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09
108화. 거짓말이야백수룡은 난장판이 된 객잔을 둘러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사내놈들이 싸움박질한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객잔을 아예 다 부숴 놔? 이건 학관으로 항의도 들어올 텐데, 뭐라고 설명할래?”
“…….”
“…….”
거상웅과 야수혁은 백수룡의 시선을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뭘 봐?”
“이 자식이…….”
눈이 마주치자 금세 또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백수룡이 아니었다.
따악! 딱!
전광석화처럼 휘둘러진 흑룡편이 두 사람의 머리를 사이좋게 한 대씩 후려쳤다.
“끄응…….”
“으윽…….”
둘은 손으로 머리를 싸매며 끙끙 앓았다. 백수룡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사고를 쳤으면 수습할 생각을 해야지. 내 앞에서 한 판 더 붙으려고?”
거상웅이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 불러서 치우게 하겠습니다.”
“이게 사람 부른다고 될 수준이냐? 객잔을 아예 새로 지어야 할 판이다.”
“그럼 다시 짓게 하죠, 뭐.”
“……뭐?”
“잠깐 밖에 다녀오겠습니다.”
거상웅은 백수룡에게 양해를 구한 후 나갔다가 금세 돌아왔다.
잠시 후, 일꾼들이 우르르 들어와 객잔의 부서진 잔해를 치우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꾼들의 움직임을 보니 다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든 백수룡이 거상웅에게 물었다.
“……거상웅. 혹시 너희 집 부자냐?”
“예. 부자입니다.”
설명이 부족하다는 시선을 느꼈는지, 거상웅은 다소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기 객잔, 건너편 도박장, 이 인근 사업장 대부분이 저희 아버지 겁니다. 그러니까 좀 부서져도 학관에 피해가 갈 일은 없습니다.”
“서류에 그런 정보는 없었는데…….”
“……무슨 서류요?”
차마 학생회에 부탁해서 네 뒷조사를 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백수룡은 괜히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중요한 사실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단 말이야?”
“……딱히 비밀로 했던 건 아니고요. 말할 일이 없었던 겁니다만.”
대답하는 거상웅의 표정이 점점 불만스럽게 변했다.
또한, 그가 백수룡을 바라보는 시선도 묘하게 적대적이었다.
‘뭐지? 얼굴을 본 건 처음인데…….’
백수룡은 궁금한 것을 참지 않고 물었다.
“거상웅. 나한테 뭐 불만 있냐?”
“……없습니다.”
없는 게 아닌 것 같았지만, 백수룡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에 있는 망아지 같은 놈도 상대해 줘야 했기 때문이다.
“야수혁. 넌 신입생이 입학하자마자 싸움박질이야? 잘하는 짓이다.”
“……죄송합니다.”
야수혁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곤 고개를 꾸벅 숙였다.
흑곰 같은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얌전한 모습.
물론 야수혁이 얌전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야수혁은 잠시 망설이더니 물었다.
“……아까 그거요. 어떻게 한 겁니까?”
“뭘?”
“제 주먹을 막았잖아요.”
왠지 기가 죽은 듯한 야수혁의 모습에, 백수룡이 피식 웃었다.
“네 주먹 막는 게 그렇게 신기할 일이야?”
“…….”
야수혁은 반박하고 싶은지 발끈한 표정이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백수룡이 손쉽게 두 사람의 주먹을 막은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안다는 듯, 백수룡이 말했다.
“궁금한 건 이거 아니야? 어떻게 내공을 안 쓰고 막았는지.”
“……예.”
야수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거상웅도 말은 없었지만 유심히 듣고 있었다.
백수룡이 그들의 주먹을 막았을 때, 내공의 힘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공을 썼다면 맞닿은 주먹에 전해지지 않았을 리 없었다.
“이참에 용건을 말해야겠군.”
두 사람을 번갈아 본 백수룡이 씩 웃더니, 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그는 두 장의 수강 신청 서류를 꺼내 그들에게 내밀었다.
“너희들. 내 수업 에 신청해라. 여기에 서명해서 교무처에 가져가 내면 돼. 나머지는 내가 다 써 놨어.”
“…….”
“…….”
“크흠. 큼!”
민망할 정도로 아무 반응이 없었기에, 백수룡은 한번 헛기침을 한 후 미끼 상품을 던졌다.
“내 수업을 들으면 제대로 몸 쓰는 방법을 알려 주마. 지금처럼 낭비하는 법 말고.”
야수혁이 눈을 반짝였다.
“제대로 쓰는 방법?”
반면 거상웅의 표정은 어째선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그가 입술을 꽉 깨물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낭비? 하.”
백수룡은 둘 중 거상웅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낭비. 너희는 타고난 체격과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백수룡은 나란히 서 있는 두 거구의 학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둘 다 근골은 타고났어. 맹사부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녹림투왕 맹호악이 살아 있었다면, 둘 다 제자로 삼겠다고 탐을 냈을 것이다.
