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Swordsmith RAW novel - Chapter 66
2.
통로를 향해 몸을 날린 목계백은 쇠창살들을 밟고 안쪽으로 전진했다.
여기저기 박힌 쇠창살들은 화골산으로 인해 표면이 녹고 있었지만, 물 찬 제비처럼 그것들을 밟으며 나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바람에 다름 아니다.
통로를 막 벗어난 목계백은 양군 금패의 등을 향해 장도를 후렸다.
섬전과 같은 도광이 양군 금패의 등으로 나갔다.
마치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그 순간, 남궁여군을 몰아치고 있던 양군 금패의 손이 돌았다.
휘뭉한 빛을 머금은 음양무적권의 손이다. 그 손이 장도를 쳤다.
고막을 강타하는 충격음과 더불어 불꽃이 튀었다.
목계백은 장도가 받은 격돌의 충격을 이용해 뒤로 물러났다.
막 진입해 들어온 통로의 바로 앞이다.
그곳에 서서 진동하고 있는 장도를 다스렸다.
시선은 차갑고 무정하게, 접전을 멈춘 양군 금패와 남궁여군을 응시했다.
“네놈은 뭐야?”
목계백의 정체를 바로 알아보지 못하는 양군 금패는 놀람과 충격을 억누르는 중이었다.
배후에서 칼을 휘두른 정체모를 젊은 놈의 일격, 그것을 받아치기는 했지만 충격이 내부를 흔들어서다.
게다가 보아하니 공격한 젊은 놈은 하등의 충격도 없는 듯한 얼굴이다.
저놈의 정체가 뭔가?
그 의문의 답은 남궁여군이 냈다.
“대동보의 맹호!”
놀란 외마디를 내는 남궁여군을 돌아보고 양군 금패는 미간을 가득 좁혔다.
“대동보의 맹호? 자전도객 허관웅을 벴다는 그놈?”
양군 금패의 의문을 무시하고 남궁여군은 폭발할 듯 한 살기를 드러내며 물었다.
“항주에서의 일, 네놈들이 꾸민 것이냐? 대동보가 애초부터 남악권사와 흑전 등과 짜고서 벌인 짓이냐? 설마 대동보주 명세기, 그놈의 계교였더냐?”
연거푸 질문을 던지는 남궁여군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그 눈을 목계백은 무심하고 냉정하게 응시했다.
남궁여군도 알고 있음이다.
지금 제가 말한 내용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그럼에도 그런 상황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기에, 제 가문의 몰락을 믿을 수 없기에 묻는 것이다.
목계백은 무표정 하던 얼굴에 한 가닥 미소를 피워내며 대답했다.
“맞아.”
순간 남궁여군의 안면이 경직했다.
그 경직은 양군 금패의 얼굴로도 옮아갔다.
“뭐……라고?”
겨우 입을 연 남궁여군은 검을 늘어뜨린 채로 휘청이듯 한걸음을 내디뎠다.
그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양군 금패가 터지는 오줌보처럼 입을 열었다.
“그 헛소리가 무슨 개소리냐? 네놈들이, 대동보가 항주에서의 일을 꾸몄단 말이냐? 남궁세가와 혁리세가의 상잔과 궤멸을 너희들이 만들었다고?”
오척 장도의 울음을 완전히 다스리고 그날을 세운 목계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게는 내가 그랬지.”
남궁여군이 충격 속에서 황당함을 드러냈고 양군 금패는 어이없어 했다.
“네놈이 그랬다? 항주대전의 모든 일을 네놈이 도모했다고 말하는 것이냐? 그 모든 게 네놈의 계교였다고? 그럼 우리들이 다 놀아났다는 말이냐?”
장도의 날을 수직으로 세워 미간 사이를 가르듯 보인 목계백은 씩 웃었다.
“너희들 정말 잘 놀아나더구나.”
양군 금패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이런 자라새끼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아가리를 마구 놀리는 구나!”
