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14
213화.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마당 한가운데서 한 쌍의 남녀가 맞붙어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당의 좌우로 각각 열 명이 넘는 강사들이 편을 나눠 대치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어디 소속인지 알겠군.”
백수룡의 중얼거림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왼편에 있는 강사들은 선명한 주홍색 무복을, 오른편에 있는 강사들은 어깨에 검은 줄무늬가 들어간 하얀 무복을 입었다.
주작학관과 백호학관 강사들 사이에 시비가 붙은 모양이었다.
“주둥이를 찢어 주마!”
목소리가 걸걸한 쪽은 백호학관 소속의 사내였다.
구릿빛 피부에 잘 단련된 신체. 소매가 없는 짧은 무복을 입고 있었는데, 드러난 팔의 근육이 선명하게 꿈틀거렸다.
퍼엉! 펑펑펑!
주먹이 공기를 터트리는 소리가 사납게 울렸다.
백호학관 강사의 보법은 기교가 거의 없는 대신 직선적이고, 무척 빨랐다. 호쾌한 움직임에서 힘이 넘쳤다.
“무식하기 짝이 없군.”
반면, 그를 상대하는 주작학관 소속 강사는 보법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고양이상의 대단한 미인이었는데, 한 손에 든 쥘부채로 백호학관 강사의 주먹을 빈틈없이 막아 냈다.
까가가각!
맨주먹과 대나무로 만든 쥘부채가 부딪치는데 쇳소리가 났다. 기를 다루는 솜씨가 둘 다 수준급이라는 의미였다.
싸움은 어느 한쪽이 쉽게 밀리지 않고 팽팽했다.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는 백호학관 강사와 화려하고 신묘한 보법으로 마당을 넓게 활용하며 싸우는 주작학관 강사.
두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마당에 돌개바람이 일어났고,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사마 선생님! 예의를 모르는 살쾡이에게 예의를 가르쳐 주십시오!”
“당 선생! 저 싸가지 없는 병아리의 주둥이를 뭉개 버려!”
흥분한 두 학관의 강사들이 목청을 높여 제 학관을 응원했다.
청룡학관 강사들이 들어왔는데도 신경조차 쓰지 않을 정도였다.
몇몇이 힐긋 돌아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백수룡이 남궁명진에게 물었다.
“부당주님. 지금 싸우고 있는 자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물론이지요.”
두 사람의 얼굴을 슥 살핀 남궁명진의 입에서 자세한 설명이 흘러나왔다.
“주작학관 쪽의 여인은 사마영 신입 강사입니다. 올해 주작학관에 입사한 강사들 중에서 군계일학으로, 주작학관의 관주이신 염왕님의 손녀이기도 하지요.”
“예? 그 염왕(炎王)의 손녀란 말입니까?”
악연호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염왕(炎王)은 지금은 은퇴한 전대의 절세고수로, 그 무위는 현 십대고수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쥘부채에 불꽃이 슬쩍슬쩍 맺히는 것이 보이는군.’
화기를 다루는 열양공에 있어서는 천하제일을 자처했다는 염왕의 손녀답게, 사마영도 화기를 다루는 듯했다.
“백호학관 쪽 사내는 당백호 강사입니다. 당가의 핏줄인데, 독공과 암기가 아닌 외공을 수준급으로 익힌 것이 특징입니다.”
“사천당가라고요?”
이번에는 제갈소영이 놀라 되물었다.
사천당가는 독과 암기로 유명한 가문이었다.
그들은 직접 몸을 부딪쳐 싸우는 것을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백호라는 사내가 별종인 것은 틀림없었다.
‘둘 다 실력이 상당하군.’
백수룡은 두 사람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들은 이곳에 모인 강사 중에서도 유독 특출나 보였다.
“건방진 병아리!”
“예의 없는 살쾡이.”
게다가 서로에게 독설을 쏟아내며 적의를 불태우는 모습이라니.
백수룡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오대학관의 경쟁의식이 상상 이상이군.’
연수라기에 학당처럼 얌전히 모여서 공부만 하는 분위기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이 나서지 않았는데도 이미 난장판이지 않은가.
“아주 마음에 들어.”
백수룡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자, 곽두용을 제외한 신입 강사 삼인방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남궁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인솔 강사들은 뭘 하는 거지? 이만한 소란에 나와 보는 자가 한 명도 없다니.”
남궁명진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나설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원래 젊은 친구들이 모이면 혈기를 주체하기 힘든 법이잖습니까.”
알고 보니, 며칠 전에 먼저 도착한 두 학관은 벌써 몇 차례나 맞붙었다고 했다.