키가 크고 살집이 많은 거상웅은 거대한 코끼리를 연상시켰고, 야수혁은 뒷발로 몸을 일으켜 사납게 싸우는 흑곰을 떠올리게 했다.
백수룡은 과거 녹림투왕 맹호악과 나눈 대화를 잠시 떠올렸다.
-제자 말이냐? 몇 놈 가르쳐 보긴 했지만, 결국 다 도망치던데? 고작 뼈 몇 개 부러졌다고 못 움직인다면서 엄살이나 부리고…….
코를 후비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던 맹호악.
그는 산악 같은 사람이었다.
덩치는 눈앞에 있는 둘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컸지만, 실제로 몇 배는 더 거대하게 느껴졌었다.
뇌옥에 갇혀 쇠약해진 상태에서도 그만한 존재감을 풍기던 사내.
-맹사부. 다 좋은데 코 후빈 손을 꼭 그렇게 쩝쩝거려야겠어요?
-밥이 싱거운 걸 어쩌라고. 간을 좀 맞춰 오든가.
코 후빈 손가락을 쩝쩝거리면서 옆으로 몸을 돌려 눕던 맹호악.
-……나한텐 마땅히 제자라고 할 놈이 없다. 내가 죽으면 내 이름도 무공도 다 잊혀지겠지.
-…….
얼굴이 보이지 않게 뇌옥의 벽 쪽으로 돌린 그가, 조금 쓸쓸해진 목소리가 말을 잇던 모습이 떠오른다.
-만약 맹사부가 죽고, 저 혼자 살아서 이곳을 탈출하면 말입니다. 쓸 만한 녀석을 찾아서 무공을 전수해 주겠습니다.
-크크큭. 마음대로 해라.
결국 맹사부는 혈교를 탈출하지 못했지만, 그의 무공은 백수룡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리고 오늘, 맹호악과 비슷한 수준의 근골을 마주했다.
그것도 두 명이나 말이다.
‘야수혁은 처음부터 알아봤지만…… 거상웅도 상상했던 것 이상이야.’
녹림투왕의 녹림십팔식은 누구나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졌지만, 그 극의를 빠르게 끌어내기 위해선 역시 타고난 신체가 필요했다.
‘나나 다른 녀석들에게는 다른 무공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정도지만, 이 녀석들한텐 그 자체로도 천하제일의 무공이 될 수 있어.
녹림투왕은 녹림십팔식이 신체를 다루는 데 있어 천하제일의 무공이라 자부했다.
백수룡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나한테 무공을 배우면, 너희 둘 다 지금보다 수십 배는 강해질 거다.”
“…….”
백수룡의 호언장담에 거상웅은 팔짱을 낀 채로 말이 없었고, 야수혁은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백수룡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솔직히 못 믿겠는데…….”
백수룡도 평균보다 큰 키이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거인인 야수혁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게다가 병약한 서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리호리한 체형.
조금 전 자신의 주먹을 막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야수혁은 백수룡의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백수룡이 피식 웃었다.
“못 믿겠다면 믿게 해 주지. 숙련된 조교 앞으로.”
백수룡이 뒤를 돌아보자, 그때까지 뒤에서 뻘쭘하게 서 있던 헌원강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저요?”
“그래. 너.”
고개를 끄덕인 백수룡은 야수혁에게 헌원강을 소개했다.
“헌원강은 내게서 한 달 정도 몸을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둘이 한번 겨뤄 봐. 내공 없이 외공만으로.”
백수룡은 헌원강에게도 녹림십팔식의 일부를 가르쳤다.
그 일부만으로도 헌원강의 신체 능력과 유연성,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놀라울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야수혁은 찜찜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공을 안 쓰고 싸우면 선배가 다칠 텐데요. 그럼 힘 조절을 해야 하는데, 의미가 있나.”
“……뭐?”
헌원강은 별생각 없이 앞으로 나서다가 야수혁의 말을 듣고 이마에 빠직 핏줄이 돋았다.
“이 솜털이 보송보송한 핏덩이가 하는 말 좀 보게? 어이. 일학년. 이름이 뭐라고?”
건들건들하게 야수혁에게로 걸어간 헌원강은 야수혁의 가슴을 이마로 툭툭 들이받았다.
삐딱한 시선으로 올려보는 시선만으론 동네 파락호가 따로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백수룡은 어이가 없었다.
‘뭐? 더 이상 망나니가 아니야?’
하여튼 이런 일에는 헌원강만 한 녀석이 없었다.
어느새 야수혁의 뒤로 돌아간 헌원강이 그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이죽거렸다.
“덩치만 큰 꼬맹이. 엉덩이에 몽고반점도 아직 남아 있냐?”
“이 자식이……!”