피투성이에 흉측한 몰골로 살기를 뿜어낸 양군 금패는 목계백을 향해 움직였다.
양 손에는 직전에 장도를 받아친 것과 같은 휘뭉한 빛을 머금고서다.
그게 뭔지 목계백은 안다. 권기(拳氣)다. 검기나 도기와 같은 거다.
권기.
저것은 수강(手罡)으로 나아가는 아래 단계다.
도기가 도강으로, 검기가 검강으로 나아가듯 마찬가지다.
음양이군의 경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목계백의 칼 앞엔 다 똑같다.
양군 금패가 남궁여군을 버리고 벼락처럼 튀어나오는 순간, 목계백이 오히려 먼저 움직였다.
공격하려는 양군 금패를 향해 수직으로 세웠던 장도를 뻗어내며 분섬보를 밟아 나갔다.
장도의 끝은 용음(龍吟)을 토했다.
칼이 우는 소리.
석실 안을 울리는 분명한 그 소리가 남궁여군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고 양군 금패의 얼굴에 당혹을 만드는 찰나, 장도의 끝은 음양무적권을 가르고 들어갔다.
수기가 맺혀 휘뭉함을 보이던 주먹을 대나무처럼 갈랐다.
“크악!”
팔이 갈라진 양군 금패는 나아가던 방향을 엇갈려 밟는 보법으로 바꾸며 목계백의 칼을 피했다.
그 바람에 어깨까지 갈라지는 것은 모면했지만 처참한 꼴로 휘청거렸다.
오른 팔이 장작을 쪼개버린 것처럼 갈라졌다.
피를 쏟아내며 늘어진 오른 팔을 부여잡고 양군 금패는 발작했다.
“네놈! 네놈은 누구야!”
자신의 음양무적권을 일도에 갈라버린 자, 그자의 정체성을 이제야 의심하고 존재감을 인지한 외침이다.
평범한 자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기에 그렇다.
남악권사, 남궁륜, 혁리명, 혁리장천도 그건 안 된다.
혁리장천을 떠올린 양군 금패는 흠칫했다.
“네놈, 서, 설마? 혁리장천을 죽인 게?”
확신으로 물드는 양군 금패의 충격보다도, 그를 저런 꼴로 만든 이 상황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던 남궁여군은 다시 경직했다.
지금 들은 이름 때문이다.
혁리장천. 그가 죽었다. 누군가 죽였다고 한다. 그가 누군지 모른다.
“네, 네놈이 혁리장천을 죽였다고? 대동보의 맹호 네가?”
놀람과 충격과 허탈함 경악과 믿을 수 없는 불신, 모든 감정이 뒤섞인 목소리를 낸 남궁여군, 그와 양군 금패를 향해 목계백은 담담히 시인했다.
“맞아. 내가 그 늙은이를 죽였지. 네 아버지 남궁륜도 내가 죽였다.”
남궁여군의 안색은 더욱 창백하게 변했고 양군 금패는 신음 같은 소리를 냈다.
목계백은 두 사람을 무심하게 응시하며 전모를 이야기 했다.
“온주 대동보에 내가 투신한 이유가 있다.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들을 이용하기로 한 거지. 지금까지로 보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장도를 습관처럼 허공에 휙 뿌리며 목계백은 말을 이어냈다.
“대동보가 비금도 정벌을 할 때 같이 가서 운악을 잡았지. 그에게 물어볼 말이 있었거든. 그런데 그가 재밌는 이야기를 했다. 혁리세가의 감춰진 흉악함에 대해서였지. 그걸 이용하기 위해서 운악을 죽였다. 의혹을 키우고 사건을 굴러가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역시 일은 잘 굴러가더구나.”
눈자위를 경련하는 남궁여군에게 목계백은 미소를 던졌다.
