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10
209화. 지금은 아니고안휘성 천주(天柱)산 자락.
남궁세가의 영역이 시작되는 초입이라 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한 천주객잔은 언제나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웅성웅성.
객잔에는 강호에서 모여든 손님들과 함께 온갖 소문들 역시 가득했는데, 최근 가장 뜨거운 소문은 바로 남궁세가와 관련된 것이었다.
남궁세가에서 오대학관 신입 강사 연수가 열린다!
남궁세가가 어떤 곳인가?
무림에 수많은 무가들 중에서도 천하제일세가로 우뚝 선 가문이었다.
당대에는 그 영향력이 무림의 태산북두라는 소림, 무당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무려 그 남궁세가가 직접 주최하는 행사였다.
손님들의 눈과 귀가 모두 그곳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창천검왕 남궁제학 대협께서도 연수에 참여하신다더군.”
염소수염의 사내가 입을 열자, 객잔에 있던 인원의 절반 정도는 그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정말이오? 창천검왕이라면 남궁세가의 전대 가주 아닙니까.”
“그뿐인가? 천하에서 가장 강하다는 십존의 일원이시지. 아마 그 안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능히 드실 절세고수요, 천하제일인일지도 모른다 이 말이야.”
“허어! 그런 대단한 고수가 신입 강사들을 지도한다는 말입니까?”
염소수염과 함께 앉은 사내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눈에 봐도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로 보였다.
염소수염의 사내가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확실한 이야기요. 남궁세가에서 일하는 하인 중에 친한 동생이 있는데, 그 녀석한테 들었거든.”
“그 이야기 자세히 좀 해 주실 수 있소?”
“합석 좀 해도 되겠소이까?”
호기심 많은 사내들이 몇이 염소수염의 자리에 합석했다.
염소수염의 사내가 히죽 웃으며 사내들을 돌아봤다.
“이야기를 해 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말을 많이 했더니 목이 마르는구려.”
“점소이! 여기 죽엽청 한 병 주게!”
“배도 좀 고프고.”
“오리고기도 좀 내오고!”
염소수염의 사내는 만족스럽다는 듯 수염을 쓸어내렸다.
그 천박한 행동에, 염소수염을 주시하고 있던 무림인의 절반은 사내의 말이 허풍일 거라고 판단하고 고개를 돌렸다.
온갖 뜨내기가 모여드는 곳에는 온갖 헛소문도 함께 퍼지는 법이었다.
“그만큼 남궁세가 입장에서도 이번 신입 강사 연수가 중요하다는 뜻이오. 왜냐? 천무학관이 불참을 선언했거든.”
“예?
“어째서!”
“!!”
염소수염을 외면했던 이들 중 절반이 다시 사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천무학관의 불참 선언!
사실이라면 무림이 놀랄 만큼 큰 사건이었다.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염소수염의 사내는 술과 오리고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말을 이었다.
“뻔하지 않소? 자기네들은 남궁세가에서 배울 게 없다 이거지. 다른 곳이랑 같은 급으로 취급하지 말라, 이거야.”
그 순간 객잔 구석 자리에 있던 인물들이 움찔했지만, 눈치챈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염소수염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천하에 오대학관이 있다지만, 천하제일학관이 천무학관이란 사실은 수십 년째 변하지 않는 사실 아닌가.”
“허어! 대단한 자신감이군!”
“아무리 그래도 남궁세가에서 열리는 연수를 어찌…….”
사내의 말에 같은 탁자에 앉은 사내들은 물론이고, 몰래 듣고 있던 사람들까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무학관이 빠지다니, 올해 신입 연수는 작년보다 흥이 식겠군.”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염소수염의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뭘 모르는 소리. 오히려 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거요.”
“그건 또 어째서 그렇소?”
“천무학관이 매년 가장 좋은 성적으로 연수를 수료했는데, 그들이 빠지고 고만고만한 사대학관만 남지 않았소?”
‘고만고만한’이라는 말에, 객잔 구석에 있던 인물들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은은한 살기마저 내비쳤다.
하지만 염소수염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계속 떠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른 양상을 띨 거요. 자존심을 긁힌 사대학관에서 아득바득 서로 이기려 하겠지. 천무학관이 빠진 자리이니, 이번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할 테고.”
“하긴…….”
듣고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무학관이 빠진 사대학관 신입 강사 연수.
