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60
159화. 선생님! 악인곡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상관없이, 문지기 삼인방은 오늘도 세월아 네월아 악인곡의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은 내기가 한창이라는 것이었다.
“옥면음랑이 백 초식 안에 뒈졌고, 혈수귀옹은 팔 하나 아니면 다리 하나가 잘렸다에 금전 열 개!”
염라부의 말에 낭아도가 코웃음을 쳤다.
“그 색마를 너무 높게 치는군. 나는 옥면음랑이 오십 초식 안에 죽었고, 혈수귀옹은 내상을 입어서 운기조식 중이다에 건다.”
둘은 혈수귀옹과 옥면음랑의 싸움 결과에 대해서 내기하는 중이었고, 둘 사이에 금전이 놓여 있었다.
“악인곡이 저 꼴인데 고작 내상 좀 입었다고 아직도 안 나온다고?”
염라부가 도끼로 악인곡을 가리키며 말했다.
불길은 거의 그쳤지만,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악인곡의 모습이 보였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부상 당한 악인들의 고함과 욕설이 안에서 들려오고, 문지기들의 예민한 기감에는 곳곳에서 느껴지는 기의 충돌이 잡혔다.
“지랄이군. 지랄이야.”
“오늘은 좀 심하군.”
하지만 문지기 삼인방은 악인곡 내부의 사정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자들이었다.
막말로 악인곡이 망하든 말든, 이곳에서 농담 따먹기나 하며 시간을 때우는 것이 그들의 일과였다.
염라부가 말했다.
“혈수귀옹 늙은이가 혼쭐이 난 게 분명하다니까. 그게 아니고서야 저 꼴을 보고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지.”
“그래도 팔 한 짝은 아니야. 내상이 생각보다 깊은 거겠지. 아니면 독이나 암기에 당했을 수도 있고.”
“하! 그 여우 같은 늙은이가 그런 수작에 당한다고?”
“자신 있으면 더 거시든가. 서른 개?”
“옳거니! 오늘 네놈 주머니를 거덜 내 주마.”
한동안 옥신각신하던 둘의 고개가 동시에 벽안귀를 향했다.
“벽안귀, 네가 보기엔 어때? 그 돼지 놈 뒈진 거 같은데, 그만하고 너도 내기에 끼라고.”
한창 인간을 도축 중이던 벽안귀가 뺨에 튄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후우…….”
그의 발아래에는 악인곡에서 몰래 탈출하려다가 걸린, 한때 흑비돈이라 불리던 인간의 시체가 해제돼 있었다.
“나는 혈수귀옹이 옥면음랑에게 죽었다는 쪽에 걸지.”
“……뭐?”
“말도 안 되는 소릴.”
염라부와 낭아도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하의 혈수귀옹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무명소졸에게 당하다니.
아무리 무림에 기인이사가 많다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염라부가 물었다.
“아까 마의한테는, 옥면음랑이 혈수귀옹을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랬지. 그랬는데…….”
벽안귀가 바닥에 널브러진 흑비돈의 시체를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
“이 녀석이, 옥면음랑이 적발적안으로 변하는 무공을 익혔다고 하더라고.”
“적발적안? 그게 뭔데?”
“특별한 마공 같은 건가?”
염라부와 낭아도는 적발적안의 무공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듯했다.
‘하긴, 이제는 아는 이들 사이에서도 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이긴 하지.’
하지만 그 말이 진짜라면…….
벽안귀의 새파란 눈동자에 요사스러운 빛이 일렁였다.
“아무튼 나는 혈수귀옹이 죽었다는 쪽에 걸겠어.”
“나 참…….”
“끄응.”
악인곡의 왕이 죽었다니.
두 사람에겐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벽안귀가 저렇게 확신에 차서 말했으니까.
염라부가 철사처럼 뻣뻣한 수염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데 정말 혈수귀옹이 죽었다면…….”
악인곡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세상에 저 악인들을 감당할 자가 또 있을까.
혈수귀옹 정도 되는 실력과 명성을 가진 악인이 아니라면…….
“구음마녀가 나설까?”
“그 미친년이? 악인곡을 통째로 얼려 버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하긴…….”
구음마녀를 떠올린 두 사내는 오한이 드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구음마녀가 한 번씩 내비치는 광기는 악인들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구음마녀가 데려간 어린것들은 어떻게 됐을까?”
“이미 죽었거나, 아직도 살아 있는 걸 저주하고 있겠지.”
“불쌍한 것들. 생명의 은인인 줄 알고 그 미친년을 따라갔을 텐데.”
염라부가 혀를 차더니 말을 이었다.