“대동보는 남궁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남궁세가는 전격적으로 뛰어들었지. 혁리세가를 도모할 절호의 기회로 여긴 게 분명했어. 나는 대동보의 일원으로 항주행에 참여했다. 혁리세가로 가는 동안 이런 저런 참견을 보이지 않게 하긴 했지만, 진짜 일은 항주에서 제대로 한 것이야.”
입가에 머금은 미소를 더욱 짙게 만들며 목계백은 남은 말을 던졌다.
“혁리세가와 남궁세가를 박살냈으니까.”
장도를 다시 세우는 목계백을 보고 남궁여군과 양군 금패는 서로를 돌아봤다.
상대방을 죽이려고 하던 두 사람은 이 순간 직감했다.
살기 위해선, 살아서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선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상대는 직전의 한수가 말해주듯, 혁리장천과 남궁륜은 죽인 자다.
“그래, 그래야 할 거야.”
목계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내딛었다.
너희둘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걸음 앞에 선 두 사람은 동시에 움직였다.
남궁여군이 제왕검형을 펼쳤다.
제 아비만큼의 경지는 아니지만 무시무시한 검력을 토해냈다.
양군 금패는 음양일원기공을 전신에 끌어올린 채 음양무적권을 터트렸다.
왼팔에만 집중된 그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두 사람의 공격 속으로 걸음을 내딛는 목계백은 하늘을 떠올렸다.
북천의 하늘.
시리게 맑고 높고 푸른 그 하늘은 때론 가혹하고 무섭다.
겨울이 되면 그렇다.
짧은 봄여름을 보내고 찾아오는 긴 겨울, 언제 끝날지 모르게 가혹한 그 시간동안 하늘은 울어댄다.
쩡, 쩡, 하고 대기를 얼리는 소리다.
‘이것이 바로 북천의 하늘, 그 울음이다.’
마음속의 심상을 장도에 실으며 목계백은 그었다.
그 휘두름에 제왕검형이 갈라지고 남궁여군의 검도 갈라졌다.
동시에 양군 금패의 왼팔도 갈라졌다.
이건 일격이다.
그 일격 뒤로 한걸음을 더 내딛은 목계백은 이격을 후렸다.
은하수를 가르는 유성 같은 그 칼질은 남궁여군과 양군 금패의 목을 지나갔다.
그들의 몸으로부터 이탈한 두 개의 머리는 허공에 수를 놓았다.
피의 수를 마지막으로 그리고 떨어진 머리, 죽은 자들은 아직 눈을 뜨고 있었다.
장도에 묻은 피를 뿌린 목계백은 시종일관 담담한 시선으로 돌아섰다.
들어 올 때처럼 통로를 통과해 석동 밖으로 나가 정문을 향해 달렸다.
달리며 부딪치는 자들, 창룡대와 절명관의 마인들을 닥치는 대로 벴다.
마침내 남궁세가의 정문에 다다른 목계백은 외쳤다.
“항주무림맹의 용사들은 나서라!”
남궁세가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초조함을 씹던 명세기는 목계백의 등장을 보고 눈을 치떴다.
‘항주 무림맹의 용사들은 나서라’ 라는 외침을 듣고 움직일 때가 됐음을 알았다.
반사적으로 튀어나가며 외침을 터트렸다.
“남아 있는 악적들을 모조리 무찌르자!”
비격과 모금량이 명세기의 뒤로 바로 튀어나갔다.
안휘검문주 조두량과 칠절신편 위홍은 뭔가 더 정교한 계획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다가 당황함을 삼키고 움직였다.
기호지세라, 모두가 남궁세가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두로 달려간 명세기는 기다리던 목계백과 눈을 맞췄다.
바로 돌아서 길을 안내하는 목계백의 뒤를 쫓아갔다.
내부를 달리다 보니 여기저시서 치열하게 격전을 벌이는 창룡대와 절명관 마인들이 보였다.
그들이 목계백을 공격했다. 하지만 오척장도가 섬광을 뿌릴 때마다 갈라졌다.
‘무서운 놈.’