이미 자존심이 상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라도 거두고 돌아가야 최소한의 체면이라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형장은 천무학관이 빠진 이번 연수에서 어느 학관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보시오?”
“그것참 어려운 질문이로군. 술이 들어가야 대답이 술술 나올 것 같은데…….”
“점소이! 여기 죽엽청 더 가져와!”
새로 나온 죽엽청을 받아든 염소수염이 자신의 잔에 술을 꼴꼴꼴 따르며 말했다.
“내 안휘성에서만 이십 년 넘게 살았소. 그동안 신입 강사 연수에 행차하신 오대학관 강사들을 몇 번이나 보았지. 개중에는 지금은 일타강사로 활약하는…….”
“거, 본론부터 빨리 좀!”
“끌끌. 몸이 달았군. 기다려 보시오. 내 하나하나 냉정하게 평가해 줄 터이니.”
“…….”
염소수염의 말에는 묘한 흡입력이 있었다. 어느새 대부분이 사람들이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염소수염의 입에서 오대학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흘러나왔다.
“첫 번째로, 주작학관은 오 년째 천무제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소. 명실상부 천하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후기지수들을 키워 내는 학관이지. 강사들도 그만큼 뛰어나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오.”
염소수염은 객잔 안을 빙 둘러보았다.
객잔 구석에 있던 인물들과도 가볍게 시선이 스쳤다.
“……하지만 그들은 오만하기가 짝이 없소. 자기들만 천무학관의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실상은 다른 학관과의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소.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거요.”
콰직!
어디선가 나무 부서지는 소리가 났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듣지 못했다.
“둘째, 현무학관은 신비문파 같은 느낌이 강하오. 그들은 속세와 가장 동떨어져 있지. 실제로 새외무공, 진법, 기문진, 보패 연구, 강시술 등 사마외도의 공부를 가장 많이 한다고 들었소.”
“가, 강시술?”
“물론 연구만 하는 거요. 실제로 만들었다간 경을 치르겠지.”
“하긴…….”
“하여튼, 폐쇄적인 곳이라 이번 연수에도 몇 명 안 올 거요. 성적에도 큰 관심이 없을 것이고.”
염소수염은 술로 입술을 축이며 클클 웃었다.
경박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강호의 정세에 식견이 상당한 듯했다.
“마지막으로 백호학관은 최근 흐름이 좋소. 성적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 학생들이나 선생들이나 용맹하기가 범과 같지. 이번에 이변을 기대한다면 나는 백호학관에 걸겠소.”
“…….”
듣고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생각에 잠겨 있는 가운데, 누군가가 물었다.
“하나 빼놓지 않았소? 청룡학관이 남아 있는데.”
“아, 청룡학관은…… 글쎄. 말할 가치가 있어야 말이지.”
염소수염의 사내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말해 달라는 사람들의 성화에, 그가 입을 열었다.
“십 년째 꼴찌를 했으니 가장 뒤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 없고, 조만간 천무제에도 초대받지 못하게 될 거요. 올해 신입 강사 연수도 초대받지 못할 줄 알았는데…… 오는 것 자체가 신기하지.”
“청룡신협이 악인곡에서 혈수귀옹의 목을 베었다고 하던데…….”
“에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헛소문이라고 하기에는…….”
“사실이라고 해도 과장되었을 거요. 여럿이서 합공해 죽였거나, 함정을 팠겠지.”
염소수염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생각해 보시오. 십대악인을 죽일 정도로 고강한 고수가, 뭐가 아쉬워 청룡학관에 입사한단 말인가?”
“하긴…….”
다들 순순히 납득하는 가운데, 염소수염의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두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오늘 강호의 형제들이 술과 음식을 나눠 주었으니, 답례로 노래를 한 곡 불러 드리겠소.”
염소수염의 사내는 목을 가다듬더니 그 자리에서 짧은 노래를 지어 불렀다.
자존심이 드높은 주작은 도무지 그 고개를 숙일 줄 모르고 물속에 숨은 현무는 신기루처럼 신비롭구나 용맹하기 이를 데 없는 백호의 울음이 천지를 떨어 울리는데 겁쟁이 청룡만 구름 뒤에 숨어 나타나질 않는구나―염소수염이 흥에 취해 즉석에서 노래를 지어 부르자, 지켜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그 순간, 객잔 안에 싸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닥쳐라.”
객잔 구석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두 명의 사내였다. 그들은 몸을 일으키더니 염소수염의 사내를 향해 걸어왔다.
