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11
210화. 기대 이하인데“푸하하하하!”
돌연 폭소가 터져 나왔다.
주작학관 신입 강사들 중 조금 더 마르고 키가 큰, 방금 전 염소수염의 맥문을 움켜쥐려다가 물러난 사내가 터트린 웃음이었다.
“푸흡……. 미안하오. 부지불식간에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들으니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사내는 웃음을 간신히 참는 기괴한 표정으로 말했다.
백수룡 뒤쪽에 있는 일행까지 살핀 그가 장난스럽게 포권을 취했다.
“이제 보니 청룡학관 강사님들이셨군. 본인은 주작학관 신입 강사 강소치라 하오.”
“양자기요.”
다른 강사도 코웃음을 치며 대충 포권을 취했다. 그 눈빛이며 말투에서 상대를 무시하고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쨌든 상대가 먼저 자신을 소개했기에, 백수룡도 마주 포권을 취했다.
“백수룡이오.”
“누군가 했더니 청룡신협이셨군. 악인곡에서 혈수귀옹의 목을 베었다는 게 사실이오?”
“사실이오.”
백수룡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주작학관의 두 강사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변변한 기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기껏해야 일류 수준인가?’
‘역시 헛소문이었군.’
두 강사는 백수룡의 기도를 살핀 후, 청룡학관과 백수룡을 무시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강소치가 빈정거리는 태도를 숨기지 않으며 말했다.
“천무제 우승에 대한 포부, 잘 들었소. 정정당당하게 경쟁해 봅시다.”
“뭐, 그럽시다.”
“헌데 본 학관의 일에 어째서 끼어든 것이오?”
왜 젓가락을 던져서 방해했느냐는 물음이었다.
백수룡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염소수염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방금 말하지 않았소. 술에 취해 떠든 것 가지고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니 보기가 불편해서.”
“대, 대협…….”
염소수염이 감격한 표정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객잔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대부분 백수룡의 대협다운 풍모에 감명받은 듯했다.
하지만 주작학관의 두 신입 강사는 코웃음을 쳤다.
“그럼 내 귀로 이자가 주작학관이 모욕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는데, 못 본 척하라는 것이오?”
“내가 언제 못 본 척하라고 했소. 제대로 사과를 받고 용서해 주면 될 것을.”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염소수염이 고개를 숙여 사죄했지만, 강소치와 양자기는 사과를 받는 것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강소치가 코웃음을 치며 염소수염에게 말했다.
“너는 우리 앞에서 주작학관을 모욕했다. 수많은 사람이 보고 듣는 자리에서 노래를 불러 조롱거리로 삼았지. 그냥 넘어간다면 강호인들이 주작학관을 비웃을 것이다.”
강소치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무림인들은 명예와 자존심에 죽고 사는 족속이었다.
비록 상대가 있는 줄 몰랐다고는 하나, 눈앞에서 그런 모욕을 듣고 그냥 넘길 무인은 없었다.
하물며 자존심이 드높은 주작학관 소속이라면 더더욱.
마침 염소수염이 허리춤에 찬 검을 본 강소치가 비릿하게 웃었다.
“너도 무인이라면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도록. 무공으로 우리에게 네 말이 옳음을 증명하거나, 사죄의 의미로 스스로 혀를 자른다면 용서해 주지.”
“히익!”
혀를 자르라는 말에 염소수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머릿속 선택지에 무공을 겨룬다는 것은 아예 없는 듯했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염소수염이 빌었다.
“저, 저는 기껏해야 삼류 나부랭이입니다요. 주작학관 강사님들과 어찌 무공을 겨룬단 말입니까…….”
“싫다면 혀를 자르면 된다.”
주작학관이 내세운 명분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행동은 선을 넘었다.
물론 실제로 혀까지 자르게 할 생각은 아닐 것이다.
크게 겁을 준 후에, 사람들 앞에서 백배사죄하게 할 확률이 높았다.
염소수염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제발 한 번만 용서를…….”
“혀를 잘못 놀렸으니 벌을 받아야지.”
주작학관 강사들의 냉정하고 거만한 태도에, 객잔에서 구경 중이던 사람들 중 절반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백수룡이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아깐 입을 찢겠다더니 이젠 혀를 자르라고? 이건 뭐 사파의 파락호들과 하는 짓이 똑같지 않소.”
“……방금 사파라고 했나?”
