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747
747회. 사죄를 청한다면 불경을 용서해 주겠다.
하늘에 가득한 ‘검의 화신’은 보는 것만으로도 천족과 인간에게 공포였다.
천족과 인간 모두 ‘검의 화신’에 담긴 힘을 느낄 수 있는 고수들이라 더했다.
천족과 인간은 ‘검의 화신’들이 지면으로 떨어져 내리자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물론 일신의 재주를 사용해 막을 수도 있겠지만 숫자가 너무 많아 아예 피하기로 한 것이다.
열 개를 막아 낸다 해도 하나에 격중당하면 자신의 손해니 당연하다.
그러나 고범천왕과 우샤스 킨샤사는 의자에서 엉덩이도 떼지 않았다.
하늘에 빼곡한 ‘검의 화신’들이 두 존자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알아서다.
콰콰콰콰쾅-!
‘검의 화신’이 두 존자들 주변에 떨어질 때마다 폭발음과 함께 천지가 진동했다.
상좌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범천왕이 중얼거렸다.
“대단하군.”
그도 소요종의 ‘천산검영’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역대 어느 종사들도 ‘검의 화신’을 저렇게 많이 만들지는 못했다.
그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저렇게나 많은 ‘검의 화신’이 두 존자에게만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천족과 인간 들이 지레 겁먹고 달아났지만 사실 그러지 않아도 됐다.
‘검의 화신’들은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두 존자의 머리 위로만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우샤스 킨샤사가 마당에 박혀 있는 두 개의 검령을 보며 말했다.
“저 검령은 어떻습니까?”
거대한 크기와 검령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기를 두고 한 말이었다.
“고금에 보기 드문 검령이야.”
고범천왕은 칭찬했지만 그렇다고 기가 눌린 표정이 아니었다.
검령에 있어 크기와 기운이 전부가 아닌 까닭이다.
그의 생각에 큰 것은 둔했고, 담겨 있는 기운이 아무리 커도 잘 사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광명진천이 크기만 한 저 검령에 당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군. 그에게 남들이 모르는 조문(單門, 약점)이라도 있었건 걸까?”
우샤스 킨샤사도 그와 같은 생각을 했다.
뭐든 힘으로 밀어붙이는 무식한 마족들은 저 검령에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천족과 인간은 사고방식이 마족과 다르다.
이른바 유능제강(柔能制剛)이 뭔지를 안다.
대종사의 단순하고 무식한 검령은 자신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막상 검령을 보고 나니 광명진천이 당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한편 페라르바 존자는 정신없이 ‘검의 화신’을 쳐 내는 와중에 대청마루를 힐끔 보았다.
고범천왕은 물론 우샤스 킨샤사까지 편안한 얼굴로 구경을 하고 있었다.
검령을 보았지만 자신이 있다는 소리다.
마음이 놓이면서 한편으로 ‘울컥’했다.
고범천왕은 몰라도 우샤스 킨샤사는 저렇게 구경만 하고 있으면 안 됐다.
법요종을 지켜 줘야 하는 그가 강 건너 불구경이라니?
은근 부아가 치밀은 그는 ‘검의 화신’ 하나를 대청마루 쪽으로 툭 쳐서 보냈다.
그렇게라도 무거운 그의 엉덩이를 들어 올릴 생각이었다.
쉬이익-.
페라르바 존자의 검에 튕겨 난 ‘검의 화신’ 하나가 대청마루로 날아갔다.
우샤스 킨샤사는 ‘검의 화신’이 날아오자 즉시 오른손 검결지를 내뻗었다.
우웅-.
그의 손끝에서 나간 영기가 ‘검의 화신’을 붙잡았다.
우샤스 킨샤사가 검결지를 슬쩍 돌리자 ‘검의 화신’이 방향을 바꿨다.
이윽고 그는 검결지를 가볍게 튕겼다.
쐐액-!
섬뜩한 파공성과 함께 ‘검의 화신’이 연적하를 향해 날아갔다.
연적하는 대청마루 쪽에서 뭔가 날아오자 슬쩍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만들어 낸 ‘검의 화신’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흥!”
연적하는 냉소를 치며 손가락으로 ‘검의 화신’을 덥석 잡았다.
스스스-.
그의 손에 붙들린 ‘검의 화신’은 한 가닥 연기로 화해 사라졌다.
연적하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그렇지 않아도 진신들을 손봐 주려고 했는데 먼저 건드리니 잘됐다 싶다.
진신들이 먼저 자신을 공격했으니 그에 맞게 응징할 차례였다.