“감정이 격해져서 사고라도 나면?”
“그 정도 사리 분별도 못 하는 자가 오대학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당장 사마영과 당백호도 전력을 다해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연수가 시작되기 전에 벌이는 기싸움 겸 탐색전이랄까.
“세가의 무사들이 살피고 있으니, 공자님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음…….”
그런가, 하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남궁수가 신입 강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가주님을 뵈러 가겠다. 숙소에 짐을 풀고 쉬도록.”
“예.”
“알겠습니다.”
남궁수는 남궁세가의 직계였다. 세가에 돌아왔으니 가장 먼저 가주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 마땅했다.
밖으로 나가기 전, 남궁수가 백수룡에게 전음을 보냈다.
[첫날이니 적당히 해라.]남궁수가 나가자, 남궁명진도 신입 강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를 따라 나갔다.
“저도 이만 가 보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면 하인을 통해 물어보시면 됩니다.”
남궁명진까지 떠나자 자리에는 청룡학관 신입 강사들만 남았다.
명일오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나저나, 저희가 왔는데 쳐다도 안 보네요. 우리가 누군지 모르진 않을 텐데.”
명일오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을 분명 들었을 텐데도, 주작학관과 백호학관의 강사들은 여전히 싸움 구경만 할 뿐이었다.
이쯤 되면 일부러 보고도 무시하는 것이 확실했다.
“며칠 먼저 왔다고 텃세야 뭐야?”
“어떡하죠? 바로 숙소로 들어갈까요?”
“거참. 같은 오대학관끼리 너무하는구먼.”
악연호와 제갈소영, 곽두용도 못마땅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견제받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아는 체도 안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작정하고 우릴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시겠다?”
백수룡이 피식 웃으며 앞으로 걸어 나가자, 몇몇이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단 한 명, 멀리 그늘에 자리한 음침한 분위기의 여자만은 백수룡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수수한 군청색 무복을 입은 것을 보니 주작학관이나 백호학관 소속은 아닌 것 같았다.
‘누구지? 현무학관 소속인가?’
백수룡의 시선을 느낀 여자는 그림자 속으로 스르륵 모습을 감췄다. 상당한 수준의 은신술을 익힌 듯했다.
“……어째 여기에도 정상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작게 한숨을 내쉰 백수룡은 고개를 돌려 여전히 싸우고 있는 사마영과 당백호를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이 저들을 향하고 있으니, 시선을 이쪽으로 가져오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우선 인사부터 하지.”
백수룡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발을 굴렀다.
쿠웅!
진각의 충격파가 직선으로 뻗어 나가며, 대련 중인 두 강사가 디디고 있던 바닥을 흔들었다.
둘의 호흡을 절묘하게 방해한 한 수였다.
“흡!”
“허억!”
깜짝 놀란 두 사람이 중심을 잡기 위해 멈춰 섰다.
동시에 백수룡을 돌아보는 그들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그 찰나의 순간에 진각을 밟아 우리의 호흡을 흔들었다고?’
‘이런 미친…….’
완벽하게 상대의 호흡과 움직임을 읽어야 가능한 수법이었다.
만약 진각을 밟은 직후 백수룡이 공격을 시작했다면, 두 사람은 순식간에 곤경에 처했을 것이다.
청룡신협이 강하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백수룡은 무슨 괴물 보듯 자신을 돌아보는 두 강사에게 싱긋 웃어 주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
순식간에 스물다섯이나 되는 놀람의 시선이 백수룡에게 꽂혔다.
이제 더 이상 누구도 백수룡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백수룡이 과장된 자세로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청룡학관 신입 강사 백수룡, 그리고 그 외 네 명이오. 연수 기간 동안 잘 지내 봅시다.”
백수룡의 좌우로 청룡학관 신입 강사들이 와서 섰다.
“그 외 네 명은 뭐예요? 우리는 덤이에요?”
“형님. 저희 소개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바, 반갑습니다…….”
“커흠! 반갑소. 곽두용이오. 본인은 현재 청룡학관에 몸담고 있으나, 주작학관 졸업생으로…….”
청룡학관 신입 강사들은 타 학관 강사들에게 얕보이지 않으려 눈을 부라리고 몸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백수룡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오대학관의 강사들이라고 해 봤자, 여기 있는 강사들은 전부 신입에 불과했다.
‘오대학관의 일타강사들도 아니고, 이런 애송이들에게 긴장할 리가.’
애초에 백수룡은 이들과 경쟁할 생각으로 남궁세가에 온 것이 아니었다.
경쟁이 되어야 경쟁을 하지.
