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00
99화.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청룡학관 학생식당.
“부럽다…….”
“임시 강사가 첫 학기부터 수업을 맡다니…….”
악연호와 명일오는 젓가락질도 멈춘 채, 반대편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부럽냐? 부러우면 너희도 잘 좀 하지 그랬냐.”
백수룡이 씩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제갈소영은 그 옆에서 민망한 듯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 아침, 네 사람은 학관 곳곳에 붙은 수강 신청 목록을 확인했다.
악연호가 분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숟가락으로 국을 휘저으며 투덜거렸다.
“제갈 소저야 입관 성적이 수석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차석은 난데. 왜 나는 수업을 안 주고 형님한테만…….”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알긴 알지만요.”
쩝, 입맛을 다신 악연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들의 입학 성적을 두고 백수룡과 남궁수가 내기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놀랍게도 그 내기의 승자가 백수룡이라는 것도 말이다.
명일오가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의외로 남궁수도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더군요.”
바로 어제, 청룡학관의 모든 강사가 대회의실에서 모였다.
올해 첫 학기의 강의 배정을 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남궁수는 백수룡과 한 내기의 내용과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자신의 수업 중 하나를 백수룡에게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흠흠. 그건 곤란하네. 자네들 멋대로 수업을 바꾸면 학관 입장은 뭐가 되나. 백 선생이 다시 생각을 해 보는 것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학생들과의 약속인데…….
-남궁수 선생님의 수업을 임시 강사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부관주 곽철우가 은근슬쩍 두 사람의 내기를 무효화하려 시도하고, 남궁수 파벌의 강사들도 거기에 동참했다.
하지만 학관에 백수룡의 편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사내 대 사내로 한 약속이니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조용히 있던 매극렴이 굵고 짧게 한마디를 했고.
-허허. 재미있을 것 같군. 본인들이 괜찮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최근 재정 상황이 풍족해짐에 따라 혈색이 좋아진 노군상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군상이 예뻐 죽겠다는 얼굴로 백수룡에게 물었다.
-우리 복덩이, 아니 백 선생. 그래서 남궁 선생의 수업 중에서 어떤 것을 가져갈 텐가?
다시 현실.
악연호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데 형님. 왜 그런 수업을 고른 거예요? 사파 무공의 이해와 실전 대비?”
-이번 학기 를 제가 맡겠습니다.
어제 회의 때 백수룡이 그렇게 말했을 때, 다들 악연호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남궁수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기까지 했다.
-기껏 준 기회를 그런 식으로 차 버리는 건가?
그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백수룡은 꿋꿋이 를 맡겠다고 말했다.
청룡학관 일타강사인 만큼, 남궁수는 혼자서 많은 수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학관 제일의 일 중독자.
남궁수의 다른 별명이기도 했다.
황금시간대와 학생들이 선호하는 수업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수업들도 있었다.
는 인기가 적은 수업 중 하나였다.
남궁수가 가르치는 수업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흥미를 가지는 학생이 그리 많지는 않은 과목.
필수 과목이라기보다는 교양 중 하나로 여겨지는, 그래서 학점이 부족한 학생들이 가볍게 듣는 과목 중 하나였다.
오히려 남궁수가 강사이기 때문에 정원이 채워지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검술이나 경공, 하다못해 외공 수업을 고르기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방금 명일오가 말한 수업들은 모두 인기가 많은 수업이었다.
남궁수의 수업이니 그것도 전부 황금시간대.
그중 하나만 제대로 맡았어도 한 학기 동안 실적을 올리는 것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백수룡은 동생들의 걱정에도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이었다.
“다 이유가 있어서 고른 거야.”
만약 검법이나 도법, 경공, 외공 등을 고른다면 그 한 가지만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인기가 많은 대부분의 수업이 그랬다.
백수룡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눈에 딱 들어온 것이 였다.
