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08
107화. 거기까지“그하하하!”
호탕한 웃음이 객잔 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조금 전 웃음을 터트린 목소리가 이번에는 나직하게 말했다.
“겨우 이것밖에 안 되나?”
낮고 묵직한 저음에는 여유가 넘쳤다.
반면 그 목소리의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내는 연신 끙끙거렸다.
“끄윽……!”
사내는 꿈쩍도 안 하는 거대한 손을 붙잡고 어떻게든 넘기려 용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거상웅의 통나무 같은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흐암. 재미없네.”
하품을 내쉰 거상웅이 가볍게 팔을 넘겼다.
콰앙!
두 사람이 앉은 탁자가 부서질 듯 출렁였다.
몸이 잠시 허공으로 떴다가 내려온 사내가 입에 거품을 물고 바닥을 뒹굴었다.
“으아악! 뼈, 뼈가 부러졌…….”
“엄살 부리지 마. 근육이 조금 놀란 것뿐이니까.”
거상웅이 손을 휘휘 젓자, 구경하고 있던 사내들이 사내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한두 번 해 본 일이 아닌 것처럼 익숙했다.
거상웅은 옆에 산처럼 쌓여있는 고기를 집어 먹은 다음, 으적으적 씹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또 없어? 내 손가락 하나만 꺾으면 은자 열 냥인데?”
거상웅은 남들의 세 배는 될 법한 두께의 검지를 까닥거렸다.
방금, 그는 손가락 하나만으로 팔씨름을 했다.
“고작해야 손가락 하나뿐인데? 사내구실 하는 놈이 이렇게 없나. 쯧쯧.”
혀를 차며 하는 말에 몇 사내들이 발끈했지만, 끝내 나서는 이는 없었다.
거상웅과 팔씨름 대결을 해서 바닥을 구른 사내가 벌써 열을 넘었으니까.
인근에서 힘 좀 쓴다 하는 사내들이 저 손가락 하나를 꺾지 못했다.
“괴물 같은 놈…….”
“손가락 하나로 삼십 명을 연달아 꺾는다고?”
“저 자식은 곰이랑 팔씨름을 해도 이길 놈이야.”
다들 웅성거리며 경이로운 표정으로 거상웅을 바라봤다.
남들보다 머리 두 개는 더 높은 키에, 수백 근은 가뿐히 넘을 법한 어마어마한 살집.
하지만 출렁이는 살덩어리로 보이는 몸을 실제로 만져 보면 얼마나 단단한지, 칼로 찔러도 들어가기나 할까 싶을 정도였다.
“더 덤빌 사람 없어? 없나 보군. 어이 점소이! 여기 고기 좀 더 줘!”
거상웅은 탁자 옆에 쌓인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방금까지 내공은 조금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근력으로만 수십 명을 꺾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봐 상웅이.”
“음? 양 선배.”
예전부터 거상웅과 알고 지낸 염소수염의 사내가 다가와 반대편에 앉았다.
“요즘 도박장엔 왜 이렇게 뜸해? 종일 객잔에서 먹고 내기 팔씨름이나 하고 말이야.”
거상웅은 입안의 고기를 우적우적 씹으며 대답했다.
“웬만한 도박은 이제 시시해졌든. 가끔은 이렇게 단순한 내기가 재미있어.”
“이런 팔씨름이 무슨 내기야. 자네가 무조건 이기는데.”
“혹시 알아? 날 이길 사람이 나타날지.”
히죽 웃은 거상웅은 염소수염의 사내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도박장은 심심해지면 갈게.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밥 먹어야 하니까 가 봐.”
거상웅이 자주 가는 도박장은 길 반대편에 있었다.
술을 한 병 시킨 염소수염의 사내는 술병을 탁자에 올려놓고 일어났다.
“여기서 괜한 짓 그만해, 같이 도박이나 하자고. 자네가 없으니 다들 재미없다고 난리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가 봐.”
그렇게 염소수염의 사내마저 떠나고, 거상웅이 다시 눈앞에 쌓인 음식에 집중할 때였다.
“이봐.”
“……또 뭐야?”
거상웅이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치켜드는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거상웅의 몸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당신한테 팔씨름을 이기면 은자 열 냥을 준다던데.”
“……호오.”
흔치 않은 경험에 거상웅이 눈을 크게 떴다.
자신에 못지않은 거구의 청년, 아니 소년이 더 어울릴 법한 앳된 얼굴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키가 나랑 비슷해 보이는데?”
드르륵.
