나섰다.
“나는 법요종의 존자인 페라르바요. 그대가 스스로 대종사의 위에 올랐다는 소리를 들었소. 힘으로 일곱 종문을 굴복시켰다지요? 하나 물읍시다. 누가 그대를 아홉 종문의 대종사에 임명했소? 대체 무슨 권리로 우리 법요종과 광염종에 복종을 요구하는 거요?”
뜨거운 한여름이건만 칠곡현 현청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광염종의 백은 존자도 한마디 보탰다.
“페라르바 존자의 말씀이 옳소. 대체 누가 당신을 아홉 종문의 대종사로 임명했소? 그것부터 좀 압시다!”
천족과 인간과 신 들의 시선이 일제히 연적하에게로 향했다.
뚱한 얼굴로 듣고 있던 연적하가 되물었다.
“그 전에, 구주의 아홉 종문이 한 뿌리에서 나왔다면서? 맞아? 아니야?”
연적하의 반말에 페라르바 존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친놈인가? 혼자 몸으로 뭘 믿고 저렇게 광오하지?’
법요종과 광염종은 그렇다 치자.
제정신을 가졌다면 고범천왕과 우샤스 킨샤사 앞에서 저럴 수는 없었다.
마신과의 싸움처럼 일대일의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페라르바 존자가 모멸감에 치를 떠는 동안 백은 존자가 답했다.
“그대의 말대로 구주의 종문은 한 뿌리에서 나왔소. 그게 무슨 상관이 있소?”
“상관이 있지. 그쪽은 광염종의 최고수라서 존자 대접을 받는 거잖아. 이 몸은 아홉 종문을 통틀어 가장 강한 사람이야. 그러니 아홉 종문에서 대종사의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하지. 내가 어디 다른 방파 사람이야? 나 소요종에서 공법을 깨우친 사람이야. 그런 내가 종사들보다 강해서 대종사라는데, 문제 있어?”
“흠!”
“험!”
천박하지만 직설적인 표현에 페라르바 존자와 백은 존자는 헛기침을 터뜨렸다.
종문이 한뿌리고, 종사들보다 강해서 대종사라는 데 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샤스 킨샤사가 나섰다.
“네 말에는 크나큰 오류가 있다. 종문은 한뿌리에서 나왔지만, 한 몸이 아니다. 그러니 네가 종사들보다 강하다고 모든 종문의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된다.”
진신인 우샤스 킨샤사는 연적하가 반신급이라 처음부터 반말을 썼다.
일종의 기선제압이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그렇지 않아도 벼르고 있던 연적하가 냉소를 쳤다.
“흥! 무슨 개소리셔. 강한 종문들이 약한 종문을 병탄하겠다고 전쟁까지 일으켰구먼. 내가 대종사가 된 건 종문들 간에 전쟁이 일어난 뒤였어. 강한 종문은 약한 종문을 병탄해도 되는데, 나는 그러면 안 돼? 그건 무슨 개 같은 논리야?”
“…….”
한순간 현청이 고요해졌다.
인간은 물론 천족들도 대종사의 폭언에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다들 질린 얼굴이지만 페라르바 존자와 백은 존자의 표정은 도리어 밝았다.
연적하가 우샤스 킨샤사를 모욕했으니 이젠 종문이 아니라 우샤스 킨샤사의 일이 되어 버린 까닭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샤스 킨샤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너 이놈! 잘난 검령을 믿고 방자하기 이를 데 없구나! 뭣들 하느냐! 너희 신이 능멸당하고 있는데, 구경만 하고 있을 셈이냐!”
우샤스 킨샤사가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페라르바 존자를 노려보았다.
느긋하게 구경하던 페라르바 존자의 입에 쩍 벌어졌다.
‘헉!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경우란 말인가!’
설마하니 저 불똥이 자신에게 튈 줄이야.
이용당하는 느낌에 가슴이 답답하고 억울했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페라르바 존자는 억지로 용기를 쥐어짰다.
“백은 존자, 힘을 합쳐 연적하를 응징하십시다.”
“……알겠소.”
백은 존자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법요종의 문을 두드린 순간, 자신은 페라르바 존자와 운명공동체였다.
페라르바 존자뿐 아니라 우샤스 킨샤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이윽고 페라르바 존자와 백은 존자는 연적하의 좌우로 자리를 옮겼다.
법요종과 광염종의 제군들이 페라르바 존자와 백은 존자의 뒤에 길게 늘어섰다.
법요종과 광염종 제군들의 숫자가 무려 열다섯.
숫자상으로 법요종과 광염종이 압도적인 우위였건만 두 존자의 표정은 어두웠다.
‘쯧쯧!’ 하고 혀를 차던 연적하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순간 하늘에 거대한 검 두 자루가 나타났다.
단 두 자루뿐이었건만 어찌나 큰지 그림자가 현청을 덮었다.
그 가공할 크기에 법요종과 광염종 제자들은 물론 천족들도 몸을 움츠렸다.
이윽고 연적하가 손을 아래로 까딱였다.
쿠쿵-!
두 존자와 열다섯 명의 제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상황은 끝났다.
좌우에 나눠 선 두 존자와 제군들 사이를 두 자루 구천검령이 막았다.
제군들은 구천검령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기에 눌려 마치 뱀 앞의 개구리처럼 굳었다.
저 검령을 보니 마신이 왜 죽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단 한 수에 저항할 의지를 잃어버린 제군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러나 페라르바 존자와 백은 존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종사인 두 사람은 반신급인 연적하의 한계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자신들은 연적하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진신들은 다르다.
둘은 상좌에 앉아 있는 진신들이 연적하를 제압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금 둘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진신을 향한 충성심이었다.
“차핫!”
페라르바 존자는 검을 뽑자마자 쾌속하게 연적하를 향해 달려갔다.
거의 동시에 백은 존자도 연적하에게 몸을 날렸다.
그러자 연적하는 허공에서 천둔검을 꺼내 들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페라르바 존자와 백은 존자가 공중에 뜬 그를 향해 검을 날려 보냈다.
츠츠츠츠- 츠츠츳-!
희고 파란 진검강에 휩싸인 두 자루 검이 연적하의 몸을 양단할 기세로 치솟았다.
연적하는 구룡번신(九龍翻身)의 수법으로 허공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바꿨다.
쉬이익- 쐐애액-!
희고 파란 두 자루 검이 각기 다른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두 자루 검을 흘려보낸 연적하는 곧바로 천산검영을 펼쳤다.
고오오오-.
구천검령이 거대한 크기로 하늘을 가렸다면 천산검영은 숫자로 그랬다.
‘천백억화신’으로 불리는 ‘검의 화신(化身)’에 현청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이윽고 하늘의 별처럼 많은 ‘검의 화신’들이 두 존자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콰콰쾅-!
소나기처럼 퍼붓는 ‘검의 화신’에 놀란 천족과 인간들이 메뚜기처럼 사방으로 튀어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