“아무튼 혈수귀옹이 죽었다고 치고, 구음마녀는 곡주가 될 만한 그릇이 아니란 말이지. 그럼 앞으로 악인곡은 누가 관리하지?”
“…….”
그 순간, 마치 짠 것처럼 염라부와 낭아도가 동시에 벽안귀를 바라봤다.
십 년 넘게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셋이지만, 암묵적으로 염라부와 낭아도는 벽안귀를 주군처럼 따르고 있었다.
또한 과거에 둘 다 한 번씩 벽안귀에게 목숨을 빚진 적이 있었다.
‘이 녀석은 강해. 혈수귀옹이나 구음마녀와 일대일로 붙어도 크게 밀리지 않을 거야.’
‘벽안귀라면 악인곡을 장악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혈수귀옹보다 더 잘할 터.’
십 년을 함께했으니, 벽안귀도 두 사내의 그런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척 애매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글쎄. 어쩌면 옥면음랑이 악인곡의 새로운 주인이 될 수도 있겠지.”
“뭐? 그딴 놈한테…….”
“색마는 마음에 들지 않아. 여자들을 잡아 오라고 시킬지도 모른다고.”
“그럴 놈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아무튼 나도 반대다.”
못마땅해하는 두 사내의 모습에, 벽안귀는 피식 웃더니 몸을 돌려 먼 곳을 바라봤다.
“누가 오는군. 네 명. 전부 무인이다.”
벽안귀는 인간을 초월한 시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그가 익힌 특수한 무공과 연관돼 있었다.
“좋은 뜻으로 온 손님은 아닌 것 같군. 한판 할 기세인데?”
벽안귀의 말에 염라부와 낭아도가 무기를 뽑아 들었다.
“흐흐. 안 그래도 찌뿌둥했는데 잘됐네.”
“요즘은 지루하진 않군.”
잠시 후, 그들 앞에 네 명의 무인이 도착했다.
그중 서릿발 같은 기세를 풍기는 노인이 선두로 나서며 물었다.
“이곳이 악인곡이 맞느냐?”
그들은 청룡학관에서 출발한 남궁수, 매극렴, 악연호, 그리고 그들을 기다렸다가 함께 온 거상웅이었다.
벽안귀가 앞으로 나서며 피식 웃었다.
“맞는데. 노인장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말년에 이런 곳까지 오셨나?”
“말장난 따윈 집어치워라. 안에 볼일이 있으니 비키거라, 아니면.”
스스스슷!
매극렴이 일으킨 칼날 같은 기세에 염라부와 낭아도의 표정이 굳었다.
오직 벽안귀만이 그 기세를 마주하면서도 흥미로운 표정을 유지했다.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 여기 들어가려면 자격이 있어야 하거든.”
“자격이라. 네놈의 목이면 충분한가?”
“성격도 급한 노인이로군. 안에 손자라도 있어?”
“갈!”
매극렴의 눈에서 불꽃이 튄 순간, 그의 검이 뽑혀 나왔다.
* * *
“서두르지 못해! 이 밥만 축내는 놈들아!”
마의는 뒤에 서서 횃불을 든 악인들을 재촉했다.
위지천을 따라 지하로 들어온 그들은, 혹시나 모를 기관진식에 대비해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
“일곱 살 먹은 계집아이도 너희보다 빠르겠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마의는 절대 선두로 나서지 않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탐욕스럽게 눈을 빛낼 뿐이었다.
‘이 안에 보물이 있다고 했지.’
그 보물이 혈교의 것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혈수귀옹이 철저히 비밀로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눈치로, 이 안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고 혈수귀옹이 그것을 독식하려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정말로 혈수귀옹이 죽었다면…….’
자신이 악인곡을 차지하지 못할 게 뭐란 말인가.
무공은 조금 부족하지만, 독과 약으로 웬만한 무인은 거꾸러뜨릴 자신이 있었다.
‘만약 어딘가에 혈수귀옹이 살아 있다고 해도 분명 부상이 심할 터. 그렇다면…….’
마의는 품 안에 넣어 둔 극독을 만지작거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횃불을 들고 앞서가던 악인들 중 한 명이 돌아보며 말했다.
“마의 어르신. 저 앞에 그 꼬마가 있습니다.”
“다 온 모양이구나. 저리 비켜라.”
조금 더 나아가자 위지천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독은 해독한 모양이지만, 창백한 얼굴로 볼 때 몸 상태가 무척 좋지 않은 듯 보였다.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겠구나.’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띤 마의가 악인들에게 명령했다.
“가서 놈을 끌고 와라. 저항하면 팔다리는 끊어도 된다.”