거상웅은 의자를 뒤로 밀며 몸을 일으켰다.
곰처럼 커다란 두 사내가 당당히 마주 보며 서자, 주변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거상웅이 웃으며 물었다.
“못 보던 얼굴인데. 이름이?”
“야수혁.”
짧게 대답한 야수혁은 거치적거리는 장포를 벗었다. 그러자 우람한 팔과 전신의 근육이 드러났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어마어마한 근육질 몸.
상대를 가늠해본 거상웅이 솔직하게 말하며 웃었다.
“이거, 손가락 하나로 했다간 내가 지겠는걸.”
돈이 아까워서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 정도 되는 상대를 손가락 하나로만 상대하는 게 아쉬웠을 뿐이다.
다행히 야수혁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나도 멀쩡한 손가락 부러뜨려서 병신으로 만들긴 싫고.”
털썩.
야수혁은 먼저 자리에 앉더니, 허리춤의 전낭을 탁자에 통째로 올리고는 씩 웃었다.
“제대로 해 보자고. 대신 내가 이기면 은자 백 냥을 주는 건 어때? 난 여기 내 전 재산을 걸지.”
“뭐? 그하하하! 좋지! 좋아!”
껄껄 웃은 거상웅이 자리에 앉았다.
두 거구의 사내가 탁자에 꽉 차도록 마주 앉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꽈악…….
두 사람이 손바닥을 맞잡으며 서로의 힘을 가늠하는 가운데, 주변의 구경꾼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시작할까?”
“……해 보자고.”
제삼자의 시작하라는 말 따위는 필요 없었다.
둘이 동시에 힘을 준 순간, 팔꿈치를 댄 탁자가 쩌저적……! 하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큽……!”
“끅……!”
두 사람의 팔 근육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고 핏줄이 불거졌다.
목에 핏대가 서고, 숨을 참은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를 꽉 악문 두 사람의 팔, 상체, 전선이 떨리기 시작했다.
부르르르……!
두 사람이 발을 디딘 바닥이 흔들리고, 탁자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결국.
쩌저저적- 우지직!
탁자가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두 사내는 동시에 팔을 풀었다.
“후우……. 후우…….”
“하아……. 하아…….”
두 사람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봤다.
먼저 호흡을 정리하고 말을 꺼낸 것은 거상웅이었다.
“무승부로 하지.”
그러나 야수혁이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내가 오기 전에 이미 수십 명을 이겼다고 들었어. 그러니 이건 내가 진 거야.”
야수혁은 바닥에 떨어진 전낭을 주워 거상웅에게 건넸다.
거상웅은 전낭을 받아들면서도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앞에 수십 명이라고 해 봤자 간에 기별도 안 갔는데.”
“상관없어. 내가 졌다고 느꼈으니 진 거야. 빌어먹을!”
야수혁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분했는지 연신 씩씩댔다.
거상웅은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었다.
동시에, 조금은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예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군.’
야수혁에게서 건네받은 전낭을 열자, 다 해도 은자 한 냥조차 안 될 구리동전 몇 개가 전부였다.
거상웅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하하! 묵직한 줄 알았더니 빈털터리였군. 이거 한 방 먹었…… 음? 청룡학관 학생이었나?”
전낭 안에 청룡패가 들어 있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상태를 보니 완전히 새것이었다.
히죽 웃은 거상웅이 청룡패를 꺼내 야수혁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이거, 후배였구만.”
“……당신도 청룡학관 학생이야?”
“내 청룡패를 보여 주면 선배라고 부를 거냐?”
“생각 좀 해 보고.”
야수혁은 말없이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거상웅은 그것마저 마음에 드는지 그의 어깨를 퍽퍽 때렸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벽으로 날아갈 힘이었지만 야수혁은 “뭐 어쩌라고?” 하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봐 후배. 고기 좋아하나?”
“당연히 좋아하지.”
“그럼…….”
사 줄까?
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이놈의 입이 멋대로 말을 바꿨다.
“이번엔 누가 더 고기를 많이 먹는지 내기할까?”
“난 이제 한 푼도 없어.”
거상웅은 돈 말고 다른 걸 걸어도 된다며 이렇게 제안했다.
“지는 쪽이 사흘간 이긴 사람 몸종이 되어 주는 건 어때?”
“……후회할 텐데?”
야수혁도 어디 가서 먹는 것으로 져 본 적은 없었다.
게다가 팔씨름으로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그의 승부욕에 불을 질렀다.
그렇게, 두 사람의 두 번째 내기가 성립되었다.
