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02
201화. 정신 안 차리지? 학생들은 어둠 속에서 시작된 난전에 꽤나 당황했다.
하지만 크게 긴장한 기색은 아니었다.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딨어요!”
“저희 내일 다른 시험도 있다고요!”
“어휴. 진짜…….”
갑작스럽게 시작된 시험에 일부 학생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그들은 백수룡에게 항의하거나 피곤하다고 투덜거리는 등, 시험에 완전히 집중하지 않았다.
“어? 철두 형이다!”
“아삼 형도 왔네.”
심지어 몇몇은 적으로 등장한 갱생문의 문도들에게 반갑게 아는 척을 했다.
수업의 일환으로 외부 순찰을 다니는 동안, 얼굴을 익히면서 말을 걸 정도로 친해진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철두파를 만만히 본 것이다.
학생들의 그런 진지하지 못한 태도에, 위에서 전황을 살피던 백수룡이 작게 혀를 찼다.
“너희들. 갱생문 애들 무시하다간 후회한다.”
아니나 다를까.
“카악- 퉤!”
갱생문에서 철두가 앞으로 성큼성큼 나섰다. 그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져 있었다.
“이 새끼들이 장난하나. 우리가 너희랑 놀러 온 거로 보이냐?”
“예? 철두 형. 그게 아니라…….”
휘익!
철두가 던진 손도끼가 자신에게 말을 건 학생의 얼굴 옆을 스쳐 벽에 부딪쳤다. 헌원강이었다.
퍼억!
살상을 피하기 위해 날을 가죽으로 감싸긴 했지만, 그 파괴력만으로도 뼈를 부수기에 충분해 보였다.
“뒈지기 싫으면 진지하게 해라. 이 새끼들아.”
“…….”
오싹.
철두가 드러내는 무시무시한 살기에, 학생들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갱생문의 선두에서 철두가 미친개처럼 달려들며 소리쳤다.
“다 죽여!!”
그 말이 도저히 농담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갱생문의 공격이 한층 거세지자, 비로소 학생들의 대응도 조금 진지해졌다.
하지만…….
백수룡이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손속에 사정을 두고 싸우다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방심이 남아 있었다.
무공만을 겨룬다면 갱생문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학생들은 덤벼드는 갱생문도들을 상대로 여유를 부렸다.
백수룡은 혀를 찼다.
“다들 이 수업이 ‘사파’ 무공의 이해와 실전 대비라는 걸 까먹은 모양인데…….”
지금은 개과천선했다지만, 갱생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파였다.
사파는 자신들보다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을 직접 훈련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백수룡이었다.
“정신 안 차리지?”
딱!
백수룡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낸 순간, 갱생문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퍼어엉!
“콜록! 콜록! 독연이다! 조심해!”
연무장 곳곳에서 시커먼 독연이 터졌고,
“화살이다! 피해!”
주변 건물의 옥상에서 화살과 온갖 암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으며,
“치사하게 차륜전이냐!”
“병신들. 그럼 줄 서서 일대일로 싸울 줄 알았냐?”
여럿이서 한 명을 상대하는 데 일말의 부끄러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방식에 훨씬 더 익숙했다.
‘오히려 이쪽이 예상 이상인데?’
위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백수룡은 갱생문의 유기적인 움직임에 감탄했다.
오늘을 위해 준비한 사파의 수법만이 아니라, 갱생문의 기본적인 움직임 자체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갱생문.
한때 철두파라 불렸던, 제대로 된 무공은커녕 삼류 무공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빈민가를 전전하던 하류 인생들의 문파.
갱생문을 거둔 백수룡은 그들에게 어울리는 실전적인 무공을 가르쳤고, 갱생문도들은 간절했던 만큼 죽을 각오로 무공을 익혔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었다.
채채채채챙!
“크윽!”
“이 아저씨들 생각보다 강해!”
“언제 이렇게…….”
다소 어설픈 마음으로 시험에 임한 학생들과 달리, 갱생문은 진심으로 이 싸움에서 이기고자 했다.
백수룡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 싸움은 그들에게도 일종의 시험이었다.
“뒈져!”
빠악!
철두의 박치기가 헌원강의 안면에 작렬했다.
방심하다 일격을 허용한 헌원강이 휘청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크윽!”
뒤따른 철두의 도끼가 헌원강의 몸을 반으로 쪼갤 기세로 내리쳐졌다.
쐐애액!
“이런 미친!”
헌원강이 몸을 옆으로 굴리다시피 해서 그 공격을 피했다. 언제 코피가 터졌는지 피가 줄줄 흘렀다.
손등으로 코피를 슥 닦아 낸 헌원강이 사납게 눈을 치켜떴다.
“좋아. 제대로 붙어 보자 이거지?”
헌원강의 몸에서 철두 못지않은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철두에게 수라혈천도의 맛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뭐, 뭐야?”
헌원강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단전에서 퍼져 기경팔맥으로 뻗어 나가야 할 내공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중간에 힘없이 흩어졌던 것이다.
“사, 산공독(散功毒)? 대체 언제?”
산공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내공을 흩어 버리는 독이다.
일반인에겐 무해하지만 무인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독 중에 하나.
산공독에 당한 사람은 헌원강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내, 내공을 쓸 수가 없어!”
“산공독이다!”
“미친! 무슨 시험에서 산공독까지 사용해!”
내공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학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학생들의 갱생문도의 가장 큰 차이는 내공의 깊이였다.
최소 십 년 이상 내공을 쌓아 온 학생들과 고작 몇 달의 내공만 가지고 있는 갱생문도들.
그 압도적이었던 차이가 사라졌다.
비로소 여유로웠던 학생들의 얼굴 위로 공포가 드리워졌다.
“자, 잠깐만!”