강소치의 말투가 바뀌자, 백수룡도 더는 존대를 하지 않았다.
“상대가 무릎까지 꿇고 사과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이토록 겁박하고 기어이 분풀이를 하겠다는 꼴이 사파랑 다를 게 뭐지?”
전직 사파의 따끔한 일침에, 강소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내 비릿하게 웃더니, 갑자기 노래를 불렀다.
겁쟁이 청룡만 구름 뒤에 숨어 나타나질 않는구나―
아까 염소수염이 부른 노래의 한 소절이었다. 그걸 따라 부른 강소치가 이죽거렸다.
“겁쟁이 청룡이 구름 뒤에 숨었다더니. 맞는 말이라서 화도 나지 않나 보군.”
그러자, 백수룡이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지금 내 앞에서 청룡학관을 조롱한 건가?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내가 듣는 걸 뻔히 알면서 의도적으로?”
강소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까 듣지 못했나? 저자가 부른 노래다. 주작학관만이 아니라 청룡학관도 저자에게 모욕을 당했다. 헌데 당신은 화도 나지 않나?”
“모르고 부른 것과 내 앞에서 들으라고 부른 것은 경우가 다르지.”
백수룡이 표정을 굳히며 한 걸음 내디뎠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자, 긴장감도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그 순간, 두려움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염소수염이 조용히 눈을 빛냈다.
‘일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재미있게 흘러가는군.’
하지만 그 시선이 워낙 은밀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하하! 둘 다 그만합시다.”
큼직한 덩치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청룡학관의 곽두용이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사해가 동도라고 하지 않소. 내 술 한잔 따라 드릴 테니, 주작학관의 선생들도 그만 노여움을 푸시구려.”
“……그쪽은 누구요?”
“본인은 곽두용이라 하오. 지금은 청룡학관에 적을 두고 있지만, 주작학관 졸업생이외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술이나 한잔하면서 오해를 풀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봅시다.”
곽두용은 평소 주작학관 출신이라는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틈만 나면 학생, 선생들에게 그 사실을 자랑할 정도였다.
그만큼 주작학관에 애정이 있다 보니, 주작학관과 싸움이 벌어질 것처럼 보이자 못 참고 끼어든 것이다.
백수룡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곽두용을 바라봤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들어가지?”
“어허. 자네야말로 일 키우지 말고 가만히 있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하긴, 네가 나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백수룡이 한걸음 뒤로 물러나자, 곽두용이 넉살 좋게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자자, 한 잔씩 받으시오.”
곽두용은 술잔에 술을 가득 채워 강소치와 양자기에게 건넸다. 화해의 의미로 건넨 술이었다.
‘저걸 받을 리가 없지.’
백수룡의 예상대로, 주작학관의 두 강사는 곽두용이 건넨 술을 거절했다. 뿐만 아니라 곽두용의 손을 매몰차게 쳐 냈다.
“더러운 손으로 어딜.”
술잔이 바닥에 떨어지고, 술이 쏟아져 바닥에 흘렀다.
당황한 곽두용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손이 미끄러졌군. 다시 따라드릴 테니…….”
“학연을 빌미로 우릴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나?”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서로 좋게 이야기로 풀자고…….”
멋쩍게 말한 곽두용을 바라보는 강소치의 눈에 경멸과 조소가 어렸다.
“한 가지 말해 주지. 우리는 자체 시험을 치르고 있다. 둘씩 조를 이뤄 남궁세가로 향하는 중이지. 일부러 험한 지형을 골라 이동하고,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며 이곳까지 왔다.”
“갑자기 그건 왜…….”
“너희처럼 술이나 마시고 풍류를 즐기면서 늦장을 부린 것이 아니란 말이다.”
“저기, 우리도 상당히 촉박하게 달려왔소만…….”
강소치의 입가에 서늘한 비웃음이 맺혔다. 곽두용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완전히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청룡학관이 왜 십 년 동안 최하위를 했는지 알겠군. 실력이 부족하면 노력을 하든가, 최소한 주제 파악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마저도 못하는 자들이 아닌가. 더 이상 너희와 드잡이질하고 싶진 않으니 썩 꺼져라. 우리까지 격이 떨어지는…….”
그 순간, 강소치의 눈앞에 바람이 화악 불었다.
흠칫 놀란 강소치가 뒤로 훌쩍 물러났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짝!