‘사파 무공의 이해라니. 뭘 가르쳐도 될 정도로 자율성이 높은 거잖아? 게다가 학년 공통 교양이기도 하고.’
학년 공통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했다.
헌원강, 위지천, 그리고 가르치고 싶은 녀석들을 학년과 상관없이 데려와서 가르칠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게다가 야외 수업을 자주 나갈 수 있는 수업이기도 하고.’
현장 실습 등의 이유를 핑계로 야외로 나가기 쉬운 수업이라는 장점도 있었다. 백수룡의 향후 계획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하기야 뭐, 형님이 어련히 잘하시겠죠.”
“항상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어도 결과는 좋았으니까…….”
두 사람의 체념 어린 한숨에, 백수룡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칭찬이야, 욕이야?”
백수룡의 시선을 외면한 두 사람은 대화 상대를 바꿨다.
“제갈 소저도 정말 대단하세요.”
“첫 학기부터 수업을 따내시다니, 역시 수석 입관자다우십니다.”
“……니들, 나한테 하던 거랑은 말투부터가 다르지 않냐?”
두 남자의 칭찬에, 제갈소영은 쑥스럽게 웃으며 귀밑머리를 뒤로 넘겼다. 술만 들어가지 않으면 세상 요조숙녀가 따로 없었다.
“고대무림사는 전공자가 거의 없어서요. 전임 강사님이 올해 은퇴하시는 바람에 저는 운이 좋았죠.”
“크으…….”
“꼭 공부 잘하는 애들이 이렇게 겸손하더라!”
“…….”
실제로 고대무림사는 거의 듣지 않는 수준을 떠나서, 학생들이 기피하는 대상 1순위였다.
피 끓는 나이에 한창 무공을 배우는 소년·소녀들에게, 얌전히 앉아서 역사 수업을 들으라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던 것이다.
“열심히 해 보려고요! 청룡학관에도 저처럼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반드시 있을 거예요!”
의욕을 불태우는 제갈소영에게, 두 사내는 힘껏 박수를 치고 아부를 떨었다.
“제갈 소저라면 반드시 할 수 있을 겁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쯧쯧. 속이 뻔히 보인다, 이것들아.”
백수룡은 두 사람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사실 자신이나 제갈소영이나, 학생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수업을 맡게 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악연호와 명일오는 그마저도 부러운 처지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두 달쯤 남았지?”
“예…….”
“어휴…….”
임시 강사 기간은 석 달.
석 달이 다 지나면, 실적에 따라서 일부는 정식 강사로 채용되겠지만 나머지는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상황에서 강의를 맡느냐 맡지 못하냐는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두 분, 보조 강사는 안 필요하십니까?”
명일오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청룡학관의 강의는 대부분 보통 한 명의 보조 강사를 둔다.
무공 수업의 특성상 대련이나 합을 맞추는 시범이 많기 마련인데, 학생보다는 숙련된 강사와 합을 맞추는 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보조 강사 역할을 보통은 임시 강사들이 맡는다.
둘 중 먼저 움직인 쪽은 악연호였다.
“수룡 형님. 제가 사파라면 정말 만나는 족족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거 아시죠? 제갈 소저. 제가 어릴 때부터 역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뽑아만 주시면 열심히 공부해서 반드시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헤헤. 이것 좀 드시고요.”
악연호가 자신의 고기반찬을 두 사람에게 반짝 나눠서 주며 찡긋 눈웃음을 쳤다.
한 살 많은 명일오가 한심하다는 듯 옆에서 혀를 찼다.
“쯧. 네 각오는 겨우 그 정도냐.”
명일오는 품 안에 손을 넣더니, 두툼한 주머니를 두 개를 꺼내어 두 사람의 주머니에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밀어 넣었다.
그리고 간신배처럼 몸을 낮추며 속삭였다.
“……받아 주십시오. 제 작은 성의입니다.”
뇌물 증여의 현장을 눈앞에서 지켜본 악연호가 기함을 했다.