헌원강에게 도발 당한 야수혁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헌원강이 흐흐 웃으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팔뚝에 갈라진 잔 근육이 꿈틀거렸다.
“왜? 치게? 솜털이 보송보송한 주먹으로 파리나 잡을 수 있겠어?”
“죽인다!”
후우웅!
솥뚜껑만 한 주먹이 헌원강의 얼굴을 박살 낼 기세로 노렸다. 헌원강은 그 주먹을 간단히 피했다.
휘익!
야수혁은 연달아 주먹을 휘둘렀지만 헌원강은 전부 쉽게 피했다.
백룡장에서 매일 상대하는 두 괴물의 공격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흐암. 모기도 이것보다는 빠르겠네.”
헌원강의 도발에 야수혁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젠장! 왜 안 맞아!”
후우웅!
주먹이 크게 빗나간 순간, 헌원강은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 야수혁의 머리를 잡고 무릎을 얼굴에 꽂아 넣었다.
빠아악!
휘청거리는 야수혁의 코에서 쌍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야수혁이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
“꼬맹이. 떼쓴다고 안 봐준다.”
헌원강은 녹림십팔식의 일부만을 익혔다.
하지만 그 일부만으로도 야수혁을 외공으로 압도하는 건 충분했다.
잠시 후, 온몸을 두들겨 맞은 야수혁이 바닥에 털썩 드러누웠다.
“허억……. 헉…….”
“선생님. 이 자식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그냥 슥삭…….”
돌아보며 스산하게 묻는 헌원강의 이마에 흑룡편이 날아들었다.
따악!
“넌 그 양아치 같은 말투 좀 고쳐라.”
“끄윽…….”
백수룡은 머리통을 감싸 쥐는 헌원강에게 혀를 한번 차 준 후, 고개를 돌려 표정이 잔뜩 굳어 있는 거상웅을 바라봤다.
“감상이 어때? 배워 보고 싶지?”
잠시 머뭇거리던 거상웅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관심 없습니다.”
“왜?”
되묻자, 백수룡은 거상웅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빠르게 침착함을 되찾은 거상웅은 거대한 뱃살을 흔들며 그하하 웃었다.
“힘들게 무공 따위를 배우고 싶진 않거든요.”
백수룡이 미간을 찌푸리며 유심히 바라보자, 거상웅은 더욱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전 어차피 올해로 졸업입니다. 진로도 이미 다 정해졌고요.”
“진로라면?”
“가업을 이을 겁니다. 말했다시피 집이 부자거든요. 무공은 처음부터 취미로 배운 거였고……. 힘든 건 더 이상 하기 싫습니다. 맛있는 것 먹고 도박이나 하면서 편하게 살 겁니다.”
거상웅은 기름진 얼굴과 능글맞은 말투로 말했다.
바닥에 멍하니 쓰러져 있던 야수혁이 그 말을 듣고 고개만 살짝 들었다.
“재수 없는 부자 새끼.”
“선배한테 말버릇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거상웅이 다시 백수룡을 바라봤다.
“선생님의 목표는 천무제 우승이라면서요? 혹시 그래서 학생들을 모으는 겁니까?”
“맞다. 쓸 만한 녀석들을 모아서 가르쳐 보려고. 그 후보에 너도 있다.”
찰나의 순간, 거상웅의 표정이 굳었다가 다시 풀렸다.
그가 피식 웃었다.
“높은 목표로 삼는 것 자체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현 불가능한 것과는 별개로요.”
“왜 불가능하다고…….”
“이만 가 보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거상웅이 몸을 돌려 객잔을 나섰다.
“잠깐.”
그 순간, 뒤에 있던 백수룡은 갑자기 거상웅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무슨!”
순식간에 반응한 거상웅은 날렵하게 돌아서더니, 손바닥을 펼쳐 백수룡의 공격을 막았다.
까앙-!!
부딪친 주먹과 손바닥에서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주먹과 손바닥이 맞닿은 상황에서, 거상웅이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백수룡을 노려봤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그 진지한 표정을 본 백수룡은 피식 웃더니 먼저 주먹을 뺐다.
“아무것도 아니야. 가 봐라.”
“……가 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보지.”
“…….”
대답은 없었다.
거상웅이 객잔을 나서자, 헌원강이 슬금슬금 백수룡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상웅 선배는 아무래도 틀린 것 같은데요. 전보다 살이 더 찐 걸 보니 무공 수련도 거의 안 한 것 같고…….”
“거짓말이야.”
“예? 뭐가요?”
백수룡은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봤다.
‘꽤 진심으로 공격했는데…….’
주먹 전체가 얼얼하고 붉게 달아오른 것이, 곧 부을 것 같았다.
“무공에 관심이 없는 놈이 그 정도로 손바닥을 단련할 리는 없거든.”
백수룡은 멀어지는 거상웅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