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757
757회. 신기(神器)의 왕 바라쿠다
구천검령에 양쪽 측면과 뒤가 막힌 마왕 천자마를 향해 붉은 검이 쇄도해 갔다.
그러나 마왕은 마왕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마왕은 힘차게 지면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쾅!
폭음과 함께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일 장(약 3미터)여 깊이의 구덩이가 생겼다.
하늘로 솟아오르던 마왕이 신형을 틀었다.
저 아래 서 있는 연적하가 눈에 들어왔다.
마왕은 이제야 마신이 왜 죽었는지 알 것 같았다.
대종사의 무위는 반신에 불과하지만 검령만큼은 진신조차 능가했다.
그렇다면 미련하게 검령과 싸울 게 아니라 대종사를 죽이면 된다.
마왕은 반토막 난 신기 바드카니발라에 마기를 밀어넣었다.
우우웅-.
바드카니발라의 검신에서 묵직한 검명(劍鳴)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그는 바드카니발라를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먹물처럼 시커먼 묵혼강기(墨魂罡氣)가 흑룡으로 화해 대종사를 향해 날아갔다.
슈아아악-!
그것은 그를 마왕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만든 궁극의 검공인 백천만겁(百千萬劫)이었다.
흑룡에 의념을 집중하던 마왕의 눈이 부릅떠졌다.
자신을 가두었던 검령들이 지상에서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르고 있었다.
뒤이어 검령들이 흑룡을 무참히 도륙했다.
쿵! 쿵! 쿠웅-!
“크윽!”
백천만겁의 검공이 깨지자 마왕은 허공에서 비틀거리며 피를 토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휘청이던 마왕의 시선에 붉은 검이 들어왔다.
“헉!”
이제는 더 피할 곳도, 기력도 남아 있지 않던 마왕은 눈을 질끈 감았다.
퍽-!
붉은 검에 직격당한 마왕의 육체는 질그릇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
북부대수림.
대수촌.
마이가 부담스러웠던 연적하는 대수촌이 아니라 천족 숙영지로 들어갔다.
먼저 돌아와 그를 기다리던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허겁지겁 마중을 나왔다.
“대종사님, 마왕은 어떻게 됐습니까?”
연적하가 하늘을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보내 줬어요.”
“허면 마왕의 마기는 어찌하셨습니까?”
“마기요?”
“예, 신좌에 오른 존재가 죽으면 그의 기운은 한동안 흩어지지 않고 새 그릇을 찾습니다. 그것을 취하면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만. 마기는 다들 꺼리는 기운인지라, 대종사님께서는 어떻게 처리하셨는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펑!’ 하고 터져 버리던데요?”
“마왕이 죽은 자리에 마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허어! 그럴 수도 있나?”
그가 퀴리아노스 참모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대종사의 기운은 처음과 같았으니 그가 취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이 아니었다.
아니,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다.
대종사가 마기를 취했다고 해서 뭐라고 할 천족은 없었으니 말이다.
퀴리아노스 참모장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쩌면 대종사님의 검령이 마기까지 소멸해 버린 것인지도 모르지요. 워낙 특별한 검령이 아닙니까.”
곰곰 생각하던 연적하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우샤스 킨샤사도 죽고 나서 남긴 게 없었어요.”
물론 우샤스 킨샤사는 구천검령이 아니라 천둔검으로 죽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괜히 천족들이 골머리를 싸 안을까 봐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천족 지휘관들은 더 묻지 않고 털어 버렸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마왕의 죽음이지 마기의 향방은 아닌 까닭이다.
***
다음 날.
연적하와 북부군 사령관의 직할 부대는 대수촌을 떠나 녹수성으로 돌아갔다.
지지부진하던 웅천주의 토벌은 속도를 냈다.
사실 마왕 천자마와 그 휘하의 마족과 마귀 들이 사라짐으로 웅천주 수복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북부군은 동진(東晉)하며 웅천주에 남아 있는 마물들을 소탕해 나갔다.
구월 초하루.
북부군과 서부군은 웅천주 동쪽 끝 동백성까지 진출했다.
동백성은 천관산맥과 맞닿은 곳으로 사실상 토벌의 종착점이었다.
