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07
106화. 알긴 알죠“그렇게 됐어.”
“휴…….”
관주와의 면담을 다녀온 백수룡이 이야기를 끝내자, 그를 둘러싼 임시 강사 삼인방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잘 해결된 거네요.”
“잘 해결돼요? 제가 보기엔 일이 더 커진 것 같은데요.”
악연호의 태평한 말에 제갈소영이 큰 눈을 끔벅거렸다.
악연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일단 안 잘렸으면 된 거 아니에요? 그리고 풍진호도 한동안 허튼수작은 못 부릴 거라면서요?”
“대놓고는 못 하겠지만…… 분명 물밑에서는 뭔가 손을 쓸 거야. 쉽게 물러날 사람이 아니거든.”
명일오는 풍진호가 그렇게 쉽게 물러날 사람이 아니라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백수룡이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걱정해 줘서 고맙다. 자자, 오늘은 내가 살 테니까 다들 마음껏 마셔.”
그의 말에 세 사람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술도 아니고 차 한 잔 사 주면서 생색은…….”
네 사람이 모인 곳은 강사 휴게실.
점심을 먹고 잠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두 분 일로 요즘 학관 분위기가 얼마나 싸늘한지 몰라요.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고…….”
제갈소영이 작은 몸을 움츠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일부 강사들이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들을 힐긋거리고 있었다.
“……저희도 찍힌 것 같아요.”
악연호. 명일오. 제갈소영.
점심을 함께 먹고 퇴근 후에도 자주 모이다 보니, 세 사람은 다른 강사들에게 ‘백수룡 파벌’이라고 인식되어 있었다.
그 탓에 그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강사들은 거의 없었다.
“솔직히 여기 두 사람이야 걱정 없죠.”
찻잔을 든 명일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갈세가의 딸인 제갈소영.
산동악가의 아들인 악연호.
오대세가와 그에 필적한 가문의 자식들에게 감히 누가 텃세를 부리고 시비를 걸겠는가.
‘하지만 나는 사정이 달라…….’
어정쩡한 가문 출신인 명일오만 만만한 상대였다.
그래서인지 남궁수 파벌의 강사들은 종종 그에게 와서 시비를 걸고, 비웃고, 임시 강사라는 이유로 아랫사람처럼 부려먹었다.
백수룡은 표정이 어두운 명일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일오야. 걱정 마라. 풍진호 주변의 썩은 놈들 다 쫓아내면 우리가 한 자리씩 차지할 테니까.”
언제나 그렇듯 백수룡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명일오는 피식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형님. 아까부터 뭘 읽고 계신 겁니까?”
명일오는 백수룡이 들고 있는 꽤 두꺼운 서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별건 아니고.”
백수룡은 서류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다들 궁금했는지 얼굴들이 가운데로 모였다.
“내 수업에서 가르칠 녀석들. 걔들에 관한 정보를 의뢰했거든.”
네 사람이 함께 명단을 구경했다.
명단에는 총 세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악연호가 한 명의 이름을 손으로 찍으며 물었다.
“야수혁?”
“올해 들어온 일학년. 흑곰처럼 생긴 녀석인데 기억 안 나?”
“아! 기억나요. 덩치가 진짜 산만 하던…….”
악연호가 기억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련 시험에서 학생회 선배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야수혁이 모두에게 남긴 인상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제대로 가르치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할 거야. 특히 외공 쪽은 타고났어.”
백수룡의 말에 동의하는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수혁 외에도 두 명의 이름이 더 적혀 있었다.
제갈소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거상웅? 여민? 이 둘은 누군가요? 여기 적혀 있는 걸 보면 뛰어난 학생들일 것 같은데…… 들어 본 적이 없어요.”
사학년 거상웅.
이학년 여민.
백수룡은 두 이름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보충반에 있는 녀석들이야. 둘 다 얼마 전에 학관으로 돌아왔다더라고.”
보충학습반.
학년별로 학습 능력, 수업 태도 등에 문제가 있는 청룡학관의 문제아들을 모아 둔 반으로, 정규 수업이 끝난 후 함께 모여 부족한 공부를 하는 모임이었다.