새삼스럽게 목계백이란 존재를 다시 인지하며 명세기는 어금니를 물었다.
이 모든 일의 결과가 저놈으로 인해서라는 것을 생각하자 오한이 일었다.
남궁세가와 혁리세가의 몰락.
어처구니없는 이결과가 온전히 목계백으로 인해서만은 아니지만, 목계백이란 존재가 있어서 가능했다.
‘때가 되면.’
어금니를 물던 명세기는 목계백을 향해 피어나오는 살기를 억눌렀다.
뒤를 쫓아오는 명세기에게서 새어나오는 살기를 목계백은 감지했다.
그건 달려드는 창룡대나 절명관의 마인들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 목계백이란 존재를 향한 것이다. 등을 보이고 있는 지금 베고 싶을 것이다.
‘두렵겠지. 그럼에도 당신의 욕심 때문에 하진 못할 거야.’
명세기의 마음을 목계백은 십분 이해하고 남았다.
여우머리를 가진 호랑이라고 불리는 자신이 어찌하지 못할 존재가 바로 목계백이다.
목계백으로 인해 대동보가 도약할 발판을, 날개를 얻게 됐다.
모든 게 계획대로 이뤄진 지금은 그래서 더욱 두렵다.
제어하지 못할 존재를 곁에 둔 두려움이다.
하지만 아직은 욕심이 더 크고 기대가 남았기에 참고 있다.
“석동입니다.”
목계백이 장소를 특정해 말하자 명세기는 알아들었다.
사라진 남궁여군과 음양이군이 거기에 있다는 소리다. 그러나 어떤 상황인지는 모른다.
목계백은 석동의 통로를 다시 들어갔다.
그 앞에 서서 목계백이 쇠창살을 밟으며 건너가는 모습을 보던 명세기는 미간을 확 좁혔다.
통로 거의 끝부분에 주저앉은 시신 때문이다. 화골산에 녹긴 했지만 낯이 익었다.
‘설마?’
목계백이 건너간 후 쇠창살을 밟으며 통로를 나아간 명세기는 시신을 건너가며 확실히 알았다.
‘음군 은패!’
죽은 자는 그였다.
흉측하게 변하긴 했지만 얼굴의 윤곽과 전체적인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놀람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안쪽이다.
목계백은 태연하게 말했다.
“저들의 수급을 가지고 돌아가면 될 겁니다.”
남궁여군과 양군 금패의 시신이다.
그걸 보고 태연하게 말하는 목계백의 음성이 명세기는 잘 들리지 않았다.
둘 다 목이 잘렸다. 머리통을 줍기만 하면 된다.
이 일을 다 만들어 놓고 목계백은 이리로 데려온 것이다.
‘혁리장천을 죽인 놈, 그래, 남궁륜도 이놈이 죽인 거야.’
무천룡이 죽였다 하지만 짐작하고 있는 일이다.
그 일들과 지금 눈앞의 일을 겹쳐 생각한 명세기는 어지러움을 느끼고 한기를 거듭 느꼈다.
“이제 나가시죠.”
목계백은 무심하고 태연하게 말하고 돌아섰다.
명세기가 느끼고 있을 감정이나 생각들이 피부에 와 닿았지만 모르는 척 외면하고 통로를 나갔다.
석동 밖으로 나간 목계백은 명세기가 나오는 기척을 들으며 칼을 고쳐 잡았다.
별원을 지나 석동 앞으로 절명관의 마인들과 창룡대가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 뒤로 안휘검문주 등이 이끄는 동료들이 보였다.
목계백의 옆으로 나온 명세기가 밤하늘이 울리도록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 보아라! 양군 금패와 남궁여군의 수급이다!”
양 손에 머리 하나씩을 들고 외치는 명세기, 그의 모습을 본 절명관 마인들과 창룡대들은 주춤주춤 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행동을 결정하고 돌아섰다.
명세기는 다시 외쳤다.
“악도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주살하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