토벌의 마지막을 앞두고 북부군과 서부군의 분위기는 좋았다.
마왕군과 전쟁을 벌였지만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천족의 피해가 적었기 때문이다.
동백성 성도.
일진궁.
연적하와 천족군 지휘관들이 마지막 토벌 일정을 논의할 때다.
천족 하나가 다가와 동부군의 전령이 왔음을 알렸다.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고개를 갸웃했다.
“사나흘이면 토벌이 끝나는데 전령이라고?”
“예, 총참모가 보냈다고 합니다.”
더구나 총참모란다.
토벌도 끝나 가는 마당에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전령까지 보냈는지 모르겠다.
“오라 해라.”
“예.”
잠시 후 총참모의 전령이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그는 북부군 사령관에게 총참모가 전하라고 한 서찰을 공손히 넘겼다.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는 서찰을 열기 전 전령에게 물었다.
“영천주의 상황은 어떠하냐?”
“북으로는 서리성, 남으로는 광주성까지 되찾았습니다. 사나흘이면 영천주를 되찾을 수 있게 될 겁니다.”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서리성과 광주성은 동백성과 비슷한 위치이니 웅천주와 영천주의 진군 속도는 비슷했다.
편지를 개봉한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눈을 찌푸렸다.
[수약주에 대종사님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조양성에 있는 남부군을 도와 혈사자 바르마스를 처리해 주십시오.]수약주라면 남부군은 물론 마조와 북두신군까지 있는 곳이다.
상대라고 해 봐야 제후인 혈사자 바르마스뿐인데 왜 대종사의 지원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이것이 정말 참모장의 뜻이냐? 천 년 전 혈사자 바르마스를 물리친 게 마조다. 그런데 마조는 물론 북두신군까지 수약주에 있는데도 대종사님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냐?”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의 말에 지휘관들의 시선이 일제히 전령에게 향했다.
그들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는 얼굴이었다.
“저어, 마조님과 북두신군님께서 환영회에서 다투신 것은 알고 계십니까?”
북부군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을 전해 듣고 북두신군의 행실에 고개를 젓지 않은 천족이 없었다.
“알다마다. 설마 아직도 그 일로 둘이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냐?”
“후에 알려진 일입니다만 협조가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허면 더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냐?”
“종문에서 쉬쉬하지만 마조와 북두신군이 크게 싸웠던 모양입니다.”
“싸웠다? 설마 말다툼이 아니라 상대에게 살수를 썼다는 뜻이냐?”
“그렇습니다. 그 일로 마조와 북두신군은 힘을 합치기 어렵게 됐다고 합니다. 마조가 전장에 나서면 북두신군은 빠지고, 북두신군이 나서면 마조가 빠지는 식으로.”
“그래도 마조의 능력이면 혈사자 바르마스를 물리칠 수 있었을 텐데?”
“마조와 북두신군의 싸움에서 양측 다 내상을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설상가상으로 혈사자 바르마스가 신기(神器) 바라쿠다를 얻었다고 합니다.”
“바라쿠다? 그 악신의 권능이 깃들어 있다는 창 말이냐?”
“예. 바라쿠다 앞에 마조와 북두신군이 모두 각개격파를 당했습니다.”
“어허! 둘이서 힘을 합쳐도 시원치 않은 판국에 싸우고 따로 다닌다고?”
“공교롭게 그리 된 모양입니다. 혈 사자 바르마스에게 바라쿠다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마조와 북두신군도 그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지 모릅니다만.”
전령이 똥 씹은 얼굴로 북부군 사령관을 보았다.
이미 마조와 북두신군의 사이가 틀어지고 난 뒤에 바라쿠다의 존재가 드러났다.
하지만 그 뒤에도 틀어진 마조와 북두신군의 사이는 회복되지 않았다.
진신들이 내상까지 입어 가며 싸웠으니 갑자기 좋아지는 건 무리였다.
남의 일에 진신들이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화해할 이유가 없으니까.
“지금까지도 마조와 북두신군은 힘을 합치지 않고 있느냐?”
“눈만 마주치면 으르릉거려서 숙소도 반나절 거리로 떼어 놓았다고 합니다.”
