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61
160화. 좀 아플 거다“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해.”
구음마녀는 누워 있는 여민의 뺨을 연신 쓰다듬었다.
매우 소중한 것을 만지듯 조심스러운 손길.
구음마녀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여민의 뺨에 떨어졌다.
“하지만 네 몸 안의 음기가 너무 탐이 났단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
의식을 잃은 여민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구음마녀는 여민의 긴 속눈썹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프진 않을 거야. 푹 자고 일어나면, 하연 언니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다.”
자장가를 불러주듯 속삭인 구음마녀는 여민의 단전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이, 미친, 년아…….”
“당장, 그만둬…….”
헌원강과 야수혁이 이를 갈며 구음마녀를 노려보았다.
그들은 한쪽에 쓰러져 있었는데, 온몸에 새하얀 서리가 내린 상황임에도 어떻게든 정신을 차렸다.
구음마녀가 작게 감탄했다.
“너희의 회복력은 정말 놀랍구나. 벌써 의식을 차릴 줄이야…….”
하지만 둘 다 입을 여는 게 전부였다.
온몸이 냉기에 굳어 버려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구음마녀는 반달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너희에게도 들을 이야기가 많아. 너희가 익힌 그 무공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그놈들은 어디에 있는지, 그 원수 놈들, 모두, 모두 찾아서 잡아 죽여야 하니까……!”
순간 구음마녀의 두 눈이 광기에 물들었다.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한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
손바닥에 빙백신공을 집중시킨 구음마녀는 흡성대법(吸星大法)으로 여민의 몸 안에 있는 음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구음마녀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챈 헌원강과 야수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안, 돼…….”
“그만, 둬…….”
“아하하하!”
고개를 번쩍 치켜든 구음마녀가 광소를 터트렸다.
자신이 미쳐 있다는 사실을, 구음마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악인곡 가장 깊은 곳에 거처를 만들고 숨어든 것도 이 광증 때문이었다.
-오늘부터 너희는 무공을 익히게 될 것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던 부모는 딸을 돈 몇 푼에 팔았고, 몸 안에 음기가 많았던 소녀는 어딘가로 팔려가게 되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곳이 혈교에서 만든 시설이라는 건.
-너희가 익힐 무공은 빙백신공이다. 이곳이 아니었으면 기루에나 팔려갔을 계집들이 이런 신공을 익히게 된 걸 행운으로 생각하도록.
교관의 징그러운 웃음에, 수십 명의 소녀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곳에서, 구음마녀는 비슷한 또래의 소녀들과 함께 빙백신공을 익혔다.
-너희의 역할은 이 무공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아직 미완성이기에 너희가 몸으로 직접 익혀 가며 완성해야 한다.
교관들은 잔인했다.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학대에 가깝게 몰아붙이고, 무공의 성취가 기대했던 수준에 미달하면 가차 없이 죽였다.
-너희는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빙백신공을 익히게 될 거다. 그래야 자료가 많이 쌓이거든.
누군가는 구결을 거꾸로 외웠고, 누군가는 얼음 속에 들어가 수련을 하고, 또 누군가는 반대로 뜨거운 곳에서 수련했다.
교관들은 소녀들을 실험용 쥐처럼 취급하며 빙백신공의 완성을 위한 자료를 쌓아 나갔다.
빙백신공을 익히던 소녀들은 매 맞아 죽고, 얼어 죽고, 전신혈맥이 파열돼 죽고, 교관들이 준 약의 부작용으로 피를 토하며 죽었다.
-이번엔 하나라도 제대로 된 걸 건졌으면 좋겠군. 그래야 이 지루한 실험이 끝날 텐데 말이야.
-그런데, 신공이 완성되면 나머지는 어쩌나?
-어쩌긴. 싹 폐기해야지.
미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곳.
구음마녀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에 속했다.
-이십칠 호. 너는 성취가 꽤 빠르군. 부작용도 적은 것 같고.
-……감사합니다.
빙백신공을 익힌 소녀 중 열다섯이 넘은 자는 구음마녀를 포함해 몇 명 되지 않았다.
혈교도 그녀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흡성대법을 이용해 혼탁해지는 음기를 정화한다라……. 나쁘지 않은 방법이야.
구음마녀가 빙백신공을 익힌 방법은 흡성대법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미완성된 빙백신공에는 성취가 높아질수록 몸 안의 음기가 탁해지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살아 있는 생명으로부터 음기를 흡수하면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었다.
새, 식물, 동물, 사람.
살아 있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구음마녀는 예상치 못한 다른 부작용에 시달렸다.
-아아아악!!!
-한 번씩 광증이 도지는군. 게다가 점점 심해져.
-결국 이 녀석도 실패인가…….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폐기할지 결정하자고.
교관들이 그녀를 폐기처분을 두고 수군거리던 날, 혈교의 다른 실험실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검동(劍洞)에서 실험체들이 탈출했다!
-놈들이 다른 동굴까지 습격했다!
-막아! 어떻게든…… 커헉!
구음마녀는 그때 처음 알았다.