거상웅이 큰 소리로 점소이를 불렀다.
“이봐, 점소이! 여기 돼지 두 마리만 가져와!”
잠시 후, 마주 앉은 두 사람은 각자 돼지 통구이를 한 마리씩 뜯기 시작했다.
* * *
“그하하하! 이렇게 잘 맞는 후배는 정말 처음이야! 너 왜 이제야 입학한 거냐!”
“우웩……!”
거상웅이 야수혁의 등을 퍽퍽 두들기며 말했다.
웬만한 사람의 등 정도는 파열시킬 만한 힘으로 때리고 있었지만, 그로선 체한 후배의 등을 두드려 주는 자상한 손길이었다.
“으으……. 그만해……. 괜찮아졌으니까…….”
야수혁이 구역질하던 고개를 들며 창백해진 안색으로 말했다.
“젠장……. 또 지다니.”
“그하하하! 나는 팔씨름보다 이쪽이 더 익숙한 종목이거든.”
거상웅이 거대한 뱃살을 출렁이며 대답했다.
둘은 타고난 체격은 비슷했지만 몸무게는 거상웅이 수십 근은 더 나갔다.
키도 거상웅이 한 치 정도 더 컸다.
‘지금이야 내가 조금 더 크지만…… 나중에는 이 녀석이 더 크겠지.’
거상웅은 올해 스물.
반면 야수혁은 열일곱이었다.
두 사람은 세 살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키가 거의 비슷했다.
거상웅은 성장이 거의 끝난 반면, 야수혁은 아직도 몸이 크는 중이었다.
‘조금 부럽군……. 아니,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
거상웅은 다소 씁쓸하게 웃었다.
그 표정을 보지 못한 야수혁이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젠장. 내기한 대로…… 내가 사흘 동안 몸종이 되겠어.”
“됐다. 그냥 가라.”
“……뭐?”
“그냥 가라고. 오늘 하루 네 덕에 즐겁게 보냈으니 그걸로 퉁치마. 이것도 가져가고.”
거상웅은 야수혁의 전낭도 돌려주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후배에게 호의를 베푼 것이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자식이…….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야수혁의 몸에서 맹수 같은 투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거상웅은 당황했다.
“무시하다니? 내가 언제 널 무시했단 거야?”
“내가 동정이나 받는 거지새끼로 보여?”
“아니,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나? 형편이 어려워 보여서 도와주려 했더니…….”
“이 새끼가!!”
후우웅!
야수혁은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거상웅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서 옆으로 피했다.
콰지직!
주먹이 객잔의 벽을 부수고 들어갔다가 쑥 빠져나왔다.
그 광경을 본 거상웅의 표정이 굳었다.
“이게 미쳤나!”
평소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거상웅의 성격도 결코 좋은 편은 아니었다.
후우웅!
그의 주먹이 야수혁을 향해 마주 나아갔다.
이내 두 사람이 맞붙어 서로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퍼억! 퍼버버벅!
주먹과 주먹이 부딪치는데 흡사 바위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죽어!”
“건방진 새끼가!”
사납게 고성을 지른 그들은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주먹뿐만 아니라 발로 걷어차고, 몸으로 부딪치고, 붙잡아 집어던지고, 관절을 비트는 등 흉험한 싸움이 벌어졌다.
와장창!
쨍그랑!
두 거인의 싸움에 객잔 안의 기물이 다 부서지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모두 도망쳤다.
함께 바닥을 구르다 몸을 일으킨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봤다. 멍투성이가 되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이었다.
그 와중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둘 다 약속이나 한 듯 내공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암묵적인 규칙처럼, 그리고 자존심 싸움처럼. 그들은 외공만으로 싸웠다.
“후우……. 후우…….”
잠시 숨을 고르던 두 사람이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죽어라!”
“이 애송이가!”
전력으로 거리를 좁힌 그들은 전광석화처럼 서로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후우웅!
후우웅!
그 순간, 그들은 동시에 둘 중 한 명은 크게 다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멈추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새로운 인물이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거기까지.”
멈춰선 두 사람의 주먹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
“!!”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자신들의 주먹을 막아선 존재를 바라봤다.
평균보다는 훨씬 크지만, 자신들과 비교하면 아이처럼 보이는 사내.
“마침 둘 다 여기 있었네.”
두 거인의 사이에서, 백수룡이 씩 웃으며 말했다.
“덕분에 귀찮게 따로 찾아갈 필요도 없겠어.”
두 개의 커다란 주먹이 그의 양손에 하나씩 잡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