‘첫날이니 적당히 하라고? 시작부터 우리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따돌리려는 놈들한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들은 청룡학관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가장 강한 강사들을 내보내, 보란 듯이 대련을 한 것이 아닐까.
일종의 무력시위 겸 청룡학관의 반응을 떠보려고 말이다.
‘같잖은 녀석들이.’
백수룡이 하얗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가 오는 시간에 맞춰 나와 주실 줄이야. 여러분의 환대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뭐, 뭐라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졸지에 주작학관과 백호학관에서 청룡학관을 기다린 꼴이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함부로 나서서 받아치지 못했다.
“그럼 아닙니까? 설마 사람이 여섯이나 들어왔는데 다 같이 모여서 모른 척하고 계셨던 것은 아닐 텐데요. 오대학관에서 후기지수들을 가르친다는 선생님들이 그런 유치한 짓을 할 리가 없는데…….”
“…….”
방금 백수룡이 보여 준 놀라운 한 수, 그리고 먹이를 노리는 맹수 같은 눈빛 때문이었다.
마치 시비를 걸어오길 바라는 듯한 눈빛에, 담이 작은 강사들은 시선을 슬쩍 피할 정도였다.
“……돌아갑시다.”
백수룡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당백호가 먼저 몸을 돌렸다. 그는 백호학관 강사들을 이끌고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다혈질처럼 보였는데 마냥 그렇지도 않은가 보군.’
백수룡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도발이 먹히지 않아 아쉬웠다.
반면, 사마영은 쥘부채를 접고 백수룡을 향해 걸어와 포권을 취했다.
“주작학관의 사마영이에요.”
걸음걸이가 무척 가벼운 것이, 그녀는 무언가 특수한 보법을 익힌 듯했다.
“백수룡 강사님.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난 고수셨군요.”
당백호와 찰지게 욕설을 주고받던 모습과 달리, 백수룡에게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춘 말투였다.
사마영의 눈에 백수룡에 대한 호기심이 일렁였다.
“오시는 길에 저희 학관의 머저리들이 신세를 졌다고 들었어요.”
“머저리들이라면…….”
순간, 백수룡의 머릿속에 떠오른 두 사람이 있었다.
천주객잔에 만났던 주작학관의 두 신입 강사.
사마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강소치. 양자기. 가장 늦게 도착한 것도 모자라 구경꾼들 앞에서 주작학관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니, 머저리들이라 할 만하지요.”
“그러고 보니 그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군요.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까? 한 명은 부상이 심할 텐데…….”
백수룡은 그 부상을 자신이 입혀 놓았으면서 뻔뻔하게 물었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하지만 사마영은 도리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은 두 시진 전에 도착했습니다. 밤낮을 아껴서 말을 타고 달려왔다며 제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더군요. 그들에게 천주객잔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들었습니다.”
“그럼 내게 할 말이 많으시겠군.”
백수룡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자, 사마영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둘 다 해고했습니다.”
“…….”
이번에는 백수룡도 조금 놀랐다.
남궁명진에게 그 둘은 연수에서 낙오할 거라고 듣긴 했지만, 설마 해고까지 했을 줄이야.
사마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일 년을 채우지 못하고 잘렸을 자들이에요. 백수룡 선생님 덕분에 빨리 걸러내게 되었으니,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그리고 한 걸음 물러나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는데, 다른 신입 강사들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만만치 않은 여자로군.’
무공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의 문제였다.
백수룡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사마영에게 물었다.
“주작학관 관주님의 손녀라더니. 이미 그런 권한까지 가지고 계십니까?”
“네. 이십 년 후엔 제가 주작학관의 관주가 될 테니까요.”
사마영은 야망이 넘치고, 그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항상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즉,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가지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주작학관으로 오세요.”
“……음?”
백수룡보다 더 격렬하게 반응한 것은 그의 입사 동기들이었다.
“무슨!”
“어림없는 소리!”
“안 돼요!”
사마영은 그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말없이 자신을 응시하는 백수룡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월봉은 지금 받는 것의 다섯 배, 아니 열 배를 드리죠.”
“글쎄. 워낙에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백수룡은 팔짱을 끼고 미간을 찌푸렸다.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마영이 그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순간 그녀의 몸에서 좋은 향기가 확 풍겼다.
“선생님께선 천무제에서 우승하겠다고 선언하셨다면서요? 그게 꼭 청룡학관이어야 할 이유가 있나요?”
“…….”
사마영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둘 사이의 거리는 이제 조금만 손을 뻗어도 닿을 만큼 가까웠다.
“그게 아니라면, 주작학관에서 그 목표를 이루시는 건 어떤가요? 저와 함께.”