“이건 너무하잖아요!”
“진짜 이러면 우리도 안 봐줘!”
갱생문의 맹렬한 공세에 학생들의 손발이 어지러워졌고, 점점 궁지에 몰렸다.
심지어 사천왕은 아직 나서지도 않은 상황.
백수룡은 건물 위에서 무심한 눈으로 자신의 학생들을 지켜봤다.
“그래도 약간은 기대했는데…… 아직도 멀었군.”
분명 개개인의 무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이 갱생문보다 강하다.
하지만 그들이 적에게 대처하는 방식은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가르쳤는데 말이야.”
상대가 약해 보인다고 얕보고, 방심하고, 여유를 부린다.
실전이었으면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이라도 뭉쳐서 전열을 재정비하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스무 살도 안 된 애송이들에게 그런 걸 바라는 건 무리겠지.’
이미 완전히 기세가 꺾였다.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함정을 파고 준비한 것은 이쪽이니까.
학생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
‘그래도……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주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백수룡이 내공을 담아 외쳤다.
“규칙을 다시 말해 주마. 두 시진 동안 명찰을 빼앗기지 않고 살아남으면 합격. 학관 내에서라면 도망 다니거나 숨어도 상관없다.”
굳이 싸우지 않아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 뜻.
그 말을 듣는 순간, 학생들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도망치자!’
‘튀어야 해!’
눈치가 빠른 몇 명은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강하게 무기를 휘둘러 길을 열고, 그 틈새로 빠져나갔다.
“으아아아!”
“저리 비켜!”
거상웅과 야수혁이 가장 먼저 힘으로 포위망을 뚫어냈다.
외공에 특출한 둘은 산공독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들의 몸에 부딪힌 갱생문도들이 튕겨 나갔다.
길을 연 거상웅이 학생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우리가 길을 열 테니 따라올 수 있는 놈은 따라와라!”
두 거인을 필두로, 포위망을 뚫어낸 학생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쫓지 마라!”
철두는 도망치는 학생들을 무리해서 쫓게 하지 않았다.
섣불리 쫓다간 역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
개개인의 무력은 여전히 갱생문이 열세인 데다가, 이 주변 지리도 학생들이 훨씬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뭐,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히죽 웃은 철두는 문도들을 수습했다.
부상자는 다섯에 불과했고, 그것도 전부 경상이었다.
완벽하다고 해도 부족할 정도의 압승.
철두가 백수룡을 올려보며 씩 웃었다.
“어때. 이만하면 우리도 꽤 쓸 만해졌지?”
백수룡은 대답 대신 그들이 있는 아래로 뛰어내렸다.
휘리릭!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백수룡은 주위를 둘러봤다.
“…….”
갱생문도들의 시선이 전부 그를 향했다.
다들 어떤 말을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백수룡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할 순간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데?”
“흐흐흐. 당연하지! 그동안 진짜 죽어라 수련했으니까!”
무섭게 생긴 철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야밤에 혼자 보기엔 상당히 무서운 인상이었으나, 백수룡은 옆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굉장했다. 너희들한테 진심으로 놀랐다.”
“으하하하하!”
백수룡의 말 몇 마디에, 철두는 그동안의 고생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철두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그의 손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종일 도끼를 휘두른 탓에 부르트고 갈라진 손바닥.
철두뿐만이 아니었다. 갱생문의 사내들 전부가 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해졌다.
문득, 백수룡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참나.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시험에 대처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반대로 말하면 갱생문이 지나치게 강해진 탓이기도 했다.
백수룡도 설마 이 정도까지 잘해 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벌써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나중에는 정말 제대로 된 전력이 될 수도 있겠어.’
갱생문의 빠른 성장은 백수룡에게도 커다란 소득이었다.
조만간 정식으로 개파식을 열어도 될 것 같았다.
그때였다.
“저희는 뭐, 한 것도 없네요?”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던 사천왕들이 하나둘 다가왔다.
원래 그들은 갱생문이 밀리면 나서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갱생문이 알아서 다 처리(?)하는 바람에 할 일이 없었다.
“결정적일 때 나서려면 한껏 분위기 잡고 있었는데.”
“한마디도 못 했는데 다 도망쳤네.”
“오늘 써먹으려고 진법도 여러 개 준비했는데…….”
“……집에 가고 싶군.”
백수룡은 투덜거리는 사천왕을 달랬다.
“자자. 지금부터 너희도 바빠질 거야. 녀석들이 학관 전체로 흩어졌으니까.”
백수룡은 고개를 돌려 철두에게 물었다.
“추종향은?”
“진작 뿌려 놨지. 찾는 건 일도 아니야.”
철두가 학생들을 쉽게 놓아준 이유였다.
두 시진 동안 청룡학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한, 녀석들은 독 안에 든 쥐나 마찬가지였다.
고개를 끄덕인 백수룡이 말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명찰 뜯기를 시작해 보자고.”
그는 학생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줬다.
더 이상은 봐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제부터는 사천왕도 적극적으로 움직여. 명찰을 제일 많이 뜯어낸 사람에겐 보상이 있을 테니까 기대하라고.”
사천왕은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백수룡이 그 보상이 무엇인지 알려 준 이후에는 표정이 변했다.
“진짜죠?”
“그걸 보상으로…….”
“저, 저 꼭 필요해요!”
“진심인가?”
서로 눈치를 보던 사천왕이 동시에 바닥을 박찼다.
타닷!
사천왕의 신형이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흩어졌다. 본격적인 사냥의 시작이었다.
철두도 외쳤다.
“갱생문은 네 명씩 조를 이뤄 수색한다! 사냥감을 발견하면 섣불리 공격하지 말고 신호를 보내도록!”
“예!”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갱생문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