그는 검끝을 대청마루로 돌렸다.
하늘에 가득 떠 있던 ‘검의 화신’들이 현청 지붕 위로 쏟아져 내렸다.
쏴아아아아. 그렇다고 페라르바 존자와 백은 존자가 편해진 건 아니다.
현청까지 ‘검의 화신’의 공격 범위에 포함되다 보니 피할 곳이 없었다.
현청을 포함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내리는 ‘검의 화신’은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페라르바 존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
‘미친! 도대체 영기가 어느 정도나 되기에 줄지를 않는단 말인가!’
우샤스 킨샤사를 끌어들이면 조금 나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기가 막히게도 쏟아지는 ‘검의 화신’의 양은 더욱 늘어났다.
설상가상, 이젠 현청으로 쏟아져 내려 안전지대가 사라졌다.
더 환장할 일은 지금까지 질서 정연하던 ‘검의 화신’들이 미친년 널뛰듯 한다는 점이다.
조금 전까지 수직으로 떨어지던 ‘검의 화신’들이 옆으로도 날아들었다.
마치 강풍을 동반한 소나기 같았다.
이 모두가 ‘두 사람’에서 ‘현청’으로 공격 형태가 바뀌면서 생긴 현상이다.
“크윽!”
“윽!”
결국 페라르바 존자와 백은 존자의 입에서 묵직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직 신좌에 오르지 못한 두 종사에게 연적하가 만들어 낸 ‘검의 화신(化身)’은 넘기 어려운 산이었다.
‘천백억화신’이라는 물량과 ‘변화난 측(變化難測)’ 앞에 두 존자가 털썩 주저앉았다.
바로 그때.
콰앙-!
현청 지붕을 부수며 고범천왕과 우샤스 킨샤사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한낱 대종사가 진신인 자신들을 공격하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
그러자 하늘에 가득하던 ‘검의 화신’들이 회오리바람처럼 진신들 주변을 맴돌았다.
휘이이이잉-.
고범천왕과 우샤스 킨샤사는 나란히 서서 ‘검의 화신’을 보기만 할 뿐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지상에 있는 천족과 종문 제자 들은 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진신과 대종사의 싸움이었다.
대부분 진신들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대종사가 이길 거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원정군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곁에 있는 서부군 사령관에게 물었다.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대종사가 이길 겁니다.”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의 표정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어 보였다.
“진신들의 표정이 저렇게 자신만만한데도 그렇다는 건가?”
“그들이 아직 대종사의 검령에 대해 잘 몰라서 저러는 겁니다.”
“대종사의 검령이 어떠하기에?”
“보시면 압니다.”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두 개 종문의 앞에 박혀 있는 거대한 검령이 보인다.
거대한 크기와 흘러나오는 영기가 강한 것 외에 딱히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가 막 그것을 두고 한마디 하려고 할 때, 하늘에서 진신들이 움직였다.
고범천왕과 우샤스 킨샤사가 동시에 연적하의 좌우편으로 날아갔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 ‘검의 화신’들이 두 진신을 덮쳤다.
콰콰콰쾅-!
고범천왕과 우샤스 킨샤사는 ‘검의 화신’에 난타당했지만 끄떡없었다.
둘의 전신에 몇 겹으로 둘러진 금색의 반탄강기가 막아 낸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충격이 크자 고범천왕은 슬쩍 사과를 종용했다.
“연적하! 너의 무위가 실로 대단하구나! 그러나 종문의 검공은 진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너의 재주가 가상하여 기회를 주마. 이제라도 나에게 사죄를 청한다면 너의 불경을 용서해 주겠다.”
고개를 갸웃하던 연적하가 되물었다.
“내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뭘 사죄하라는 거야?”
“감히 진신에게 먼저 손을 쓴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라는 것이다.”
“무슨 헛소리셔. 먼저 손을 쓴 건 그쪽이잖아. 내가 그쪽들을 예우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검의 화신’이 그쪽으로 튀지 못하게 하려고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고. 그런데 그쪽에서 내가 만든 ‘검의 화신’을 가지고 날 공격했잖아!”
“…….”
고범천왕은 반박하지 못하고 빠드득 이를 갈았다.
확실히 우샤스 킨샤사가 먼저 ‘검의 화신’에 손을 썼기 때문이다.
고범천왕이 책망의 눈길로 우샤스 킨샤사를 쏘아보았다.
그에 당황한 우샤스 킨샤사가 급히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라! 나는 검의 화신이 우리 쪽으로 날아와 돌려보낸 것뿐이다! 그럼 날아오는 ‘검의 화신’에 맞아야 했다는 말이냐?”
