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03
202화. 다시 뺏어오자“허억…… 허억……. 죽겠네, 진짜.”
헌원강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뒤를 쫓아오던 적들의 기척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간신히 추격자들을 뿌리치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젠장. 다 어디로 간 거야?”
처음에는 여러 명이 함께 포위망을 뚫고 나왔지만, 쫓아오는 추격자들을 뿌리치며 싸우다 보니 어느새 뿔뿔이 흩어졌다.
“설마…….”
뒤늦게 이게 적들의 노림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한 후, 하나씩 사냥하려는 것이다.
적들의 지독한 추격을 떠올린 헌원강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젠장. 방심했어.”
차라리 백수룡이 직접 시험에 나섰다면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대신해 나선 것은 갱생문이었고, 그들의 실력을 낮춰 본 헌원강은 손속에 사정을 두고 싸웠다.
‘변명의 여지가 없어.’
다행이라면,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한 시진 이상 남아 있었고, 그동안 버티기만 해도 시험은 합격이었다.
하지만, 도망만 다니다가 시험을 끝낼 생각 같은 건 헌원강의 머릿속에 없었다.
‘기회를 봐서 사천왕 중 하나를 노린다.’
다른 수업도 아닌 백수룡의 수업이었다.
이 시험에서만은 반드시 만점을 받고 싶었다.
헌원강은 각오를 다지며 중얼거렸다.
“일단 높은 곳에 올라가서 상황을 보자.”
다행히 몸에서 산공독이 대부분 빠져나갔는지, 내공은 거의 다 회복되었다.
헌원강은 가까운 건물로 가서 벽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손과 발을 이용해 바퀴벌레처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샤샤샥!
단숨에 뛰어오르면 보기에는 좋지만, 적들에게 들킬 염려가 있었다. 헌원강은 주위를 살피며 벽을 기어올랐다.
약 반 각의 시간이 흐른 후, 헌원강은 건물 지붕 위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휙휙!
주위를 둘러본 헌원강은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바닥에 몸을 낮게 붙인 채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지상을 살폈다. 곧 절로 욕이 나왔다.
“미친. 대체 몇 명이나 데려온 거야.”
밤이라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언뜻 어둠 속에 일렁이는 인영의 숫자가 오십은 넘었다.
갱생문은 네 명씩 조를 이뤄 청룡학관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었고, 곳곳에서 추격전과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벌써 몇 명은 잡혔나 보네.”
목표인 사천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따로 움직이는 것 같은데……. 헌원강은 그렇게 생각하며 기감을 더욱 넓혔다.
곧 확연히 큰 기가 하나 잡혔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헌원강은 자세를 낮추고 이동했다.
건물 지붕에서 지붕으로 넘나들며 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사천왕 중 한 명이 혼자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상대는 아마도 강사 중 한 명일 것이다.
‘정면승부는 어렵지만, 기습이라면 못 할 것도 없어.’
마침 상대는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헌원강은 기척을 죽이고 기회를 노렸다.
이윽고 상대가 건물 바로 아래까지 걸어왔을 때,
헌원강은 망설임 없이 건물 위에서 뛰어내렸다.
휘익!
떨어지는 가속도에 천근추의 수법을 더해, 그야말로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동안 사천왕은 아직 헌원강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위에서 덮쳐서 단숨에 가면을 빼앗는다!’
그 순간, 사천왕이 위를 올려보며 씩 웃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젠장!”
욕설을 내뱉은 헌원강은 있는 힘껏 도를 휘둘렀다.
까앙!
칼날이 창날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헌원강은 그 반동을 이용해 도주하려 했지만, 표홀한 신법을 발휘한 상대가 퇴로를 미리 차단했다.
“인사만 하고 가려고?”
“쳇…….”
헌원강은 마주한 상대의 모습을 살폈다.
화려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가까이에서 보자 그 정체를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저토록 호리호리한 체형에, 창을 다루는 강사는…… 헌원강이 알기로 한 명뿐이었다.
“악연호 선생님 맞죠?”
“갈! 본좌는 지존마창(至尊魔槍)이니라!”