“삼학년 대표 문제아가 헌원강이었다면, 이학년과 사학년은 이 두 녀석이지.”
백수룡이 간단히 예시를 들어주자 세 사람은 혀를 찼다.
“헌원강 같은 애들이 둘이나 더…….”
“둘 다 성격이 보통이 아니겠는데요.”
지금까지 어떤 강사도 청룡학관의 저 문제아들을 감당하지 못해 담당을 그만두었고, 결국 보충반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였다.
지난 방학 동안에는 아예 운영조차 되지 않았다.
물론 백수룡이 새로운 담당이 되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어차피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텐데. 아예 내 수업도 같이 듣게 하려고.”
백수룡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하는 순간, 세 사람은 얼굴도 모르는 두 학생에게 애도를 보냈다.
‘힘내라, 얘들아…….’
‘자퇴만은 하지 않아야 할 텐데…….’
‘괜찮……겠지?’
당소소에게 건네받은 서류에는 두 문제아에 관한 이런저런 정보가 꽤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어?”
그중 특이사항 부분에 적힌 내용을 본 제갈소영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박 중독? 폭식증? 도벽?”
십 대 소년소녀들에게서는 웬만해서 연관 짓기 힘든 단어가 연달아 적혀 있었다.
백수룡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아들인데 이 정도야 기본이지.”
살인, 방화, 고문을 일삼던 혈교의 후기지수들을 보았던 백수룡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론 세 사람에겐 아니었다.
“당신, 기본의 기준이…….”
“도박이랑 도벽은 학관에서 알면 최소 퇴학감 아니에요?”
“……셋 중에 헌원강이 제일 착한 애였구나.”
다들 황당해서 한마디씩 했다
백수룡은 더 이상 그들이 보지 못하도록 서류를 덮었다.
탁.
“어쨌든, 여기 있는 세 명을 더해서 최소 수강 인원을 채울 거야.”
백수룡이 처음으로 맡은 강의다.
단지 숫자를 채우기 위해 어중이떠중이들만 모아서 가르칠 생각은 없었다.
최소한 여기 명단에 있는 이름 중 절반은 데려와서 가르칠 생각이었다.
‘한 명 한 명 어떻게 꼬실지 계획도 세워 놨고.’
당소소에게 건네받은 정보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
시간을 확인한 백수룡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점심시간도 끝났는데 슬슬 일어나자.”
“하아. 일하기 싫다…….”
“집에 가고 싶다…….”
“엄마 보고 싶어…….”
네 사람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휴게실에서 나와 각자 일하는 곳으로 복귀하려는데, 명일오가 백수룡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저, 형님.”
“왜?”
“……맡으신 강의 말입니다. 보조 강사는 아직 결정 안 하신 겁니까?”
“아. 그거.”
청룡학관의 강의는 보통 한두 명 정도의 보조 강사를 둔다.
그리고 대부분 그 보조 강사로는 아직 담당 강의가 없는 임시 강사, 혹은 청룡학관 3~4학년이 맡는 게 일반적이었다.
간혹 외부에서 데려오는 경우도 있었다.
“맡겨만 주시면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명일오의 간절한 눈빛을 본 백수룡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백수룡이 생각하는 강의에는 더 적합한 사람이 있었다.
“미안하다. 이미 생각해 둔 사람이 있어서 어렵겠다.”
“……아, 그렇습니까.”
명일오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가 금세 밝아졌다.
“괜찮습니다. 형님도 첫 강의인데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랑 하셔야죠.”
“이해해 줘서 고맙다. 조만간 술이나 한잔할까?”
“하하. 좋죠.”
조금 민망했는지 명일오가 대화 주제를 빠르게 돌렸다.
“그런데 그 명단에서 누구부터 데려오시려고요? 만만해 보이는 이름이 한 명도 없던데.”
그 질문에 백수룡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만만한 녀석이 왜 없어? 명단에는 없지만 내 수업을 들어야 할 녀석이 한 명 더 있잖아.”
“아, 그러고 보니……. 그 이름이 없었네요.”