위지천을 제압하기 위해 악인 몇이 앞으로 나설 때였다.
“선생님!”
감격한 목소리로 외친 위지천이 무릎걸음으로 뒤로 물러나기 무섭게, 그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에 붉은 실선이 그어졌다.
촤아아아아악!
실선은 사람 하나 지나갈 법한 크기의 반원 형태로 그어지더니, 이내 잘린 벽이 위지천 쪽으로 넘어졌다.
콰아아아앙!
쓰러진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 바닥이 크게 진동할 정도였다.
그 안에서 적발적안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사내의 얼굴을 알아본 마의가 눈을 부릅떴다.
“옥면음랑! 그럼 혈수귀옹이 정말 당했단 말이냐?”
마침 마의와 눈이 마주친 백수룡이 씩 웃었다.
“누군가 했더니 의사 양반이었군. 마침 곧 필요했는데 잘됐어.”
“너, 너! 그 머리와 눈은 뭐냐!”
눈을 부릅뜬 마의가 손가락으로 백수룡의 붉은 머리와 눈동자를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 이거? 바꾸는 걸 깜빡했군.”
스스스슷.
백수룡의 적발적안이 다시 흑발흑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가 내뿜는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백수룡은 몸 안에 갈무리한 기운을 가늠하며 생각했다.
‘완전하진 않지만…… 7성에 이르렀군.’
5성의 끝자락에 머무르고 있던 역천신공의 경지가, 단숨에 6성을 돌파해 7성에 닿았다.
아직 완벽하게 다룰 수는 없지만, 그 전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수준의 힘을 얻은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마의와 악인들의 눈에는 백수룡의 찢긴 옷과 그 사이로 비치는 상처만 보일 뿐이었다.
“뭣들 하느냐! 놈도 혈수귀옹과 싸우느라 지쳤을 거다! 지금 죽여야 해!”
열대여섯의 악인들이 무기를 뽑아 들고 짓쳐들었다. 마의가 홀로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혹시 모르니 꼬마 놈은 인질로 잡아!”
“가지가지 하는군.”
혀를 찬 백수룡은 가볍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 그의 신형은 이미 적들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
뒤늦게 경악한 표정을 지은 악인들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몸은 의지를 따라 주지 못하고, 눈동자만 간신히 굴려 백수룡을 쫓았다.
백수룡은 그저, 그들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푸화아악!
푸화아악!
푸화아악!
사방에서 피보라가 일어나며 악인들이 털썩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그들은 죽는 순간까지 놀란 표정이었다.
“아, 아아아…….”
살아남은 사람은 마의뿐이었다.
공포에 질린 그가 뒤로 넘어졌다. 기어서라도 도망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의. 날 봐라.”
어느새 그 앞에 선 백수룡이 혈마안을 발동시켰다.
키이이잉!
시뻘건 눈동자가 마의의 심령을 뒤흔들었다.
이전보다 강화된 혈마안의 권능은 마공을 익힌 마두들, 사악한 마음을 지닌 악인들에게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허어억!”
바닥에 납작 엎드린 마의가 백수룡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아득한 공포가 그의 정신을 마비시켰다.
“사, 살려만 주십시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혈마안에 노출된 마의의 영혼에 절대적인 공포가 새겨졌다.
그는 이제 백수룡의 명령을 절대 거역할 수 없었다.
“천아. 괜찮냐?”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한 백수룡은 위지천에게 다가갔다.
멍하니 백수룡의 신위를 지켜보고 있던 위지천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선생님! 선배들과 수혁이가 위험해요! 구음마녀에게…….”
“아까 다 들었다.”
“제가 안내할게요. 구음마녀의 집으로…….”
“넌 그냥 여기 있어라. 어딘지 알고 있으니까.”
“네? 어떻게요?”
“기도가 잡히거든.”
구음마녀 정도 되는 고수의 강력하고 특별한 기가 흔할 리 없었다.
백수룡은 기감을 확장해 구음마녀의 거대한 기를 포착했다.
그 주변에 있는, 점점 흐릿해져 가는 제자들의 기도 느껴졌다.
표정을 굳힌 백수룡이 말했다.
“금방 다녀올게. 넌 여기서 마의와 함께 기다려.”
“하지만…….”
“아 참. 이것 받고.”
백수룡이 보물창고에서 들고 나온 검혼을 위지천에게 건넸다.
“아까부터 너한테 가겠다고 요동을 치더라.”
“아…….”
검혼을 받아 든 위지천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백수룡은 홀린 듯이 검혼을 바라보는 위지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했다. 애들은 내가 구해 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선생님…….”
터엉!
백수룡이 땅을 박찬 순간,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위지천의 시야에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