“두고 보자니 오만방자하기가 이를 데 없구나. 뭘 안다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 것이냐.”
“뉘신지……?”
사내들이 입고 있던 흑의장포를 벗자, 주홍색 무복이 드러났다.
그리고 두 사람의 가슴에 새겨진 붉을 주(朱).
상대가 누군지 알아본 염소수염의 표정이 돌처럼 굳었다.
“주, 주작학관?”
“그렇다. 우리는 주작학관의 신입 강사들이다. 신입 강사 연수에 가는 길이지.”
“어, 어째서 주작학관의 강사들이 이런 곳에…… 그것도 둘만…….”
“지금 그게 중요한가? 우리가 네놈이 나불거린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차갑게 웃는 그들의 말에, 염소수염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가 억지로 웃으며 상황을 모면해 보려 했다.
“하하. 안 보이는 곳에서는 나라님도 욕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두 대협께서는 넓은 마음으로 아량을…….”
“그럼 안 보이는 곳에서 했어야지. 우리가 보는 곳에서 했으니 문제지.”
“그, 그건…….”
“함부로 주둥이를 나불거렸으니, 스스로 입을 찢는다면 용서해 주겠다.”
“…….”
“아니면 나가서 무공을 겨뤄 보아도 좋다. 보아하니 무공을 익힌 것 같은데, 실력에 그만큼 자신이 있으니 본 학관을 깔본 거겠지?”
두 주작학관 강사의 말에서 오만함이 뚝뚝 묻어났다.
‘저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소문대로 오만방자한 자들이구나.’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말리지 못했다.
정파에서는 사문이 모욕당했을 경우 참고 넘어가는 게 오히려 비겁한 행동이었다.
두 강사에게 주작학관은 사문이 아니었지만, 현재 소속된 조직인 만큼 충분히 무례를 물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방식의 문제였다.
염소수염도 그 사실을 알기에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하, 한 번만 용서를…….”
“순순히 따라 나오겠나, 아니면 끌려 나오겠나?”
앞뒤로 포위당한 염소수염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주위를 돌아봤으나, 함께 떠들던 이들은 모두 자신의 시선을 외면할 뿐이었다.
“이보시오들…….”
“…….”
아무도 염소수염을 돕지 않는 가운데, 주작학관의 두 신입 강사 중 한 명이 염소수염의 맥문을 움켜쥐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쐐애애액!
어디선가 날아온 젓가락에 주작학관 신입 강사가 깜짝 놀라 손을 뒤로 빼며 물러났다.
“누구냐!”
“감히 어떤 놈이!”
두 신입 강사가 젓가락이 날아온 방향으로 돌아서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이봐. 적당히 하지.”
객잔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진 가운데 들려온 목소리.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흑립인들이 앉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일어서며 천천히 흑립을 벗었다. 방금 젓가락을 던진 자였다.
“사람이 술을 마시다 보면 실수도 하고 그럴 수 있지. 별것도 아닌 일로 사람을 겁박하고 그럼 쓰나.”
흑립을 벗자 천하에 보기 드물게 잘생긴 얼굴이 드러나며, 객잔 곳곳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주작학관의 두 신입 강사는 상대의 얼굴도, 주변의 반응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한껏 비꼬았다.
“본 학관이 모욕을 당했는데도 가만히 있으라는 거요?”
“어디의 고인이시기에 끼어드는지 궁금하군.”
상대는 얼굴만 번드르르할 뿐, 별다른 기세가 느껴지지 않았다.
잘생긴 사내가 씩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 청룡학관 일타강사인데.”
“청룡학관?”
“일타강사?”
주작학관 신입 강사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묻는 가운데, 잘생긴 사내의 뒤쪽에서 한숨이 푹푹 새어 나왔다.
“아, 형님 좀…….”
“부끄러우니 제발.”
“건방진 놈. 누굴 사칭하는 거냐.”
그와 같은 탁자에 앉아 있던 흑립인들이 내쉰 한숨이었다.
백수룡이 머리를 멋쩍게 긁으며 사실을 정정해 주었다.
“아, 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주위를 휙 둘러본 백수룡이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청룡학관이 천무제에서 우승하고 난 다음에 말이야.”
“!!”
천하의 온갖 소문이 모인다는 천주객잔.
남궁세가의 앞마당에서, 백수룡은 오대학관 전체에 선전포고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