누군지 짐작이 간다는 듯 명일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날 저녁.
청룡학관 교무처의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 모양새가 조금 특이했다.
“아, 아아! 귀 잡지 마요! 내 발로 간다니까……!”
“이게 어딜 도망가려고. 빨리 안 와?”
백수룡이 먼저 들어오고, 백수룡에게 구레나룻을 잡힌 헌원강이 비명을 지르며 끌려왔다.
“아! 아프다니까! 도망가긴 누가 도망을 간다고 그래. 끝나고 수강 신청하러 오려고 했다니까…….”
헌원강이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했지만, 백수룡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변명이었다.
“이게 어디서 구라를. 살금살금 도망 다니면서 수강 신청 기간 끝날 때까지 버티려고 한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니 그게…….”
정곡을 찌르는 말에 헌원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백룡장에서 맨날 구르는데 학관에서까지 구르라고?’
속마음을 그대로 말했다가는 오늘 저녁에 일어날 일이 두려웠기에, 헌원강은 입만 뻐끔거렸다.
백수룡이 그의 구레나룻을 냅다 잡아당겨서 수강 신청처로 향했다.
“네가 그럼 그렇지.”
“악! 아프다니까!”
“사파 무공의 이해와 실전 대비 강의에 신청하러 왔습니다.”
신청서는 백수룡이 대부분 작성하고, 헌원강은 거기에 지장만 찍게 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헌원강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의 신청서를 바라봤다.
“젠장……. 내 인생이 이렇게…….”
“누가 보면 고리대금업자한테 돈이라도 빌리는 줄 알겠다? 빨리 지장 안 찍어? 콱 그냥.”
수강 신청을 하러 온 다른 학생들은 그 모습을 보고 “풋!” 웃음을 터트렸다가, 헌원강이 홱 노려보자 사색이 되어 고개를 돌렸다.
“웃어? 선배가 웃겨?”
후배들에게 인상을 쓴 헌원강이 고개를 돌려 백수룡을 바라봤다.
“선생님. 저도 삼학년인데 애들 앞에서 체면은 좀 세워 주십쇼. 예?”
……라고 분위기를 잡아 봤지만 백수룡 앞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빠악!
헌원강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친 백수룡이 말했다.
“체면 좋아하는 놈이 지금까지 망나니로 살았냐?”
“끄응…….”
헌원강은 뒤통수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강 신청을 끝낸 두 사람은 곧바로 교무처에서 나왔다.
백수룡이 헌원강과 나란히 걸으며 말했다.
“너 근데 거상웅이랑 친하냐?”
“상웅 선배요? 예전에 좀 어울리긴 했는데……, 친하지는 않아요.”
친하지 않다는 말에 백수룡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같은 망나니인데 왜 안 친해?”
“……그 선배는 이학년 때까지만 해도 성실했어요. 지금은 좀…… 사람이 이상해져서 그렇지.”
이상해졌다는 말에 묘한 느낌이 있었지만, 백수룡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묻지 않았다.
직접 보면서 확인하는 편이 오해가 적을 테니까.
“그런데 거상웅 선배는 왜요?”
“아까 기숙사에 찾아가 봤는데 방에 없더라고.”
헌원강은 시간을 가늠해 보더니 말했다.
“그 선배 지금쯤이면…… 도박장에 있을 거 같은데.”
백수룡은 그의 특이사항에 적혀 있던 ‘도박 중독’, 그리고 ‘폭식증’을 떠올렸다.
당소소가 건네준 서류에는 거상웅에 관한 여러 정보가 있었지만, 백수룡은 단순히 그것만 믿지는 않았다.
‘어떤 녀석인지는 직접 보고 판단해야지.’
백수룡은 헌원강의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두르며 말했다.
“거상웅이 있을 거라는 도박장으로 안내해라. 망나니.”
“이제 망나니 아니라고…….”
“그래서 어딘지 몰라?”
“……알긴 알죠.”
헌원강은 꿍얼거리면서도, 자주 가본 길인 듯 익숙하게 도박장으로 백수룡을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