자신이 있던 동굴은 다른 동물들과 이어져 있었고, 그곳에서는 검, 도, 외공을 익히는 아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탈출을 주도한 소년의 입술에는 지렁이가 지나간 듯한 상처가 있었다.
소년은 방금 베어낸 교관의 목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여기서 나가자!
-우와아아아!
구음마녀는 혼란을 틈타 탈출했고, 막아서던 교관 셋을 죽였다. 그게 구음마녀의 첫 살인이었다.
“……너희도 그곳 출신이지?”
다시 현실로 돌아온 구음마녀는 헌원강과 야수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린 시절에 잠시 보았던 소년들이 익힌 무공.
헌원강과 야수혁의 무공에서 그들과 같은 흔적을 보았다.
“뭔, 소리야…….”
“미친년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한 헌원강과 야수혁은 구음마녀를 노려볼 뿐이었다.
“모른 척해 봤자 소용없단다. 결국 다 말하게 될 거야.”
부드럽게 미소 지은 구음마녀는 여민의 몸에서 계속 음기를 뽑아냈다.
콰콰콰콰콰콰!
여민의 몸 안에 억눌려 있던 막대한 음기가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구음마녀는 척추를 타고 오르는 짜릿한 희열에 광소를 터트렸다.
“아하하하!”
동시에, 불행하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시절 생긴 광증이 평생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다 죽여 버릴 거야! 날 미치게 만든 놈들. 그땐 힘이 없어서 도망쳤지만, 빙백신공을 완성하면, 이 저주받을 무공을 완성하는 날이면!”
쩌저저적!
구음마녀의 눈에서 흘러내리던 눈물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오래된 광증이 그녀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소저. 혹 방명을 알 수 있겠소?
-저런! 어쩌다 이런 곳에 있게 된 거요. 고운 몸에 상처까지 입지 않았소!
간신히 동굴에서 탈출했을 때, 구음마녀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소녀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에게 친절을 베푼 사내들이 있었다.
반듯한 외모와 헌앙한 풍채의 공자들.
그러나 친절을 베푼 그들을 따라 집으로 갔을 때, 그들은 갑자기 돌변했다.
-너도 좋다고 따라와 놓고 이제 와서 앙탈이냐?
-쯧. 계집이 고분고분한 맛이 있어야지.
-예쁜 얼굴에 상처 나기 싫으면 얌전히…… 끄아악! 내 파아아알!
그런 자들을 비롯해, 구음마녀가 죽인 대부분의 무인은 그녀를 겁탈하려 했거나, 어리고 무공이 강한 그녀를 이용하려 한 자들이었다.
“그중에는 정파의 명숙이란 자들도 몇 명 있었지.”
그들을 죽이고, 그들의 복수를 하겠다며 쫓아온 추격대를 몇 번 더 몰살시키자 그녀에게 별호가 붙었다.
-저년은 마녀다!
-구음마녀! 이 요사스러운 계집!
십대악인 구음마녀는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변명하지 않았어! 왜인 줄 알아?”
누가 자신의 말을 듣거나 말거나 구음마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오랜 시간 속에 쌓인 응어리를 토해낼 뿐이었다.
“……광증에 시달려 악행을 저지른 것도 사실이니까. 가끔 음기가 혼탁해져서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지면…… 산으로 내려가서 산 사람의 음기를 빨아먹었어. 그래서 악인곡으로 온 거야. 이곳에선 그래도 죄책감이 덜하니까.”
구음마녀는 동굴 벽에 얼음이 된 채로 붙어 있는 악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야.”
구음마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민의 몸 안에 있는 막대한 음기를 모두 흡수하면, 자신의 빙백신공이 완성되리라는 사실을.
콰콰콰콰콰콰콰!
구음마녀의 손바닥을 통해 여민의 몸 안에 있던 음기가 흘러들어왔다.
전혀 가공되지 않은 순수하고 맑은 음기.
빙공을 익힌 어미에게 태어나서 그런지, 여민이 가진 음기는 순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으으, 으으…….”
의식을 잃은 여민이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했다.
빙백신공의 영향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물들고, 동시에 얼굴이 생기를 잃으며 창백해졌다.
그럴수록 구음마녀가 내뿜는 음기는 강렬해졌다.
“아하……. 아하하하…… 아아아악!”
고통과 희열이 뒤범벅된 탓에, 구음마녀는 웃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괴이한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동굴 안에는 무시무시한 한파가 몰아쳤다.
“끄윽…….”
“모, 몸이…….”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에 헌원강과 야수혁은 눈도 뜨지 못할 정도였다. 상처가 난 피부가 다시 갈라지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드디어어!”
구음마녀의 목소리가 동굴을 뒤흔들었다.
새하얀 백발이 허공에 나부끼고, 허공에 일 장가량 떠오른 구음마녀의 몸에서 가공할 냉기가 쏟아졌다.
번쩍!
구음마녀의 두 눈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포효했다.
“빙백신공을 완성했다! 기다려라, 원수들아! 날 이렇게 만든 자들아! 너희 모두를 얼음으로 만들어 수천수만 조각으로 부숴 줄 테니!”