“아, 명 형! 뇌물은 반칙이지! 이 형 이거 선 넘네?!”
“그렇게 따지면 고기반찬은 뇌물 아니냐?”
“아니, 그거랑 주머니에 현금 찔러 넣는 거하고 같아?”
“억울하면 준비를 미리 해 왔어야지. 나는 각오를 보인 것뿐이다.”
“와……!”
“저기, 죄송한데 저는 보조 강사가 딱히 필요가 없어요…….”
“어휴. 조용히 밥 좀 먹자 이것들아!”
네 사람이 식당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가운데, 돌연 새로운 목소리가 그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이보게, 선생들.”
목소리뿐이었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테지만, 그 안에 깃든 심후한 내공에 네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있고 한데, 흥겨움이 조금 과한 것 같네.”
긴 수염을 정성스럽게 기른 중년인이 뒷짐을 진 채로 서 있었다.
중년인은 소탈하게 웃으며, 그러나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젊은이들이 모여 왁자지껄한 것은 보기 좋으나, 청룡학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언행은 자제해 주길 바라네.”
중년인의 이름은 풍진호.
청룡학관에서 이십 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친 인기 강사이자, 남궁수 파벌의 이인자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풍진호는 적으로 만들지 말도록 해라. 어떤 면에서는 남궁수보다 더 경계해야 할 자다.
백수룡은 전에 매극렴이 해 준 조언을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금방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이어서 악연호, 명일오, 제갈소영도 긴장한 표정으로 일어나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풍진호는 윤기가 흐르는 풍성한 수염을 쓸어내렸다. 수염에 대한 그의 사랑은 청룡학관에서 유명했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임시 강사들을 본 풍진호가 부드럽게 웃었다.
“내가 자네들에게 시비를 걸러 온 것 같은가?”
“…….”
남궁수를 중심으로 한 강사들의 파벌은 청룡학관에서 가장 큰 세력이다.
하지만 백수룡은 입사 시험 전부터 남궁수와 대립각을 세웠고, 덩달아 그와 친하게 지내는 세 명까지 미운털이 조금씩 박혀 있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왜 온 거지?’
‘또 무슨 트집을 잡으려고…….’
‘조용히 먹을걸…….’
하지만 그들이 생각한 것과 달리, 풍진호는 시비가 아니라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런 것 아니니 긴장들 풀게. 개강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강사들끼리 기 싸움 같은 쓸데없는 짓을 해서야 되겠나.”
“네, 네?”
“아…….”
“휴우.”
백수룡을 제외한 세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또 그런 일이 발생하면 내가 중재할 것이니 걱정들 하지 말게. 그 말을 해 주러 왔네.”
그들을 향해 빙긋 웃어 준 풍진호가 백수룡에게 말했다.
“백 선생. 나는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커. 자네가 들어오면서 청룡학관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거든.”
“……감사합니다.”
“한 가지만 부탁하자면, 앞으로 남궁 선생과의 충돌은 자제해 주게나. 그쪽은 나도 중재하기가 힘들다네.”
풍진호가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백수룡도 사회인의 반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남궁수하고야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강사와 척을 질 생각은 없었다.
특히 상대인 풍진호가 청룡학관에서 영향력이 큰 강사라면…….
‘경계하라고 했다고 해서, 티가 나게 멀리하는 건 바보짓이지.’
오히려 상대를 적당히 이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좋다.
그때, 마치 백수룡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풍진호가 뜻밖의 제안을 해 왔다.
“내 입장을 이해해 주니 고맙네. 혹 괜찮으면 오늘 저녁에 술이라도 한잔하겠나? 할 이야기도 좀 있고……. 물론 내가 사겠네.”
그 순간 백수룡의 눈이 반짝였다.
“마침 제가 좋은 곳을 알고 있습니다.”
그날 저녁, 그들은 시내에 있는 큰 기루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그곳은 복만춘이 운영하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