목소리를 낮게 깐 지존마창이 “크하하하.” 하고 광소를 터트렸다.
누가 봐도 연기였다.
헌원강은 차마 못 볼 꼴을 본 표정으로 지존마창을 바라봤다.
“학생 앞에서 이상한 연기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요? 하려면 잘하기라도 하든가.”
“……닥쳐라!”
지존마창이 다짜고짜 창을 뻗었다.
유치찬란한 별호와 달리, 그 기세는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채채채챙!
헌원강은 급히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막았다. 금세 손아귀가 저렸다.
“큭!”
지존마창의 공격은 상상 이상으로 매섭고 예리했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실력은 별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혹시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인간들은 다 강한 걸까?
갑자기 억울한 기분이 든 헌원강은 전력으로 내공을 끌어올렸다.
“젠자아앙!”
“갑자기 왜 흥분하고 난리야?”
“죽어, 이 기생오라비야!”
헌원강의 도에 시퍼런 도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 지존마창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애송아. 넌 아직 도기를 실전에서 사용할 수준이 아니란다.”
“어차피 이판사판이야!”
헌원강은 지존마창과의 싸움에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도망치는 것도 글렀고, 여기서 잡혀서 명찰을 빼앗기면 시험도 끝이니까.
그런데 그 순간, 지존마창의 기세가 돌변했다.
그가 싸늘하게 내뱉었다.
“이런 멍청한 자식.”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지존마창이 헌원강의 도를 후려쳤다.
쩌엉!
“큭!”
가볍게 휘두른 창에 가공할 거력이 담겨 있었다. 헌원강은 뒷걸음질을 치며 겨우 그 힘을 해소했다.
“지금부터 네 실수를 하나씩 말해 주마.”
“무슨…….”
콰콰콰콰!
지존마창의 창에 강한 와류가 휘감겼다. 그 유명한 악가창법이었다.
“첫째. 실전에서는 상대가 네 어설픈 도기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 전에 빈틈을 파고들지, 이렇게.”
빛살처럼 찔러 들어온 창이 헌원강의 허벅지를 노렸다. 헌원강은 간신히 도를 들어 공격을 막았다.
쩌엉-!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존마창의 창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움직여 헌원강의 오금을 후려쳤다.
“크윽!”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헌원강을 향해 지존마창이 똑바로 걸어가며 말했다.
“둘째. 넌 자신보다 강한 적을 앞에 두고 지나치게 흥분했다. 이판사판? 이런 상황일수록 냉정해야 살아남을 수 있거늘.”
지존마창은 무심하게 창을 휘둘렀다. 허나 무심함과 달리, 창은 허공에서 무수한 변화를 일으키며 헌원강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쩌저저정!
헌원강은 정신없이 공격을 막으며 눈을 부릅떴다.
이렇게 상대도 안 될 정도로 실력 차이가 난다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헌원강에게, 지존마창은 진지한 목소리로 세 번째 실수를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셋째, 넌 내가 아니라 다른 학생들을 먼저 찾아야 했어. 다른 학생들과 힘을 합쳐 날 기습했다면, 그나마 승률이 조금은 올라갔을 거다.”
“…….”
그 순간, 헌원강은 이번 시험에 백수룡이 직접 나서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게 얼마나 건방진 생각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청룡학관의 강사들은…… 하나같이 자신보다 훨씬 강했다.
“돌아가서 반성하도록.”
와류에 휘감긴 지존마창의 창이 일순간 수십 개로 늘어난 것처럼 수많은 잔상을 남기며, 헌원강의 전신을 노렸다.
까가가가강!
“크으윽!”
헌원강은 간신히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 냈지만, 그다음 순간 지존마창에게 등 뒤를 잡혔다.
지존마창이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명찰은 내가 가져가마. 실전이었으면 목이었다는 걸 명심하도록.”
“자, 잠깐…….”
빠악!
뒤통수를 얻어맞은 헌원강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 *
“으허어억!”
헌원강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몸이 기둥에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긴 어디야?”
어둠 속에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가까운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깨어났어요?”
“……여민?”
“결국 선배도 잡혔군.”
“야수혁. 너도 잡혔냐?”