백수룡이 박수를 한 번 친 것이 전부였다. 고작 그것에 놀라서 물러난 것이다.
강소치의 표정이 굴욕감으로 붉게 물드는 가운데, 백수룡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들이 받은 모욕에는 예민하게 대응하면서, 남을 모욕하는 데는 아주 관대하군. 그것이 주작학관의 전통인가?”
“뭐라!”
“닥쳐라!”
주작학관의 두 강사가 핏대를 세워 가며 소리쳤다.
가벼운 언쟁으로 시작된 다툼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왜 기뻐 보이지?’
백수룡을 조용히 관찰하던 염소수염의 눈에 의아함이 어렸다. 방금 백수룡의 입가에 희미하게 맺힌 미소를 본 것이다.
그때, 백수룡에게 굴욕을 당한 강소치가 검파에 손을 올리며 스산하게 말했다.
“따라 나와라.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한 것 같으니.”
“그쪽에서 그걸 원한다면야.”
두 사내가 무복을 펄럭이며 밖으로 나가고, 수많은 구경꾼들이 그 뒤를 우르르 따라나섰다.
* * *
청룡학관과 주작학관 강사의 비무!
객잔에서 시작된 작은 말다툼은 결국 서로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되었다.
웅성웅성.
“주작학관 강사가 너무했지. 청룡학관을 대놓고 무시하지 않았나.”
“그런데 청룡신협은 과연 대협이더군. 자신을 놀린 사내를 도와주려고 나서다니.”
“자존심 강한 고수들 중에서 보기 드문 인성이야. 생긴 것도 훤칠하니…….”
“누가 이길까? 학관의 명성이야 주작학관이 훨씬 높지만, 개인의 명성은 청룡신협이 높지 않나.”
“어쨌든 꽤 볼 만한 싸움이 되겠어.”
수많은 사람들이 곧 벌어질 청룡학관과 주작학관의 싸움을 기대하며 웅성거렸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 달리, 싸움은 황당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짜악!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강소치의 얼굴이 옆으로 홱 돌아갔다.
백수룡이 검도 뽑지 않고 검집으로 상대의 뺨을 갈긴 것이다.
“커헉!”
기습도 아니었다. 뻔히 보이도록 스윽 다가가서 검을 휘둘렀는데, 구경꾼들이 보기에도 강소치는 아무것도 못 한 채 당한 것처럼 보였다.
“음? 이렇게 약하다고?”
백수룡이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강소치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감히!”
한 번은 방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내공을 끌어올린 강소치는 전력을 다해 비전의 검법을 펼쳤다.
하지만 그중 단 한 번의 검초도 백수룡의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휘익! 휙! 휙휙휙!
마치 허공에 대고 허우적거리는 듯한 움직임에, 백수룡은 물론이고 구경꾼들조차 혀를 찼다.
“기대 이하인데?”
가볍게 혀를 찬 백수룡은 상대가 펼치는 검법의 맥을 정확히 탁탁 끊었다.
백수룡이 검을 찔러 넣을 때마다 강소치의 몸이 휘청거렸다.
마치 검을 제대로 쥐어 본 적 없는 사람처럼.
그 모습을 본 구경꾼들이 혀를 찼다. 대부분은 무공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주작학관이 영 힘을 못 쓰는군.”
“너무 약한 것 아닌가?”
“신입 강사라지 않나.”
“그렇기는 해도……. 청룡학관 쪽도 신입인 건 매한가지잖아?”
하지만 무공을 좀 볼 줄 아는 구경꾼들, 드물게 섞여 있는 고수들은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주작학관 강사가 약한 게 아니야.’
‘약하게 보이게 만드는 거다.’
‘실력 차이가 얼마나 많이 나면…….’
백수룡은 상대를 농락하고 있었다.
단순히 압도적인 무공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구경꾼들이 강소치가 ‘약해 보이도록’ 만드는 방법으로.
“주작학관은 오만해서 발전이 없다더니…….”
“소문이 틀린 것이 하나도 없네그려.”
“틀린 것이 왜 없나? 청룡신협의 무공이 저토록 고강한데!”
수많은 구경꾼들이 보는 앞에서, 주작학관과 청룡학관의 평가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한편, 싸움의 원인을 제공한 염소수염의 사내는 착 가라앉은 눈으로 두 강사의 비무를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