그 순간.
“아니. 그건 빙백신공을 어설프게 뜯어고친 가짜야.”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동굴 바깥에서 날아온 한 줄기 검기가 구음마녀의 심장을 노렸다.
“감히!”
구음마녀는 코웃음을 치며 일장을 내질렀다.
퍼어엉!
날아온 검기는 단숨에 없애 버렸지만, 그것은 눈속임에 불과했다.
그 순간 경공을 펼쳐 동굴 안으로 들어온 백수룡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여민을 낚아챘다.
동시에 허공섭물을 사용해 헌원강과 야수혁을 동굴 뒤쪽으로 끌어당겼다.
“선생님!”
“선생님!”
덩치는 산만 한 사내 녀석 둘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선생님을 불렀다.
“너희는 물러나 있어.”
작게 혀를 찬 백수룡은 제자들을 뒤로 보내고 앞으로 나섰다.
구음마녀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내 빙백신공이 가짜라고?”
“당연히 가짜지.”
“헛소리를!”
구음마녀는 지금이라면 천하의 누구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빙백신공을 완성했으니까.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자신의 무공을 가짜라며 폄하하고 있었다.
“익힐수록 음기가 탁해지고, 시도 때도 없이 광증이 도지는 무공. 그런 걸 누가 신공이라고 불러?”
“어떻게……!”
심지어 그는 빙백신공의 부작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백수룡이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처음부터 악의를 가지고 만든 무공이야. 흡성대법으로 보완한다고, 남의 음기를 갈취한다고 완성될 리가 없지.”
“닥쳐라! 네가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냐!”
“세상 누구보다 잘 알아.”
내가 만든 무공이니까.
백수룡은 뒷말은 삼켰다.
그는 구음마녀의 무공을 한눈에 알아보았지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멀리서 경공을 펼쳐 달려올 때부터 그 특유의 기운을 느꼈으니까.
‘빙월신녀의 빙백신공.’
처음 가짜 무극검을 익힌 위지천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혈교는 대체 무슨 짓을 해 온 것일까.
“네가 익힌 건 애초에 주화입마에 빠지도록 만든 마공이다. 그딴 걸 익히고도 지금까지 살아 있다니……. 천운이 따랐군.”
백수룡의 눈빛에서 동정심을 느낀 구음마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닥쳐라! 감히 그따위 눈으로 날 쳐다보다니!”
구음마녀의 옷자락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고, 새하얀 기운이 양손 가득 맺혔다.
구음마녀가 두 손을 뻗어 쌍장을 날렸다.
“통째로 얼려 주마!”
마치 두 마리의 백룡이 날아오는 듯한 가공할 장력.
하지만 백수룡은 구음마녀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퍼어어엉!
퍼어어엉!
쌍장이 백수룡과 충돌하며 폭발했다. 끔찍한 한기가 주변을 전부 얼어붙게 만들었다.
“아하하! 멍청한 놈. 그대로 얼어붙어…… 말도 안 돼!”
빙백신장에 적중당했는데도 백수룡은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다.
장력에 담긴 힘이야 해소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냉기를 정면으로 맞고도 저렇게 멀쩡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곧 그 이유가 밝혀졌다.
얼어붙은 백수룡이 무복이 부서져 나가고, 그 안에 검은색 묵룡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백수룡이 씩 웃으며 말했다.
“여기 오기 전에 좋은 걸 얻었거든.”
냉기와 열기를 막아 내는 묵룡의의 효능.
백수룡은 그것을 믿고 몸에 내공을 두른 채 돌진했고, 그것으로 구음마녀의 허를 찌를 수 있었다.
휘익!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백수룡이 구음마녀에게 달려들었다.
“죽엇!”
구음마녀가 쌍장을 마구 휘둘렀다.
콰앙! 콰콰콰쾅!
동굴 안이 전부 파괴될 정도로 막강한 내력이었지만, 백수룡은 전부 어렵지 않게 막고 피할 수 있었다.
‘뻔히 아는 초식에 당할 리 없지.’
구음마녀가 익힌 빙백신공은, 백수룡이 빙월신녀와 함께 다시 정립한 무공이었다.
게다가 백수룡은 동굴에서의 기연으로 혈수귀옹과 싸울 때보다 무공의 경지가 훨씬 높아진 상태.
여기에 묵룡의의 도움까지 받으니, 혈수귀옹과 싸울 때보다 훨씬 수월했다.
퍼엉! 퍼버버벅!
자신의 모든 초식이 간파당하자 당황한 구음마녀의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말도 안 돼! 이제야 빙백신공을 완성했는데……!”
“그거 가짜라니까.”
휘익!
순식간에 구음마녀의 뒤를 점한 백수룡이, 손을 뻗어 그녀의 백회혈이 있는 정수리를 움켜쥐었다.
“좀 아플 거다.”
“무슨 짓을…… 꺄아아아악!”
7성에 이른 역천신공이, 주화입마로 인해 골수까지 뻗친 구음마녀의 탁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