“미친. 전쟁을 장난으로 아나.”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진신들과 달리 천족들은 마족과의 전쟁에 목숨을 걸었다.
단지 관용적(慣用的)인 표현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전장에서 천족들이 죽어 나갔다.
그런 천족의 희생을 생각하면 진신들이 보이는 행동은 추태에 불과했다.
두 천족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연적하가 물었다.
“총참모가 나보고 수약주를 도우러 가래요?”
그제야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는 자신과 전령의 대화가 길었음을 깨달았다.
“아! 송구합니다. 예, 들으신 대로 총참모는 대종사님께서 수약주를 도우러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마조와 북두신군이 따로 놀아서 혈사자 바르마스를 물리치지 못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혈사자 바르마스에게 바라쿠다라는 신기까지 있는 모양입니다.”
“바라쿠다?”
“악신의 권능이 담겨 있는 창입니다. 무엇이건 스치기만 해도 가루로 만들어 버립니다.”
“와아! 대단한 창이네요? 정말 그 정도로 강한 창이 있어요?”
“바라쿠다는 ‘신기(神器)의 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활보다 강해요?”
“신기마다 묘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예컨대 대종사께서 가지고 계신 ‘피나카 아스트라(무한의 활)’는 화살이 필요 없고, 목표를 끝까지 따라가는 권능이 있지요. 바라쿠다는 무엇이건 닿으면 가루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니 강함에 있어서 바라쿠다를 능가할 것이 없습니다.”
“같은 신기라도 가루로 만들어 버린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신기의 주인들은 바라쿠다와 맞서기를 꺼려 합니다. 운이 없으면 자기가 가진 신기가 부서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 정도라고요? 정말 대단하네요?”
“그렇지 않아도 혈사자 바르마스는 창을 잘 쓰는 진신입니다. 그야말로 물고기가 물을 만난 셈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마조와 북두신군의 사이가 갈려졌으니 당해 내지 못한 게 당연합니다.”
“결국 내가 가 줘야겠네요?”
“조양성은 우리가 있는 동백성보다 한참 서쪽에 치우쳐 있습니다. 전선을 고르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혈사자 바르마스를 없애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최남단에 있는 수약주의 마물들이 위쪽인 영천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네요.”
수약주의 마물이 영천주로 넘어가면 처음부터 다시 토벌을 해야 한다.
마물 토벌을 한 번으로 끝내려면 자신이 나서서 혈사자 바르마스를 물리쳐야 했다.
연적하가 북부군 사령관과 전령을 번갈아 보았다.
“그럼 나만 조양성으로 내려가면 되는 거죠? 북부군이나 서부군은 상관없고?”
“그렇습니다. 조양성에 있는 남부군을 찾아가시면 안내를 해 드릴 겁니다. 저희가 모셔다드려야 하는데, 괜히 시일만 지체될 것 같아서…….”
북부군 사령관 프리타 우베르토가 송구한 얼굴로 말을 흐렸다.
사실 대종사를 최남단인 수약주까지 혼자 가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쩝! 대종사의 운종술 속도를 따라갈 천족이 없으니…….’
천족 때문에 늦어졌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대종사만 보내야 했다.
연적하는 북부군 사령관이 미안해하자 과장된 동작으로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괜찮아. 남의 일도 아니고 내 일로 가는 건데요 뭐. 그럼, 지금 바로 가면 되는 거죠?”
연적하자 자리에서 일어나자 천족 지휘관들이 우르르 따라 일어났다.
괜히 뻘쭘해진 연적하는 손을 흔들어 보인 후 운종술로 떠나가 버렸다.
연적하가 사라지자 전령이 북부군 사령관에게 한마디 했다.
“저어, 그런데 정말 수행원 없이 가셔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대종사의 운종술을 따라갈 천족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으냐?”
“그게 아니라 남부군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대종사님만 가셨다가 괜히…….”
전령은 남부군과 두 진신이 대종사에게 결례를 범하지는 않을지 걱정됐다.
남부군은 두 진신에게 실망해서 이젠 진신들에게 그냥저냥 대한다고 들었다.
적이 아니라 아군을 상대로 싸우는 두 진신의 무개념은 말할 것도 없고.
‘별일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