“누가 거기서 구경하래? 그쪽이 법요종 종사를 부추켜서 싸우게 만들었잖아. 가만, 그러고 보니 이 모든 싸움의 원흉이 그쪽이잖아? 잘됐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오래전부터 벼르고 있었는데.”
연적하가 우샤스 킨샤사를 응시했다.
강호에서 보았던 금사보다 저 우샤스 킨샤사의 존재감이 훨씬 강했다.
“그런데 그쪽은 쌍둥이야? 내가 강호에서 그쪽과 꼭 닮은 금사라는 걸 본 적이 있거든?”
그러자 우샤스 킨샤사가 당황한 얼굴로 말을 돌렸다.
“법요종은 내가 지켜 주는 종문이다. 법요종을 빼앗으려면 그 전에 나의 허락부터 받아야 한다.”
“아, 그러셔? 법요종을 내가 가져야겠는데? 어떻게 하시려고?”
연적하가 비꼬듯 말하자 우샤스 킨샤사의 눈빛에서 살기가 뚝뚝 떨어졌다.
반신 따위가 천족과 종문 앞에서 진신을 조롱했으니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연적하. 내가 너의 탐욕을 얕잡아 보았구나. 탐욕에 눈이 멀어 진신들을 능멸했으니 죽음으로도 네 죄를 다 씻지 못할 것이다.”
“어, 씻을 생각 없어. 나 원래 잘 안 씻어.”
끝까지 연적하가 빈정거리자 우샤스 킨샤사는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죽여 버리겠다.”
말과 함께 우샤스 킨샤사가 ‘진경(眞景)’을 열고 들어가자 남아 있는 그의 몸이 흐릿해졌다.
연적하는 대번에 우샤스 킨샤사의 수법을 알아차렸다.
진경으로 들어간 자에게 타격을 입히려면 진경으로 들어가야 했다.
고개를 젓던 연적하가 허공으로 한 걸음 내딛자 그의 몸도 흐릿해졌다.
그 역시 진경을 열고 들어간 것이다.
대종사까지 갑자기 진경으로 들어가자 고범천왕은 잠시 머뭇거렸다.
진경에서의 싸움은 흉흉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칼을 직접 맞대고 싸우는 격검만큼이나 위험했다.
왜냐고?
육체로 하는 싸움과 달리 영체로 싸우기 때문이다. 영체에 상처를 입으면 회복이 더딜 뿐 아니라, 보통의 방법으로는 치료도 안 된다.
“쯧!”
고범천왕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혀를 찼다.
설마하니 우샤스 킨샤사가 대종사의 검령을 저 정도로 경계할 줄은 몰랐다.
검령이 이 세상의 물건이라면 진경은 절반쯤 저세상에 걸쳐져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진경에서 검령을 쓴 사람은 없었다.
‘하아! 고작 반신급에 이른 대종사 하나를 잡겠다고 진신들이 진경을 사용하다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신들의 비웃음을 사게 될 터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고범천왕은 이내 진경 속으로 뛰어들었다.
진경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그는 즉시 우샤스 킨샤사를 찾았다.
그는 구멍 뚫린 현청 지붕 위에서 한창 연적하와 격검을 나누고 있었다.
‘얼씨구! 진경에 격검까지?’
저거야말로 섬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든 형국이다.
고범천왕은 급히 검을 뽑아 들고 빛살처럼 연적하의 등 뒤로 날아갔다.
뒤쪽에서 가공할 살기가 밀려오자 연적하는 다급하게 허공으로 도약했다.
순간 고범천왕과 우샤스 킨샤사의 손에서 검이 떠났다.
쉬이이익- 쉬익-.
이기어검의 수법으로 날아간 두 자루 검이 그림자처럼 연적하에게 달라붙었다.
연적하는 구천구검 구 식 능운소요(凌雲逍遙)로 더 높이 날아올랐다.
마치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는지 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연적하가 시야에서 사라지려 하자 고범천왕과 우샤스 킨샤사도 지붕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연적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계속해서 날아올랐다.
진경 속 세상이라 그런지, 혹은 능운소요가 원래 그런지, 날아가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진신들과 싸우던 중임을 깨닫고는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두 자루 검이 보였다.
능운소요 덕분에 여유가 생겼지만 진신 둘을 상대할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기경팔맥과 신맥에서 열기가 화악 피어올랐다.
구천검령들이 왜 나를 불러내 주지 않느냐고 안달복달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