바로 여민과 야수혁이었다.
시야가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맞은편 기둥에 묶인 채로 앉아 있는 둘의 모습이 보였다.
“여긴…… 어디야? 니들은 어쩌다 잡혀 왔고?”
여민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전 제갈소영 선생님한테 잡혔어요. 이상한 진법에 갇혀가지고 도망도 못 치고…….”
“나는 그 밤톨만 한 선생한테.”
“밤톨이가 누구야?”
“아마 명일오 선생님 말하는 걸 거예요.”
여민의 설명이 있고 나서야 헌원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악연호. 제갈소영. 명일오.
백수룡과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세 명의 신입 강사가 사천왕의 정체인 모양이었다.
‘그럼…… 나머지 한 명은 누구지?’
문득 나머지 한 명의 정체가 궁금했으나, 지금은 그걸 궁금해할 때가 아니었다.
헌원강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께를 보았다.
명찰이 사라지고 없었다.
“젠장…….”
악연호가 자신을 기절시켜 명찰을 빼앗은 후, 이곳으로 데려와 기둥에 묶어 놓은 듯했다.
여긴 일종의 감옥인 모양.
여민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렇게 어이없게 끝이라니. 선생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요.”
“…….”
“…….”
방 안에 침울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들은 를 듣는 학생들 중에서도 백수룡의 수제자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잡혀 버렸으니, 시험이 끝난 후에 백수룡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었다.
후환도 걱정되고…….
“이대로 돌아가면, 선생님이 우리를 가만 안 둘 텐데…….”
후배들이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는 가운데, 헌원강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짧은 순간,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다시 뺏어오자.”
“네?”
“뭐요?”
헌원강의 입가에 천천히 번지는 악동의 미소.
한 번씩 남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 냈을 때의 표정이었다.
“명찰 말이야. 다시 뺏어오자고.”
여민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뺏긴 걸 다시 뺏자고요? 그런 건 규칙에 없었잖아요.”
“안 된다는 말도 없었잖아?”
“그건 그렇지만…….”
정말 그래도 되나?
여민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헌원강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생각해 봐. 탈락했으면 끝인데, 왜 굳이 우릴 여기에 가둬 놨겠어?”
“그러니까…….”
“즉, 능력껏 탈출해서 다시 빼앗아 보라는 의미라고. 시험 시간도 아직 남았잖아.”
전부 헌원강의 추측에 불과했다.
하지만 평소 백수룡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추측이기도 했다.
“으음…….”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잠시 고민하던 여민과 야수혁이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었다.
“까짓거 한번 해 봐요.”
“좋아. 일단 이 포승줄부터 풀어야 하는데…… 야수혁. 네 힘으로도 못 끊어?”
야수혁은 이미 몇 번이나 시도해 봤다며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꽉 조이는 거면 힘으로 끊어 버리겠는데, 이건 늘어나는 종류라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여민이 말했다.
“줄을 딱딱하게 만들면 끊을 수 있다 이거네?”
“아마도?”
“가만히 있어 봐.”
여민은 숨을 들이마셨다가 가느다랗게 내뱉었다.
후우우-
여민의 입에서 새하얀 냉기가 흘러나와 야수혁의 밧줄을 얼리기 시작했다.
악인곡에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익히기 시작한 빙공이었다.
야수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이거 차가운데.”
“좀 참아. 금방 끝나니까. 후우우-”
잠시 후, 야수혁을 옭아맨 포승줄이 얼어붙었다.
그다음은 쉬웠다.
야수혁이 “흐읍!” 하고 힘을 주자 얼어붙은 포승줄이 산산이 조각났다. 무인을 결박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포승줄이었지만, 야수혁의 괴물 같은 힘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빨리 우리도 풀어줘.”
잠시 후, 헌원강의 여민의 포승줄도 풀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셋은 몸을 풀고 무기를 되찾았다.
사천왕이 그들을 완전히 무시한 것인지, 무기들은 전부 방 안에 있었다.
“자, 이제부터 반격이다.”
어깨에 도를 척하니 걸친 헌원강이 목을 좌우로 꺾으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